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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하늘이 노랗습니다.
제 마누라를 데려가소서!
지난 94년 개봉해 화제가 됐던 영화 <마누라 죽이기>의 메인 카피문구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마누라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한 남자의 몸부림을 담고 있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게 마누라가 싫으면 이혼하면 되지 죽일 이유까지 있느냐고.
하지만 불륜에 눈멀고 거액의 돈에 눈이 뒤집히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는 단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황당무계한 ‘설정’이 아니다.
마누라 죽이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랐던 잔인한 남편은 현실에도 존재했다.
이번에 부산 북부경찰서 폭력1팀 이근영 팀장이 전하는 사건이 바로 네 번이나 아내 살해를 시도하다 실패한 한 사내에 대한 얘기다.
이 사내는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고 내연녀와 결합하기 위해 집요하게 마누라의 목숨을 노렸었다.
이 팀장은 이 기막힌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참으로 섬뜩한 사건이었다.
호시탐탐 아내를 죽이려던 남편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가 한 이불을 덮고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남편이 나를 죽이려고 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울부짖던 여인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하마터면 단순 교통사고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공범 내연녀의 밀고로 약 1년 4개월 만에 추악한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6월 초 부산 북부경찰서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한 여인이 찾아왔다.
긴히 상담드릴 게 있다”며 경찰서 문을 두드린 이 여성은 이 아무개 씨(40).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사실은… 내가 사람을 죽이려 했어요.
이 씨의 얘기인즉 내연관계로 지내던 남자와 공모해서 그 남자의 아내를 함께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치밀한 계획 아래 네 차례씩이나 시도했다는 것.
당시 상황에 대해 이 팀장은 이렇게 기억을 떠올렸다.
여인은 평생 비밀로 간직하려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간의 범행과정에 대해 쭉 얘기하는데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엽기적인 얘기라 처음에는 ‘정신이 좀 이상한 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당시 살해를 시도했던 장소와 시간, 범행 당일의 정황 및 범행수법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여인은 범행에 사용된 도구에 대해 그림까지 그려가며 묘사했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싶었다. 우리는 이 여인이 지목한 문제의 장소들을 찾아가 일일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랬더니 그 곳에는 실제로 철제난간이 부서져 있고 락카칠이 되어 있는 등 당시의 사고흔적이 남아 있었다.
또 남자의 집 마당에서 담요에 싸여 있던 범행도구와 여자의 차량에 범행도구를 장착했던 흔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범행과 관련된 정황 및 증거들을 포착했다.
그리고 ‘마누라 죽이기’의 장본인인 김 아무개 씨(35)를 추궁한 결과 모든 범행 일체를 자백받을 수 있었다.
아내와 아이를 볼 면목이 없다.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죽고 싶다”며 남편 김 씨가 털어놓은 범행 전모는 이러했다.
4년 전 결혼한 김 씨는 아내 A 씨(31)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다.
김 씨는 아내의 모든 것이 탐탁지 않았다.
김 씨에게 A 씨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무지하고 꽉 막힌 여자로 여겨질 뿐이었다.
두 살 된 아들까지 있었지만 김 씨는 아내에게 정을 붙이지 못했고 밖으로만 나돌았다.
그러던 중 김 씨는 내연녀 이 씨를 알게 된다.
특정한 직업 없이 공사판을 전전하던 김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초등학교 앞에서 풀빵장사를 하던 친구에게 자주 들르곤 했는데 그 옆에서 장사를 하던 이 씨와 눈이 맞은 것이다.
혼자 살고 있던 이 씨는 김 씨보다 다섯 살이나 연상이었지만 대화가 잘 통했다.
김 씨는 상냥하고 자상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이 씨에게서 아내로부터 느낄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서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내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김 씨가 이 씨에게 ‘마누라 죽이기’라는 위험한 범행을 제안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다음은 이 팀장의 설명.
