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거리 18.5km. 서울생활을 할 때 한강변과 인근 지천길을 많이 걸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거리에 대한 감각이 있어 그 거리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살던 곳에서 힘들게 걸어 안양과 만나는 시계(市界)까지가 14.9km이었고 그곳에서 다시 안양시내로 들어가는 다리까지가 20km이었다. 꽤나 힘들게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 인월에서 매동을 지나 금계까지 간 거리도 19.3km이다. 그 곳에 도착할 때마다 돼지 족발보다 조금 더 통통한 내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 거리들과 별 차이가 없는 이 길을 걸으려하니 겁을 먹을 수 밖에. . 이번 코스는 잘못하면 힘들고 지루한 코스일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굴산사가는길은 지루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최종 목적지까지 걷지 못하고 구정면주민센터 앞에서 회군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어차피 계획한 의도가 있었지만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이끌던 고려군이 위화도에서 회군할 때도 이렇게 아쉬웠을까?
위, 바우길 모임에 지각을 곱창 먹듯이 하였던 나는 걷기 전 체조시간에 새로 온 회원이 소개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침 여성 횐님 세 분이 소개되었다.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등산이나 트레킹을 다녔다. 이번에도 트레
킹을 할 요량으로 하루 전 뭉쳐 원주와 집에서 과음을 한 친구 녀석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해서 바우길 모임에 끌고
나왔다. 그러니까 첫 참석회원이 맞다. 소개를 함이 마땅하였지만 아침부터 마음이 여린 여성횐님들을 놀라게 할 용기
가 없어 자제하였다.
아래, 출발하자마자 마을 고샅길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다시 나왔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길을 이끄시는 분께
서 조금 헷깔렸던 것같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이 들었다.
아래, 길가에 희한하게 생긴 꽃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노통 시절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께서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6권의 주제가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 有上手)'이다. 비록 이름은 알려지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사는 세
상에는 이름없는 고수들이 도처(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인데 바우길 모임에도 다양한 특히 야생화 부문의 고수들께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몇 차레 길을 걸으며 알 수 있었다. (귀여운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서) 아시는 분은 꽃 이름 좀
알려쮸떼요 네? (욕하는 소리,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림)
위, 처음 참석한 사천둑방길 처럼 이번에도 강 옆 둑방을 걸었다.
위, 감자꽃, 내가 아는 몇 안되는 꽃 가운데 하나다. 나는 굽거나 삶아 꾸역꾸역 뱃 속으로 처넣을 줄만 알았지 감자에 이렇
게 예쁜 꽃이 핀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위, 어느 정도 걸었을까 잠시 휴식과 간식의 시간을 가졌다. 항상 간식 준비를 못했다. 모처럼 친구들과 안목해변 편의점
에 들러 쵸코바인 자유시간[PPL(간접광고) 아님]과 귤, 음료 등을 샀지만 먹질 않았다. 조금 있으면 점심식사를 할텐데
참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하지만, 지난 번 카페에 올려놓은 사진과 글을 보신 어느 마음 좋으신 남성회원님께
서 과일을 주셨다. 정말 그 분은 강릉의 남자 나이팅게일이었다.
위, 이번 모임에 처음으로 말레이지아나 동남아시아 어느 회교국가에서 여성분이 참석한 줄 알았다. 알고보니 참하고 성
격 좋으실 것같은 패랭이꽃 님이었다. 색깔도 마침 그 분위기와 딱 맞았다. 지난 번 미인군단을 들먹여 조심하라는 말
을 해 겁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다행이 엄한 분위기는 없었다.
아래, 드디어 현장을 잡았다는 기분을 급하게 셔터를 눌렀다. 몇몇 횐님들께서 길 옆 숲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따고 있었다.
불법채취인줄 알고 고발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옆에 있던 친구가 "무고죄로 니가 고발 당한다"고 해 이내 정신을 차렸
다.
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성 횐님들. 사인사색. 표정이 다 달라 너무 재미있었다.
위·아래, 걷던 둑방을 내려오니 예쁜 천상의 화원이 펼쳐졌다. 무슨 꽃인지 모르겠으나 오전과 다른 맑은 하늘과 청량한 분
위기가 조성되었고 이 길은 강릉시민들이 꽤나 좋아하는 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까지 영의(카페지기)님과 걸
어오며 농사에 대한 그 분의 소신과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처음으로 둘이서 사진도 찍었다. 올해 심은 작물이 어려
운 상황에 있어 원인을 몰라 고민했는데 그 분의 8無 영농법에 대한 설명으로 뜻하지 않게 원인규명이 될 수 있을 거라
는 생각이 들었다.
