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온 곰/미성 김필로
처음 본 건 아니지만 밭도랑 밖에 허수아비가 유난히 처량한 꼴을 하고 한가하다
상점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어
어느 날 라일락 향기가 그윽했어
남자는 분신같은 인형을 여자에게 줬어
그때부터 난 여자랑 행복했어
겨우 1년이 지났을까
여자는 남자와 헤어졌다고 고민 없이 쓰레기장에 날 버렸고 난 미아가 됐어
사람들이 몇 번씩 만지작거리더니
어떤 아저씨가 잽싸게 들고
산비탈로 데려갔어
도망 갈 틈도 없이 나무토막에
단단히 묶어 놓고
잡새를 감시하고 쫓아내라는
명을 내리는 거야
벌써 몇 년째
나는 너덜너덜 해졌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봐주지도 않는데 주인장은 더 쓸모가 남았나 봐
언제쯤 또 버려질까
내 고향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저 눈빛의 그리움은 뭘까
첫댓글 푸바오도 고향 찿아가는데
버림받은 곰돌이는 어디로 가야 되나요 ~ ㅠ ㅠ
곰돌이 허수아비는 좀 어색해요... 새가 곰을 알까요? ㅎㅎ
저의 집 근처 작은 산비탈에 몇 해 전부터 커다란 곰인형이 산 곰처럼 버티고 있었어요.
산책 중에 다시 본 곰은 비까지 맞아서 그런지 참 처절했어요ㅜㅜ
원덕님!
노을님! 감사합니다.^^
왜 저는 자꾸 굥이 떠오르는 걸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