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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에서
경포호는 오늘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데 물오리 몇 마리가 호수가 잡목 속에서 헤엄을 치
고 있다.
경포대를 올려다보니 사방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데 경포호 둘레 길에는 남녀가 관광자전
거를 타고가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두 사람 간에 아주 재미있는 말을 주고 받았기에 저토록 온몸을 뒤틀며 좋아할 것이다.
일 년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때가 되면 집에 있지 못하고
일요일 또는 쉬는 날이면 등산 가방을 둘러메고는 산행을 가거나 저들처럼 관광을 즐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팽 윤혁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서 오늘 첫새벽에 조반도 먹지 않고 차를 몰아
이곳 경포 호까지 내려온 것은 옛날에 강릉에서 함께 근무하던 친구가 만나고 싶으니 오라
고 해서 온 길이다.
윤혁이 이곳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하게 10시로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아직도 한 시
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경포대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경포대로 올라가기 위해서 걸음을 띄어놓다가 보니 오
른쪽 흙벽돌로 쌓은 담벼락에는 관동팔경의 사진 액자를 걸어 놓은 것이 눈에 띠었다.
관동팔경 하면 한반도의 원산아래 동해 해변의 아름다운 정경을 따라 이름을 짓고 거기에
따른 정자각을 세워 만인이 즐겨 찾게 한 곳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경포호 맞은 편 야산에 웅장하게 자리 잡은 경포대 또한 관동팔경의 하나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수많은 시인묵객이 이곳을 찾아 시를 읊고 시류에 따른 감회를 표출하던 곳
이다.
윤혁은 경포대에 올라 난간에 앉아서 경포호수를 바라보다가 문득 옛날에 하숙집의 딸과 다
정하게 손을 맞잡고 이곳 경포대를 오르면서 그의 어릴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던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그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경포대에 와서야 그동안 그녀에게 너무도 무심했던 것
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주 은숙이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였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윤혁이 서울로 전근을 온 후 3년
째 되는 해였다.
그가 급한 마음으로 병원 입원실을 찾았는데 은숙이는 없고 그의 어머니가 혼자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 안녕하세요. 어머니. 은숙이가 중병으로 입원을 하였다고 해서 왔는데요,”
은숙 어머니는 윤혁을 보자 한편으로 반기시더니 들려준 말씀은 윤혁의 가슴을 찌릿하게
하였으니 은숙이가 폐렴에 걸려서 아무래도 살지를 못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폐렴이라니요. 언제나 명랑하고 생전 어디가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던 아이였는데요.”
“ 누가 아니래. 지금 엑스레이 찍으러 갔는데 벌써 며칠 째 곡기를 끊고 있는 거여. 사람
이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을 먹지 못하니 이 일을 어쩌면 좋아.“
은숙 어머니는 그 말씀을 하시더니 흑흑 느껴 우시는데 윤혁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은숙아 오빠가 왔어. 죽으면 안 된단 말이야.’
윤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은 다급하게 그의 신변에 위험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
절하였다.
마침내 엑스레이를 찍고 침대에 실린 은숙이가 병실로 들어오고 있어 윤혁은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으니 웬만하면 보통 걸어서 올 터인데 그렇지를 못하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대가 원위치에 놓여진 뒤에 우선 은숙이 얼굴 표정을 살펴보니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 색
깔은 평상시보다도 더 핼쑥한데다가 눈을 꼭 감고 있어서 인형처럼 느껴졌다.
“ 은숙아 오빠가 왔어.”
그러자 그 말을 들었는지 은숙이는 감았던 눈을 뜨는데 그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기분이
었다.
“ ……오빠.…”
은숙이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모기소리만큼 작아서 미처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그 말과 동
시에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그렇게 명랑하며 항상 부지런히 엄마의 일을 돕던 그가 갑자기 입원을 한 것은 그가 너무
무리하게 집의 일을 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후 은숙은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였다니 너무도 아까운 아이였다.
