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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하루 24시간 내내 찜통 속이다.
120년만의 가장 긴 열대야 기록조차 깨졌다.
이런 날씨 속에서 아직 아무 탈없이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
그들은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들판에서 일 하는 사람.
용광로에서 일을 하는 사람.
과히 그들은 철인 이고
생활의 영웅들이다.
그들 또한 보살피고 사랑하는 가족이 없이
오직 제 한 몸 뿐이라면 어쩜
이 더위 속에서 자진하여 생고생을 택하지
않으리라.
사랑하는 사람이란 그토록 소중한 것이다.
제 한 몸의 희생 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 아침은 창문을 여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모기의 입이 삐뚤어 진다는 처서를 코앞에 둔 탓일까.
아침 밥은 거의 거른 채
집을 나왔다.
그리고 도착한 롯데 백화점 식당가.
오늘도 발길이 향한 곳 어보다.
생선구이를 먹기 위하여.
평상시에도 집에서 생선을 구어 먹는 일이 거의 없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의 생선구이 맛이 더욱 입에 감칠 맛 나게 돈다.
다행이다.
식사를 한 후 곧 바로 백화점을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한 백화점을 한 두 바퀴 돌든지
롯데 시네마에서 영화 한 편을 보면서 더위를
식혀도 좋겠지만
이열치열이라고 걸어서 영도로 향했다.
가능한 시원한 골목길을 따라 걷노라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색다른 풍경들도 눈에 들어 온다.
사실 요즘같은 더위 속이라면
아무 것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련마는
그래도 아직은 내 몸과 정신이 살아 있나 보다^^
그래도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저 멀리 흰여울 해안마을이 눈에 보인다.
흰여울 문화 마을 앞 작은 자갈마당.
어릴적 이 곳에서 동무들과 얼마나 즐겁게 뛰놀고 또 헤엄을 쳤던가.
또한 이 부근 어딘가 내 탯줄을 숨겼다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
탯줄.
부모님과 나의 DNA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생명 줄.
어쩜 내가 영도.
그 중에서도 이 곳 흰여울을 자주 찾는 이유도 거기 있으리라.
어머니의 숨결과 나의 호흡을 이어 주던 탯줄이 묻혀 있는
곳이라는 아련한 그리움.
그래서
차를 타고 오기보다 나도 몰래 걸어 오는 습성이 생긴 지도
모르겠다.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 더위를 뚫고서.
그래도 다행히 이송도 바닷가에는
나 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햇살을 즐기고 있다.
야릇한 동지 의식이 내 안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너무 덥다.
결국은 더 참지 못하고 숲으로 발길을 향했다.
거의 저녁까지 숲속에 머물다가 시내로 나왔다.
그리고는 롯데 백화점 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갔다.
새로 생긴 피자 전문집이다.
카페도 겸하고 있다.
며칠 전
자갈치 시장 앞
유라시아 광장을 걷다가 우연히 식당이 새로 생긴 것을 보았는 데
한 눈에 보아도 외관이 눈에 띄었다.
내 성격에 오래 미루거나 두고 볼 수는 없다.
피자 전문집이기는 하지만
파스타 요리도 겸 하고 있다.
바로 앞 자리에는 텔레비젼 탈렌트도 보인다.
가끔씩 텔레비전에 나와 이름은 잘 모르겠다.
부산에 살며 한 번씩 부산 식당을 소개도 하는
사람이다.
파스타가 먹음직 하다.
두어 입 먹어보니 참 맛있다.
내 입에는 이재모 보다 낫다.
아무래도 가게의 분위기도 좋고
남항을 바로 내려다 보는 전망도 좋아
앞으로는 핫플레이스로 뜰 것 같다.
파스타도 맛이 좋다.
결국 피자는 반 넘게 포장을 해 왔다.
포장은 자울 포장이다.
입구가 더욱 이색적이다.
파도가 영상으로 밀려 갔다 밀려 오고 한다.
아마 이 분위기에 더 이끌려 이 곳에 오지 않았나 싶다..ㅎ
오늘 하루도 덥지만
나름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