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세금 같은 거 아녜요?] 정병경
ㅡ시대의 흐름ㅡ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 연극 무대가 펼쳐진 시기는 1980년대이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활성화된 것이다. 여러 극단과 소극장들이 모여 지금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31년 전 연극 무대를 찾은 기억을 회상해 본다. 문예회관 대극장으로 들어선다. 당시에는 의무적으로 하는 결혼이어서 연극에 호기심이 생긴다. ‘결혼이란 세금 같은 거 아녜요?’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가는지 궁금하다. 오해와 변명에 대한 스토리이다. ‘더모드’ 아내 ‘그로네’와 ‘핀텐’의 아내인 ‘니이브’의 관계 설정이다. 그로네의 옛 애인 제임스가 끼어들어 펼쳐진 무대는 숨바꼭질로 이어진다.
결혼을 세금에 비유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남녀 관계가 결혼 이후부터는 속박이 따르기에 헌신으로 여길 수도 있다. 각자의 해석은 다르다. 연극이 직설적이기보다 은유적으로 전개되어 흥미를 더한다. 재치 있는 연기가 눈에 선하다. 관객은 결혼에 편입된 입장으로 봐야 재미를 더한다. 문학적인 작품으로는 호응도가 좋은 편이다. 출연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잠시 생각해 본다. 현대 세대가 깊이 생각할 숙제이기도 하다.
공연 프로그램을 다시 펼쳐 보니 복종과 저항의 권리를 상기하게 된다. 결혼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끝내는 사랑의 깊이이다. 성의 덫으로도 여겨진다. 세금이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수이듯 결혼도 하나의 질서이다. 결혼생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연극은 편향된 입장에서 보기만 하면 된다.
작품 속 남자들을 살펴본다. 제도에 안주하거나 욕정에만 급급하다. 핀텐은 동물적으로 표현된다. 더모드는 사업가이면서 부도덕한 행동으로 아내를 대한다. 반면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엄을 부르짖는다. 그로네와 니이브는 부도덕의 경계에서 방황하게 된다. 두 여성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사랑이 부족한 결혼과 대화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 그들이 선택할 유일한 저항은 속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남녀 관계는 달라진 게 무얼까. 지금 세대는 결혼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국가나 사회적으로 결혼이 화두가 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을 자유와 동거의 권리를 스스로 택하는 시대이다. 또 다른 형태를 모색하기도 한다. 선택의 속도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국가나 사회적인 뒷받침이 미흡한 점도 따른다. 청춘은 점점 외로워져 가고 있다. 참고 살던 시대에서 견디지 못하는 세대로 바뀌어 간다. 어느 쪽이 더 성숙한지는 단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남자가 할 처세는 힘을 내려놓는 일이다. 권위주의 시대는 끝났다. 권위 대신 감수성과 침묵보다 언어가 요구된다. 여자는 침묵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참아 온 시간만큼 말할 권리를 찾는다. 욕망을 추구하는 남자와 반대인 여자와의 대립으로 갈등이다.
그로네가 마지막에 말하듯,
“돈은 우리를 완전히 망치지 못한다. 결혼이라는 세금은 피할 수 없어도, 인간성까지 징수당할 의무는 없다. 집이 아니라 모텔로 가자.” 제도 바깥에서 잠시 숨을 고르자는 제안이다.
작가 ‘휴레나드’가 이 시대를 겨냥해 만든 작품인 듯하다. 질문과 답은 우리에게 맡긴다. 결혼이란 세금보다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열연한 민지환과 김민정, 문홍섭, 윤주상 연극인을 오래도록 가슴에 새긴다. 작품을 연출한 강유정 대표의 연극 무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준다.
[결혼은 세금]
사랑의 조건 앞에
순종과 굴욕 정신
가슴을 파고드는
참음이 미덕이라
한순간
사라진 권리
미소 떠난 가정사
무너진 질서 앞에
괴로운 마음 침묵
참 나는 사라지고
이성은 낯선 자리
선택과
필수의 갈등
자유스런 만남을
시간은 약이 되어
삶 속에 애정 남아
조화의 굴레에서
함께한 세상 인정
내 안엔
너가 있으니
부담 없는 한세상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