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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1)
남 기 호**2)
[논문개요]
칸트는 응보 원리에 기초한 형벌이론을 구상했다. 그의 응보 법은 어떤 예방이
나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범죄가 저질렀다는 이유에 의해서만 범
죄 피해에 상응하는 동등성의 원리에 따라 형벌을 부과한다. 칸트는 이러한 자신의
응보 법을 통해 사형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 글은 바로 칸트의 응보적 형벌이론에서 오히려 사형제 폐지가능 논거를 모색
해 보려는 의도를 지닌다. 이를 위해서는 그의 법 개념에 대한 몇 가지 교정된 시
각이 필요하다. 먼저 그의 법 개념이 자유에 내적인 것으로 이해되면 응보 법은 범
죄자의 자유의지를 그대로 존중해 보편적 입법의지의 형태로 그 자신에게 실현시켜
주는 법이 된다. 이를 통해 응보 법은 외적 침해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범죄자의 악한 의지 자체의 자기 극복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범죄자가 자
신의 인격 내 보편적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자기반성의 계기를 보장
할 필요가 있다. 응보의 진정한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면 사형은 오히려 응보 원
리 자체에도 모순적인 제도가 된다.
사형은 단지 외적 피해의 되갚음이라는 감성적 목적을 위해 범죄자의 인격 내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반면에 도덕적인 응보 법은 위반을 준칙으로 삼는 악한
의지의 자기극복을 통해 손상된 보편적 인간성의 법을 다시 건강하게 회복하는 효
과를 노린다. 참된 응보는 결코 사형을 포함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악을 반성
* 이 논문은 2010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0-551-A00022).
** 가톨릭 대학교 강사
122 사회와 철학 제22집
하는 삶을 전제로 한다.
주제분류: 칸트철학, 법철학, 형벌이론
주 제 어: 응보 법, 자유, 도덕성, 사형제 폐지가능성
1. 서론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2007년 12월
31일 국제사면위원회에 의해 사실상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지정되었
다. 그럼에도 아직 법률적으로 존립하고 있는 사형 규정으로 인해 완전한
폐지 국가에 도달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더욱이 2010년 2월 25일 헌법재
판소는 1996년과 마찬가지로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
다. 이에 힘입어 같은 해 3월 16일 법무부장관은 사형집행을 위한 시설
정비를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판단하자면 우리의 사형제는 법률 적용과 집행에 있어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겠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물론 사형제
를 집행까지 일관되게 관철하거나 아니면 사형 법률 자체를 폐지하는 양자
택일뿐이다. 전 세계 70% 이상의 국가가 사형제를 사실상 또는 완전히
폐지하고 있는 오늘날 사형제의 일관된 관철은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해결책일 것이다. 이에 반해 올해 2011년 3월에는 국회에 3개의 사형폐
지 법안이 상정되었으나 지금까지 의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1)
1)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웹사이트 보도자료 참조. 우리나라 형법은 ‘일제시대의
일본 형법을 거의 그대로 번역’한 측면이 많아 전면적 개정도 필요하다. 이상
욱, 한국 현대사에서 본 사형제도 운용의 실태 , 사형제도의 이론과 실제,
153-179쪽.
이 글의 모든 인용은 원저자의 전집 권수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참고문헌
에 표기) 그리고 원저자의 강조표시(이탤릭체, 꺽쇠 등)를 무시하고 표기한다.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23
그만큼 우리에게 사형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에 기대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흉악범을 부각
시키며 사형제를 옹호하는 것만큼이나 정서적 논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제 주목해야 할 것은 사형제 폐지를 법철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
이다.
전통적으로 형벌이론은 크게 응보에 초점을 맞춘 절대적 형벌이론과 예
방 또는 개선을 목적으로 상대적 수단으로서의 형벌을 주장하는 상대적 형
벌이론 그리고 이 양자의 절충적 합일 이론으로 나누어진다.2) 이 중 사형
제를 일관되게 효과적으로 옹호해 온 대표적인 이론은 바로 응보이론이다.
