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5A08415EC757270D)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청소년작가단 눈맞춤은 5년째 달그락에서 활동 중이다. 지역의 작가님을 만나기도 하고, 직접 글을 써 출판 한 책을 들고 독립서점에 가 직접 입고를 요청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을 분들은 작가단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주시고, 더 좋은 책과 일들을 제안해주시기도 했다. 눈맞춤 작가단은 ‘군산 사람’들의 마음을 전달받으며 5년째 글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 19로 인해 직접 만나 모임과 활동을 진행하지 못해, 전화를 걸어 회의를 했다. 만나지 못하지만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고민했다. 청소년들은 모두가 힘든 상황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이왕이면 ‘은혜 갚은 까치’처럼 군산 사람들에게 말이다. 청소년들은 거액의 기부를 하지도, 글로 힘듦을 극복할 수 있는 명필이지도 못했다. 다만 ‘군산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작게나마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웃 분들을 SNS 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이분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모아 달그락‘미담’보관함을 만드는 것은 어때요? 군산에 훈훈한 분위기를 모아 당장 찾아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 보관함에 잘 두면 나중에 사회에 힘든 일이 찾아와도 아 우리는 이렇게 이겨냈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글이요.”
목표는 작지만 확실하게 5명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로 군산 미룡동에 위치한 군산검도관 허경민 관장님이시다. 코로나 19가 한국에 발생되고 난 며칠 후, 허경민 관장님은 개인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다.
‘연막 소독 해드려요.’
작은 사업체를 가지고 계신 자영업자 분들은 이 게시물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 이후 관장님은 한 곳 한 곳의 가게들을 작은 연막소독기와 함께 돌아다녔다. 2분을 뿌리기 위해 1분의 예열이 필요한 아주 작은 연막기. 연막 소독을 한 가게들은 하나 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소독 완료!’
연막기와 검도관 스타렉스를 타고 군산을 누빈 허경민 관장님의 인터뷰 글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6154B5EC7581C0B)
Q1.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 따로 무슨 이유가 있진 않았고, 그때 당시에 군산에서 2~3번째 확진자가 나와서 고생이었는데 검도장도 휴일 지침이 내려졌어요. 그래서 도장이 쉬면 할 일이 없으니까 ‘이 시간을 뭘 하면서 보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제가 마침 코로나 19 첫 번째 확진자가 생겼을 때 연막소독기를 사둬서 저희 도장을 소독했었어요. 근데 다른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장은 연막기가 없어서 소독을 못 하고 계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연막기를 갖고 있고 휴일로 시간도 있었던 거죠. ‘시기가 잘 맞았네’ 싶어서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연막기로 직접 소독이 가능하니 필요하신 분들은 댓글을 달라고 글을 올렸어요. 페이스북 군산스토리 페이지에는 안 올리고 제 개인 계정에만 필요하신 분 말씀해달라고 글을 올렸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한 일주일 정도 소독을 하게 됐어요. 따로 계획해서 하게 된 건 아니고 이런 과정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만약 연막기가 없고, 도장 휴일도 안 했으면 못 했겠죠"
모두 힘든 상황이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선뜻 나서기까지 큰 힘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마침 시간이 남아서, 마침 내게 연막기가 있어서.
그 단순한 이유 속에는 다정함과 정이 가득했다. 그 마음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F34475EC7587905)
Q2. 몇 군데 정도 돌아다니셨나요?
“한 30군데 정도 돌아다닌 것 같아요.”
Q3. 소독약 사놓은 게 다 떨어지진 않았나요?
“네. 그래서 추가로 사서 다녔어요.”
덤덤히 하신 말씀 한마디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앞서 말씀하신 이유는 어느 날 생긴 우연찮은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 같았는데, 그 우연을 단순히 흘러가게 두지 않고 그를 활용해 최대한 많이 도우시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지어는 부족한 것을 새로 채워가면서까지 도와주시는 모습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하신지 느껴졌다.
Q4. 선행을 베풀고 난 후의 기분이 어떠셨나요?
“‘선행을 베푼다’라는 표현은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인식이 있어요. 사실 제가 연막 소독기로 소독을 한다고 올려서 신청 받은 거잖아요. 누가 더 높고 낮음이 없는 것이죠.
자영업자분들하고 페이스북으로 얘기 몇 번 한 적은 있지만 본 적도 없고 가게에 가 본 적도 없고, 일면식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자영업자 분들 뵙고, 가게 구경도 했어요. 제가 도장을 하다 보니까 카페, 옷집 종류 상관없이 인테리어 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니까 선행보다는, 가서 사장님하고 얘기하고, 업장 구경하고, 그런 마음으로 다녔어요. 그리고 돈은 안 받았는데 다른 걸 많이 받았어요. 돈을 안 받으니까 미안하셔서 음료수 같은 것도 많이 주시고, 옷집이면 작업 바지 같은 옷, 식당이면 음식, 이런 식으로 많이 주셨어요.
사비로 하느라 돈 많이 들었겠다고 하는데 받은 거 생각하면 받은 게 더 많죠.”
남을 돕는 일이 좋은 일이라지만 서른 군데나 다니셨으니 힘들거나 지치진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부정적인 면보다 가게 사장님과 얘기도 나누고 업장도 구경도 했다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셨다.
그런 점 덕분에 좋은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살려고 해도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기에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가게 사장님들도 정말 좋으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도우러 온 사람을 환대하시는 모습이 따뜻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다. 정말 고마워도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살면서 수없이 들었던지라, 고마운 마음을 잘 표현하시는 가게 사장님들도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C77455EC758B308)
Q5.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가장 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운동을 하니까, 사람들하고 그냥 여럿이 모여서 같이 운동하고 싶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하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잖아요. 저희 도장도 휴일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하고 하는 합동 검도 연습이나 하고 싶어요. 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다 그래요. 사람들과 다같이 운동 한 번 하면 시원하겠다, 생각하고. 우리는 그러고 싶죠.”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 같이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씀에 지금 같은 상황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운동이 취미이자 직업인 선생님께 운동은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평범한 일상조차 누리지 못하게 된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Q6.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고생하시는 분들... 많죠. 가장 힘든 사람들은 걸린 사람들이 격리당하면서 치료받고,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제일 힘들 거예요. 그 사람들 치료해 주는 의사, 의료진분들, 정부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잖아요. 학교 못 가는 학생들, 문 닫는 자영업자들. 안 힘든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버티자, 버티자 하는데, 마냥 버티기 힘든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도 정부에서 나름 많은 지원해 주니까, 좀만 버텨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Q7. 개인적으로 더 할 말이 있으신가요?
“살면서 인터뷰를 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색다르고 재밌었어요.
아쉬운 점은, 직접 만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만나서 얘기하면 더 생동감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우면서도 재밌는 것 같아요. 두려운 것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되게 재밌을 것 같고. 요즘은 서로 다 힘들다 보니까 만나면 서로 다 ‘힘드시죠’ 라고 얘기를 해요.
주제는 하나죠, ‘힘듦’. 그래도 얘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선생님 같은 분이 이 상황에 큰 힘이 되어주시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침으로써 많은 사람이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고 그에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사람들이 앞으로도 이처럼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 인터뷰의 아쉬운 점도 개선되고, 선생님도 다시 사람들과 다 같이 운동을 할 수 있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