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433 술회述懷 43 개창우언開窓寓言 한가히 창에 기대어 뜻있는 말 三首
1
청산여화괄쌍모靑山如畫刮雙眸 푸른 산이 그림 같아 두 눈이 탁 트이는데
방초춘심세월주芳草春深歲月遒 방초芳草에 봄 깊었으니 세월도 빠르구나.
칠자편장귀극어七字篇章歸劇語 일곱 자로 한편 된 연극의 대사臺詞로 돌아가니
일년행락부한유一年行樂付閑遊 한 해의 즐거운 일 한가히 노는 데로 부친다.
도도거세구투골滔滔擧世狗投骨 술렁술렁하는 온 세상 개에게 뼈 던진 양
박박인정토입부薄薄人情兎入罦 얇고 얇은 인정이란 토끼가 망에 걸린 것 같을 뿐
막탄무성첨백발莫歎無成添白髮 이룬 것 없이 백발만 늘어난다 탄식하지 말라
중니도척일림구仲尼盜跖一林丘 중니仲尼고 도척盜跖이고 하나의 수풀 언덕이네.
청산이 그림 같아 두 눈을 씻는데
방초芳草에 봄이 깊은 세월이 되었도다
칠언시 글귀가 과격한 말이 되고
일년 행락이 한가한 놀이에 부쳐지니
도도한 온 세상 개에게 뼈 던진 듯
각박한 인정은 토끼가 그물에 걸린 듯
이룸 없이 늙었다 탄식을 말라
孔子 盜跖 한 숲의 무덤인 것을
►‘긁을 괄刮’ 긁다. 깎다, 깎아내다. 도려내다
►쌍모雙眸 두 눈 ‘눈동자 모眸’
►‘닥칠 주遒’ 닥치다, 다하다, 굳다
►도도滔滔 ‘물넘칠 도滔’
물이 그득 퍼져 흘러가는 模樣. 말을 거침없이 잘하는 模樣. 感興 따위가 북받쳐 누를 길이 없음.
►박박薄薄 광대廣大한 模樣. 수레가 빨리 달리는 소리. 엷은 모양模樣.
‘박박주薄薄酒’ 텁텁하고 맛이 없는 술.
►‘그물 부罦’ 그물. 덮치기(새를 잡는 데 쓰는 큰 그물). 가리개
창문 열고 우언을 말하다
푸른 산 그림 같아 두 눈이 트이고
향기로운 풀, 봄은 짙어가고 세월은 빠르다
일곱 글자 한편 이룬 글 연극의 대사 되니
일년 즐거운 일들 한가한 놀음에 부치노라
술렁이는 온 세상 개에게 고기 뼈 던진 듯
각박한 인정이야 토끼가 망이 든 것 같구나
이룬 것 없이 백발만 늘었다 탄식하지 말라
공자도 도척도 한 숲의 언덕이 되어버렸도다
2
양화여설행여당楊花如雪杏如璫 버들개지 눈 같고 살구 열매 구슬 같은데
정초삼삼주일장庭草毿毿晝日長 뜰의 풀 몽실몽실 해만이 길구나.
량량이금제원수兩兩異禽啼遠樹 둘씩 둘씩 짝지은 새 먼 나무에서 울고 있고
쌍쌍호접과저장雙雙蝴蝶過低墻 쌍쌍이 나는 나비 얕은 담을 넘어간다.
시여자미방성벽詩如子美方成癖 시 지음이 자미子美 같아야 버릇이 되고
문사장경편시광文似長卿便是狂 문장이 장경長卿 같으면 미치는 것일세.
단좌소창무일사端坐小窓無一事 작은 창 앞에 단정히 앉아 아무 일도 없는데
객래시부좌선상客來時復坐禪床 손이 오면 그때마다 선상禪床에 앉는구나.
►‘귀고리 옥 당璫’ 귀고리 옥玉. 관冠의 꾸미개. 서까래 끝의 서옥瑞玉(상서로운 구슬)의 꾸미개
►삼삼毿毿 털이나 나뭇가지 따위가 가늘고 긴 모양.
‘털 길 산, 털 긴 모양 삼毿’ 털이 길다. 털이 너덜거리다
►자미子美 두보杜甫의 자字.
►장경長卿(725?-791?) 五言詩)에 능하여 ‘五言長城’이라는 칭호를 듣던 당나라의 시인.
►선상禪床 중들이 참선參禪할 때에 앉는 평상.
3
렴영초이압소장簾影初移壓小墻 발그림자 처음으로 옮겨져 작은 담을 막았는데
연추요설어년광燕雛饒舌語年光 제비 새끼 수다스레 세월 간다 지껄이네.
산명수활개신화山明水闊開新畫 산은 밝고 물은 넓어 한 폭의 신화新書인데
우제운수납만량雨霽雲收納晚涼 비 개고 구름 걷히면서 저녁 바람 서늘하다.
봉찬지창성사사蜂鑽紙窓聲嗄嗄 벌이 종이 창 뚫으려고 소리 붕붕 하고
두천토벽축항항蠧穿土壁祝吭吭 좀 벌레 흙 담 뚫어 구멍 통하기 축수한다.
직장저사소한일直將底事消閑日 무슨 일 가지고서 긴긴 날을 소일할까?
좌대벽봉첨로향坐對碧峰添爐香 푸른 봉우리 대해 앉아 향로에 향 더 피운다.
►연추燕雛 제비 새끼.
►‘비 갤 제霽’ 비가 개다. 비가 그치다. 노여움 풀리다
►사사嗄嗄 끽끽 ‘嗄 잠길 사, 아 아, 먹을 하’ (목이)잠기다. 목메다.
►‘좀 두蠧’ 좀, 나무좀, 쐐기
►항항吭吭 콜록콜록. ‘목 항吭’ 목구멍. 通路의 重要하고 좁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