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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에서 바라 본 군산항 |
▲가족 ▲가까운 ▲가짜 아닌 진짜. 이 세 가지 거시기가 있는 낭만 여행, 전라북도 군산을 다시 들여다본다.
◆뜻밖의 만남
최근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일제 강점기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여행지가 인기다. 군산 역시 대표적인 근현대 역사공간이다.
호남지역에서 나는 많은 곡물을 옮기기에 군산만한 항구가 없었을 터 군산항 인근은 아직도 많은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남아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군산이다.
하지만 군산에는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짬뽕’이다.
‘결정장애’의 대표적인 원인제공원인 짜장과 짬뽕의 그 짬뽕이다.
▲(좌)사진 속 짬뽕은 원조 ‘초마면’은 아니다. 하지만 군산에는 차돌박이 짬뽕 같은 그동안 접할 수 없던 메뉴도 많다./(우)군산 은파유원지 인근 청국장으로 유명한 맛집의 한 상 차림 |
짬뽕의 원조는 군산이다. 그리고 군산 짬뽕의 원조는 ‘초마면’이다.
짜장면처럼 한국에서 만들어진 중화요리 짬뽕, 초창기 군산 짬뽕은 돼지고기 육수로 국물을 낸 구수한 맛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항구 도시 특유의 해산물을 이용한 얼큰한 맛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군산의 경우 화교를 통해 중국 산동성 지방의 음식인 초마면(抄碼麵)의 변형으로 시작됐다. 초마면은 야채, 돼지고기, 해물 등을 기름에 볶아 닭이나 돼지뼈로 만든 육수를 넣고 끓인다. 초창기 군산에 정착한 화교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 재료를 사용해 초마면을 만들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웃사촌 화교를 만나다>특별전 (코로나19 사태로 8월 조기 종료) |
1960년대 중화요리점을 개업한 화교들이 초마면을 메뉴로 내놓았는데 이후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고춧가루를 첨가한 붉은 초마면이 만들어졌다. 이후 1970년대 초마면을 짬뽕으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메뉴판에도 ‘초마면’이라는 명칭이 짬뽕으로 바뀌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배우러 향한 군산의 대표적인 박물관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에 가니 이같이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짬뽕의 원조는 군산이다. 그리고 군산 짬뽕의 원조는 ‘초마면’이다. |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에서는 일제강점기를 비롯해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주제로 하는 특화박물관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웃사촌 화교를 만나다>와 같은 특별 기획전도 열리고 있어 몰랐던 군산의 또 다른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8월 조기 종료)
아울러 근대생활관에는 다양한 체험 공간도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근대생활관에는 다양한 체험 공간도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일제 강점기 독립을 위해 투신한 전북지역 애국지사 공간 |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근현대 살아있는 교육의 장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 |
◆역사는 추억이 아니다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을 나오면 서울역과 한국은행 건물과 함께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트러스 구조 건축물로 평가 받고 있는 옛 군산세관 건물과 바로 옆 세관 창고 건물이 있다.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을 최초 설계한 사람이 누군지 위치만 놓고 본다면 ‘신의 한수’다.
군산여행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 도보로도 왠만한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첫 신호다.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조치로 15명 단위로 시각차를 두고 입장을 하고 있다. |
옛 군산세관 건물과 바로 옆 세관 창고 건물은 최근에는 볼 수 없는 붉은벽돌로 지어졌다. 벽돌 한 장 한 장 미장으로 쌓여진 건물이라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유사한 건물로 서울지역에는 30여년쯤 서울 만리동 옛 양정중고등학교 자리에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없다.
군산과 목포 정도에만 비슷한 건축 양식으로 존재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활동 |
수탈의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는 이곳은 현재 창고 자리는 세련된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세관 공간은 간단한 전시물 등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 |
일제 강점기 당시 국내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보면 늘상 드는 생각이 건물하나는 잘 지어 놨다는 푸념이 든다. 다수의 많은 이들 역시 한결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군산에 남겨진 붉은 벽돌을 만져보면 안다. 일본이 제공한 설계도와는 별도로 우리 할아버지들의 수고와 땀 그리고 벽돌 미장 하나에도 타고난 한민족의 섬세한 손기술이 담겨있다는 것을···
옛 군산세관 건물과 세관 창고 건물은 그저 단순한 근대역사 건축 유적 그 이상이다.
▲서울역과 한국은행 건물과 함께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트러스 구조 건축물로 평가 받고 있는 옛 군산세관 건물 |
▲수탈의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는 이곳은 현재 창고 자리는 세련된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세관 공간은 간단한 전시물 등을 보여주고 있다. |
◆역사는 기억이다
추억은 마음에 남는다. 기억은 머리에 남는다. 추억과 기억이 다른 점이다.
역사를 마음에만 담을 수 없는 이유다. 강제로라도 머리에 남겨 두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 기억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군산 여행의 백미는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인데 기억만으로는 쉽지 않다. 고맙게도 코스별로 알려주고 안내하니 준비된 여행지라는 느낌이다.
제1코스부터 3코스까지 여행자 능력치(?)에 따라 방문지를 설정해 놓고 있는 군산여행의 매력은 하루 일정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시기가(하루 일정으로 접근성) 좋고 거시기가(감탄/감동) 있는 거시기(가족단위 여행)한 여행지다.
▲동국사 주변에는 젊은 여행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하다. |
옛 군산세관과 군산항을 등지고 대로를 가로질러 걷다보면 본격적인 군산 도보 여행이 시작된다.
먼저 동네 골목길 속 예상치 못한 작은 언덕의 사찰 동국사다. 작은 언덕이라기보다 길지 않은 오르막이다. 동국사 입구의 이 작은 오르막은 공통점이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을 보낸 한국의 모든 학교는 이런 형태의 작은 오르막을 거쳐야 입구다. 정확이 어떤 역사적 사연과 근거가 있는지는 모른다.
▲동국사 입구의 이 작은 오르막은 공통점이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을 보낸 한국의 모든 학교는 이런 형태의 작은 오르막을 거쳐야 입구다. |
동국사는 국가등록문화재 제 64호로 한일병합 1년전 1909년 6월 일본 조동종 승려에 의해 포교소로 개창하고 1913년 현 위치로 옮겨와 대웅전과 요사를 신축했다.
대웅전은 일본 에도시대 건축 양식으로 외관이 화려하지 않다. 동국사는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자료다.
▲동국사 대웅전은 일본 에도시대 건축 양식으로 외관이 화려하지 않다. 동국사는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자료다. |
동국사 주변에는 젊은 여행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하다. 분명 동네 골목인데 낯선 여행지 골목같은 새로움이다.
동국사 골목을 벗어나 다시 대로변을 가로지르면 근대 군산 시간여행 거리가 시작된다.
▲동국사 골목을 벗어나 다시 대로변을 가로지르면 근대 군산 시간여행 거리가 시작된다. 이제부터 진짜 군산의 ‘거시기’한 여행이 시작된다. |
이제부터 진짜 군산의 거시기한 여행이 시작된다.
출처:데일리 트래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