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산국
어느덧 만추(晩秋)!
인간세상과 달리 자연계는 흐트러짐 없이 제 길을 걷습니다.양지쪽 둔덕엔 가을 햇살을 머금은
산국이 무리지어 피었습니다.벌 나비를 유혹하는 향기가 산기슭에 흥건합니다.봉래화(逢萊花),
야국화,향엽국,암향국,개국화,황국 등 여러 이름을 가진 산국은 가을의 진객(珍客)입니다.
봄철엔 어린 움을 나물로 먹고,여름과 가을엔 잎과 꽃을 유용하게 쓰지요.엄동설한 겨울철에 캔
뿌리는 약재로 활용합니다.동의학사전과 한국본초도감,
방약합편 등에서는 산국이 두통과 어지
럼증, 혈압을 내리는데 효험이 있다고 전합니다.
잎과 꽃 뿌리를 모두 활용할 수 있지만 약성과 영양성분은 꽃이 으뜸입니다.단백질과 필수 아미
노산,비타민,미네랄을 다량 함유한 산국 꽃은 인체 방어능력을 높이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젊고 건강한 몸을 유지해 줍니다.이러한 효능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과 고혈압,동맥경화,협심증,
심장질환,장염 치료와 결핵균 및 각종 바이러스 억제제로 널리 이용됐습니다.민간에서는 산국
효소로 숙취를 해소하거나 두통을 치료했습니다.꽃잎을 우려낸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감기를
예방하는데 널리 쓰였지요.
산국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입니다.
온갖 술수와 사기,기만,협잡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세상에서 ‘순수’를 꿈꾸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립기는 합니다.산국을 앞세워 ‘순수하게 살기’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은 계절.
단잠을 자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세상이지만 산국의 기운을 빌린다면….글쎄요.베개 속에 산국
꽃을 넣으면 잠이 잘 온다는데….한번 해보시지요.넉넉한 가을하늘과 들녘도 품어보시고.
▲ 강병로 전략국장(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