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12) 제2권 안다이 특설 실험장의 각종 폭탄 성능 시험
제10장. 요시다 드디어 행동까지
4절. 탈출 사건의 수색 및 조사 지시
“도운 것 같다고?” 하고 모리모토 소좌가 신경질적으로 반문했다.
“자네가 목격한 일인가? 아니면 추측인가?"
“여자 마루타를 수감시켜 놓았던 제2실험장 옆의 암페라 창고 철문이 밖으로부터 절단해서 문을 열어 주었고, 족쇄와 수갑을 잘라 주었습니다.”
“이건 중대한 사건이다. 마루타의 탈출도 심각하지만 안다이 실험장에 적이 침투해 있다는 점이 더 중대하다.” 하고 모리모토 소좌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한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부관 오오야마(大山) 중위를 불렀다.
오오야마 중위는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오야마 중위 곧 비상경계를 펴라. 그리고 헌병과 보병 관계없이 지원병을 받아 수색대를 편성하도록--.
난 제2실험장 암페라 창고 현장에 가 있겠다.”
모리모토 소좌와 나카루 중좌는 식사를 중지하고 밖으로 나갔다.
오오야마 중위는 다시 자리에 앉아 남은 식사를 할 듯 했으나 주위로부터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던지 씨익 웃더니 일어섰다.
그는 몸집이 뚱뚱한 대식가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생선구이 한 토막을 집어 입 안에 넣고 씹었다. 그것을 보자 장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오야마 중위가 식당을 나가고 나자 장교들이 수군거리며 식사를 계속하였다.
“이 새끼들, 하루 앞서 데려다 놓았더니 그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놓치나?”
“반장님, 걱정 마십시오. 여자 마루타야 또 구하면 얼마든지 있잖습니까?” 하고 건너편 탁자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요시무라의 반 판임관 미츠이 교로쿠(三井許六)가 말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헌병 하사 한 명이 뛰어나와 방첩반 장교들을 불렀다.
요시다 대위와 모리가와 중위는 헌병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카루 중좌님이 지금 곧 제2실험장 암페라 창고로 오시라고 합니다.”
“알았다.” 하고 요시다 대위는 대답했다.
문이 열리면서 밖의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고, 뜰에 있는 눈이 하얗게 비쳐 눈이 부셨다. 아직 해는 비치지 않았고 안개는 심하게 덮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들판은 낮게 구름이 깔려 있듯이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요시다 대위와 모라가와 중위는 식사를 마치고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식당을 나갔다.
지난밤만큼 춥지는 않았으나, 밖으로 나서자 얼굴이 뻣뻣해졌다.
모리가와 중위는 털모자는 눌러썼다.
“그동안 마루타의 탈출이 세 번 있었지요.” 하고 모리가와 중위는 요시다 대위를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어떻게 탈출했나?”
‘731부대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거기에서는 나와 보았자 12호동 안이지요. 세 번 있었던 탈출은 모두 지부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실험을 하기 위해 지부로 가는 도중이거나, 지부에 있는 허술한 감방 때문에 발생했지요.
첫 번째 탈출 사건이 있을 때 열 명의 마루타가 경비원 세 명을 죽이고 달아났습니다. 목단강(牧丹江) 지부에서 있었던 일이지요. 세 명의 경비원을 돌로 쳐 죽이고 열 명의 남자 마루타들이 강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곧 출동한 헌병대가 모두 사살했지요. 한 명도 살아 달아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마루타의 감시가 강화되어 외부로 나갈 때는 항상 족쇄를 채웠습니다.”
요시다가 다시 물었다.
“두 번째 탈출은 어떻게 이루어졌지?”
“두 번째는 손오(孫吳) 지부에서 있었던 소련지방에 세균 실험을 하기 위해 세균에 감염된 세 명의 여자 마루타와 세 명의 남자 마루타를 데리고 갔습니다. 이들을 부부로 가장시켜 흑룡강에서 목욕을 하며 즐기도록 했고, 인근 마을을 방문하도록 했지요. 물론, 수행원 병사들이 감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마루타 가운데 기가 막히게 예쁜 러시아인 여자가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러시아 무용가라고 하더군요. 발레리나였기 때문인지 몸매가 빼어나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녀를 감시하던 시골 출생의 특별반 경비원이 유혹에 빠진 것입니다.
그 러시아인 무용가가 경비원을 농가의 짚더미에서 유혹했던 것이지요.
그 경비원은 여자 마루타에게 세균이 감염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범했던 것이고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흑룡강을 건너 러시아 국경지대로 달아났지만 중도에 추격한 수색대에 의해 모두 사살되었지요.”