두 사람은 결혼 얘기가 오갈 만큼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김 씨는 수시로 아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이 씨에게 ‘아내가 1억 정도의 종신보험에 들어 있는데 아내를 죽이고 보험금을 나눠 갖자’는 위험한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이 씨는 처음에는 무섭다며 펄쩍 뛰며 말렸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끈질기게 제안하니까 마지못해 동조했다고 하더라.
내연녀의 동의를 얻어낸 김 씨는 치밀한 범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감쪽같이 아내를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고의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아내가 사고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범행의 핵심이었다.
며칠간 머리를 짜낸 끝에 이들이 내린 결론은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첫 번째 범행은 2005년 2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정오경 김 씨는 아내 A 씨에게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했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A 씨는 몹시 들떠 있었다.
하지만 김 씨의 머릿속에는 인적이 없는 국도변에서 돌로 아내를 내리쳐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하려는 무서운 계획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범행을 위해 일부러 차량까지 렌트한 김 씨는 범행 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씨의 차를 타고 현장에서 빠져나온다는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다.
김 씨의 계획대로라면 아내는 혼자 여행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범행 당일 김 씨는 어린 아들을 안고 있는 아내 A 씨를 차마 돌로 내리찍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진 김 씨는 망설이다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김 씨의 머릿속에서는 아내를 죽일 수 있는 온갖 방법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완전범죄를 위해서는 사고사로 위장하는 것이 중요했다.
생각 끝에 김 씨는 그해 7월 초 범행에 사용할 도구까지 직접 설계하기에 이른다.
내연녀와 함께 아내를 살해하려던 김 씨는 차량에 부착할 쇠막대를 철공소에 주문 제작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YTN 화면 촬영
김 씨는 자동차 뒷자석의 치수를 잰 뒤 도면까지 그려서 철공소에 도구의 제작을 의뢰했다.
차량 장착용으로 만들어진 이 도구는 길이 170㎝짜리 날카로운 쇠막대였다.
당시 제작을 해줬던 철공소 사장에 따르면 김 씨가 목장에서 키우는 소들의 먹이를 주는 데 쓴다며 종이에 도면을 그려와 제작을 부탁했다고 하더라.
이 쇠막대는 차량으로 직접 사람을 칠 경우 차량에 혈흔 등의 흔적이 남을 것을 우려한 김 씨가 특별히 고안해낸 것이었다.
범행도구를 장착하기 위해 내연녀 이 씨의 차량 뒷자석에 구멍까지 뚫어놓은 김 씨는 이 씨와 사전에 현장답사까지 마친 후 범행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어지는 이 팀장의 설명.
7월 29일 오전 10시 40분경 김 씨는 아내에게 함께 바람을 쐬러 가자며 경북 군위군의 한 국도변으로 차를 몰았다.
한적한 국도변에 차량을 세운 김 씨는 ‘차가 고장났으니 주유소에 신고하고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비웠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도로에 홀로 서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이 내연녀 이 씨는 차량에 쇠막대를 부착한 채 김 씨의 아내를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
계획대로라면 김 씨의 아내는 무시무시한 쇠막대를 달고 달려오는 차량에 받혀 척추가 꺾인 채 비명횡사할 운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씨의 차량이 돌진하는 순간 김 씨의 아내는 도로를 건너 주유소를 향해 달려갔고 그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두 번이나 살해계획이 미수에 그쳤지만 우연을 가장한 교통사고로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김 씨의 시도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두 번째 살인 시도로부터 보름여가 흐른 8월 중순의 어느 날 김 씨는 아내를 차에 태운 채 한 국도변을 달리고 있었다.
평소 그 도로변에 트럭들이 줄지어 정차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김 씨는 덤프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워놓은 터였다.
도로 한쪽에 정차하고 있던 대형버스를 발견한 김 씨는 속도를 높여 일부러 아내가 타고 있는 쪽이 버스와 정면으로 충돌하도록 들이받았다.