윤혁이 주 은숙을 만나게 된 것은 그가 강릉에 증권사로 이동발령을 받고 나서의 일이다.
그때 발령장을 주신 지점장님은 우선 아는 집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단신으로 왔으며 아무래도 하숙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자 그렇다면 총
무과장한테 가면 알선을 해줄 것이라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시었다.
총무과장실로 들어가 과장님 앞에 서자 축하한다면서 나이와 취미를 묻더니 회사에서 좀 거
리가 멀지만 퇴근 후에 엄 기사를 따라가 보라고 하였다.
마침내 퇴근시간이 되어 엄 기사의 차를 타자 시내를 벗어나 변두리 쪽으로 한참동안 나가
더니 솔밭으로 이루어진 한 마을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니 농촌이라 조용하고 그가 퇴근 후에도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하숙집은 안채와 바깥채로 나뉘어진 허름한 집으로 바깥채는 가겟방으로 꾸며져 있고 안채
에는 방이 여럿 있이 있어 하숙방 같았다.
엄 기사가 주인을 찾자 50대쯤 되는 아주머니가 윤혁을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누추한 집에
서 고생 좀 같이 하자고 하셨다.
나중에 기사한테 들으니 아주머니는 세 딸을 기르면서 하숙을 치는데 하숙생은 모두 합쳐서
여섯 명으로 그 가운데 얼마 전에 학원선생님으로 발령받은 분이 여자선생님이라 하였다.
남자는 모두 총각이고 방은 각각이지만 밥을 먹는 시간은 홀 안에다가 식탁을 만들어 놓아
서 시간 나는 대로 각자가 식사를 자율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식당과 하숙을 겸해서 하시는 아주머니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하며 특히 국맛이 제 맛을 내
도록 푹 끓여주시기 때문에 하숙생들은 밥 한 그릇을 국에 뚝딱 말아서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하숙생의 대부분의 직장이 강릉 시내이고 나이도 비슷하다 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
로 말을 놓으며 얘 쟤 하며 통하였지만 여자는 남자들과 좀처럼 싸이려 하지를 않았다.
그러자 이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서 어느 날 아침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장 군영이란
친구가 아침 일찍 일어난 후에 박 승희네 방문 앞에 있다가 그녀가 일어나서 나오자 총각들
모두가 박 승희 선생 친구가 되고자 하는데 받아 주겠느냐고 말을 튼 것이다.
사실 승희가 남자가 많은 하숙을 택한 것은 그의 성격과는 판이하게 어머니의 권유에 의하
여 억지로 따르긴 하였지만 승희야말로 남자들이 많은 하숙집은 죽어도 싫다고 하였지만 완
고하신 어머니의 의견을 꺾을 수가 없어서 지금까지 쥐 죽은 듯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남
자들이 자유롭게 대면을 하자고 하는데 안 되오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며칠 후부터 승희도 아침이면 식탁에서 총각들과 밥을 먹게 되면서 차츰 차츰 서로 말도 하
게 되니 분위기는 한결 좋아지는 것이었다.
하숙집은 한편으로는 두부를 해 팔기도 하는데 두부 맛이 좋다 하여 멀리서도 두부를 사가
기 때문에 새벽이 더 분주했다.
아주머니에게는 딸이 셋으로 첫째가 은숙 둘째가 소란 셋째가 모란으로 첫째 딸의 나이는
열여덟 살이라고 하였다,
은숙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틈만 나게 되면 어머니가 하시는 장사 일을 돕느라 공
부를 제대로 하지 않자 어머니는 고등학교 갈 생각이나 하고 일은 고만두라고 하시었다.
그런데 딸은 엄마의 말씀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학교만 갔다가 오게 되면 부엌에서 엄마의
일을 도와 드리면서 공부는 뒷전이어서 엄마는 속으로 딸이 있어서 힘이 덜 든다는 생각은
하시면서도 딸이 부엌엘 들어오면 한사코 공부나 하라고 하셨다.
은숙이는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저 나름으로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엄마를 도와서
장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바가 있었다.