상대적 형벌이론은 예방 내지 개선 등의 효과가 사형보다 더 사회에 이익
을 가져온다는 점이 입증되면3) 비교적 어렵지 않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
게 되지만, 반면에 인류의 실정법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응보나 보복의 관
념은4) 쉽게 극복되기 어려운 형벌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응보이
론에 기초하여 사형제 폐지를 주장할 수는 없을까? 이 글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구상되었다.
응보에 근거한 근대 최초의 일관된 형벌이론가는 법 이론을 체계적으로
칸트 인용은 쌍따옴표로, 그 외의 모든 저자들의 인용은 홑따옴표로 한다. 본
문 내 모든 기울임체는 필자의 강조이다.
2) 김학태: 범죄와 형벌에 관한 형법이론적 고찰 , 외법논집 제9집, 9-25쪽.
3) 사형이 적어도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은 여러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상태
이다. 에자트 A. 파타, 사형이 특별한 억지책인가? , 사형제도의 이론과 실
제, 128-152쪽 참조. 허일태: 형벌과 인간의 존엄, 28-35쪽. 조성민은 범
죄억지 효과가 전혀 없는 형벌은 없기에 ‘사형이’ ‘예컨대 종신형보다 더 큰 범
죄억지 효과를 가지는가’라고 고쳐 물은 후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조성민,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윤리학적 접근 , 사형제도의
이론과 실제, 228-235쪽.
4) 윤종행: 범죄의 원인, 범죄인식과 과오인정 , 연세법학연구 제9집 제1권,
230-233쪽. 사형의 기원을 문화 심리적으로 연구한 레더에 따르면 가장 오래
된 실정법이었던 ‘신성한 법’에서 사형의 대상은 살인이 아니라 ‘터부의 위반’이
나 신적 질서 위반이었다. 카를 브루노 레더: 사형, 76-88쪽.
124 사회와 철학 제22집
전개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라 할 수 있다. 칸트는 결코 침해되어서
는 안 되는 인간 존엄 사상에 기초해 사형을 포함한 응보적 형벌이론을 주
장했다. 그러나 만약 이 형벌이론에서 사형제 폐지가능 논거들을 추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형제 완전 폐지의 법철학적 최종 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글은 대표적 응보이론가인 칸트의 형벌이론을 통해
사형제 폐지의 효과적 논거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전망을 위해 여
기서 사형제 존폐의 다양한 법리적 논쟁을 모두 살펴볼 수는 없다. 이 글
은 오히려 하나의 시론(試論)으로서 논의의 경제성을 위해 다음처럼 진행
된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1781/87)에서 약속한 형이상학을5) 완결하는
뒤늦은 저서에서 비로소 자신의 응보이론을 정교화했다. 1797년 같은 해
에 덕론의 형이상학적 시원근거들과 분리되어 출판된 그의 법론의 형이
상학적 시원근거들은 그 동안 몇몇 논문들에서 간략히 개진한 자신의 자
연법 이론을 정교화하는 동시에 “근원적인 계약”6)을 통해 성립된 공법적
시민 상태의 구성과 법 이론을 전개하는 저서이다. 이 법론에서 칸트는 처
음으로 법철학적 맥락에서 “응보의 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7) 따라서 이
글은 우선 칸트의 법체계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그의 법 개념이
자유 개념에 대해 지니는 외면적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 다음 자유에
외적인 법으로서의 그의 응보 법이 어떻게 주장되며 어떠한 문제들을 지니
는지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부각된 문제들은 바로 자유에
5)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A841-842.
6)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69.
