서울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CEO처럼 뛰어 학생 지원 바이올린·수영도 가르쳐
'학력신장 우수학교' 등 교육감상(賞) 3개 휩쓸어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대교와 올림픽대로 사이에 자리 잡은 공진초등학교는 도시 속 미니 학교다. 10개 학급에 전교생이 260명뿐이다. 규모도 작지만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이 많아 학생 70% 이상이 급식 지원을 받는다.
이 학교가 지난 2006년 3월 조영옥(58)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변하고 있다. 부임 당시 읽기·쓰기·단순계산을 잘 못하는 기초학습부진학생이 30∼40명에 이르던 것이 올해는 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는 학력신장 우수학교,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뽑혀 서울시 교육감상을 3개나 휩쓸었다. 20명의 이 학교 교사들은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챙기는 교장 선생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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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공진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조영옥 교장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교직 생활 38년째, 교장을 맡은 것은 이 학교가 처음인 '초보'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학교를 바꿔 놓은 것일까. 이은미 교사는 "교장 선생님이 한번 움직이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일이 척척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3년 전부터 전교생에게 오카리나(도자기로 된 입으로 부는 악기)를 쥐여줬고,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미술시간에는 학생들이 빈손으로 와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팔레트와 물감, 붓을 모두 갖춰 놓았다.
"악기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 하고, 물에 빠져도 헤엄쳐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조 교장이 온갖 발품을 팔아 외부 지원을 끌어 온 덕분이다. 조 교장은 "사석에서 만난 오카리나 연주가가 선뜻 악기 제공과 무료 강습을 맡아줬고, 인근 사회체육센터에서 수영장을 개방해 줬다"고 말했다.
4학년과 5학년 두 딸을 둔 학부모 박정숙(46)씨는 "우리 아이들은 사물놀이며 수영·바이올린 같은 걸 모두 학교에서 배웠다"며 "방과 후는 물론 방학 중에도 선생님들이 수준별로 국어·수학·영어를 가르쳐 주시니 학원은 아예 안 보낸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부임 첫해부터 학생 50여명에게 아침 식사도 챙겨 주고 있다. "회의 때 한 담임 선생님이 걱정을 하더라고요. 아침 안 먹고 온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도 그냥 엎드려 있거나 쉽게 짜증을 낸다면서…."
조 교장은 지난 3월부터는 전교생에게 집중력 훈련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1교시 시작 전 5분간 한 자릿수 덧셈·뺄셈처럼 간단한 연산문제를 학생 각자가 시간을 재며 풀게 한다. 조 교장은 "일본의 집중력 강화 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었다"면서 "공부를 잘하려면 우선 집중력부터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8년째 근무 중인 김경동 교사는 "교사들한테는 그동안 엄청난 업무가 쏟아졌다"고 했다. "프로그램 하나 시작하면 거기에 맞춰 학생들 챙기고 가르치는 건 교사들 몫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개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발로 뛰는 교장 선생님을 보면 아무도 불평 안 합니다. 우리 아이들한텐 학교가 전부라는 걸 교사들도 잘 알기 때문이죠."
김 교사는 이런 노력으로 학생들이 달라진 모습이 확실히 눈에 띈다고 했다. "3∼4년 전만 해도 장기결석일수가 200일을 넘었는데, 작년엔 23일이었어요. 아이들에게 학교 가는 일이 즐거워진 거죠. 표정이 확 밝아졌는걸요."
조 교장은 여전히 학생들을 위해 더 해 줄 것이 없나 찾는 눈치였다. "저녁 9시까지 도서관을 개방하고 싶어요. 늦게까지 일할 사서 한 분만 고용할 여력이 생기면, 아이들이 저녁 먹고 나서도 학교에 와서 책을 볼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