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물리학] 9. 일체즉 유심조
- 정신과 물질 하나…일체감각 공의세계 -
- 사물·현상은 의식이 만들어낸 창조물 -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설한후 바로 반야심경은 ‘수상행식(受想行識) 역부여시’라 선언하고 있다. 관자재보살이 색수상행식의 오온이 다 공하다는 것을 반야로 보았음을 선언하고 잇달아 그 내용을 설하는 것이니 물질계만 공한 것이 아니라 일체의 감각 지각과 사람의 감성및 이성을 포함하는 정신작용도 공하다고 설하는 것이 오온개공의 선언과 부합하지만 이렇게 수상행식 역부여시라 강조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야심경은 정신·물질의 일원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입자·파동의 이중성을 입자에서 발견한 것처럼 반야로 보면 정신과 물질도 하나임을 경은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입자와 파동이 하나의 입자가 갖는 이중성이듯이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정신·물질마저도 하나인 그 무엇이 갖는 이중성에 불과함을 사리자에게 설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은 물질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정신계는 더더욱 모른다. 따라서 지금 정신·물질을 입자·파동의 이중성과 같은 수준에서 얘기하거나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일원론은 일찌기 대두되었고 그러한 일원론의 입장에서 정신-물질-생명을 하나로 보고 연구하는 사람이 있음도 사실이다.
특히 혼돈의 과학, 복잡계의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인공생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인공생명과 실제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사이엔 개념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물질계를 다루는 학문이 물리학이지만 물질계를 다루고 관찰하는 것은 의식(意識)을 아낀 사람이기에 물리학도 의식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사실 관찰자와 물질계를 나눌 수 없다는 원리가 물리학에 있는데 이 원리를 불확정성 원리(不確定性 原理) 또는 일반화시켜 상보성 원리(相補性 原理)라 부른다.
이 원리는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먼저 물질계든 정신계든 그 무엇을 대상으로 삼아 연구하는 사람들, 학자가 아니더라도 관찰하는 “나”와 대상인 사물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별지가 작용하여 주·객을 분리시킬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해 설명한 중국의 우화를 생각해 본다.
옛날에 수염이 아름다운 노인이 있어 소문이 널리 퍼졌기에 임금이 보고 싶어 불렀다. 과연 소문만치 아름답고 긴수염이기에 임금은 감탄하고 상을 내렸다. 그리고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노인에게 물었다. 잘 때 수염을 이불속에 넣고 자는지 아니면 수염을 이불 밖에 내놓고 자는지에 관해 물었다. 평소에 의식치 않고 지냈던지라 노인은 대답을 못하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잘 때 자기가 이떻게 하고 자는지 살펴 보았더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염을 이불 속에 넣어 보았더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고 그래서 이불 밖에 내놓았더니 이번엔 허전하고 무엇인가 빈 것 같아서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생각도 없이 이불과 나를 분리시키지 않았을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편안하던 것이 한 생각이 일어나 나와 이불을 분리시킨 그 순간부터 노인에겐 복잡한 생각이 일어나 불편했다는 얘기다. 편안함과 불편함은 노인이 갖는 하나의 느낌에 불과하여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생각이 일어나 마음속에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났음을 생각해보기에는 어렵지 않다.
편안함을 느꼈던 불편을 느꼈던 노인이 만들었던 것이다. 물리학도 이 우화와 비슷한 설명을 자연계에 대해 하고 있다. 분리할 수 없던 하나, 즉 자연을 바라보는 관찰자와 관찰되는 자연은 하나인데 이 하나로부터 관찰자와 자연을 분리시켜 주·객으로 나누었기에 복잡하다면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현상은 모두 관찰하는 사람의 창조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 앞에 전개되는 사물과 현상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의식이 만들어낸 창조물인 것이다. 일체 즉 유심조인 것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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