“도주하는 마루타는 모두 사살하나?”
“그렇습니다. 탈출을 시도하는 마루타는 현장에서 사살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세 번째 탈출은 어디에서 있었나?”
“세 번째는 저도 헌병대 대원으로 가담하여 수색한 일이었습니다. 남자 마루타와 여자 마루타 각 한 명을 페스트균에 감염시킨 다음 혼수상태가 되자 하얼빈의 프자덴(傳家甸) 거리에 놓아 두었습니다.
중국인 거리에 중국인 남녀를 놓아두었는데 주민이 그들을 데려다 간호하면서 전염병이 어떻게 번지는가를 실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거리에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주거지를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 마루타가 거짓으로 혼수상태가 되었다가 기회를 보아 달아났던 것인데, 달아날 때 여자를 데리고 갔던 것입니다.
그러자 731부대 헌병대와 하얼빈 헌병 본부에서는 합동으로 수색작전을 폈습니다.
이시이 대위님의 지휘하에 제가 직접 프자덴으로 가서 수색을 했지요.”
제2실험장 옆의 암페라 창고 앞에는 헌병들과 나카루 중좌의 모습이 보였다.
특별반 군속들도 여러 명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틀 만에 프자덴의 중국인 한약방에서 마루타 남녀를 찾아냈습니다. 두 마루타도 혼수상태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살했습니다.”
“데려오지 않고 사살했단 말이지?”
“그들은 페스트라는 무서운 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데려와도 죽일 것이니까 그곳에서 처치하고, 방역반에서 처리했지요.”
“자네가 사살했나?”
“아닙니다. 부하가 찾아냈다고 보고하고, 이시이 대위에게 보고하니까 즉시 사살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명령을 전했지요. 현장에 있는 헌병이 쏘았을 것입니다.”
“부르셨습니까. 중좌님.”
요시다 대위는 나카루 앞으로 다가가서 경례를 올려붙였다.
나카루 중좌가 말했다.
“여자 마루타들은 지금 수색대들이 편성되어 추적에 나섰으니 잡힐 것이야. 그러나 부대 내에 동조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네. 자네들은 그 동조자를 색출해야 하네. 부대의 비밀이 적에게 제공되고 있는지도 모르네.
스파이가 부대에 있다는 것은 중요한 사건이야.
안다이 실험장에 일본인이 아닌 군속을 모두 체포해서 심문하고, 특히 일본인이라도 사병들을 심문하게.”
“여긴 일본인이 아닌 군속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핑파오의 본부에는 만주인이나 중국인 고용인들이 약간 있습니다만 여긴 없습니다.”
옆에서 모라가와 중위가 말했다.
“혹시 국적을 감추고 섞여 있는지 밝혀라. 그리고 이번 수사는 헌병대와 협조해서 하도록--.”
“사병들을 왜 조사합니까?”
요시다 대위가 물었다.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하고 추적해 본 결과, 외부에서 접근한 인물이 자재 창고에서 철재 절단기를 꺼내 여기 암페라 창고의 문을 따내고 여자 마루타들을 도주시킨 후 사병용 숙소로 돌아갔네.”
“사병이나 하급 군속은 1백여 명이 넘습니다. 그들을 모두 의심하여 조사할 수는 없으니, 아주 난감한 일입니다.”
“도주한 여자 마루타를 체포하면 심문해서라도 동조자를 찾아내게.”
요시다의 질문에 나카루 중좌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자네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군. 그들이 있어야만 외부 협조자의 인상착의를 알아낼 것이 아닌가?”
“......”
“외부 협조자가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아니면 여러 명인지 알 수 없는 일이야. 이 일은 보안관계상 큰 착오야. 빨리 잡아내게.”
“알겠습니다.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시다 대위와 모리가와 중위는 헌병 하사의 안내를 받으며 암페라 창고에 들어가 여자 마루타들이 도주한 현장을 둘러보았다.
족쇄를 연결한 쇠줄이 절단된 그대로 있었다.
현장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보존시켜 놓았다.
쓰러져 있었던 키가 작고 뚱뚱한 여자 마루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옮긴 듯했다.
창고 안을 둘러보며 요시다 대위는 간밤의 일이 떠올라 매우 착잡한 기분이었다.
그녀들은 무사히 몸을 피한 것일까.
여자 마루타의 탈출 사건으로 안다이 실험장은 모든 실험이 중지된 채 술렁거리고 있었다.
첫댓글 잡히지 않고 잘 도망가야 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