은숙이가 그런 생각을 굳힌 것은 엄마가 다른 엄마들처럼 몸이 튼튼하시다면 모르거니와 엄
마는 다 저녁때가 되면 모른 절에 신음소리를 내실 정도로 일을 감당하시지를 못하는 것이
었으니 딸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은숙이는 남들처럼 아빠가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아빠
는 은숙이가 여덟 살 때 연말에 직장에서 회식을 하신 뒤에 속탈이 나셔서 약을 사다가 잡
수셨지만 낫지를 않아서 병원에 진찰 결과 급성 폐혈증이라고 하여 집중치료를 받으셨지만
한 달 만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엄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만해도 딸들을 불러가지고 너희들은 공부나 열심
히 하라고 이르시었다.
그리고 엄마가 하는 일에는 관여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자 은숙은 저녁에 일이 다 끝난 후에 잽싸게 어머니 앞에 앉은 후에 어머니의 손을 잡
으면서 아주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 엄마 이집에 딸이 몇이래요.”
‘얘가 나중에는 별 소리를 다 하고 있네.’
엄마는 딸이 한 말이 하도 이상하여 빤히 딸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시었다.
어머니의 가슴은 딸의 한 마디에 가슴이 벌렁 벌렁 뛰었으니 엄마는 심장병이 있어서 누가
조금이라도 놀랄만한 말을 하면 가슴이 뛰었다.
“ 엄마. 또 놀라셨어요. 딸이 말씀을 드리는데 놀라시면 어떻게 해요. 마음을 푹 놓고 제
말씀을 들으셔요. 엄마는 지금 날더러 고등학교 진학을 하라고 하시는데 나는 학교는 더 이
상 가지 않기로 작정을 하였어요. 왜냐하면 엄마를 더 이상 고생을 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
예요. 생각해보세요. 엄마가 지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시는지 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진학하지 않고 엄마를 돕기로 하였으니 그런 줄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딸의 하는 말을 들으신 엄마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더니 입을 여시었다.
“ 은숙아.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으면 이다음에 시집도 갈 수가 없지 않여.”
“ 엄마. 시집가고 안 가는 것은 둘째문제고 지금은 엄마가 혼자 하시는 일이 너무 벅차기
때문에 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선결 문제예요.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이 딸이 엄마
를 돕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아시고 더는 학교 말씀을 하시지 마셔요.“
“ 난 네가 아무래도 온전한 정신으로 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게 더 걱정이다.”
“ 엄마. 제가 이집의 맏딸이지 않아요. 동생 둘도 내가 책임을 질테니 그 걱정일랑 하시지
말라니까요.“
은숙은 기어코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고 엄마의 일을 도우니 엄마는 할 수 없는 일로 받
아 들였다.
은숙이는 사실 학교에서 공부도 잘 하였지만 호국단의 연대장까지 할 정도로 리더십이 강하
고 통솔력 또한 우수하여 학교에서는 늘 칭찬을 받았다.
그렇게 머리가 비상하다 보니 어머니의 일을 단순히 도와드리기 보다는 장차 어떻게 하던지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는 결심을 하였다,
매일 밤 엄마와 같이 두부를 하기 위하여 맷돌에 콩을 갈아서 푸대에 넣고 콩물을 내어 가
마 솥에 붓고 끓인다. 그 다음 간수를 넣어서 휘저으면 싱싱한 두부가 만들어졌다.
새벽이 되면 벌써 두부를 사러 와서 문을 두드리기 때문에 은숙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두부를 팔고 일어난 김에 아침밥을 하였다.
총각들 중에 가장 부지런한 사람은 팽 윤혁으로 그는 새벽에 일어나면 매일같이, 근방에 산
을 돌아서 내려오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은숙이가 부엌에서 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는 살며시 부엌을 들여다보다가 은숙이가 밥을 해안치고 나서 아궁이 앞에서 책
을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자 그녀가 대단한 집념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아직은 어린 은숙은 남자들을 경계하는 눈치였으나 윤혁이 물을 양동이로 떠다
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부엌 안에다가 나무를 운반해주기도 하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수
줍음을 타기도 하였다.
