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농민신문 공동기획] 박중원 국립암센터 교수
술 빈속에 섭취·종류 섞어마시면 간질환 발생 위험 더욱 커져 과음하면 알코올지방간 발병률↑
채소·과일 많이 먹으면 도움 혈액검사 때 간수치 높아도 간암 발생 여부 판단할 수 없어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웬만큼 망가져서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 폐암에 이어 간암이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욱이 간암환자 가운데는 한창 일할 나이인 40~50대가 많다. 가정을 지켜야 하는 가장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병이 바로 간암이다. 가장이 아프면 한 집안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한간암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중원 국립암센터 교수를 만나 왜 간암에 걸리는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등 간암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풀었다.
◆ 간암이 발생하는 이유는=간암의 80% 이상은 간염이 원인이다. 특히 B형간염이 전체의 70%, C형간염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만성간염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염증이 심해졌다가 낫기를 반복하다보면 간세포가 파괴된다. 간세포가 파괴된 자리(상처)는 딱딱하게 굳는데, 이러한 것들이 누적돼 결국 간경변증(간조직이 섬유화돼 간의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과 간암을 일으킨다. 이밖에 간암의 10%가량은 술과 관련이 있고 나머지 10%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이 원인이다.
◆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더 위험한가=술은 지방간·간염·간경변증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간질환을 유발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보다 최대 6배 정도 간암 발생률이 높다. 또 과음하는 사람의 80~90%는 알코올 지방간, 15~30%는 간경변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간헐적이 아니고 매일 마실 때, 빈 속에 술만 마실 때,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마실 때 간질환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진다. 소량의 술은 혈액순환을 돕는 순기능도 있다지만 간에는 단 한모금도 이롭다고 할 수 없다.
◆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걸릴 수 있나=간 수치는 혈액검사를 통해 나타나는 간 관련 수치를 의미한다. 종류가 여러가지이며, 주로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AST)’나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를 일컫는다. AST와 ALT는 간염바이러스·알코올·화학약품 등으로 인해 간세포에 염증 또는 손상이 발생했을 때 증가한다. 이 수치들이 높다면 간질환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간이 정상이라 할 수 없고, 또 높다고 해서 암이 있는 것도 아니다. 즉 간암 발생 여부는 간수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간암을 예방하려면 우선 원인부터 차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인 B형간염에 대한 예방접종은 필수다. C형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데 아직 백신이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오염된 주사기나 침으로 행해지는 시술은 절대 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알코올로 인한 간질환을 막기 위해 음주는 되도록 자제한다.
최근에는 지방간 질환이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비만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바이러스성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앓고 있다면 항바이러스제 치료 등으로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효과 좋은 B형·C형 간염바이러스 치료제가 여러가지 있다.
◆ 예방에 이로운 음식은 있나=원두커피를 하루 두세잔 마시면 간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특정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대신 신선한 채소·과일을 적절히 먹고 탄수화물·단백질 등의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에 좋다고 알려진 생약제를 무턱대고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러한 식품은 오히려 간독성을 품은 경우가 많아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간염 환자는 이러한 식품을 먹기 전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 수술 후 재발이 잘된다는데=간암환자 대부분은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 절제술·간이식·고주파열치료술·에탄올주입술, 경동맥 화학색전술 등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해도 원인이 된 간질환이 남아 있다면 재발 위험이 높다. 따라서 간암환자는 수술 후에도 간염·간경변증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김재욱 기자
●박중원 국립암센터 교수는…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형 생존자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등 간암관리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7월 대한간암학회 제19기 회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