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일이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모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는데, 진행자가 국무위원을 인선하는 기준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러자 대통령 당선인이 대답하기를 기업에서 직원을 뽑을 때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만, 국무위원을 인선하는 데는 능력도 물론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라에 충성하고 헌신하고 봉사하고 섬기는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라에 충성하고 헌신하고 봉사하고 섬기는 지도자, 이는 오늘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상이며 성경에서 요구하는 지도자상과 일맥상통한다.
구약성경 가운데 사무엘서와 열왕기는 이스라엘 왕국사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스라엘 통일왕국 시대의 통치자 3명(사울, 다윗, 솔로몬)을 비롯하여 남 왕국 유다의 통치자 20명, 북 왕국 이스라엘의 통치자 19명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구약신학자 임태수 박사는 자신의 논문 “민중의 편에 선 신명기사가의 통치이데올로기”에서 신명기사가가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두 가지 평가 기준을 사용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하나는 왕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인정하고 우상을 섬기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보는 대신관계 평가기준이다. 다른 하나는 왕들이 백성을 억압하거나 착취하지 아니하고 진정 섬기는 자세로 다스렸는지의 여부를 묻는 대민관계 평가기준이다.
이 두 가지 평가기준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놓여 있다. 하나님의 통치권을 거부하고 인간의 통치권, 인간의 권력이 절대화될 때, 여기에서 통치자들의 악행과 횡포가 자행된다.
그러므로 신명기사가는 백성을 괴롭히고 억압하며 착취하는 왕권에는 혹독한 비판을 가하지만, 진정으로 백성을 형제처럼 사랑하고 돌보는 통치자는 인정하고 축복하는 입장이다.(<신학사상> 65집:451-473, 66집:670-696.) 신명기사가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도자는 백성을 잘 섬기는 자이고, 백성을 잘 섬기는 지도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이다.
예로부터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무릇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자는 백성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자세로 헌신 봉사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회와 지방의회, 그리고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이런 모습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리할 때 우리 사회와 나라에 희망의 빛이 비칠 것이다. 행복이란 이름의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모쪼록 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국가에 충성하고, 헌신하고, 봉사하고, 섬기는 자세를 지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