7)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39, A198/
B227, A221/B251. 그러나 칸트는 이미 1767년 사강사 시절부터 1788년까
지 12번에 걸쳐 다른 이론가들의 자연법을 비판적으로 강의했다. 김석수: 칸
트 법철학의 형성 과정에 대한 반성적 고찰 , 칸트연구 제5집 제1호, 342
쪽. 여기에 응보 법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빠졌을 리 없다. 칸트 법사상의 발
전에 대해서는 Küsters, Gerd-Walter: Kants Rechtsphilosophie, 37-60
쪽 참조.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25
내적인 칸트의 덕론을 통해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의 법
개념을 자유에 내적인 것으로 바꿔 해석하면 응보 법의 문제들이 그의 덕
론의 논거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논지이다.
이를 통해 응보 법의 근거를 유지하면서도 또한 사형제 폐지 논거들이 주
장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칸트가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사형제 폐지가능성을 언급한 적
은 없다. 오히려 사형의 필연성을 강력히 주장함으로써 그의 응보 법은 몇
가지 문제들을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다른 글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헤겔에게도 유사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철학함의 의의가 단지 남겨진 문제
들에 대한 비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철학의 부정적 요소를 그 철학
의 긍정적 요소를 통해 극복해 보는 데에 있다면, 여기에 칸트는 좋은 사
례가 될 수 있다. 칸트 그 자신이 평생 성실히 자기 교정하는 철학을 했기
에 말이다.
2. 자유와 법체계
칸트는 이미 순수이성비판을 처음 서술할 때부터 법 개념을 “오성 속
에 놓여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법은 “결코 현상할 수 없으며” 단지 감성
적 행위의 “도덕적” “성질을 표상하는” 개념일 뿐이라는 것이다.8) 칸트는
이러한 법 개념의 체계적 전개를 도덕 형이상학(1797)을 저술하기 위
한 일련의 습작품들이라 할 수 있는 논문들에서 시도해 간다. 칸트가 제시
한 법 개념의 최초의 정의는 아마도 속언(俗言)(1793)에 나오는 정의일
것이다. 여기서 법은 의지의 자율적 자기규정으로서의 도덕성과 대비될 수
있을 정도로 외적인 것으로 고찰된다. 즉 “외적인 법 일반의 개념은 전적
으로 인간들 서로 간의 외적 연관 내의 자유의 개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8) 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A43-44.
126 사회와 철학 제22집
것이다. 다시 말해 법은 인간들의 외적 상호 연관 속에서 각자의 자유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외적인 조건으로서 도출된다. 이에 따르면 “법은 각
자의 자유를” “모두의 자유와의 조화 조건에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한은 모두의 자유의 조화 조건이 “보편적 법칙에 따라 가능한 한에서”
이루어진다.9)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유와 법의 개념적 순서이다. 칸트에게 “모
든 이성적 본질의 의지의 속성으로” “전제되어야” 하는10) 자유란 한편으
로 의지의 내적 도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
로운 인간들의 외적 연관 조건 즉 법을 기초 짓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가
근본적으로 인간 의지의 내적 속성으로 있는 것이라면, 법은 이 내적 자
유의지를 지닌 인격들의 외적 공존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칸트
에게 법은 언제나 자유에 기반을 두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유에 외적인
것으로만 머무른다. 이러한 측면에서 속언은 모두의 자유의 조화를 각
자의 자유의 외적 제한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 법칙을 “외적 법률
들의 총괄”인 “공적인 법”으로 본다. 한마디로 법은 자유의 외적 조화를
위한 자유의 외적 제한이다. 그런데 자유의 제한은 “강제라 불린다”.11)
따라서 칸트의 법 개념은 항상 강제(Zwang) 개념과의 연관 속에 있게
된다.
칸트 법 개념의 이러한 특징은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쓰인 그의 철학
적 기획에서도 지속되며,12) 결국 법론의 형이상학적 시원근거들에서 체
계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 저서는 덕론의 형이상학적 시원근거들과
함께 마치 법과 도덕성의 관계처럼 도덕 형이상학의 양면을 이룬다. 이
에 따르면 “자유의 법칙들”은 자연법칙들과 달리 그 자체로 “도덕적”이다.
