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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종격투기 원문보기 글쓴이: 꼽히고새울면
글쓰기가 왜 중요하냐면 여러분이 대학입학시험 치는 데도 글을 잘쓰면 좋죠? 그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직업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기 생각을 글로 잘 정리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조직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평생 살면서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기술, 방법을 아는 것은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가결한 요소다 그렇게 말씀드려요.
제가 책도 여러권쓰고 신문에 칼럼도 쓰고 했습니다만 여러분만 할때 단 한 번도 문예반장이었다거나 또는 뭐 이른바 글짓기를 잘해서 상을 받았다던가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20대 중반쯤 여러분 나이보다 7~8살쯤 더 많은 그 때쯤 가서 저보고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그러더라고요. 글을 잘 쓰니까 자꾸 사람들이 글 쓰는 일을 저한테 맡겨요. 자꾸 또 쓰다보니까 또 더 잘 쓰게 되고 그렇게해서 오늘날 그냥 글쟁이로 이렇게 살게 됐습니다.
그런데 오늘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하는 것은 제 자신의 체험을 이렇게 내가 경험했던 것을 돌아볼 때 이렇게 하면 잘 쓰겠다 하는 것을 여러분에게 이제 이야기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따분한 도덕 강의를 하는 것 보다는 이런 것을 하는 것이 여러분에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으니까 해볼게요.
글 이전에 말이 있죠. 말. 여러분이 글을 깨우치기 이전에 벌써 말을 했죠. 혹시 말을 배우기 이전에 글부터 배운 사람 있습니까? 없죠? 말이라는 것은 어디서 나오느냐. 두뇌에서 나오죠. 생각이 있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겁니다. 제일 앞서는 것은 생각이고 두 번째는 말이고 맨 마지막이 글입니다. 글이 먼저가 아니에요. 이게 아주 중요한 점인데. 여기 생각이라는 것은 형체가 없죠. 만질 수도 없고. 그죠? 볼 수도 없어요. 결국 생각은 형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엔가 담겨야만 모양이 생깁니다. 물하고 비슷해요. 물은 정해진 형상이 없습니다. 동그란 그릇에 담으면 동그란 모양이 되고, 동그랗게 담기고, 네모란 그릇에 담으면 물도 네모가 되게 돼있어요. 언어라는 것은 말, 글을 합쳐서 언어라고 하죠.
언어라는 것은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런데 생각이 많이 있어야 그 다음에 언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릇 자체가 없으면 물을 담을 수가 없어요. 그릇이 없으면 물이 담기질 않습니다. 그래서 언어가 있어야만 사람이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언어가 없으면 생각을 못합니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서 사고하죠. 그래서 어떤 사람이 얼마나 풍부한 언어를 가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생각의 크기를 결정해요. 그릇이 1리터짜리면 물도 1리터 밖에 담기질 않죠. 그릇이 10리터짜리면 물도 10리터가 담깁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어휘가 많을수록 단어, 그 다음에 그 단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수록 여러분은 더 많은 생각을 머릿속에 담을 수가 있어요. 글을 알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이 하면 할수록 그 능력을 키우면 키울수록 여러분의 생각도 커지게 됩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고 어휘가 적은 사람은 결코 풍부한, 깊은 사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언어로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오늘 글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기술은 얘기를 안하고 어휘가 많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영어를 익힐 때, 단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죠? 똑같은 조건이라면 단어를 많이 아는 사람이 훨씬 더 영어를 쉽게 배우죠.
우리말이라고 해서 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는 몇 백개 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알고있는 어휘,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숫자가 굉장히 차이가 크게 납니다. 어휘의 숫자를 적게, 적은 어휘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은 아주 단순한 표현 밖에 할 수가 없고, 그렇게 단순한 어휘만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복잡한 문제에 대한 사색을 할 수가 없어요.
글을 잘 쓰는 방법 첫 번째는 어휘입니다. 어휘를 많이 알아야 되요. 어휘를 많이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책을 보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몇백개 되지 않아요. 여러분 300단어만 알면 영어회화를 할 수 있다고 하죠.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을 보세요. I am still hungry. 딱 네 단어잖아요. 나는 계속해서 이기고 싶어. 네단어로 표현하잖아요. 글이 복잡한 것도 네단어로 표현하는데 우리가 이삼백 단어만 있으면 일상생활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여러분이 전부 다 우리말을 하지만 똑같은 우리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숫자로 치면 100개짜리 우리말을 하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10개짜리 우리말 밖에 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혹시 더 자라서 외국 유학을 가보면 더욱 더 잘 알 수 있는데요. 똑같은 미국학생, 영국학생, 독일학생 자기들 모국어로 공부할 경우에도 결코 그 독일어가 똑같은 독일어가 아니고 그 영어가 똑같은 영어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이 나중에 나가보시면 느끼게 됩니다. 아마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 학생들을 보더라도 똑같은 걸 느낄거에요. 같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어휘가 다르면.