윤혁은 매일같이 은숙이가 집에서 엄마를 도와서 일하는 것을 볼 때마다 치근해서 그를 어
떤 방법으로든지 도와줄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다른 방법은 없고 그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최상일 것 같았다.
사실 윤혁은 학교 다닐 때 남자고등학교를 다녀 여학생들과는 별로 접촉할 기회가 없어서
여자에게는 별로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은숙이를 알게 되면서부터 이 집의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생각이 되어 그녀를
동생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였으니 윤혁은 동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낮에 집밖으로 나와서 걸음을 걷다 보니 같은 방에 있는 박 호준 순경
이 은숙이와 같이 경포호수둘레를 걷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은숙이가 호준이와 나란히 걷고 있네. ‘
경찰서에 다니는 호준이는 윤혁보다 1년 전에 이 댁에 하숙을 하였으며 그의 취미는 조개
껍떼기를 모으느라 근무가 끝나면 만날 바닷가를 휘젓고 다녔었다.
그렇다면 은숙이도 때로는 그의 수집을 도우며 다녔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했다.
언젠가 호준이와 같이 막걸리를 먹을 때가 있어서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너 요즘에 재미가
어떠냐고 묻자 그는 하하 웃더니 괜찮아 하는 대답을 하였다.
그래서 너 아무리 바빠도 여자하나쯤은 사귀어야지 않냐 했더니 그는 또다시 하하하 웃더
니 경찰관이 보초서는 것도 힘든데 언제 여자구경을 하냐 라고 하였다.
그래서 윤혁은 말 나온 김에 너 은숙이 잘 데리고 다니던데 하자 그는 금방 걔는 아직 어려
서 나하고는 맞지를 않아 하였다.
윤혁은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 더 이상 은숙이에 대해서 묻고 싶지를 않았으니 은숙이야말
로 비록 어리긴 하지만 새봄과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진달래와 같이 여리여리함을 지닌 청순한 곷봉오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호준이가 그와는 맞지 않는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데리고 다닐 정
도라면 혹시 은숙이를 한편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질투
가 나는 것이었으니 아 그렇다면 어느 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은근히 은숙이를 사랑하
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동안 윤혁은 호준이의 그 어떤 행동에서도 은숙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지하지 못
하였지만 따지고 보면 호준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양이가 밤저녁에 울타리를 훌훌 넘어서 도둑질을 하듯이 호준이란 경찰관이 야간훈련을
통해서 강도를 잡듯이 밤중에 은숙이가 자는 것을 깨워서 바닷가를 누비며 조개껍떼기를 줏
으라고 하였던들 윤혁은 그런 것들을 알 길은 없는 일이었다.
일상적으로 알기에 호준이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 밤중에 퇴근하는 착실한 경찰관 중의 한
사람임은 하숙집의 어느 누구도 다 아는 사실이다.
윤혁은 그 후에도 호준이에 대해서 은근히 그의 행동을 주시해 보았으나 밤낮 없이 바쁘게
사는 경찰관이라서 그런지 더는 은숙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보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날도 친구와 함께 바닷가엘 나갔다가 하숙집으로 돌아가던 길인데 앞서서
은숙이와 정복을 입은 호준이가 함께 가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가다가 호준이는 다른 방향
으로 가고 은숙이만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어디를 갔다 오는 걸까.’
윤혁은 더 이상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날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잣다.
그리고 며칠 후에 은숙이가 부엌에서 불을 때고 있을 때에 윤혁이 나무를 끌어안고 부엌으
로 들어가자 은숙이는 무엇을 읽다가 얼른 아궁이에다가 집어넣는 것을 보고 무어야 하자
은숙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면서 처음으로 히히 웃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천진스러운지
몰랐다..
좀처럼 일에 파묻혀서 그런지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 모처럼 웃는 얼굴을 볼 수가 있
어서 윤혁도 기분이 좋았다.
