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시계와 태엽 장난감은 같은 원리로 동작한다. 고로 시계를 이해하면 태엽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아니 다른 기계도 만들 수 있다. 금속은 다루기 어려우니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무줄, 스프링, 종이, 목재, 플라스틱으로 제작한다.
1. 동력원
쉽게 만들 수 있는 시계 중에서 가장 정확한 것은 물론 해시계이다. 해시계는 해가 떴을 때만 동작하고 기계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물시계부터 보자.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력원이 필요한데 물시계는 물레방아와 같은 수력, 증기 기관은 화력, 풍차는 풍속계와 같은 풍력, 기계 시계는 태엽을 동력원으로 한다. 태엽 대신 우린 고무줄을 사용한다.
자연에서 힘을 얻는 물레방아의 경우 홍수가 나면 에너지가 넘치는 문제가 있다. 바람 방향에 무관하게 동작하는 풍차는 풍속계와 원리가 같다. 선풍기 형태의 풍차는 바람의 방향에 영향을 받는다. 풍속계의 고깔모양 주머니가 바람을 담거나 바람을 갈라 흩어지게 한다. 인터넷에서 풍속계를 검색해 보기 바란다. 문제는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태엽이 없던 시절에는 중력을 이용해서 동력을 공급 받았다. 아주 무거운 추를 밧줄에 매달아 태엽처럼 감았다. 추의 무게는 무겁게 하고 추의 낙하 거리를 짧게 하기 위해서 도르래를 사용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 높은 곳에 추를 매달하야 한다. 도르래도 지렛대와 비슷하게 힘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힘의 세계와 거리를 조절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도르래를 검색해 볼 것. 이렇게 하면 에너지가 일정하게 공급된다. 우린 태엽 대신에 고무줄이 있으니까. 고무줄을 태엽처럼 감을 것이다.
2. 일정한 속도로 제어 = 탈진기(escapement)
시계에선 시간에 맞추어 정확하게 힘을 제어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힘을 제어하지 않으면 한 번에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가게 된다. 힘을 제어하는 원리는 계단을 내려오는 것과 비슷하다. 계속 떨어지면 가속도가 붙어 속력이 점점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계단이 있다면 속도는 다시 0부터 시작하여 일정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 기능을 해 주는 것이 탈진기이다. 인터넷에서 탈진기를 검색해 보라. 탈진기는 방아쇠와 같은 원리고 방아쇠는 지렛대의 원리다.
탈진기는 Y자 모양의 지렛대이다. 이게 힘을 내는 톱니가 돌면 좌우에서 번갈아 양팔로 협공해서 톱니를 잠시 멈춘다. 자세히 보면 톱니의 모양이 비대칭이라서 왼쪽, 오른쪽에서 멈추었을 때 상황이 좀 달라진다. 탈진기 스스로가 가진 진동 에너지는 마찰로 소모되게 된다. 계속 진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너지를 공급하는 톱니가 탈진기의 Y 지렛대를 밀어 줘야 한다. 탈진기 스스로의 진동으로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에너지 공급 톱니가 살짝 밀어주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때 Y 지렛대는 다시 에너지 공급을 받아 반대로 돌게 된다. 이 짓을 무한 반복하게 된다.
정확하게 시간에 맞추는 기능은 진자가 담당했다. 진자의 길이가 일정하면 진폭이 어떠하든 중력에 의해 항상 일정한 시간으로 왔다 갔다 한다. 기계식 시계의 경우는 정밀하게 만들어진 태엽(balance wheel = 평형 바퀴)이 담당한다. 태엽이 감겼다가 풀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이 태엽의 진동 시간을 정밀하게 맞추어야 정확한 시계가 되는 것이다. 균형 바퀴의 무게와 태엽 탄력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정밀 기계라고 하는 것이다.
물시계의 경우는 일정한 수압을 이용한다. 일정한 크기의 통에 항상 물이 가득 차게 한다. 넘치는 물은 버려진다. 가득 찬 통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항상 일정한 수압으로 물이 빠져 나온다. 이 물을 지렛대 끝의 작은 그릇에 받아 담는다. 그릇이 가득 차면 지렛대를 움직여서 톱니를 돌게 한다. 지렛대가 기울면 물이 빠져나가면서 중력에 의해 다시 균형을 잡게 되어 톱니를 멈추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