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관점에 끌리는 성향
오래전 금요일 그날, 교과과정 전문가 시모어는 똑같은 문제를 두고 두가지 판단을 내렸고,
사뭇 다른 답에 도달했다.
내부 상황을 고려하는 내부 관점은
시모어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해당 작업의 앞날을 평가할 때 지동적으로 채택한 관점이다.
우리는 당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 경험 안에서 증거를 찾으려 했다.
당시 우리는 개략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앞으로 몇 챕터를 쓸 예정인지, 이미 완성한 두 챕터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중에 좀 더 신중한 사람이 있었다면
자신의 추정치에 오차 범위로 몇 개월을 더했을 것이다.
잠깐의 경험만으로 앞날을 예측한 것은 실수였다.
우리는 눈앞의 정보를 근거로 예측하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였던 셈이다.
우리가 쓴 두 챕터는 아마도 다른 챕터보다 쉬웠을 것이고, 당시 우리 몰입도는 최고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전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Doanld Rumsfeld)가 했던 유명한 말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날 교과서 집필을 그토록 오래 끌게 될 일련의 사건을 예견하기란 불가능했다.
이혼, 질병, 관련 공무원과의 공조 난항 등 그 일을 지연시킨 사건을 미리 알 수는 없엇다.
그런 일들은 집필 속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아예 손을 놓게 만든다.
물론 시모어가 아는 다른 팀에서도 그런 일들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들도 얼마든지 실행 가능해 보였던 일을
7년을 끌게하거나 아예 마무리하지 못하게 하는 사건을 미리 상상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들도 우리처럼 자신이 마주한 성공과 실패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계획이든 여러 경로로 실패할 수 있고,
그 대부분이 예견하기 어려울지언정, 대규모 작업에서 '무언가'가 잘못될 확률은 높다.
시모어는 내 두 번째 질문을 받고 우리와 비슷한 사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참고 부류에서 성공의 기저율을 추정했다.
실패 확률 40퍼센트, 완성까지 소요 시간 7~10년.
이 비공식 조사는 과학 기준을 충족하는 증거라 할 수 없지만,
어떤 사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 사례가 속한 범주가 전부일 때
그 범주의 기저율로 해당 사례를 예측하는 기준치 예측을 타당한 기초는 제시한 셈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기준치 예측'은 이후 조정을 위한 기준점이어야 한다.
만약 어느 여성의 키를 추측할 때 그 여성이 뉴욕시에 산다는 사실밖에 모른다면
뉴욕시에 사는 여성의 평균 키를 최대한 정확히 추측하는 것이 기준치 예측이다.
그런데 이때 그 여성의 아들이 고등하고 농구팀의 선발 센터라거나 하는
특정 경우에만 해당하는 정보가 있다면,
애초 추정치를 편균에서 적절한 방향으로 옮기는 식으로 약간 조정할 것이다.
시모어가 우리 팀을 다른 팀에 비교한 것을 보면,
우리 팀의 결과는 그렇지 않아도 암담했던 기준치 예측보다 약간 더 안 좋으리라고 예측했어야 했다.
비슷한 다른 상황을 고려하는 외부 관점 예측이
우리 문제에서 놀랍도록 정확했던 것은 요행이 분명하고,
따라서 그 일로 외부 관점의 타당성이 증명되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외부 관점을 옹호하려면 보편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니까 참고 부류가 적절히 선택되었다면, 외부 관점은 대략의 수치를 제시할 테고,
우리 사례에서 그랬듯이 내부 관점 예측은 그 수치의 근처도 가지 않을 수있다.
심리학자에게는 시모어가 모순되는 두 가지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대단히 놀랍다.
그는 적절한 참고 부류의 통계를 추정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그 지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추정치를 내놓았다
내부 관점에서 나온 시모어의 예측은 기준치 예측을 이용한 조정을 거치지 않앗다.
그는 기준치 예측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예측은 우리의 특수한 여건을 기반으로 했다.
톰 W실험의 참가자들처럼 시모어도 관련 기저율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것을 적용해야 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시모어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외부 관점을 알 수 없었고, 따라서 타당한 기준치 예측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추측을 하면서 다른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외부 관점을 물었을 때 나를 포함해 다들 깜짝 놀랐다.
흔히 일어나는 일인데, 사람들은 개별 사례에 관한 정보가 있으면
그 사례가 속한 부류의 통계를 살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막상 외부 관점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단체로 그 정보를 무시했다.
당시 우리 행동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심리학 교육의 무용성을 보여주는 실험과 비슷하다.
니스벳과 보기다의 학생들은 약간의 정보(짧고 단조로운 인터뷰)를 알고 있는 개별 사례를 예측할 때,
그들이 방금 배운 전체 결과는 완전히 무시했다.
'무미건조한'통계 정보가 해당 사례에 대한 개인적 느낌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 통계는 일상적으로 무시된다.
외부 관점은 내부 관점과의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내부 관점을 선호한는 성향은 더러 도덕적 의미를 함축한다.
한번은 유명한 변호사인 사촌에게 참고 부류에 관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번 같은 경우에 피고가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는 "모든 경우는 유일무이하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는데,
그의 눈빛에서 그가 내 질문을 부적절하고 피상적이라고 느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례의 유일뮤이함을 자신만만하게 강조하는 태도는 의학계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이와 반대되는 증거 중심 의학이 발달하고 있는 최근 추세와도 맞지 않는 태도다.
의학 통계와 기준치 예측은 환자와 의사가 나누는 대화에 점점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외부 관점을 바라보는 의학계의 상반된 감정은
통계와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절차의 비인간성을 우려하는 태도에서 여전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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