어휘가 일차적으로 중요합니다. 글 쓰는 기술을 익히기 이전에 어휘를 많이 알아야 되요. 우리말에서 어휘가 얼마나 중요하냐 하면 두봉 주교라는 프랑스의 신부님이 있는데 그 분이 인터뷰하는 걸 봤더니 이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한국에 1950년대에 오셨는데 한국말을 배우기가 하도 어려워서 기도하면서 그랬다는 거에요. 아~ 이나라 말은 악마가 만든 말임에 분명하다. 한국말이 배우기가 굉장히 힘든 말이에요. 어미변화가 굉장히 심합니다. 여러분 중에 독일어 공부한 학생 있나요? 없어요? 독일어는 어미변화가 심하죠? 관사, 부정관사, 형용사, 동사 어미가 다 변하는데 영어도 어미변화가 있긴 합니다만.
그런데 우리말은 정말 어미변화가 심해요. 그래서 외국인 배우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기다가 토종 우리말이 있는가하면 한자말이 많아요. 사상, 이런 단어도 한자로 표기된 말이죠. 그래서 이 우리말과 한자에서 유래한 한자말이 뒤섞어지면서 똑같은 뜻을 가진 단어도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고통을 표현하는 데 굉장히 능하다 그래요. 서양에서는 어디 아파요? 배 아파요. 복통, 그죠? 치통. 이런 단어 하나 밖에 없어요. 우리말은 어떻습니까? 배가 콕콕 쑤셔요. 아랫배가 쩌릿해요.부터 시작해서 뭐가 막힌 것처럼 답답해요. 어때요. 아주 아픈 것을 묘사하는 말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죽었다. 돌아가셨다. 떠나셨다. 가셨다. 밥숟가락 놨다. 그죠? 표현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 제가 재미난 말로 우리말에는 무늬가 있어요. 무늬가. 이걸 좀 유식한 말 좋아하는 사람은 뉘앙스 차이가 크다 이렇게 이야기하죠. 말에 결이 있어요. 결이. 우리말은. 그런데 이것이 순수 토종 우리말과 한자말이 뒤섞이면서 굉장히 다양한 말에 무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앞에 어머님들도 앉아계시는데 아주 예쁜 어머니를 보고 아 저꼴이 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말하면 되겠습니까? 밖으로 드러나는 형상을 가리키는 말이 모습, 모양이라는 말이 있죠. 가장 중립적인 뜻을 가진, 뉘앙스를 가진 모양이죠? 모양. 그것보다 약간 더 긍정적인, 더 좋은 뜻을 가진 게 모습입니다. 모습. 저 어머니 모습이 참 고우셔. 모습이라는 단어의 모습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죠. 더 올라가면 뭐가 되죠? 자태. 천사처럼 고운 자태. 천사처럼 고운 꼴. 그러면 안되죠. 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말의 무늬에요. 어휘의 무늬입니다. 똑같은 의미에요.
모양에서 부정적인 어휘가 뭐가 있습니까? 꼴. 저 꼴하고는. 노는 꼴 하고는. 꼴보다 조금 더 격렬적인 것은 뭐가 되죠? 꼬락서니. 그보다 최악이 뭐죠? 몰골. 베트공 같은 몰골을 하고서. 60년대 70년대에 유행하던 표현이에요. 몰골에서 자태에 이르기까지 제가 잘 모르는 어휘들도 중간에 있을거에요 아마. 제가 대충 뽑아봐도 예닐곱 개 정도가 있죠. 이 단어들을, 이건 굉장히 쉬운 예인데 이것이 어떤 다른 어휘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여러분은 다 알죠? 아름다운 꼴 이건 없어요. 흉측한 자태 이것도 없습니다. 단어와 단어, 어휘와 어휘가 서로 어떻게 궁합이 맞는가를 여러분은 일상생활의 용례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실수를 잘 하지 않죠. 그런데 외국인이 우리말을 처음 배울 때라면 잘못하면 아름다운 꼬락서니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외국어를 배울 때는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때는 이제 여러분이 어떤 논술을 하거나 어떤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견해를 쓰거나 이럴 때는 참 표현이 단순해요.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경제학 교양과목을 강의해본 적이 있는데 리포트를 써오거나 필기시험 답안지를 보면 한쪽의 답안지 안에 똑같은 표현이 네 번, 다섯 번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얼마나 표현법을 모르면 똑같은 표현을 한 페이지 안에 네 번, 다섯 번 반복해서 쓰냐는 거에요. 어휘가 부족해서 그래요. 같은 표현이 한 페이지 안에 너댓번 나오면 벌써 찍 긋습니다. 평가하는 사람이. 형편없군. 지금은 글을 좀 덜 씁니다만 글을 많이 쓸 때는 책으로 해서 30페이지, 40페이지가 지나가는 동안 같은 표현이 나오면 아~ 이건 앞에서 썼던 표현인데 하고 다시 찾아보고 나서 다른 표현을 써요. 그런데 어떤 다른 표현이 있는지를 모르면 쓸 수가 없죠. 그러니까 아주 단순하게 이것은 저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뭐 이렇게 계속 가는 거에요. 아주 따분합니다. 이런 글은 절대로 좋은 평가를 못 받아요. 그러니까 기본이 되는 것은 어휘, 어휘, 어휘를 늘려야 돼요. 우리말을 한다고 해서 다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어휘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 과외를 받느냐. 필요 없어요. 과외 같은 것은 있죠. 좋은 책. 우리말 어휘를 굉장히 풍부하고 정확하고 예쁘게 구사한 소설. 이런 것을 옛날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영어사전을 다 외우면서 한 장씩 찢어가지고 씹어 먹는다는 그런 소문도 있었는데 멍청한 짓이죠. 일제시대 때부터 유행하는 건데 그게.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한 번 읽고 잊어먹고 또 한 번 읽고 잊어버리고 또 읽고 잊어버리고 계속 잊어버려요. 읽고 잊어버리고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읽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그 단어들이 그 어휘들이 나의 것이 되어있다라는 것을 알게되죠. 그걸 어떻게 아냐 하면. 계속 입력만 할 때는 그게 자기 것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어휘들을 자기가 출력하기 시작하면, 출력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면 그럴 때 자기 어휘가 되는 거에요. 용법을 알아야 어휘를 사용합니다. 단어를 외우면 소용이 없어요.
