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딸인 우리!
성탄 시기의 마지막 날 맞이하는 주님 세례 축일은 평범한 나자렛 생활을 접고 하느님 나라의 오심을 선포한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이어진 공생활의 출정식으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구원으로 인도해주기 위해 손수 인간이 되시어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왜 스스로 세례를 받고자 하셨을까요? 세례자 요한이 말한 것처럼, 오히려 예수님한테 세례를 받는 게 정상인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 때문에 세례를 받기로 하셨을까요? 이렇게 해야만 모든 의로움이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이런 궁금증을 안고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고 강변으로 나오시는 예수님 위로, 성령께서 비둘기 모습으로 내려오면서 하시는 말씀을 마음에 되새기며 다시 한번 들어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 3,17)
순간 이것이 예수님의 의도였구나 싶었습니다. 세례를 통하여 예수님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이심이 드러났듯이, 예수님을 따라 세례를 받은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딸,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 되는 것이 모든 의로움의 실현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먼저 아들딸이라고 불러 주셨기 때문이며, 그러기에 하느님이 우리를 아들딸로 선택해주셔서 하느님의 아들딸인 것이 우리의 ‘신원’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모두가 자기 ‘아버지’와 잘 지낸 건 아닙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아버지’라는 사실에 모두가 마냥 행복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예수님의 아버지이자 우리의 아버지는 우리가 체험한 그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버지’이심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를 향한 고통의 여정 속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 부르셨고, 이제는 세례 받은 우리가 당신의 여정에 참여하여 하느님의 사랑 받는 아들딸이 되도록 가르쳐 주십니다.
사도 베드로 역시 세례를 통해 모든 인간이 사랑받는 아들딸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나는 이제 참 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사도 10,34-35)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에도 잘 되는 일도 있겠고 잘 안되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났건 못났건 우리는 모두 사랑받는 하느님의 아들딸입니다. 이것만 꼭 기억하면서, 역시 위로가 필요한 우리 이웃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면서 참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 신희준 루도비코 신부 / 양천성당 주임 겸 제18양천지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