그러나 행위의 도덕성(Moralität)은 자유의 법칙 “자체가 행위의 규정근
거”가 되어 행위가 자유의 법칙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확보된다. 즉 의지가
9) Kant: Gemeinspruch, A233-234.
10)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A99-102.
11) Kant: Gemeinspruch, A234-235.
12) Kant: Zum ewigen Frieden, B74, 81.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27
내적으로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자신의 자유를 이성 법칙에 의해 규정된
것으로 사용할 때 그 의지의 행위는 도덕적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의지가
단지 외적으로만 사용되어 자신의 행위를 자유의 법칙에 들어맞게 할 뿐인
경우 그 행위는 도덕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적법성(Legalität)”만 지닌
다. 여기서 칸트가 말하는 “의지(Willkür)의 내적 사용”과 “외적 사용”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13) 의지의 내적 사용은 아마도 행위하
기 전에 의지가 도덕법칙에 따라 자기 자신을 규정하여 “준칙”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의지의 내적 사용에 따른 “행위 준칙의
법칙과의 일치”가 바로 도덕성을 이루게 되며, 반면에 의지가 단지 “행위
의” “법칙과의” 외적 “일치”만을 도모하여 행위하게 될 때 그 일치는 적법성
만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행위 주체가 스스로에게 형성한 “주관적 원리
로서”의 준칙은 어떻게 확인 가능한가?14) 분명한 것은 준칙을 지니는 도
덕적 의지가 그 자체로는 확인 불가능하며 오직 그 의지의 행위를 통해서
만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천이성비판(1788)에 따르면 도덕적 가치
의 본질은 도덕적 자유의 법칙 자체가 내적으로 즉 “직접적으로 의지를 규
정한다”는 데에 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의지가 내적으로는 어떤 쾌락이나
행복 같은 감정에 추동되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도덕적 자유의 법칙과 일치하게 할 경우 그 의지의 행위는 적법성만을 포
함한다.15) 외적으로 법칙에 부합하는(gesetzmäßig) 행위의 적법성은 판
단할 수 있겠으나 그 행위가 발원한 의지가 도덕적인지 아니면 위선적인지
하는 것은 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어떤 행위에 대해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그 행위의 자유 법칙과의 일치 즉 적법성뿐이다. 그리고 어떤
행위의 도덕성은 그 행위를 수행하는 의지에 대해 주관적으로 요구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자유 법칙에 의해 자신을 자발적으로 강요하고 규
정하는 도덕적 의지의 주관적 조건은 바로 “윤리학”으로서의 “덕론
13)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6-7.
14)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26.
15)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A126.
128 사회와 철학 제22집
(Tugendlehre)”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의지는 주관적으로만 도덕적인
것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도덕적 의지는 행위의 도덕성으로도 실현되어
야 한다. 바로 여기에 적법성이 지니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도덕
성은 도덕적으로 의지될 뿐만 아니라 실행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행위
의 도덕성은 의지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행위의 적법성도 필요로 한다. 의
지의 도덕성은 의지에서 시작해 행위에서 완결되는 도덕성 자체의 필요조
건이며 행위의 적법성은 그 도덕성 자체의 충분조건이다. 그런데 적법성은
외적으로 존립하는 자유의 법칙과의 일치 여부를 통해 판정된다. 덕론은
“외적 법칙과” 일치할 “능력이 없기에” 이것은 바로 “법론(Rechtslehre)”의
과제로 설정된다.16)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자유의 법칙이 의지를 내적으로 규정하
기 위해선, 다시 말해 의지의 도덕성이 확보되기 위해선 그 의지 주체가
먼저 자유의 법칙을 내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덕의무
(Tugendpflichten)”를 서술하는 덕론의 또 다른 기능이다. 또한 행위가 자
유의 법칙과 일치하기 위해선, 다시 말해 행위의 적법성이 확보되기 위해선
그 자유의 법칙이 먼저 외적으로 존립해야 하며 이 외적 자유의 법칙을 행위
의 주체가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의무(Rechtspflichten)”를
서술하는 법론의 또 다른 기능이다. 이때 외적으로 존립하는 자유의 법칙
이란 자유의 외적 조화 내지 실천 조건으로서의 법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
다. 도덕형이상학의 기초(1785)에 따르면 “의지의 자유”란 본질적으로
“도덕 법칙들 아래에 있는 의지”의 “자율”을 의미한다.17) 이러한 의미에서
덕론이 의지의 자율적인 “자기강제”의 내용을 다룬다면, 법론은 행위가 적
법해지기 위한 “외적 강제”의 내용을 다루는 셈이다.18) 여기서 칸트의 법
16)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1.