위, 점심식사를 위해서 중앙시장으로 들어갔다. 어느 곳이나 재래(전통)시장은 정겹다. 먹을 것도 많고 인정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다. 와인분위기가 나는 나지만 전통시장 노점에 앉아 시원하게 들이키는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칼칼한 칼국수
와 수제비처럼 언제 먹어도 사람냄새를 나게하는 음식들을 좋아한다. 나는 친구들과 콩국수를 먹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꽤나 맛있었다. 강릉하면 초당순두부와 동치미막국수 아닌가. 배고픈 소크라테스 보다는 배부른 돼지를 추구
하는 나로서는 조금 적은 양이 불만이었지만 콩국은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위,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출발을 위한 집결지인 단오문화회관에서 먼저 와 계신 횐님들
위, 달가듯님. 어느 사회와 조직이나 그것을 이끌어가는 소수의 무리가 있다. 항상 사진기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달가
듯님이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찍기가 어렵다. 그래서 과감히 한 장 찍었다.
(열심히 활동(생활)하는 님의 모습이 좋습니다. 피부상태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젊고 활기차
지만 그래도 언젠가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위·아래, 드디어 이번 길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가 나타났다. 꽤나 경사도가 있는 길이지만 어느 회원 하나도 불만없이
꾸준히 걷는 모습이 좋았다. 몇 년 전 직장동료들과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굴목이재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인 승보사찰 송광사에서 태고종찰 선암사를 넘어가는 길인데 등산에 가까운 코스이었다. 참가한 여성회원들로부
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다행히 유명한 보리밥집과 선암사의 강선루와 승선교, 홍매화, 해우소 등을 관람하고 나름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차를 한잔하며 삭였지만 그럼에도 높은 경사의 길을 좋아하는 여성횐님들이 많지 않은 것은 사
실일 것이다.
위, 아직까지 아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지난 번 사전진해수욕장에서 안목항까지의 제5구간을 걸을 때 뵙게된 거북이님(좌)
과 이번에 뵌 개구리님. 많은 닮으셨다고 생각이 드는데 두 분도 친구 같은 분위기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이가 들어도
티격태격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개구리님은 지금 내가 살고있는 횡성과 오랜 인연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위·아래, 길에서 만난 단아하고 행복한 미소의 횐님들. 특히, 위의 맨 오른쪽 피글렛 님은 오늘 아침 체조시간에 수인사를
나눴는데 카페지기님의 동생이었다. 권력자의 친인척이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우리나라이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
에 손을 대고 애국가를 부르는 자세로 나갔는데 의외로 무척 소탈하고 밝으셨다. 서로 나이를 밝혔다. 겨우 한 두살 차
이이던데 분위기는 돈 빌려준 선배와 돈 빌려간 후배 같았다. 그리고 맨 왼쪽 님께서도 나이는 나보다 10년이 많았는데
얼굴 분위기는 어째 내가 오빠 같았다. 아래 사진 세 분은 오늘 아침 체조시간에 소개된 신입회원들로 무척 즐거운 표
정이었는데 뒤에 오는 현호를 비롯한 남자 횐님들과 분위기가 완전 대조를 이루었다. 여성횐님들 오시면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요?
위, 현장 2. 길 가에 느러진 가지에 달린 오디를 따고 있는 횐님들. 농약을 뿌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왠지.....
이슬람에서 오신 두 분!!!! 여기서 이러셔도 됩니다.
위, 밝은 표정의 개구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첫댓글 다리튼튼, 마음튼튼,
바우길은 튼튼길이랍니다.ㅎ
인정합니다. 강원도에도 그리고 조금 벗어나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에도 좋은 길이 많이 있지요....
그중에서도 바우길은 정말 좋은 길이라 인정합니다.
못갔어도 윗글보니 리얼리얼~^^
멋진님들 대단해요~^^☆\
저도 멋진님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미셀러니로 엮어진 책한권을 읽은 느낌입니다. 후기를 보며 바우길을 처음 걸었던 날의 느낌을 되집어 보았습니다.
고분한 칭찬 감사드리며 막걸리 콜 받습니다.~~~
과분한 칭찬은 아니구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래요... 막걸리 한잔 하자구요. 다섯명까지는 내가 쏘는데 초과되면 n분의 1입니다.
