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동서트레일 기행, 울진 55구간 걷기
동서트레일? 평소 트레킹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아직은 생소한 이름이다. 울진(蔚珍)에서 태안까지, 우리나라 동쪽 끝
과 서쪽 끝을 잇는 횡축(橫軸) 이천 리(里) 숲길이다. 상거(相距) 849km에 총 55개 구간으로 나누어지는 길은 5개 시 도, 21개
시 군, 87개 읍 면, 239개 마을을 거쳐간다. 이 길은 해파랑, 남파랑, 서해랑길 등 기존 한반도 둘레길과 달리 도중에 야영이
가능하고 숲길을 거닐며 곳곳의 생태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 초장거리 백패킹 순례길이다.그러나 아
직은 미완성의 길, 일부 완성된 구간도 있지만 2026년까지 전구간 개통을 목표로 곳곳마다 한창 길을 닦고 있다. 일부 앞서
개통한 구간 중 55구간이 자리한 울진은 산청 수청(山靑水淸)의 고장이다. 서쪽은 울진, 봉화, 삼척 3개 시군이 마주하는 천
의 준봉 삿갓봉이 진조산. 통고산. 백암산과 더불어 태백산맥(낙동정맥)을 이루어 영서지방과 어름 하고, 동쪽은 푸른 동해에
연해있는 고을이다. 태맥(太脈)을 내린 물길들은 첩첩의 산굽이를 따라 휘돌며 대천을 이루고 동해에 이른 하구(河口) 마다에
서는 산수 어우러진 가경을 그려낸다. 유명한 망양정과 월송정이 이들 왕피천과 남대천 하구에서 창해를 불러 산과 강과 바
다가 어우러지는 승지인 관동팔경 이룬다. 지난 주일, 이길 동쪽 첫 구간이자 마지막 구간이 되는 울진 55구간을 걸어 보았다.
울진 금강송면 하원리 불영계곡을 찾았다. 청산 옥계다. 낙동정맥 통고산과 답운치를 내린 광천(光川)이 심한 감입곡류로 흐
르며 기암괴석 단애절벽 마다마다에 수려한 풍광을 그려내는 곳이다. 산골짝 작은 마을은 가을이 완연했다. 앞 뒷산 높아 하
늘도 좁은 곳, 올곧은 금강송은 울울한 삼림(森林)을 이루고 푸른데, 개울가 다락논엔 수확 앞둔 벼들이 맑은 아침나절 빛살에
금빛 더 짙었다. 마을 앞 징검다리를 건너 한티재를 향해 올랐다. 한티재는 천축산(天竺山)이 동북쪽으로 늘어뜨린 줄기에 있
는 고개로 이 산줄기는 광천과 왕피천(王避川)의 수계를 가르며 성류굴 앞까지 내달린다. 한티재는 반세기 전만 해도 하원리
와 재 넘어 있는 근남. 매화 사람들이 불영사와 시장을 오가며 넘던 고개다. 울진 매화가 고향인 필자도 6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 불영사 원적길에 이 고개를 넘었었다. 아련한 옛 추억을 떠 올리며 걷던 고개에서 꼬리진달래를 보았다. 한반도 중부 이
북 고산에서만 자생하는 상록활엽관목인 이 나무가 이곳에까지 남하해 자생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반가워 살펴 담았다.
재넘어 왕피천 가 막금마을을 지나 수곡 1리 누금마을을 찾았다. 격암(格庵. 南師古. 1509~1571) 유적지가 있는 마을이다. 격
암은 울진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거유(鉅儒)다. 천문지리등 다방면에 걸쳐 조예가 깊은 학자인 그는 당쟁과 임진왜란을 예언
하고, 십승지지와 한반도 지형을 호랑이형상이라 하는 등 오늘날 호미곶의 이름을 낳게 한 장본인이다. 그가 살던 집터엔 기
념관과 생가가, 그 외 재동서원 수남정사 등 유적들이 잘 복원되어 있었다.마을 앞 왕피천가에서 다시 고개를 넘어 광천 변 행
곡리를 찾아 효자각 옆 300년 처진 소나무를 담고 다시 행곡 4리 구마마을을 돌아 성류굴 앞을 찾았다.