그의 웃는 모습을 보자 전근 전에 근무하던 곳의 여직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참새가 방앗간
을 그냥 못 지나간다는 말과 같이 얼마나 수다스럽고 누가 웃기라도 한다면 천정이 무너져
라 깔깔 대며 웃던 생각이 났다,
그 때 함께 근무한 친구 한 사람도 잊을 수가 없는데 전근 후 부터는 자주 연락을 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어느 날 바쁜 업무를 끝내고 나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이 천리에게 맥주 한잔하러가자고 눈
짓을 하자 그는 의아해 하더니 고개를 끄떡이었다.
‘ 너도 그런 때가 다 있구나.’
둘은 나이도 같고 친한 편이지만 워낙 구두쇠라는 별명을 가졌기에 아무도 상대를 하려 하
지 않았기에 어떤 때는 치근하기도 하였다.
윤혁이 앞장을 서서 맥주 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하고 바로 맥주를 따라주자 한두 잔을 마시
더니 사무실에서와는 다르게 자기를 구두쇠라 하는 것을 잘 알지만 그동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봉급을 타게 되면 아버지를 다 드리다보니 여유가 없었다면서 맥주를 사주어서 고
맙다고 하였다.
그는 평소에 업무처리는 빈틈없이 잘 하기 때문에 상사들도 그에 대해서는 어떤 지적도 하
지 않았다.
맥주를 윤혁보다 더 마시더니 윤혁에게 언제 부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귀가
떨어져나가게 잡아 다녔다.
그에게는 여동생이 여고졸업 후 은행에 다니는데 매부를 고르던 중에 멀리서 고를 것 없이
가까운 이웃에 있는 것을 몰랐다면서 그 당자가 바로 윤혁이야 하면서 손이 으스러져라 하
고 곽 잡는 바람에 입을 벌릴 지경이었다.
“ 내가 이래 뵈도 사람 볼 줄 아는 안목은 있어야. 너의 사람됨을 일찌감치 알고 매부를
삼을 결심을 하였으니 거절하지 말아 알았지.“.
윤혁은 술김이라 일이 희한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물어 보았다.
“ 야. 농담하지 말아 나 아직 여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단 말이야.”
“ 너. 내가 농담하는 것으로 받아드렸냐. 그렇지 않아. 너 사무실에서 보았겠지만 나는 말
한마디 실수하지 않는 것 너도 잘 알지 않아."
윤혁은 뜻밖에 소리를 하는 천리와 어께동무를 하며 헤어졌는데 천리는 손을 흔들었다.
“ 조심해서 들어가 매부….”
술이 취한 윤혁의 발걸음은 가벼웠으니 천리의 말이 또렷하게 귀에 박혀서 였을 것이다
다른 날보다 늦게 집에 왔는데 부엌불이 환해서 들여다보니 어머니가 그때까지 일을 하고
게셨다.
“ 엄마 여태 무얼 하고 계셔요. 저 장가 일찍 갈 것 같아요. 방금 처남과 헤어졌거든요.”
“ 뭐야. 장가를 간다고. .”
그날도 윤혁은 일찍 끝나는 대로 하숙집으로 왔는데 은숙이가 부엌일을 하고 있어 그에게
위로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 은숙아. 아직도 일을 하냐. 혹시 이번 일요일에 극장 구경을 시켜주고 싶은데 “
그러자 은숙이는 반갑게 대답을 하였다.
“ 그러지 않아도 극장 한번 가고 싶지만 일이 많아서 갈 수가 없어요.”
“ 쉬는 날은 쉬어야지.”
“그렇지만 빨래해야 하고 반찬해 놓아야 하고 또 숙제도 풀어야 하고요.”
윤혁은 순간 무슨 공부를 하는지 묻자 한참 있다가 대답을 하였는데 방송통신고등학교
3학년으로 2월 달에 졸업을 한다고 하였다.
