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두개
햇살조차 들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 언제부터인가 할머니 한 분이
세월에 고여버린 아픔을
멍한 눈망울에 걸어둔 채
어둠을 뒤집어쓴
어린 별들이 비춰주는
거리에서 오고가는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어디에 사는지...
자식은 있는지
아는 이는 없었지만
지친 바람을 안고
매일 왜 그렇게 앉아만 있는지
주인아저씨는 알고 있었기에
할머니를 처음 본 그때를
떠올려보고 있었습니다
"임자. 좀 퍽퍽 떠서 먹어?"
"영감이나 많이 퍼서 드세요"
허기진 거리를 돌다
배고품에 들어온 식당에 앉아서
지금 이 시간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듯
미소 짓던 할아버지가
먼저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으면
그제야 할머니도
숟가락을 자신에 입에 떠넣으며
어느덧
두개의 숟가락이
말 없는 행복으로
서로의 빈가슴을 데워줘서인지
물 한그릇까지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는
계산을 하려던 할아버지에게
"좀 전에 옆 테이블에서 먹던 젊은 부부가 두 분이 너무 다정스럽게 드셔 보기 좋았다며 계산을 하고 갔어요'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국밥집 주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사코 그럴 수 없다며
땡별에 금 간
주름 사이로 버티시는 모습에
"그럼 오늘도 천 원만 받을게요"
고맙다는 말을
굽어진 등에 실어 전하고는
국밥집 문 앞에
우두커니 세워져 있는
리어카 위에
박스 더미를 이리저리 옮겨
할머니를 앉히고는
담요로 온몸을 감싼 뒤에야
"임자.... 이제 출발 혀
어둠이 먼저 걸어와
앉아있는 거리를
달과 별처럼 걸어가시곤 했습니다
리어카에 할머니를
왜 싣고 다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도시가 잠든 어둠을 찾아
거리로 나온 노부부는
고단함을 달빛에 걸어놓고는
아침이 물들기까지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며
폐지를 줍다가
그날도 때늦은 한끼로
하루를 버티기 위해
거리에 동구는
주름 깊은 바람을 등 뒤에 감추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언제나 그날처럼
국밥 한 그릇에
숟가락 두 개로
행복을 퍼 나르던 시간을 지나
"임자,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가서 얼른 빵꾸 때우고올 테니..
국밥 집 주인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도
할머니를 그 자리에 앉혀 놓는 게
마음이 안 놓여서인지
식당 밖 창문으로
몇 번이나 들여다 보고는
깡마른 두 손을 휘저어봐도
텅 빈 먹빛 공간뿐인
거리를 채울 수 없는
고달픔을 바퀴삼아
달려간 그날이
할아버지를 본 마지막 모습 이었다는 걸요.
할머니는
주인아저씨가 놓아둔
국밥 한 그릇이 놓인 탁자에 앉아
하루...
이틀.
술한 밤을 건너
가을이 찾아온 오늘도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숟가락 두 개는
나란히 꽂아놓은 채..
펴냄/ 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