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정지숙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 온 마을활동가 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서각은 필요한 부분만 살리고 쓸모없는 부분은 파내는 작업이거든요.
삶과 닮은 듯해요."
온 신경이 손끝에 모아졌다. 서걱서걱- 나무 깎기는 소리가 작은 공간에 번져 나갔다.
간간히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심심하지 않게 새어 나왔고 화답하는 이야기들과 웃음소리 들이 채워졌다.
“집중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근력운동에도 도움이 되구요.”
어릴 때 감자를 깎아 모양을 내고, 소나무로 목검도 만들며 놀았어요.
성인이 되어서는 건축일, 목공 일을 했고 이제 7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가 되니,
‘하기 싫은 건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서각 모임에 나오고 있어요.”
단단한 체구와 에너지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모임에 참여하고 계신 분께서 마디 굵은 메시지를 더 전하셨다.
“서각이란 내면의 세계를 창출해 내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림은 남겨주고 여백은 파내는 작업들 통해 불필요한 부분은 버리는 과정이 삶과 닮았지요.”
매주 금요일 중화마중 마을활력소에 생기가 넘쳤다. 중랑구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인 ‘이웃만들기 사업’으로 ‘장미서각회’ 회원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쉬엄쉬엄 참여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고 그분들과 함께 나무의 결을 느끼며 서각을 하고, 서예도 하고 전각을 배우며 시간을 채워갈 수 있어 재미있어요. 잡념에서 벗어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요.”
유독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놀라운 사실은 ‘이웃만들기 사업’이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이웃만들기 사업이라는 게 지원이 끊겼다고 해서, 인연까지 끊어질 수는 없잖아요. 저도 나름 소소하게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재료도 준비하고, 또 모임에 참석하고 계신 분들께서 보태주시기도 하면서 모임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어요.”
장미서각회 리더 신승원 선생님께선 사람 좋게 무심히 소신을 전하셨다. 좋은 의도로 시작해서 좋은 감정들이 이어지지만, 지원이 부족한 경우라면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 정부 지원 사업이기 마련인데, 모임을 진행하시는 리더분과 회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이 모이다 보면, 또 다른 재능을 가진 분들도 만나게 돼요. 서각에 관심이 있어서 모임에 참여하신 분이 계셨는데, 서예에도 능하신 분이셨어요. 그분이 재능기부를 통해 서각뿐만 서예도 배워가시고, 도장도 파고- 이것저것 재능들을 나누며 알차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나무를 좋아하는 결이 고운 분들이 모여, 함께 현인들의 글귀를 알고 그림을 배우고 학문을 알아가며 마음이 정화되는 확장성이 있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하셨다. ‘서각을 하다 보면 세월을 낚을 수 있어’ 좋다고 모임에 참여하고 계신 한 분이 무심하게 말씀하셨지만,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사람을 낚고, 재능을 낚고, 깊이를 낚으며 서각의 여백들을 촘촘하게 채워 나가시고 계신 듯했다.
“지금은 이렇게 모임이 이어지곤 있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어 안타깝지요. 지금 사용 중인 이 공간도 내년에도 대여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간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의 작품이 적지 않아요. 상설공간이 허락된다면 그간의 작품들은 촥- 전시해 놓고, 분위기도 느끼며 작업하면 좋을 텐데, 이런 부분들이 아쉽긴 해요.”
주민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일상생활의 다양한 욕구와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거나 발전방향을 모색함으로써 지역 내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함 목적의 <이웃만들기 사업>으로 시작해서 모임이 결성되었지만, 진짜 이웃들이 만들어졌고, 서각 활동들을 통해 모난 부분을 깎고 여백은 서로 채워주며 ‘사람의 향기’로 채워나가고 계신 분들의 모임을 응원하게 된다.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인연처럼, 계속되고 있는 장미서각회의 이웃만들기 사업도 더욱 단단히 결속력 있게 ‘시간을 내어주고, 에너지를 채워가는 힐링의 시간’으로 지금처럼 계속 번져나가길 응원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