이날 ‘사고’는 아내가 타고 있던 조수석이 완전히 찌그러질 정도로 심각했다.
갑작스런 큰 충격에 아내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순간 아내가 죽은 줄 알고 기뻐했던 김 씨.
하지만 아내 A 씨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고 경미한 타박상과 찰과상만을 입고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마누라 죽이기를 위한 김 씨의 시도는 멈출 줄 몰랐다.
그해 10월 18일 오전 6시 반경 김 씨는 모처럼만에 낚시를 가자며 아내를 유인했다.
내막을 알 리 없는 아내 A 씨는 신이 나서 따라 나섰다.
청도군의 한 낚시터에 도착해 함께 걸어가던 중 김 씨는 아내에게 차에 휴대폰을 놓고 왔는데 갖다 달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아내가 홀로 도로변을 걸어가는 사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내연녀 이 씨가 차량으로 아내를 들이받는다는 계획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 씨의 아내가 도로변을 따라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이 씨는 속력을 높여 돌진했다.
이 씨의 차에 치인 아내는 그 충격으로 가드레일을 넘어 10m 정도나 나가떨어졌는데 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는 데 그쳤다.
이 범행은 결국 일반 운전 부주의 교통사고’로 처리되어 당사자들 간에 합의금 100만 원을 주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김 씨가 8개월여에 걸쳐 시도한 ‘마누라 죽이기 프로젝트’는 ‘다행스럽게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무려 네 차례나 범행이 실패하자 남편 김 씨와 내연녀 이 씨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내연녀 이 씨가 범행을 자백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거듭되는 범행에 이 씨는 두렵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었던 것 같다.
김 씨가 범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내의 카드로 충당한 데다가 돈도 빼돌리고 하니 아내 A 씨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한다.
또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A 씨가 어린 아들을 키우며 힘들게 사는 것을 생각하니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딱했나보다. 결국 이 씨는 ‘이제 그만하자.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며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김 씨는 계속 범행을 하려 했고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긴 거다.
결국 이 씨는 더 이상 못 하겠다며 발을 뺐다.
이때부터 이들의 관계가 틀어진 것 같다.
이 씨가 자백하게 된 데에는 두 사람 간의 관계가 틀어진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
김 씨는 이 씨가 범행에서 손을 빼겠다고 선언한 후부터 이 씨를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자신을 피하는 김 씨의 태도에 화가 난 이 씨는 김 씨의 본가에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김 씨의 태도는 냉랭했다는 것이다.
이에 격분한 이 씨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폭로를 결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그토록 끈질기게 아내를 죽이려 했을까.
경찰은 아내 A 씨가 사망할 경우 김 씨가 1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범행동기를 추궁했다.
조사결과 김 씨는 2년 전 아내 명의로 종신보험을 계약하고 보험금을 내왔는데 아내가 사망할 경우 수혜자는 남편인 김 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작 김 씨의 아내 A 씨는 보험의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 씨는 보험금을 노린 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어이가 없어서 ‘아내가 싫으면 같이 안 살면 되지 굳이 죽이려고 할 이유가 있었냐’고 묻자 김 씨는 ‘내 인생에 평생 걸림돌이 될 거라는 생각에 무조건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하더라.
한편 남편이 내연녀와 공모해서 자신을 네 번이나 살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어지는 이 팀장의 설명.
우리가 설명을 해줄 때까지 김 씨의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실제로 아내가 피해를 당한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였는데 아내 A 씨는 자신에게 연달아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해 ‘요즘 일진이 안 좋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살던 곳을 떠나 잠적했다.
얼마 전 A 씨의 근황이 궁금해서 수소문해봤는데 그녀의 친척으로부터 아직도 너무 힘들어한다.
충격에서 헤어나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경찰은 공범인 내연녀 이 씨에 대해서는 죄를 뉘우치고 있는 데다가 자수를 한 점을 감안, 불구속 수사하는 한편 남편 김 씨에 대해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기소된 김 씨는 결국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