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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의 증상(1) : 뾰루지와 색점, 백반증(1-3)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건강 문제를 다룰 때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돌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통해,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1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만일 사람이 그의 피부에 무엇이 돋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색점이 생겨서 그의 피부에 나병 같은 것이 생기거든 그를 곧 제사장 아론에게나 그의 아들 중 한 제사장에게로 데리고 갈 것이요 3제사장은 그 피부의 병을 진찰할지니 환부의 털이 희어졌고 환부가 피부보다 우묵하여졌으면 이는 나병의 환부라 제사장이 그를 진찰하여 그를 부정하다 할 것이요(1-3)
레위기 13-14장은 인간과 사물의 표피에 나타나는 악성 번식의 진단과 그것의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정입니다. 13장은 이 표피의 부정결에 대한 난해한 증상들로, 14장은 그것들의 복잡한 정결 절차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나병’ 혹은 ‘문둥병’으로 번역되어 온 히브리어는 ‘짜라아트’입니다. 원래 헬라어 ‘레프라(lepra’)는 나병이 아닌 다양한 피부병에 대한 총칭이었는데, 근대에 와서 이것이 나병을 지칭하는 전문 용어로 자리 잡아 이런 오해가 발생했습니다. 현재는 이 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기 위해 이 병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 한센병(Hansen's disease)으로 칭합니다. 따라서 짜라아트의 번역인 ‘문둥병’(한글개역) 혹은 ‘나병’(개역개정)은 오류입니다. 증상의 측면에서 볼 때, 세 가지 점에서 그러합니다.
첫째, 히브리어 ‘짜라아트’가 ‘문둥병/나병’으로 번역되었는데, 사실은 벽이나 물건의 표면에 번지는 악성 곰팡이도 ‘짜라아트’로 선언됩니다. 그런데 벽이 문둥병이 걸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짜라아트’에 대해 ‘문둥병/나병’이라는 번역은 적절치 않습니다.
둘째, 사람의 피부에 발생한 ‘짜라아트’의 증상들을 볼 때, 오히려 나병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것은 심지어 불에 덴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을 가리키기도 하는 등(레 13:24-28),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람 피부에 나타난 짜라아트는 매우 다양한 양상의 피부병들을 포함합니다. ‘짜라아트’로 분류된 피부 질환은 랍비들에 따라 16종, 36종, 혹은 72종으로 다양합니다. 대체로 피부가 눈처럼 하얗게 일어나며 피부 발진(색점)으로 붉게 부풀어 오른 종기, 전염성이 있는 피부 발진, 머리털이 빠지며 생기는 머리의 피부염을 비롯하여, 아마 나병을 포함할 수도 있는 포괄적이고 심각한 피부 질환들입니다. 이것은 만성 피부병이라기보다 대체로 갑자기 발생하는 특징을 갖습니다. 따라서 사람 피부의 ‘짜라아트’는 문둥병보다 악성 피부병이 더 나은 번역입니다.
셋째, ‘짜라아트’는 의학적 관점의 ‘질병’을 넘어선 제의적 관점의 ‘부정결’입니다. 제사장은 전문 의료인이거나 보건요원은 아니지만 훈련된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가지고 짜라아트 여부를 판정했을 것입니다. 이때 제사장은 의학적 관점을 포함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더 포괄적인 제의적 관점에서 판정을 내립니다. 즉, 몸을 둘러싼 피부의 무질서하고 비정상적인 상태가 ‘짜라아트’입니다. 따라서 ‘짜라아트’는 궁극적으로 나병이나 특정 피부병에 대한 의료적 진단을 넘어선 제의적 판단의 결과입니다. 이로 인해 피부병이 아닌 전염성이 없는 화상에 의한 피부 감염도 ‘짜라아트’로 선언될 수 있습니다(24-28).
결국, ‘짜라아트’는 나병이 아니라, 여러 증상으로 표피에 번지는 심각한 번식 현상, 즉 악성 피부 질환, 혹은 건물이나 물건 표면의 악성 곰팡이를 지칭하는 포괄적 용어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편의상 사람 피부에 대해서는 ‘나병’을, 건물/물건의 표면에 대해서는 ‘악성곰팡이’를, 둘 다를 공통적으로 표현할 때는 ‘악성 번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나’이란 단어를 한센병으로 오해해선 안 됩니다.
사람 피부에 발생하는 나병의 증상들에 대한 히브리어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피부병인지 랍비들도 의견이 분분하며, 피부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으로도 병명을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석가들마다 나병의 증상들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한글 성경을 포함한 번역 성경들도 용어가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정확히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그것이 주는 제의적 신학적 의미를 분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절에서 보듯이, 나병 의심 환자가 나타나면, 제사장이 진단하고 검사를 하여 악성 피부병인지 여부를 판정합니다. 만일 악성으로 확진되면 그 환자는 즉각 진영 밖으로 추방해야 합니다. 나병의 첫째 증상은 피부에 무언가가 일어나거나(아마 어루러기나 피부 발진), 뽀루지가 생기거나 하얀 피부 병변(아마도 백선)이 생기는 것입니다. 환부에 무언가가 일어나긴 했으나 환부는 전체적으로 함몰되어 있는 특징을 보입니다. 피부에 나타난 ‘점’(바헤레트)은 ‘얼룩’이 더 나은 번역으로 볼 수 있는데, 피부에 생긴 일종의 어루러기(백반)와 같은 하얀 피부 병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절로 판단해 보건대, 아마 가려움 때문에 긁어서 ‘생살’이 드러난 것이 나병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때 대제사장이나 일반 제사장들에게 그 환자를 데리고 가 진단을 받습니다. 만일 환부에 털이 하얗게 되고 환부가 약간 함몰되어 있으면 이것은 심각한 피부 질환, 즉 ‘짜라아트’입니다. 제사장은 ‘이 사람은 부정하다’고 소리쳐야 합니다.