17)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A97-98.
18)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7-9. 또한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47. 김옥경은 칸트
의 ‘법 개념’이 ‘사회계약의 의미에서’ ‘자기강제’로서의 ‘자율성 개념’을 ‘전제’하
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옥경: 도덕성과 합법성의 갈등 , 칸트연구 제17집,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29
개념은 외적 강제 개념으로서 체계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자유는 본질적으로 인격의 자율적 의지에 내적 “사실(Faktum)”로서 있
다.19) 이러한 자유 의지를 지니는 인격들이 외적으로 “실천적 연관”을 맺
게 될 때 법 개념은 이 인격들의 자유 “의지의 연관”을 “단지 형식상으로”
조건 짓는 개념이다. “그래서 법은 한 사람의 의지가 자유의 보편적 법칙
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의지와 함께 합일될 수 있는 조건들의 총괄이다.”20)
이 조건들은 “강제의 권한”을 함축한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자유의 사용이
오히려 “자유의 방해”가 될 때 이 방해를 저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누
군가의 자유의 처음 방해가 주관적으로 행해진 강제라면, 이것을 저지하기
위한 “강제”는 “보편적 법칙에 따른 자유와 합치되는 것”으로서 법 개념을
구성한다. 자유의 조화로운 실현 조건으로서의 법은 필연적으로 자유의 실
현을 방해하는, 다시 말해 “법을 손상시키는 자를 강제할 권한”이기도 하
다.21) 한마디로 자유의 공존 조건으로서의 법은 자유의 강제 조건이기도
하다.
법에 의해 강제되어야 할 자유는 물론 모두의 자유의 공존을 침해하는
주관적 자유이다. 그러나 법의 강제는 공적으로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이
루어질 수 있다. 이성적 능력을 지닌 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유의 실현을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보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디시피 법론은
“자연법(Naturrecht)”을 원자적 사회 상태에 다름 아닌 자연 상태의 “자
연적인 법(das natürliche Recht)”과 시민사회 상태의 “시민적인 법(das
bürgerliche Recht)”으로 나누고, 전자의 법을 “사법(Privatrecht)”과 후
144-150쪽.
19)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A72, 162 이하 참조.
20)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32-33.
21)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35-37. 김
석수는 칸트에게서 자유의 공존 ‘법칙에 따른 구속성’으로서의 법을 ‘넓은 의
미’의 ‘법’으로서 강제 권한으로서의 ‘좁은 의미’의 ‘법’과 구별한다. 김석수:
칸트 법철학의 형성 과정에 대한 반성적 고찰 , 칸트연구 제5집 제1호,
375쪽. 칸트의 <법론>에서 이율배반의 문제 , 철학연구 제42권, 137-
138쪽.
