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크들의 마을로 6
한 천사가 뛰어가고 있다. 그 뒤로 천사와 비슷한 몸을 지녔지만 팔이 날개가 없고 몸이 환하게 빛나지 않는
존재가 뛰어가고 있다. 천사들은 그 존재를 '인간'이라 불렀다.
이곳은 창조주가 만든 인간세상. 이젠 '엘프'란 존재가 있어 이름이 바뀌어져야 하지 않느냐는 지천사 케루빔
의 의견이 있었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그 위대한 창조주가 만들어 낸 최대의 작품이란 이유로 아직까지는 인
간세상이라 불리고 있다.
뛰어가는 천사는 레진이었고 '인간'은 바로 나이라세였다. 나이라세는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완전한 자신의 몸
을 버리고 불완전한 '인간'의 몸으로 지내고 있었다. 나이라세는 '인간'의 몸으로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레진이 만든 '엘프'들의 공존을 보고 그들의 공존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감시자 역활을 맡았다. 천상세계에
싫증이 나 있던 나이라세에게 창조주는 인간세상에 가 감시자역활을 하라고 시켰고 나이라세는 혼쾌히 그 의
견을 받아들여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위해 나이라세도 '인간'의 모습
을 하였다.
레진은 나이라세가 심심지 않도록 가끔씩 내려와 그와 함께 놀았고 나이라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인
간'들은 혼자 살수 없어 서로 협력하며 살았고 나이라세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같이 지내게 되었다.
레진과 나이라세게 만난지 어연 50년. 이제 레진은 150세가 되었고 나이라세는 14580세를 맞이하고 있었다
(창조주와 나이라세의 나이는 동갑이다).
앞에 달려가던 레진은 멈추더니 나이라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레진의 저 환한 웃음을 보며 나이라
세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레진의 저 웃음은 모든 존재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저절로 훈훈한
미소가 뿜어져 나왔다.
「형! 나 오늘 창조주님 뵈었다.」
"응? 창조주? 그 녀석이 널 왜 불렀디?"
인간세상이었기에 천사들의 말은 울리고 '인간'의 몸을 지닌 나이라세의 목소리는 그대로 나올뿐이었다.
나이라세가 내뱉은 이 소리를 케루빔이나 세라핌이 들었다면 노발대발 하며 그에게 잔소리를 연상시키는 충
고를 할 것이지만 지금 그는 자유로왔다. 레진도 그런 나이라세의 독설적인 표현을 하도 많이 들어온지라 이
젠 익숙해져 버렸다.
「응. 그러니까, 나보구 생물을 계속 만들래. 생물의 탄생을 맡기는......
그...... '모든 생물의 어머니'란 직책을 주었어.」
나이라세는 레진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들었는가 싶었다.
지금은 창조주가 세상을 만든지 100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아직 세상은 불완전했고 불완전한 세상을 완
전하게 만들기 위해선 생물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직책이 필요했고 그 직책에 레진이 올랐다. 충분히 기뻐하
고 즐거워해야 할 만한 일이건만 나이라세의 얼굴은 창백해져 버렸다. 그런 나이라세의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레진은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웅...... 난 어머니란 표현보단 아버지란 표현이 더 좋던데...... 히히 이런 말을 창조주님이 들으시면 난 큰일
나겠지? 응? 형 표정이 왜 그래?」
"......너...... '모든 생물의 어머니'란 직책이 가지는 권위를 다 아니......?"
「아니. 천천히 알겠지. 그런데 형 안색이 안좋아.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
나이라세는 창백해질대로 창백해진 자신의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 직책은......"
「응?」
"그 직책은...... 너는 앞으로 많은 생물들을 만들어야 해. 이건 네가 좋아하는 일이지?"
「응!」
나이라세는 있는 힘을 다하여 희미한 미소를 지어냈고 레진은 힘차게 대답했다. 나이라세는 방금지은 미소에
모든 힘을 내뿜은 듯 다시 안색이 창백해지며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이 세상이 만들어 진지 얼마 되지 않은건 너도 알지? 이제 겨우 10000년이야. 10000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들은 겨우 '인간'이란 존재와 '엘프'란 존재를 만들었을 뿐이야.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니?"
「웅...... 모르겠는데...... 헤헤.」
"이건...... 이 세상이 완벽해 질때까지 너는 생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것이고...... 그러므로...... 너와
난...... 만나기가 힘들어 질꺼란 이야기지."
「그게 뭐가 잘못된거야? 이렇게 내려와서 만나면 되잖아.」
"레진...... 너 엘프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다고 했지?"
「웅...... 그러니까...... 70년정도 결렸어.」
"넌 엘프를 만드는 동안에는 그 어떤 다른 일도 할 수가 없었지?"
「어?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 맞어. 70년 동안은 엘프를 만들기 위해 전념했을뿐 그 다른 일은 할 수가
없었어.」
"......아직도 모르겠니?"
「뭘?」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우며 반문하는 레진에게 나이라세는 나직하게 독백하듯 내뱉었다.
"......우린 이제...... 만나기 힘들겠지."
순간 레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그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레진도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
이다.
「그, 그럼......」
"후훗, 그런 표정을 짓지마렴. 너에겐 그런 표정이 어울리지 않아. 너의 웃는 모습이 나는 정말도 좋단 말이
다."
「혀, 형......」
레진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나이라세는 외톨이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있지 않느냐 하지만
그에게 진정한 친구고 동생은 레진뿐이었다. 그런 동생은 한참동안 보지 못한다고 하자 그에게는 엄청난 고통
이 아닐 수 없었다.
우는 동생을 보며 나이라세는 다시 모든 힘을 사용하여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안겨있는 레진에게
말했다.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그렇지?"
「응......」
"그래...... 그거면 돼. 그럼 이 형하고 약속하나 하자."
「응?」
"앞으로 절대로 울지않는거야. 오직 너의 그 환한 미소만 보여 주는거야.
이 형과 그렇게 약속하자."
「......응. 나 꼭...... 형과의 약속, 지킬께......」
"자, 환하게 웃어. 이렇게."
나이라세는 히죽 웃으며 일부러 쾌활한척 했지만 그의 연기는 너무 어설펐다. 하지만 레진은 그의 연기에 속
아넘어 간것인지 속아준 척 하는 것인지 그의 얼굴을 보며 모든 존재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웃음을 보였고 나
이라세도 진정한 미소를 보였다.
「나. 꼭 일 빨리 하고 형 보러 올게. 시간이 날때마다 올께. 응?」
"......그러렴. 난 언제나 이 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으마."
어두워진 밤. 환한 빛을 내는 천사가 한 인간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고 한 인간은 속으로 눈물의 폭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저 녀석...... 날 원망많이 하겠군. 이거 큰일인걸......」
창조주가 영상이 끝나가는 것을 보며 내뱉은 한마디였다.
'모든 생물의 어머니'의 직책에 오른 레진은 엄청난 속도로 생물들을 만들어 나갔다. 사탄의 의견에 따른 생
물인 '오크', '오우거', '드래곤' 등등의 1000종의 생물을 900여년만에 다 만들어 냈고 그의 능력에 세라핌과
창조주는 놀라워할 뿐이었다.
생물들이 하나하나 늘어남에 따라 자신이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듬을 느낀 나이라세는 어느새 거대한
노목이 되어 인간세상을 굽어 살피고 있었다.
「이것이...... 인간이 만든 '우정', '사랑'이란 감정의 결과인가? 놀랍군.
인간은...... 끝없이 발전할 것이다. 나중에는...... 나의 자리를 탐낼지도 모르는 일이군......」
창조주는 그렇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