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에서 쓰이는 기존 문자 체계를 청사진으로 사용해 다른 언어의 문자 체계를 만든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두 언어의 소리 구조가 왑벽하게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떤 문자나 기호의 출발어에서 나타내는 소리가 도착어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문자는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유럽의 많은 언어에서 b,c,f,g,w,x,z라는 문자로 표현되는 소리가 핀란드어에는 없다.
따라서 핀란드는 로마자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문자들을 제외한 채 고유한 문자 체계를 만들었다.
물론 출발어에는 없고 도착어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소리를 표시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문자를 고안해 내야 했던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첫째, 둘 이상의 문자를 임의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이 있었다.
예컨대 영어에서 th로 표현하는 소리를 그리스문자와 룬문자의 문자 체계에서는 하나의 문자로 표기한다.
둘째, 기존의 문자에 작은 식별 표식을 더하는 방법이 있었다.
스페인어의 파형부호(∼),독일어의 움라우트(ö), 폴란드어와 튀르키예어의 몇몇 문자에 더해지는 부호가 대표적인 예이다.
셋째, 출벌어에는 있지만 도착어에서는 쓰지 않은 문자를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현대 체코어에서 ts라는 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로마자 c를 재활용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끝으로, 완전히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었다.
유럽의 중세 사람들이 j,u,w를 새로운 문자로 만든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로마자 자체는 오랫동안 이어진 청사진 복제의 최종적 산물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알파벳은 단 한 번 나타났다.
기원전 2000년에서 기원전1000년, 현대 시리아부터 시나이 반도까지의 지역에서
셈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게 전부였다.
과거에 많은 언어에서 쓰였고 고, 지금도 존재하는 많은 언어에서 사용하는 알파벳은
모두 조상어인 셈어의 알파벳에서 궁극적으로 파생한 것이다.
아릴랜드의 오검문자를 비롯한 몇몇 언어는 아이디어만을 받아들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새롭게 만들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이 문자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고 수정해서 사용했다.
문자의 표기에 단자음 기호만을 사용한 것은
알페벳 문자 체계를 다른 문자 체계와 차별화한 세 가지 중대한 혁신 중 첫 번째에 불과했다.
두 번째 혁신은 문자의 순허를 고정하고, 기억하기 귀운 이름을 붙임으로써
사용자가 알파벳을 암기하는 걸 지원한 것이다.
영어 알파벳의 명칭은 '에이(a)' '비(bee' '시(cee)' '디(dee)' 등에서 보듯이 대체로 무의미한 단음적이다.
그러나 셈어계의 경우, 셈어로 붙인 알파벳 명칭에는 의미가 있었다.
물론 친숙한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는 했다.
(알레크aleph=황소, 베스beth=집, 기멜gimmael=낙타, 달레스daleth=문 등),
이런 셈어식 단어는 그 단어가 가리키는 자음과 '두음서법적(acrophonical)'으로 관련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어떤 대상을 칭하는 단어의 첫 문자는 그 대상의 이름을 따서 붙인 문자이기도 했다.
(위의 예에서 차례로 a,b,g,d 등)
게다가 셈어계 문자의 초기 형태는 많은 경우, 그 대상에 해당하는 그림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특징이 결합하며, 셈어계 알파벳 문자의 형태와 명칭 및 순서는 기억하기에 쉬었다.
영어 알파벳을 비롯해 요즘의 많은 알파벳은 3,000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의 순서를 약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스어의 경우네는 문자의 원래 이름(알파,베타,감마, 델타 등)까지도 거의 그대로 쓰인다.
많은 독자가 이미 눈치챘겠지만, 사소한 변화라면 셈어와 그리스어의 g가 라틴어와 영어에서 c가 되었고,
로마인이 새로운 g를 현재의 자리에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현재의 알파벳 문자 체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지막 세 번째 혁신은 오믕을 허용한 것이었다.
셈어에서 알파벳 문자 체계를 사용한 초기에 이미 자음 문자 위에 점이나 선 혹은 낫표를 덧붙임으로써,
아니면 특정한 모음을 가리키는 작은 문자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모음을 표기하는 실험적 방법이 시작되었다.
기원전 8세기에는 그리스인이 자음에 사용하던 유형과 똑같은 문자로
모든 모음을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인은 페니키아어 알파벳에서 원래 그리스어에는 없던 자음에 사용하던
다섯 개의 문자를 임의적으로 끌어와 모음에 해당하느 문자의 형태 a ,ε, η, ι, o를 만들어냈다
이런 초기 셈어 알파벳문자는 한 계통에서 청사진 복제와 점진적 수정을 겪으며,
초기 아라비아문자를 거쳐 현대 에티오피아 알파벳문자로 변해갔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계통은 페르시아제국의 공식 문서에 쓰인 아람문자를 거쳐,
현대 아랍어와 히브리어, 인도어 및 동남아시아 언어들의 알파벳 문자 체계로 변해간 경우이다.
그러나 유럽인과 미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계통은
페니키아문자를 거쳐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문자, 곧이어 같은 세기에 에트루리아문자로 이어졌고,
다음 세기에는 라틴문자로 바뀌었다.
그 라틴문자를 약간 수정한 알파벳문자가 이 책을 인쇄하는 데 쓰인 문자이다.
알파벳은 단순성과 정확성을 겸비한 잠재적 이점 덕분에 헌재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채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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