금장산을 내려 북수로 흘러온 매화천이 왕피천에 합류하는 곳, 선유산 성류굴 일원은 왕피천이 마지막 승경을 펼치는 곳이다.
온갖 종유석과 석순들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성류굴은 천년기념물로 우리나라 최초로 일반인에게 관관용으로 개방한 석회
암 동굴이다. 동굴은 물론 천길 암벽 앞에 서면 절로 오금이 저리고 또 외경스럽다. 그런데 굴 앞에는 이름도 생소한 경북 동
해안 지질공원센터라는 큰 건물이 생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왕피천 유역은 빼어난 자연경관은 물론 산양과 삵. 그리고 산
작약 등등 멸종 위기 동.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생태. 경관 보전지역이다. 성류굴을 돌아 다시 광천을 합류
한 왕피천은 수산교 아래에 큰 하구역을 펼쳤다. 강 위엔 망양정과 왕피천공원을 잇는 케이블카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왜가리
와 갈매기들은 해거름 기운 산그림자 드리운 기수역에 끼리끼리 무리 지어 한가로웠다. 망양해수욕장을 찾았다. 동서트레일
의 들머리이자 날머리가 되는 곳, 이 트레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인적 드문 해변을 조용히 지키고 있었다. 반가웠다.
촬영, 2024, 10, 13.
▼관동팔경 울진 망양정
▼울진에서 태안까지 이천 리 동서 숲길 지형도
▼동서트레일 울진 55구간 지형도
▼울진 55구간 지도
▼울진군 금강송면 하원리, 전치마을
▼전치마을 버스정류장과 한티재 이정목
▼필자의 인증
▼전치마을 앞 광천 불영계곡
▼아미사 가는 길
▼한티재 가는 길 - 1
▼ 한티재 가는 길 - 2
▼ 망태버섯
▼한티재와 전치마을 중간 지점 고개 이정목
▼꼬리진달래 (상록활엽관목으로 중부이북에 자생) / 한티재가 꼬리진달래 자생 남방 한계선임
▼한티재 찬물내기(샘터) - 1
▼ 한티재 찬물내기(샘터) - 2
▼찬물내기 습지 / 5 가구 민가가 살던 옛터
▼ 구절초
▼한티재 옛길 - 1
▼ 한티재 옛길 - 2
▼한티재 / 천축산(653m) 동북능선 해발 500여 m 고개
▼한티재 참취꽃
▼송이버섯 채취하는 사람들의 비닐움막
▼격암 남사고 선생 부친묘.
▼ 임도 갈림길
▼수곡리 막금다리 안 마을 선황당 앞 왕피천 생태보전지역 감시 초소
▼수곡리 막금교
▼왕피천 수곡교
▼ 수곡리 막금마을
▼막금마을 앞 왕피천
▼수곡리 누금마을
▼누금마을 격암 남사고선생 유적지 - 1
▼ 누금마을 격암 남사고선생 유적지 - 2 / 재동서원
▼ 누금마을 격암 남사고선생 유적지 - 3 / 수남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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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금마을 격암 남사고선생 유적지 - 4 / 격암 생가터에 세운 격암기념관과 생가(복원)
▼수곡리 누금마을
▼누금마을 동구 앞 왕피천
▼행곡리 내앞마을 가는 골짜기 입구
▼매봉산 능선 고개 / 수곡리와 행곡리 어름
▼ 평산신 씨 묘역
▼행곡 2리(내 앞마을) 마을회관
▼내앞마을 처진 소나무
▼돼지감자꽃
▼행곡1리 앞
▼ 구미마을
▼구미마을 앞들
▼왕피천에 합류하는 광천 어귀
▼수산리, 울진종합운동장
▼성류굴 앞 왕피천
▼노음리 경북동해안 지질공원센터
▼왕피천 변 행곡리 민물고기생태체험관
▼성류굴로 벚나무길
▼노음리 수산다리 앞
▼왕피천대교와 철길
▼왕피천 하구역 - 1
▼ 왕피천 하구역 - 2
▼울진 망양정해수욕장 - 1
▼ 울진 망양정해수욕장 - 2
▼ 울진 망양정해수욕장 - 3 / 동서트레일 조형탑
첫댓글 서해랑길 대신 울진행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군요.
꼬리진달래는 처음 보았습니다.
처진 소나무는 속리산 정이품송 판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