나병이 아닌 피부병(4-8)
질병의 증상을 통해 주의 깊은 관찰과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대인에게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또한, 외적인 증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들의 내면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상기시킵니다. 아픈 이들을 지지하고 돌보는 것이 서로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임을 일깨워 줍니다.
4피부에 색점이 희나 우묵하지 아니하고 그 털이 희지 아니하면 제사장은 그 환자를 이레 동안 가두어둘 것이며 5이레 만에 제사장이 그를 진찰할지니 그가 보기에 그 환부가 변하지 아니하고 병색이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제사장이 그를 또 이레 동안을 가두어둘 것이며 6이레 만에 제사장이 또 진찰할지니 그 환부가 엷어졌고 병색이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피부병이라 제사장이 그를 정하다 할 것이요 그의 옷을 빨 것이라 그리하면 정하리라 7그러나 그가 정결한지를 제사장에게 보인 후에 병이 피부에 퍼지면 제사장에게 다시 보일 것이요 8제사장은 진찰할지니 그 병이 피부에 퍼졌으면 그를 부정하다 할지니라 이는 나병임이니라(4-8)
그러나 만일 하얀 병변이 생기긴 했지만, 피부가 함몰되어 있지 않고 털에도 하얀 가루가 묻어 있지 않으면 제사장은 그를 의심 환자로 분류하여 칠 일 동안 격리해 놓습니다. 칠 일째에 다시 그를 진찰했을 때, 여전히 환부에 변화가 없고 피부병이 퍼지지 않았으면 확진을 위해 다시 그 환자를 칠 일간 격리합니다. 재진을 통해 환부의 증상이 완화된 것이 보이고 색이 희미해졌으면 그것은 일반 피부병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이때 제사장은 ‘이 사람은 정결하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단순한 부정결의 상태에 놓인 것이므로 (아마 목욕을 하고) 옷을 빨면 완전히 정결한 상태로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완치 판정을 받은 뒤라도 다시 동일한 피부병이 발생하면 제사장에게 세 번째 검사를 받아야 하며, 만일 그 피부병이 번졌으면 그는 악성 피부병이 걸린 것으로 최종 확진되며, 제사장은 ‘이 사람은 부정하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나병의 증상(2): 흰점과 생살(9-17)
질병과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신체적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또한, 외부의 모습이나 상태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들의 내면의 가치와 존엄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동체 내에서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며,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9사람에게 나병이 들었거든 그를 제사장에게로 데려갈 것이요 10제사장은 진찰할지니 피부에 흰 점이 돋고 털이 희어지고 거기 생살이 생겼으면 11이는 그의 피부의 오랜 나병이라 제사장이 부정하다 할 것이요 그가 이미 부정하였은즉 가두어두지는 않을 것이며 12제사장이 보기에 나병이 그 피부에 크게 발생하였으되 그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졌으면 13그가 진찰할 것이요 나병이 과연 그의 전신에 퍼졌으면 그 환자를 정하다 할지니 다 희어진 자인즉 정하거니와 14아무 때든지 그에게 생살이 보이면 그는 부정한즉 15제사장이 생살을 진찰하고 그를 부정하다 할지니 그 생살은 부정한 것인즉 이는 나병이며 16그 생살이 변하여 다시 희어지면 제사장에게로 갈 것이요 17제사장은 그를 진찰하여서 그 환부가 희어졌으면 환자를 정하다 할지니 그는 정하니라(9-17)
9-17절은 나병의 증상을 보이는 피부병을 단번에 감별하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특별히 12-16절은 이상하게 읽힌다. 나병이 전신에 퍼져 피부가 여기저기 희어졌는데, 제사장은 정결한 자로 선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언뜻 피부에 발생한 나병의 증상으로 보이기에 일단 나병이라는 표현을 쓰나 실제로는 나병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 혼란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일종의 피부병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피박리, 즉 새로운 하얀 피부가 생기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병의 하얀 피부는 눈이 내린 것 같으면서, 털까지 하얘져 눈발처럼 흩날려 보이는 특징을 가지나 표피 박리는 특징상 단순히 살갗 자체가 하얀 색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제사장이 이것을 구분해서 최종 진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나병의 대표적 증상은 다섯 가지 정도로 나타나는데, 무엇보다도 피부가 군데군데 하얗게 변하는 흰색 피부 발진과 더불어 털이 희어지기 때문에 마치 피부에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증상을 요약하면, 흰색 얼룩(점)과 흰털, 피부 발진, 뾰루지, 생살, 그리고 우묵하게 들어간 피부 등입니다. 저주를 받은 미리암(민 12:10)과 나아만(왕하 5:27)에서 전형적인 나병의 증상이 확인되는데, 공통적으로 “나병이 발하여 눈같이 되었다”고 표현됩니다.
일단 나병의 증상이 발견되면, 제사장이 진단하여 악성 여부를 판정합니다. 현대 의학적 방식으로는 아마 어떤 질환의 양성과 음성의 판정과 비슷할 것입니다. 만일 그것이 음성 판정이 내려지면 추방은 면하고 자신의 거처에서 일련의 정결 의례로 씻어내면 되지만, 악성판정이 내려지면 추방됩니다. 일단 추방된 나병 환자라도 나중에 치료가 되었을 경우, 진영 밖에서 제사장의 검사를 받고 완치 판정이 나오면 복귀 의례를 밟습니다. 그러나 복귀 의례는 매우 복잡한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나병은 철저한 정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본문은 질병과 정결함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필요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적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외적인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서로의 내면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내에서 아픈 이들을 지지하고 돌보는 것이 서로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회복하고 치유하시는 분임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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