대게 재밌네요.... 계속 올려주세요..하하핫, 담번엔 누구신지 얼굴 봐야쥐! ㅎㅎㅎㅎ
얼굴은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신비감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얼굴 봐야 서로 확 깰 수 있습니다.
초면이라 인사도 못드렸지만 누구신지 알겠습니다. 아름다운길 함께 걸었던 사실만으로 참 좋은 하루였습니다. ^^
다음에 만나면 먼저 아는 척 해 주세요. 제가 신입회원이라 아는 분이 드물어요. 가을이 되면 양양 내린천에 출몰하시는 분이군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양양 "남대천"에 "연어" 아닌가요??
ㅋㅋㅋ 패랭이꽃님. 남대천이 맞습니다. 내린천은 우리나라 오지 중 오지였던 인제 기린면과 홍천 내면에서 발원되어 흘러가는 하천입니다. 그래서 내면의 내와 기린면의 린의 글자를 따서 내린천이 된 것이죠. 언제 이글을 보시고 바로 지적을 해주셨네요. 혹시 국어 선생님이세요.... ? ㅋㅋㅋ 하여튼 감사합니다. 이슬람 부르카인지, 히잡인지 차도르인지 쓰고오신 보자기(?)인가 헝겊(?)인지도 좋았습니다. 담 모임에 뵙겠습니다.
맨위 식물이름 창 질경이 입니다
함께 걸어서 즐거웠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지식) 도움이 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글도 재미있고요, 사진도 재미있고요~
즐거움을 주셨어요~ㅎ
잘 보았습니다.^^*~
재미있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열린 마음이신 것 같아요. 다음 모임에 참여할 때 아는 척 해주시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저 위 10년 연상의 미모의 하늘비님이랑 피글렛님이랑 찍은 가운데 1인입니다.ㅎ
근데 사진을 가져갈 수 없네요~ㅠ
앗, 죄송합니다. 복사 금지를 시켰거든요. 풀어놓겠습니다.
잼나게 읽고 멋진사진 퍼갑니다(꾸벅)
퍼갈게 있었나요. 사진을 못 찍다보니.....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돌 날아가는 소리는 들려도 모니터 깨지는 소리는 안들리시죠?? ㅎㅎ
아이구,, 모니터 깼습니까? 혹시 주먹은 깨지지 않았나요? 주먹은 깨져도 되는데 모니터는 안됩니다.
고치려면 돈 들어요... 주먹은 버티면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감사합니다.
위에서 세번째 사진은 창질경이입니다 해안사구 교란지에 많이 보여요..글을 읽다보니 눈에 띄는 글이있네요 송광사에서 선암사 넘어가는길에 유명한 보리밥집과 선암사의 승선교 해우소 등등 예전에 다녀왓던곳인데 보리밥집에서 먹은 음식 선암사 추억이 많은 곳이지요
은빛님 아, 넷째주에 나오신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굴목이재를 다녀오셨군요... 좋은 곳이지요. 송광사, 선암사는 명찰(名刹)입니다. 건강하십시요.
굴목재가 생각이 안나서 다녀온글을 다시 보았답니다.보리밥집에서 먹은 음식 화사한 벚나무아래 평상에서 꽃을 즐기며 마시는 한잔 막걸리의 여유와 휴식 송광사와 선암사 늘 그리운곳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기 아주머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명월님이라뇨? 기생도 아니고.... 하여튼 담에 뵙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이야기가 재밌어요
즐거운 유월의 하루 보내셨네요 좋으시겠어요 ㅎㅎ
잼있게 느끼셨다니 감사합니다. 무슨 뜻인줄 모르겠지만 닉이 재미있네요.
행복한 나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으로 궁금해집니다.어느분이신지? 정말 잼나게 읽었어요.
같이 걸으면서 들려주시는 이야기 처럼 그렇게~~ 다음편도 기대 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궁금하실 수 있는데 그냥 평범하게 똑같은 사람이예요. 조금 더 얼굴이 클뿐... ㅋㅋㅋ
나중에 뵈면 인사를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글도 사진도 다 멋있습니다.
덕분에 행복했던 순간에 머물다 갑니다 .
참! 사진어리게 찍어주셔서 감사 합니당 ~ ~ ㅎ ㅎ
벌써 다음 편이 기대 되네요.^^*
저의 보잘 것 없는 행위로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졌다니 제가 정말 행복합니다.
저 맘에 없는 소리 잘 못합니다. 진짜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셨습니다. 다음 모임에 가면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