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제주항 부근입니다. 제주항이라는 오래된 거점적 특성상,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운영해온 식당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는 장사가 잘 된 나머지 식당을 확장하고 도매나 유통업에도 관여하는 집들이 많이 생겨났죠. 피할 수 없는 진리인듯 보이기도 하는 영업확장한 집들의 변하는 맛들.. 그런 면에서 집부근 동네 맛집이라 불리던 식당들은 대부분 사람들로 하여금 발길을 돌리게 하였고 지금은 단체관광객을 상대하거나 바로 뒤에 있는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모습이죠. 저 역시 그런 선입견과 밤마다 보게되는 한산함이 그다지 발길을 닿지 않게 했는데 반대로 그런 선입견을 넘어 우연히 알게 되는 숨은 맛집들을 알게될라 치면, 창고 깊숙한 곳에서 우연히 꺼내든 보물을 만난듯 반가워지곤 합니다. 이번에 가본 맛집은 사실 그런 집은 아니고 맛집블로거로 유명한 지인의 추천에 의해 가보게 된 집입니다. 여러번을 지나다니면서도 그다지 관심사에 두지 않았는데 마침 지인의 블로거에 맛집으로 추천이 되어있길래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들러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에서 맛보게 된 갈치국은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집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이런 모습의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바로 뒤는 제주 서부두항이기 때문에 어선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죠. 들어가보면 조금은 한산한 분위기에 한쪽 벽에 메뉴가 길게 붙어있습니다. 못하는 게 없는 집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맛보기로 한 갈치국을 주문하고 나니 반찬이 나오는데 반찬은 정갈합니다. 특별할 것이 없으면서도 반찬은 비교적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이 반찬.. 고등어를 살짝 말린 뒤에 물엿과 고추가루로 졸여낸 반찬.. 육지에서는 명태로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주에서는 멸치나 각재기등으로도 이렇게 만든다더군요. 주문한 갈치국이 나왔습니다. 이 집 갈치국을 주문한 이유는 갈치국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한 상태에서 갈치국 기행을 생각중에도 있는데다가, 때마침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 집 갈치국이 비린내도 잘 잡고 맛도 좋다는 추천때문이었습니다. 갈치비늘이 살짝 뜬 추박한 국물에 단호박과 배추 그리고 청량고추가 들어있습니다. 모양새는 서귀포 네거리식당에 비해 정갈해보이지는 않지만 국물은 좀 더 진해보이는 편이었습니다. 살이 적당히 붙은 갈치토막이 두토막 정도 들어있고 약간의 단맛이 느껴지는 육수와 고추의 칼칼함, 그리고 시원함이 깊은 맛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이 집의 갈치국이 비린내를 잘 잡았다는 지인의 평은 제게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네거리식당에 비해 먹고난 후의 비린맛이 조금 더 강하게 다가온 것입니다.
이 집은 오래된 깊이나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긴 하지만, 어딘가 아무렇게나 내놓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약간의 무료함과 무언가에 익숙해져버려 무감각해진 모습이랄까요? 물론 집집마다의 특성이기도 하고, 먹는 사람의 취향이기도 하겠지만 갈치국을 먹고난 후의 입에 남는 비린맛은 그다지 잘 잡혔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맛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문제이고 그 취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집을 선택하기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집은 맛집블로거의 추천에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는 집이라는 생각을 많이 들게 했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