故 박경리
그래서 제가 권하는 책은 박경리 선생님이 쓰신 토지.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서 우리말 어휘를 늘리는 데는 가장 훌륭하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거기 보면 낯선 어휘가 많기 때문에 때로는 토지 사전 있죠? 토지에 등장하는 어휘를 설명하는 사전이 있어요. 그거 쓸 필요 없습니다. 그냥 뜻이 이해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읽으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그 단어가 혹은 그 표현이 어떤 뉘앙스를 가진, 어떤 메시지를 지닌 표현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돼요. 한 다섯 번 읽어도 해석이 안 되는 단어 이런 것은 사전을 한번 뒤져보면 좋겠죠. 제 권하고 싶은 책은 토지입니다. 토지 3부, 4부는 읽지 않아도 돼요. 1부, 2부만. 토지는 굉장히 재미난 책이에요. 중간에 남녀상열지사가 들어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어떻다 이렇게 말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청소년용 토지가 따로 나왔는데, 그거 읽지 마세요. 그냥 오리지날로 읽으십시오.
나도 여러분만한 나이 때, 원래 아이들은 불량식품도 먹으면서 자라는 거 맞죠? 어릴 때 가게에 가보면 큰 메이커에서 나오는 그런 이름있는 과자보다 상표도 알 수 없고 이런 정체도 알 수 없는 울긋불긋한 그런 과자가 훨씬 맛있어 보이잖아요. 그런 거 먹으면서 면역력도 키우고 자라는 거에요. 독서도 그렇습니다. 권장도서, 교양도서, 이거 학교에서 주는 거 문화관광부에서 교육부에서 내리는 거 이것만 읽는다고 해서 지적으로 튼튼한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에요. 불량식품도 먹듯이 불량서적도 읽어도 괜찮습니다. 우리 여학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남학생들은 몰래 숨어서 못된 걸 많이 읽잖아요. 그러니까 토지 정도는 괜찮아요.
토지 1부와 2부를 가능하다면 10번. 10번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번. 그냥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괜찮아요. 그냥 읽어요. 재미있으니까 그냥 읽으면 돼요. 계속 한 다섯 번 여섯 번 읽으면 토지에 들어있는 어휘, 문장, 표현방식, 이런 것들이 다 여기(머리)에 입력이 돼요. 어떤 사람은 3번만 읽어도 벌써 출력을 하는 사람이 있고. 조금 타고난 재능이, 아쉽게도 무딘 분들은 한 10번 혹은 5번 읽어야 출력이 돼요.
글 쓸 때 동원할 수 있는 어휘와 표현방법을 풍부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책을 반복해서 여러번 읽는 것이다. 이게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왜 내가 글을 잘 쓰게 되었을까? 라고 생각해볼 때 이것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사실상. 많이 읽지 않으면 절대로 글을 잘 쓸 수 없죠. 아무리 훈련을 하고 아무리 족집게 과외 선생님하고 논술을 공부를 해도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에요. 논술시험을 보는데 예상문제의 답을 미리 써가지고 그걸 통째로 외워서 들어가 쓴다는 거, 이건 정말 비극적인 거에요.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서 어디다 쓰겠어요. 여러분 그런 거 절대 하지 마세요. 책을 많이 읽으면 됩니다. 밥중에 참고서 안보고 학원 안가고 토지 읽고 있다고 타박하지 마시고 어머님들은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밀어주세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이오덕 선생님, 얼마전에 돌아가셨죠?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쓰기. 1권만 읽으면 돼요. 1권, 첫권 한권만 화장실에 놔두고 이것은 진지하게 읽지 않아도 돼요. 이것은 진지하게 읽지 않아도 돼요. 화장실에 놔두고 잠깐잠깐씩 몇 페이지씩 읽어보면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쓰는 글과 말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