“ 그랬었구나. 그러면서도 내색을 하지를 않다니. 어쨌거나 축하는 그때 가서 하고 당장
이번 주일에 극장 구경시켜 줄 테니 그리 알아라.“
윤혁이 손가락을 내밀자 머뭇거리던 은숙이도 손가락을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은숙이와 찰떡같이 한 약속이 츨어지게 생겼으니 이날 밤에 은숙이 어머니가
부엌엘 나가시다가 넘어져 오른쪽 팔이 부러져 입원을 하시게 되고 은숙이는 당분간 병 간
호를 해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윤혁이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 일을 하숙생들에게 알리고 당분간은 음식을 각자가 해결하면
좋을 것 같아서 모두가 마당에 모이자 그 말을 하자 다들 가만히 있는데 호준이와 그와 친
한 문 조형이 자기들은 하숙집을 옮기겠으니 그리 알라고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윤혁은 그렇게 사람들이 돌변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나오니 그렇다면 밀린 하숙비는 계산
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하자 문 조형이 윤혁을 째려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 야. 네가 뭔데 하숙비를 계산하라 하냐. 네가 그런다고 이집의 사위라도 될 성 싶냐. 잠
깨 이 자식아.“
문 조형은 노래방교실에서 일을 하는데 평상시에도 호준이와 같이 다니면서 밤중에 술이라
도 취해 들어오면 윤혁을 향하여 빈정대기를 잘 하였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 너. 너무 으스대지 말아 임마.“
“ 너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거칠어졌냐.”
“ 이것저것 따질 것 없고 우린 하숙비 모르니까 네가 다 물어,”
“ 하숙비를 날더러 물라고. 너 정말 그러기냐.”
“ 야. 재수 없어 더 이상 깐주거리지 말아.”
윤혁은 좋은 말로 하고 싶었지만 깐주거린다는 말에 기분이 몹시 상했다.
“ 내가 뭘 그리 깐주거렸는데.”
윤혁이 그렇게 나가자 한쪽에 서 있던 호준이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 너. 말하는 걸 보니 너 이상은 없는 것 같구나. 입 닥치는 게 좋을 거여. 알았냐.”
호준이는 그러고는 윤혁의 멱살을 잡았다가 뒤로 밀치는 바람에 뒤로 나가자빠졌다.
윤혁은 바로 일어나자마자 호준이의 양복저고리를 잡고는 두손으로 밀어제끼자 저만치 나가
곤드라지는 것이었다.
“ 어쭈. 이 새끼가 사람 잡네.”
그 말과 동시에 조형이 윤혁에게 발길질을 가하는가 했는데 호준이가 일어나서는 양말잡이
로 윤혁의 턱을 걷어내차는 바람에 윤혁은 맥도 없이 개굴창에 곤두박질을 친 채 일어나지
를 못하였다.
사태가 이리되자 호준이와 문 조형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손바닥을 탁탁 털며 가방을 둘
러메고 살아지자 하숙생 둘이 그를 잡아 끌어냈는데 윤혁은 가슴이 아파서 그런지 썰썰 매
기만 하자 아무래도 병원엘 가야 한다면서 택시를 불렀다
병원의 진단결과 갈비뼈가 두 대나 부러져 입원을 해야 했다.
일이 이리 되자 증권사 사장이 호준이와 문 조형 두 사람을 상해죄로 고소를 하겠다고 하자
이를 알아챈 호준이가 병원에 입원중인 윤혁에게 달려와서는 잘못했다면서 용서를 구하고
보상을 충분히 할 것이니 고소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지상(誌上)에 보도가 되고 두 사람은 경찰서의 수사를 받지 않을 수
가 없게 되었다.
입원중인 윤혁이 호준이를 생각하면 고소를 취하하고도 싶었지만 증권사 사장님이 분개하
시고는 도저히 이런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호준이는 경찰이 되면서 누구보다도 경찰관의 역할에 대해서 교육도 많이 받았을 것인데 그
날은 왜서 경찰의 본분을 저버리고 윤혁에게 폭력을 가하였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은숙이를
가운데 놓은 질투에서 전개된 사랑싸움은 아니었는지 그것은 모를 일이다.
