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를 알기 전에도
교육과 수업이라는 것이
예술과 큰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그 연관성이 리코더를 불고 그림을 그리고 흙 가지고 논다고 예술이라기보다는,
그냥 교사라는 일이 예술가의 일과 굉장히 비슷하다고나 할까?
교대와 임용이라는,
공부로 선발되기는 하지만
선발 후 교사의 위치와 심적상태는 예술가들과 비슷하다 싶었다.
다큐나 영화에서 보면
많은 예술가들은 자기가 원하는 음악, 조각,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매우 무기력해진다.
교사도 마찬가지로 학급에 작은 문제가 생기면
퇴근 후나 명절같은 연휴중에도 마음이 찝찝하고 답답했다.
며칠간 쉬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며칠 쉬는 동안에 마음이 불편하고 아이들이 신경 쓰여서
타임머신타고 그 전 주 수요일 쯤으로 이동해서 못다한 작업하고 싶은게 그 당시 나의 마음이었다.
방학도 마찬가지였다.
방학 동안에도 몇 명 아이들을 불러서 수업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고,
방학 중에 애들이 미친듯이 보고 싶어서
4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손 편지를 쓴 동기도 있었다.
물론 돌아온 것은 몇 통 안 되는 답장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좋았었던 시절이었다.
예술가들은 자기가 원하는 예술작품이 나와야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대부분의 교사들도 사회적 위치나 평판보다는
오롯이 자기가 이끌어가는 교실의 모습을 중요시한다.
그림 잘 나오면 아무도 관심없는 데 자랑하고 다니는 예술가들 마냥 교실 속 아이들 모습이 예쁜 상태가 되면 또 팔불출처럼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닌다.
진짜 별거아닌데 이유없이 행복하다.
이 행복이 진짜 미치는 경지라 이건 못 느껴본 사람은 모른다.
동기생 누가 말하길
가진 주식이 상한가 칠때보다
좋아하는 게임 올킬 할 때보다 쾌락이 강하다 했으니
아마도 나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투거나,
선생님과 학생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또 괴로워지며 그 문제를 붙들고 노심초사하며
물감 부어 예쁜 상태로 만들고 싶어진다.
아이들 사랑하는 교사라면
잠 안자고 작품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0 선생님이 🦶🪨 교사들이 방학과 아이들 없는 학교를 자랑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을 때, 많은 교사들이 0 선생님이 교사 생활 안 해 봐서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궁시렁 거렸는데...
경험상 0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서 또 왕따가 되었지만.
주말에도 아이들 불러서 예쁜 관계 만들어주고 싶고,
그 당시 주 6일에서 주 5일제로 바뀌어 가던 시절이었는데
주 5일제가 싫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제는 나이가 50이 넘어가고
혼자서 중학년 에포크, 상급 에포크에 중학년/ 상급 영어, 한자. 그리기, 칠하기, 흙놀이, 리코더와 합주 등등
주당 어마무시한 시간을 혼자서 감당하느라
( 일반 학교나 발돌 교사의 3~4배 정도의 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너무 바쁘고 피곤하기도 해서
어떻게든 짬을 내서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본 정서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
사람마다 개인에게 중요한 게 있다.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이름을 날리고 이곳저곳 초청받아 강연을 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적조건이 어떻든 간에
내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이 현실에서 구현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변태들도 있으며
나는 교사도 그런 족속이라 믿고,
또 그런 족속들이 교사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외적 조건으로 독일 어디에서 자격을 받고,
발도르프 관련 연수를 몇 백 시간 이상 들었다고 해도,
또 그림이나 악기를 잘 다루는 재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또 아는 게 많아 머리가 빵빵하다 해도
내가 볼 땐 그런 사람은 교사 자격 미달이다.
그래. 내가 이렇게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로부터 불편함을 받았겠지. . .
근데 그건 외부의 인증이 문제가 아니라
내적으로 자기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문제 아닐까?
UDT 부대 입구에 늘 써 있던 문구가 있었다.
귀관은 특전 요원의 자질이 있는가?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문구였다.
교사로 바꾼다면은 그렇게 되겠지.
당신은 교사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물론 그 자격이 국영수를 잘 가르치거나
대안교육계의 10명도 안 된다는 초등교사 자격도 아닐 것이고,
뭐 어디서 준다 발도르프 교사 자격 인증 역시도 아닐것이다.
요즘 그 문제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많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직업의 등급을 나누고,
의사 검사 변호사랑 비교하며
교사의 가치를 깍아내릴지라도,
심지어 초등교사라 낮춰보거나
증이나 자격이 없는 교사라 무시하더라도
쭈그러들 필요는 없다.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니까.
( 발돌판에서 강의하며 보따리 장사하는 어떤 선생이 내게 말했다. 넌 뭐 그렇게 도도하냐고. . . 내가 도도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쭈그러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하듯 '아이고 우리 선생님'하고 고개 숙이면서 떠받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내가 좀 도도하지 않고 미미한 인간인 척 했더라면, 이곳저곳 다니며 내 뒷 얘기를 좀 덜 했을까? 아닐 거 같다. 어차피 '내 밑으로 줄 서.' 가 기본 정서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와 상관없이 뒤에서 딴 얘기하고 다니던 일은 그 사람의 문제라 바뀌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첫댓글 그리하야 발돌교사가 될 인성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일찌감치 포기한 거, 이게 내가 제일 잘한 게 아닐까... ^^;;
'0 선생님이 교사 생활 안 해 봐서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궁시렁 거렸는데...' 당연히 힘든 일이긴 한데, 힘들어도 신나는 일이면 되는 거고, 그저 힘만 들어서 괴로운 일이면 때려치우면 됨.
교사나 예술가가 아니라 무슨 직업에 종사하든 아침에 일어나서 일할 생각을 하니 즐거운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면 즉시 때려치우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거임.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한다면, 그 사람들 문제지 내 문제가 전혀 아니므로 구냥 무시하면 됨. ㅎㅎㅎㅎ
그 때려치우는 데도 용기와 힘이 필요한 듯.
여러 개의 족쇄들을 달고 다니고,
때로는 그 족쇄를 너무나 사랑하고
자랑하고 다녀서 족쇄인지도 모른다는. ㅎ
@장승규 싫은 것을 때려치우지 않고 계속하는 그 용기와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저는 이게 진짜로 의문이예요. 저는 싫은 것은 때려 죽인다 해도 하기 싫거든요. 차라리 때려치우고 말지. ㅋㅋㅋ
족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거도 그 사람들 문제져, 그러고들 다니라 하세요, 그래서 세상이 잼난 거 같은데요. ㅎㅎㅎ
@최혜경 그 목걸이같은 족쇄를 벗어 던지면
너무 자유로워져 뭘 해야할 지 모르는 두려움.
(퇴근 후의) 진짜 나를 찾으러 헤매는 데 필요한,
(퇴근 전) 직장인 연기하며 받는 돈.
@장승규 엥... 발돌학교에서 돈을 얼마나 번다고... 발돌 학교예서 쓰는 시간만큼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일해도 그 보다는 더 벌지 않아요?
@최혜경 그것보단 더 버는 학교들이 많지요.
저를 돌아보면
명에욕, 그리고 남들과 다른 무언갈 한다는 거대한 착각?
소이랑 유단이 사진은 왜?ㅎㅎㅎ
예뻐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