130 사회와 철학 제22집
자의 법을 “공법(das öffentliche Recht)”과 동일시한다.22) 의지의 자유
는 육체적 행위와 이 행위의 결과로 실현된다. 이때 나의 육체와 나의 행
위의 결과물은 “나의 지배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칸트는 사적으로 성립
하는 법의 근원적 규정을 어떤 대상을 “나의 지배 속에” “가짐(Haben)”으
로서의 “소유 일반”이라는 “순수 오성개념”에 설정하고 있다. 사적인 측면
에서도 법은 자유 의지의 외적 실현태 내지 담지체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
다. 그렇기에 사법 또한 자유에 외적이다. 그런데 내가 사법적(私法的)으
로 가지고 있는 소유물은 타인의 행위를 통해 언제든 침해될 수 있기에,
자연 상태 내의 모든 소유는 “임시적인 법적 소유(provisorisch-r
echtlicher Besitz)”일 뿐이며 아직 모두의 합일된 의지에 의해 결코 침
해될 수 없게끔 분배된 “확정적 소유(peremtorischer Besitz)”는 아니
다.23) 여기서는 언제든지 사적 소유물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날 수 있
다. 이때 분쟁은 각자의 사법에 의거해 해결될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사
법에 의거해 “이미 그의 본성상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에 대해 강제
할 권한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법의 상태는 그 자체로 불
법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누구든지 자신의 사법의 정당화를 통해 강제를 행
할 수 있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비법적(nicht-rechtlich) 상태
이다. 따라서 사법적 자연 상태로부터 근원적 시민사회계약을 통해 공법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시민 상태로 이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법론의 기본
구조이다.24)
22)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52.
23)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68, 74-75.
24)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157-158.
또한 남기호: 칸트의 자연법 이론과 국가 기초의 문제 참조.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31
3. 응보 법
법론에 따른다면 적법한 강제력의 행사는 결국 공법에 의해서만 보장된
다고 할 수 있다. 공법이 타당하게 유지되는 시민사회란 자유의 법칙이
외적으로 그리고 선험적으로 타당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 속에서는 누
구든지 자신의 행위에 앞서 선험적으로 자신의 자유의 실현을 공법에 대
한 “법률적 의존성” 속에서 생각할 수 있다.25) 여기서 법은 모두의 자유
의 조화로운 실현을 규제하는 외적 조건들로 체계화된다. 이 조건들의 체
계는 법의 강제의 체계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구성과 국가 헌법
의 개정, 시민 저항의 제한, 교회 재산 처리와 세금 징수, 국가 재정과
공안(公安, Polizei), 빈민 구제 등의 여러 제도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제력을 행사하는 공법의 기능이 절정에 달하는 것은 바로 형
법에서라고 할 수 있다.
칸트에 따르면 형법(Strafrecht)은 “범죄”를 저지른 “신민에게 고통을
부과하는 명령권자의 법”이다. 이 법은 “엄격한” “동등성의 원리”에 따라
“사법적(司法的, richterliche)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 이렇게 벌을 내리
는 형법이 바로 “응보 법(Wiedervergeltungsrecht)”이다. 응보 법은 어
떤 범죄 예방이나 공익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 의해서만 범죄자에게 형벌을 부과한다. 그리고 “같은
것을 같은 것으로(Gleiches mit Gleichem)” 갚는다는 원리에 입각해서
만 형벌을 내린다. 이때 이 응보 법의 원리는 단지 “형벌의 질과 양을 규
정”하는 원리로서만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적 의미에서 칸트는 응
보 법을 “ius talionis”와 같은 말로 사용하고 있다.26) 흔히 동해보복법
(同害報復法) 또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으로 해석되는 이 명칭은 사실
어원적으로 ‘그와 같은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 ‘talis’에서 비롯된 것이
25)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69.
26)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95-198.
