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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원이 약 하나를 도입할 때
- 예시 : 골다공증약 도입
1.
우선 골다공증성 골절을 줄이자는 큰 목표가 섰습니다.
(고관절 골절이 줄어드는 지역사회를 위해!!!!!)
고령자의 골절은 건강수명을 단축시키고,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니까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점점 더 골절이 많아지니까요~
이건 살림의 조직 미션에도 부합하는 일이지요.
지금과 같은 의료대란이 지속될수록 더욱 골절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되지요.
2.
그런데 우리 살림의원에는 골밀도 측정 검사기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살림의원에 골밀도 측정하는 기계가 있었습니다.
발목에서 측정하는 초음파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였는데,
조금 부정확해서 계속 유지하긴 힘들 것 같아서 정리하였습니다.
제대로 측정하려면 척추와 고관절에서 이중 X선 방식으로(DEXA, DXA)
골밀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검사기도 사야 하지만 무엇보다 검사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방사선사 선생님도 있어야 하고요.
기기를 설치할 공간 + 새로운 인력 + 새로운 기계 구매 = ?
지금 우리 형편에는 가능하지가 않군요.
3.
골다공증은 아무런 증상이 없으니 검사를 받아야만 진단할 수 있는데,
살림에 검사기가 없으니까,
혹시 우리가 골다공증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면 앞으로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만 65세 이상 환자분들에게는 루틴하게 검사를 받으시도록 권유하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보건소나 근처 정형외과에서 검사 받는 것을 추천드리자고 생각했습니다.
4.
골다공증 검사는 어떤 의료기관에서든지
1년에 딱 한번밖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난 검사를 언제 하셨는지 알아야 적절하게 추천할 수 있는데,
환자분들은 언제 검사를 받으셨는지 잘 기억을 못 하시지요.
마침 2024년 초부터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골다공증 검사를 받은 시기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이거야!!! 싶었습니다.
심평원 사이트에서 골다공증 검사 여부 조회하는 방법을 직원들에게 교육했습니다.
살림의원의 직무매뉴얼도 업데이트 시켰습니다.
만 65세 이상 환자분들이 진료를 받으러 오시면,
골다공증 검사를 받으셨는지 물어보고, 기억에 정확하지 않으면 조회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꺼내면 골다공증 검사지를 가지고 오시도록 안내할 수도 있으니까요.
5.
“골다공증 검사 후 약 처방은 가능하면 살림의원에서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검사는 다른 곳에서 받으시더라도
검사 결과지는 살림의원으로 가지고 오셔서 상담받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골밀도 검사 뿐만 아니라, 혈액검사나 건강검진 결과지 같은 것들도요.
이렇게 검사 결과를 살림에 모아놓으면 다음에 상담하기에 편하시지요.
6.
다른 의료기관들에서는 Bisphosphonate(BisP) 처방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 약은 치과 임플란트 시술이나 치아를 발치할 때 문제가 많이 생겨서(골괴사 가능)
살림치과에서 항상 조심하고 있는 약입니다.
물론 좋은 효과가 있어서, 살림의원에서도 조심스럽게 처방하고 있습니다만,
BisP는 연속해서 4~5년 이상 처방하면 안 좋아서 휴약기를 거쳐야 하기도 하는데,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드시다 보면 휴약기를 제대로 챙기기 힘듭니다.
언제부터 드셔서 지금이 몇 년 째인지를 아무도 모르니까요.
7.
게다가 BisP는 위장관 부작용이 많으니, 시작해도 결국 못 드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렇다면 치과적 부작용이 덜 하면서도
기존에 쓰던 BisP 약보다 효과가 더 좋은 걸 도입하면 좋겠지요.
그렇다고 BisP 주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망설여집니다.
사실 이 주사제가 치과 부작용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마침 살림의원의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들도 새로운 약 도입을 원하고 있으니,
신규 약제 도입 승인을 경영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8.
다음 그림과 같은 과정을 거쳐
경영위원회에서는 신규 약제를 도입하게 됩니다.
의료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지요.
9.
"프롤리아"라는 새로운 골다공증약을 주문하고 오더를 만듭니다.
살림의원 간호주임 선생님을 통해 약품 도매상에 프롤리아를 주문했습니다.
프롤리아 오더를 만들고, 원내 주사약이니 오더 색깔을 분홍색으로 바꿔놓습니다.
원외약은 검은색, 원내 주사약은 분홍색, 백신은 푸른색.. 이런 식으로 색깔을 바꿔 놓아야
오더 식별이 쉽고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주사는 근육주사를 하면 안 되고 피하주사를 해야 하니까,
헷갈리지 않게 아예 원내 주사 이름을 "피하/프롤리아"라고 등록합니다.
역시 이렇게 해야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걸 줄일 수 있으니까요.
비싼 약이고 재고 관리가 부담이 되니까, 일단 최소량 2개 정도만 주문해 놓습니다.
비싼 약이라 건강보험 적용 조건이 까다로우니,
살림의원 주치의들이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다시 한번 복습합니다.
10.
만 65세 이상 환자분의 접수 시 체크리스트를 발동시킵니다.
체크리스트는 이런 내용들입니다.
- 골다공증 검사를 이전에 언제 받으셨는지 확인하자.
- 폐렴구균(PPSV) 무료 예방접종이 만 65세에 시작되니, 받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오늘 컨디션이 괜찮으면 맞고 가시도록 하자.
- 가을에는 독감 예방접종도 무료로 가능하다는 것을 미리 알려놓자.
- 이외에 유료 접종도 필요하다면 권하자. (대상포진, 폐렴구균(PCV), 백일해 등등)
이렇게 먼저 챙겨드리는 것이 주치의다운 일이지요.
이로써 팀주치의 역량을 강화하고 환자-주치의 관계도 좋아지게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살림의원이 약 하나를 도입하려고 해도 거치는 과정입니다. ^-^
첫댓글 약제 도입과정을 상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다공증약이 치과질환 치료에서 문제가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 놀랍고 반갑기도 합니다.
살림주치의들 간에 협의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역시! 하는 안도감에서요^^
여러 병원을 다니면 처방하는 약의 혼선이나 과복용도 문제가 되겠구나 싶고..
조합원님들 가족들 일반 내원환자분들이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주치의와 정기적 상담을 통해서 적정한 치료와 투약을 받으시길....
골다공증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해 주신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제가 살림에서 전에 골밀도 측정했을 때 경각심을 가졌더라면 지금처럼 나빠지지 않았을텐데 골다공증에 대해 무심했더라구요.
우리 모든 조합원이 골다공증에 경각심을 가지고, 좋은 약과 함께 운동으로 골밀도를 높이면 좋겠습니다.
든든하고 가슴이 찡해집니다.. 이래서 멀리 있지만 살림의원 가고 싶을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