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분 신부의 어머니 이야기
춘천교구에 4명의 아들과 한 명의 친 손자를 사제로 봉헌하고,
항 명뿐인 딸조차 수도자로 봉헌하신, 참으로 대단하신 어머니가
아흔 일곱의 연세로 하느님 곁으로 떠나셨는데
장례미사(2015.5월)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고인께서 장례미사에 부를 성가곡을 미리 선곡해 놓으셨고,
장례미사에 오신 분들을 웃게 하라고
오세민 아들 신부에게 당부하셨답니다.
그래서 오신부가 유족의 감사인사 중에
갑자기 선그라스를 꺼내 쓰는 바람에
엄숙했던 장례미사가 한바탕 웃음이 맴돌았답니다.
이 할머니가 직접 고른 장례 미사 성가는
입당 ‘주님은 나의 목자’(50번),
화답송 ‘주님은 나의 목자’(54번)였습니다.
미사 참례 신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 이 할머니는
성체 성가로 ‘주여 임하소서’(151번),
‘무변 해상’(251번) 등 두 곡을 골랐습니다.
마지막(파견) 성가는 ‘한 생을 주님 위해’(248번) 였습니다.
“한 생을 주님 위해 바치신 어머니, 아드님이 가신 길 함께 걸으셨네….”
또 고인께서는
당신이 연옥에서 당신 몫을 다 받고나면
3일을 연옥에 더 있겠다고 주님께 청하겠다 하시더래요.
왜 그리하시려 하느냐고 여쭈니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해서 봉헌하겠다고 하셨답니다.
그리고 100여 년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보니 사랑밖에 없는데
그동안 많이 베풀지 못함이 가슴 아프다며 유언하시기를,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도록 관 뚜껑에
"사랑을 베풀고 가지 못함이 가장 가슴에 사무친다"
라고 적어 달라 하셨다고 ...
7남 1녀 중에 사제 4명과 수도자 1명을 봉헌하시고
친 손주까지 사제로 봉헌하신 삶과
일상의 삶을 성덕으로 승화시킨 인생 여정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가 아들 신부에게 보낸 편지
- 아들 신부가 아기 때 입었던 베넷 저고리와 함께 -
"사랑하는 막내 신부님!
당신은 원래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하십시오."
1996년 8월 27일, 옷짐을 꾸리며 ... 엄마가.
1996년 8월 27일, 일 주일 전 사제품을 받은 막내 아들 오세민(춘천교구) 신부가
첫 임지인 홍천 본당으로 떠나던 날,
어머니(이춘선 마리아 91세)는
오신부 손에 작은 보따리를 들려주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풀어 보라."고 말했다.
오 신부는 그날 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보따리를 풀어봤다.
보따리 안에는 신부가 태어난 지 백 일 되던 날 입었던 저고리와
세살 때 입었던 저고리,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가득한 어머니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를 읽던 오신부의 뺨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국교회 최초의 4형제 신부(오상철,상현,세호,세민)을 길러낸 이 어머니는
지난 40여 년 동안 아들 신부에게 수 백통의 편지를 썼다.
아들 신부의 영명 축일과 생일이면 어김없이 편지로 축하했고,
아들이 행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 같으면
편지를 보내 '참 사제'로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 다음은 이 어머니 생전에 구술을 받아 정리한 편지다 -
사랑하는 아들 신부님들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요?
나는 바다와 가까운 속초 청호동성당에서
막내 신부님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제성화의 날을 앞두고
아들신부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적어 띄웁니다.
늘 성체를 가까이 하십시오!
적어도 하루 한 시간은 성체조배를 하며
예수님과 만나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성체를 항상 가까이 하며 예수님과 친교를 맺고,
예수님과 사랑에 빠져야 행복한 사제로 살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성체 앞에서 떼도 쓰고,
하소연도 하고 울기도 하세요.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받아주는 분이십니다.
사제품을 받을 때는 누구나 예수님을 닮은 사제,
신자들을 사랑하는 사제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처음의 약속은
흐지부지 되는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후배 사제들은 선배 사제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닮습니다.
선배 사제들이 성체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면
후배 사제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친절하신 분입니다.
성체조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사제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1시간을 성체와 함께 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신부님이 매일같이 성체조배를 한다면
신자들도 신부님 모습을 보고 따라할 것입니다.
성체조배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얼굴에서 빛이 나고 늙지 않습니다.
성체 앞에서 꼭 기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없이 성체를 바라보기만 해도
예수님은 큰 은총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늘 하느님 말씀에 따라 사십시오!
하느님 말씀을 굳게 믿고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야합니다.
교회법과 나라 법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야합니다.
또 교회에서 나온 책들을 많이 읽으십시오.
틈틈이 책을 읽다보면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보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성화는 사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과 함께 해야지만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정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조배를 하고,
성무일도를 하고, 묵주기도를 바친다면
항상 예수님 곁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를
하루 일과 중 하나로 여기고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또 신자들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대하십시오!
항상 겸손과 온유로 사람을 대하십시오.
신자들을 대할 때면 항상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하십시오.
신자들이 신부님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훌륭한 신부'가 되더라도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기도하며 살아가십시오.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신부님들과 딸 수녀님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신자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사제가 되길 기도합니다.
- 2012년 6월 3일 / 사랑하는 엄마가
♥ 아래 동영상을 보실때는 맨 위의 성가 동영상을 중단하시고 보십시오!!!
첫댓글 어디에서이든 엄마의 사랑 앞에는
마음이 이릿해 옵니다
잔잔히 밀려오는 어머님의 물결을 가슴으로 보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