132 사회와 철학 제22집
다.27) 따라서 어원적 의미를 그대로 살리자면 이 명칭은 동등법(同等法)
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어떤 것을 그와 같은 것으로 갚을 수는 있지만 그
와 똑같은 것(Identisches)으로 갚을 수는 없기에 그렇다. 남의 팔을 자
른 자의 팔을 자르는 것은 개념적으로는 응보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현실적
으로는 그렇지 않다. 저마다 팔의 굵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과
같이 똑같은 형태의 보복이 가능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28) 더구나 이
런 식의 형벌은 복수(Rache)와 구별되기 어려울 것이다. 덕론에 따르자면
형벌이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정”에 의해 부과되어야 하는 한,
어느 누구도 저질러진 “침해를 복수할” 권한을 가질 수 없다. 복수는 “법의
가상”을 가장 많이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가장 달
콤한” “악덕”일 뿐이다.29) 그렇기에 칸트가 말하는 응보는 단순한 보답이
나 보복으로서의 Vergeltung이 아니라 원래의 것에 상응하는 것을 다시
(wieder) 되돌려(ver=zurück) 타당하게 하는(gelten) 되갚음으로서의
Wiedervergeltung라 할 수 있다.30)
27) Online Etymology Dictionary: lex talionis와 retaliation 항목.
28) 조성민: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윤리학적 접근 , 사형제도의 이론과 실제,
234쪽. 마티아스 카우프만은 예를 들어 ‘유아 성적 살해’에 대한 단순 사형이
나 순간적인 살인 행위에 대한 사형수의 장기간의 ‘기다림’ 등은 응보적일 수
없음을 지적한다. Kaufmann, Matthias: Rechtsphilosophie, 315쪽.
29)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136.
30) 장-크리스토프 메를은 칸트의 Wiedervergeltung을 ‘형벌의 정도는 범죄와 동
등해야(equal) 한다’는 ‘응보에 있어서의 동등성’으로만 해석하고 ‘모든 범죄자
는 그리고 오직 범죄자만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단순 응보’로서의 Vergeltung
과 구별한다. 칸트에게 후자의 응보는 논증 상 함축적으로만 포함되어 있으며
본래의 형벌 근거는 비례와 등가성을 고려하지 않기에 개념적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전자의 응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응보 모두 자유의 실현
조건으로서의 칸트의 원래 법 개념과 양립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메를은 범
죄 재발 방지와 범죄자의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 예방’ 이론이 칸트의 법
개념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의 논지대로 ‘특별 예방과 재활이 언
제나 일반 예방 차원을 포함한다’ 해도, 앞으로 논의되겠지만, 칸트의 응보이
론이 실정법에서의 예방과 개선의 요소를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33
이러한 응보 법은 칸트의 형벌이론에서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응보 법은 한편으로 형벌 부과의 필연성을 “정언명령”으로 정당화한다.31)
이때의 정언명령은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에서 처음 언급된, “너의 인격
에 있어서나 다른 모두의 인격에 있어 인간성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여야지 “결코 단순히” “임의의 사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말한다.32) 타인의 인격을 수단으로 사용한 범죄는 동시에
그 인격 내의 인간성을 침해한 것이다. 그런데 그 보편적 의미에 있어 너
와 나의 인간성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네가 타인에게 행한 모욕은 바로
네 자신에게 행한 모욕이며, 타인에게 행한 절도는 네 자신에게 행한 절도
요, 타인의 살해는 네 자신의 살해이다. 범죄는 타인의 개별적 인격에 대
해 행해진 것만이 아니라 그 인격 속의 보편적 인간성에 대해 행해진 것이
다. 이 침해된 보편적 인간성에는 범죄자의 인간성도 포함된다. 따라서 범
죄를 저질렀다는 바로 그 사실에 입각해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비록 선명하진 않다 해도 칸트가 응보에 있어서의 “비례”와 “등가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Merle, Jean-Christophe: A Kantian
Critique of Kant’s Theory of Punishment in Law and Philosophy
Vol.19, No.3, 315-337쪽, 특히 316-321, 323-325, 333-336쪽. 반면
회페는 칸트의 응보를 ‘일반 응보(allgemeine Vergeltung)’와 ‘특수 응보
(spezielle Vergeltung)’로 나누고 이 후자의 응보를 칸트의 “응보 법
(Wiedervergeltungsrecht)”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그는 이미 그 당
시에 Vergeltung과 혼용되어 쓰였던 Wiedervergeltung의 어원적 의미에는
주목하지 않고 단순히 전통적인 의미의 ius talionis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
면서 칸트가 비록 이 후자의 용어만 사용했지만 ‘사실상’ ‘응보 개념’과 ‘일반
응보’ 그리고 ‘특수 응보’의 논의를 모두 전개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회페는
메를과 다르게 칸트의 응보에 원칙적 기반을 둔 예방 및 개선 이론과의 합일
가능성을 전망한다. Höffe, Otfried: Kategorische Rechtsprinzipien,
216-229, 242-248쪽. 또한 임마누엘 칸트, 이상헌 옮김, 280-281쪽.