하숙집의 어머니가 입원을 하시고 은숙이 마저 어머니를 간호하게 되니 하숙집의 운영은
당분간 여자객인 박 승희가 우선은 하숙생의 밥만은 책임을 지기로 하였다,
윤혁은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가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고 통원치료를 받는 중에 서울로 교
육을 받으러 가라는 공문이 와서 윤혁은 다음 화요일부터 일주일간을 서울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커피 한잔씩을 먹고 자기 방으로 갔을 때에 박 승희가 서울로 출장을
가게 되면 어디 가서 있느냐고 물었다.
“ 왜. 그런 것을 다 묻냐.”
“ 나도 며칠 동안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가려는데 지리를 몰라서 걱정을 하고 있었어. 그
런데 그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너의 뒤만 따라가면 되지 않여 안 그래.“
승희는 학원 선생님으로 방학이 아니면 갈 수가 없는데 그런 말을 하였다.
“ 승희야. 네가 옆자리에 앉으면 내가 졸다가 너에게로 쏠리면 어떻거냐.”
“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그땐 누나가 아기처럼 안아 줄테다.”
‘ 어라 제가 누나라고.’
그러고 생각하니 윤혁이 하숙을 하고 몇 달이 지나면서 부터 승희는 남다르게 윤혁에게 관
심을 갖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면 윤혁은 지금 두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은 윤혁이 저녁에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려는데 승희가 오더니 밥을 퍼다가 주었다.
“ 내가 갖다가 먹어도 되는데.”
그러자 승희는 윤혁의 귀를 잡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 마누라가 갖다가 준 것으로 생각을 해. 호호.”
“ 뭐라구.”
“ 호호호. 농담도 이따금 하면 활력이 생긴다고 하더라.”
윤혁은 그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밥을 먹었는데 밥을 다 먹고 나자
이번에는 따뜻한 커피까지 갖다 주었다.
“이제부턴 만날 늦게 와야 하겠네. 어디 가서 이런 대우를 받아, 고마워요. 아가씨.”
그러자 승희가 잠시 할 말이 있으니 밖으로 나가자고 하였다.
윤혁은 그렇지 않아도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저녁에 맥주라도 한잔 해야지 하던 중이
었다.
승희가 앞장을 서기에 쫓아가자 경포대 해수욕장 앞에 있는 경포맥주집의 문을 열었다.
500미리 맥주 컵이 철철 넘칠 듯이 찰랑대며 둘의 앞에 놓이자 승희가 맥주잔을 들면서 눈
짓을 하였다.
한마디 하라는 뜻 같아서 잔을 높이 들면서 “고마워요” 하면서 잔을 부딪쳤다.
윤혁은 끝나고 나서 누구와 술이라도 한잔 하려던 참인데 뜻밖에도 생전 처음으로 아가씨에
게 술을 얻어먹다니 이럴 줄은 전혀 예상밖이라고 하자 승희도 남자와 마시고 싶었다면서
좋아하였다.
두 사람은 이날 밤 맥주를 처음으로 취하도록 마셨는데 승희는 윤혁의 어깨에 매달리다 싶
이 하면서 하숙으로 돌아왔다.
그날 윤혁은 서울행버스를 타기 위해서 터미널엘 나갔는데 승희가 어느 결에 버스표를 사서
주었다..
“내가 차표를 사야하는 것 아니냐.”
“ 오늘은 아무 소리하지 말고 내 말만 잘 들어. 알았지.”
그가 하는 말은 부인이 남편에게 하는 말과 같았으니 윤혁은 그보다도 왜 얘가 왜 그를 따
라서 서울을 가는지가 궁금하였다.
서울역에 닿아서 윤혁이 교육 장소인 삼청동으로 간다면서 어디로 가느냐고 하자 승희도
그쪽이라고 하였다. 삼청동에 닿아서 윤혁은 일주일 동안 묵을 방을 얻을 것이라면서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다시 묻자 너가 우선 방을 얻는 것을 보고 가겠다고 하였다.
