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부산 바다를 보러 훌쩍 떠났는데 알고보니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불꽃 축제가 있었다. 아뿔싸. 남편과 나는 여의도 불꽃 축제도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우리는 오전에 광안리에서 바다를 보고 오후에 사람이 몰리기 전 해운대 바다로 이동하기로 했다. 광안리 해변에 도착하니 행사 준비로 분주했고 내가 원하던 해변 모습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바다를 눈에 담고자 백사장을 걷고 있는데 불편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백사장에 놓인 엄청나게 많은 붉은색 의자였다. 남편이 인터넷에서 읽은 기사에 의하면 불꽃놀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산시에서 의자를 두었고 1개당 10만원 상당의 표를 판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의문이 들었다. 백사장이 부산시 소유일까?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백사장에 의자를 두고 표를 파는 행위를 해도 괜찮은 것일까?
내가 가장 불편함을 느낀 것은 같은 장소인데 편함을 이유로 구역을 나누어 사람들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고 이런 행위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게 인식하도록 만든 점이다.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차별 행위를 해도 된다는 생각에 혀를 내둘렀다.
불꽃놀이는 공중에서 보여지므로 광안리 해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해운대에 숙소를 구한 우리도 호텔에서 불꽃놀이가 일부 보여 창밖으로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즐기는 축제이고 입장료도 없는데 왜 굳이 불꽃놀이가 제일 잘 보인다고 강조하는 백사장 자리에 '레드존'이라고 만들어서 10만원 상당의 의자를 많이 둔 것일까? 그 옆에 '그린존' '블루존'도 있었다. 레드존에 비해 가격이 조금씩 낮으리라 예상된다.
부산시가 편하게 불꽃놀이를 관람하도록 하고 싶다면 비싼 표를 살 수 있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 있기가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서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이므로 해마다 많은 인원이 몰린다. 작년에는 백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올해는 낮에 비가 잠시 내려서 그런지 65만명이 모였다. 수많은 의자가 차지한 공간이 없다면 백사장 바닥에 앉은 사람들의 공간이 조금은 더 넉넉할 수 있다.
불꽃놀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세 등급으로 나뉜 수많은 의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공공 장소인 백사장에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적 사고 대신 '나도 돈이 많으면 자리 잡으려고 일찍 오지 않아도 될텐데' 혹은 '나도 돈이 많으면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을텐데' 등의 생각을 자연스레 하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돈만 있으면 뭐든 마음대로 해도 용인되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굳어졌고 급기야 백사장에도 등급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편함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당연한 일은 아니다.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이 없어야한다. 더구나 공공 장소인 백사장에서 말이다. 부산시는 무슨 생각으로 백사장을 마음대로 구역을 나누어 비싼 표를 판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