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후학기 유정독서 첫모임, 9월 12일, 커먼즈 필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가을비 내리는 저녁, 1차시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어령교수의 <새로운 소리를 듣는 회로>를 읽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는. 온몸이 안테나가 되어 우주의 전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육신으로 감각하는 데서 나아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은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남들이 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주의 전파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 그 가운데 우리 마음으로 잡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문학인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문학인은 마음의 눈과 귀와 코와 그외의 감각기관을 가지고 우주에 존재하는 소리와 빛과 향기를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세상을 떠날 때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을 읽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 보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름답지만 그러나 그것들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그때 진정 우리가 버릴 것, 남길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에 이미 시인이었습니다. 대하장편소설 <토지>의 집필을 마치고 박경리 선생이 관심을 쏟은 것은 시작품 이었습니다. 박경리 선생의 시작품을 읽으면서 늙는다는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돌아본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2차시에는 김유정의 소설 < 만무방>을 절반 정도 읽었습니다. 한참 바쁜 농사철에 왜 주인공 응칠이 산골에서 송이파적을 하고 있는지, 응칠이 왜 일반인의 규범에서 벗어나 만무방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응칠의 슬픈 이력이 소개되고, 모범농민 응오가 병든 아내의 시중을 드는 부분까지 읽었습니다.
김유정 작품에서 사회비판의식이 가장 강한 작품이 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비판의식 여부를 느끼기 힘들지만, 다시 정밀독하게 되면, '농사는 열심히 짓는데 늘어나는 빚', 빚 54원을 갚지 못해 야밤도주, 이산가족이 되어야 이유, 전과 4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상황에 대한 문제점은 식민시대의 정치 역사 사회 문제와 연결시켰을 때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 모임은 9월 26일 14:00~16:00,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열차에서 진행됩니다.
김유정의 소설 <만무방>의 후반부 (정전김유정전집 상권 P. 170, 3단락부터 )부터 계속 읽게 됩니다.
유정독서모임은 한달에 2번, 목요일에, 1차시에는 일반 문학작품과 시작품을 읽고 감상과 비평적 토론을
2차시에는 김유정소설작품을 돌아가며 낭독하고 그에 대한 감상과 토론을 합니다. 이 시간에는 누구나 오셔서 같이 작품을 읽고 토론에 임할 수 있습니다.
한가위 명절,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9월 25일 오후 2시에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열차에서 뵙겠습니다.
2024. 9.12 강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