“남녀가 함께 가게 되면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 야, 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군다는 말처럼 왜 그리 남자가 겁이 많냐.”
그리고 승희는 윤혁이 방을 결정하자 방을 보고 난 다음에 가겠다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승희가 여기까지 왔다가 가는 것을 미처 배웅을 하지 않은 것이 걸려서 밖으로 나가 보았으
나 이미 승희는 보이지 않았다.
윤혁은 저녁을 먹고 나서 내일의 준비를 하려다가 앉아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향기
가 나는 것 같아서 눈을 뜨다가 깜짝 놀랐으니 어느 결에 승희가 들어와서 잠이 들어 있었
는데 손에는 걸레를 들고 있었다.
윤혁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어 그대로 한참동안을 바라보고 있자니 번히 눈을 뜨다가 윤혁
이 깬 것을 보고는 희죽이 웃었다,
“ 미안해. 이렇게 염체 없이 찾아와서.”
“ 야. 그런데 남자네 집에 함부로 들어와도 되냐.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는 것도 몰라.”
“ 여기가 우리 집인데.”
“ .승희야 너 잠꼬대하냐.”
그러자 승희는 옷매부새를 바르게 하고 일어나더니 하늘을 향해 손을 합장하였다.
“ 보잘 것 없는 박 승희가 이렇게 하늘에 비는 것은 팽 윤혁 당신을 오늘저녁에 지아비로
모시고자 하오니 들어주소서.”
승희는 그 말을 하고는 엎들여서 일어나지를 않았다.
윤혁은 순간 승희가 벌써부터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 급하게 쫓아 왔
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눈치로 보아서 승희는 벌써부터 추파를 던졌으나 윤혁은 아직은 여자를 사귀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머리는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우선 은숙이가 한밤에 별처럼 떠
오르는 것을 그리워하는가 하면 승희가 날마다 손짓 눈짓을 하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윤혁은 엎드린 승희를 일으켜 세우면서 그를 양팔로 끌어안자 승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어리
었다.
“ 오늘은 내 생애 처음으로 기분이 가장 좋은 날이어서 나 만세 부를 거야. 만세.”
“ 무슨 만세를 다 불러.”
“ 너무 좋아서 그래. 백두산을 점령한 것 같기도 하고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 기분도 이렇
지를 못할 거야.”
“ 여기 백두산이 어디 있고 한라산이 어디 있어.”
" 호호호. 여기 백두산도 있고 한라산도 있지.“
승희는 그 말과 동시에 윤혁의 가슴 안으로 깊이 안기었다.
“ 그렇다면 나도 만세를 불러야지. 박 승희 만세, 하하하.”
나중에서야 윤혁이 장모님의 말씀을 듣고는 한편으로는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유리
한 면으로 새겨 듣는다면 나쁠 것도 없었다.
승희와 결혼을 하고 나서 장모님을 처음으로 찾아뵙자 장모님은 사위에게 지나간 이야기라
면서 들려주었는데 승희를 스물다섯 살을 넘겨서 결혼을 하게 되면 서른 살 안에 죽는다고
하여 서둘러서 남자를 고르게 하기 위하여 남자가 많은 하숙집을 찾던 중에 두부 집에 하숙
을 시켰다고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장모님 눈에 들어오는 남자가 없어서 고민 중에 있었는데 얼마 후에
새로 부임한 윤혁이 그물에 정통으로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 내가 이런 사람인데 사위가 마음에 들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어 알겠나.”
“ 네. 어머님. 저는 죽도록 승희를 사랑할 겁니다.”
“ 그래그래, 우리 사위가 최고라니까. 호호.”
김 두 수 ( 金 斗 洙 )
약력 추가
‣소설집 1. 크리스마스이브의 사랑 (15)
2.첫사랑의 바람( 18 )
3. 아버지의 발자국 ( 장편소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