Adelung, J. Christoph: Zum Artikel Wiedervergeltung in Grammatisch
-kritisches Wörterbuch der Hochdeutschen Mundart 참조.
31)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96.
32)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A64-67.
134 사회와 철학 제22집
것은 범죄자의 인간성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는 것이며, 그의 “인격 속의
인간성을 존중”하는 것이다.33) 이러한 측면에서 응보 법은 범죄와 형벌
간의 필연적 관계를 개념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인간성 존중으로서의 형벌은 칸트가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지는 않지만 섬
세하게 구별될 필요가 있다. 응보적 형벌이 존중하는 것은 범죄자의 인격
속에서도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인간성이다. 반면 응보적으로 처벌되
는 것은 자신의 인간성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간성마저도 수단으로 사용한
범죄자의 개별적 인격이다. 따라서 범죄의 주체와 범죄 피해의 주체가 동
일한 범죄자 내에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칸트의 잘 알려진 인간
이원론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응보 법은 “형벌의 질과 양을 규정하는” 실정 형법의 개
념적 원리이기도 하다.34) 이미 말했듯이 한 범죄를 언어와 몸짓이 똑같은
모욕으로 되갚는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형벌이 사적
인 복수 형태를 띠게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응보 법은 “말 그대로는
불가능하며” “단지 그 효과상으로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응보 법에 따
라 명예훼손은 범죄자의 교만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폭행은 범죄자의 허영을 제어할 수 있는 사죄와 금고로, 절도
는 범죄자의 재산을 박탈하는 몰수와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러한 적용조차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명예훼손을 일삼
33)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B170. ‘시정
적 정의(corrective justice)’를 ‘위반자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우
선 피해자를 고려’한 ‘분배적 정의’ 원리에 입각해 모색하는 것은 응보이론이
범죄와 형벌 간의 개념적 필연성을 통해 논증하는 시정적 정의 부과의 근거
를 놓치기 쉽다. 유호종: 응보주의 형벌론 검토 , 철학적 분석 제5호, 122,
128쪽.
34) 칸트 응보 법의 전자의 역할은 회페가 말한 ‘일반 응보’에, 이 후자의 역할
은 ‘특수 응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회페 또한 형량 규정에 관련된 특
수 응보를 ‘단순히 형식적 기준’으로 읽기를, 따라서 두 종류의 응보 모두 ‘순
수하게 개념적으로’ 이해하기를 제안한다. Höffe, Otfried: Kategorische
Rechtsprinzipien, 239, 243쪽.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35
는 부유한 고관대작은 자신의 재산에 아무 부담이 없는 벌금형을 오히려
악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칸트는 자신보다 지위가 더 낮은 자에
게 공적인 동시에 사적인 “사죄”의 “입맞춤”을 명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응보 법의 그러한 융통성에도 불구하고 형벌 부과의 원리가 응
보의 축어적(逐語的) 의미와 완전히 일치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이
경우가 바로 살해이다.35) 칸트에 따르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라 해도
죽음과 같은 종류일 수는 없기에 살인자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고통스러운
형벌은 어떠한 것이라 해도 불충분하다. 그래서 “그가 만약 살인을 저질렀
다면 그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형 이외의, 살인에 상응하는
고통스러운 형벌은 온갖 종류의 “학대”에 이를 것이다. 그렇지만 비인간적
인 온갖 학대는 범죄자의 “인격 내의 인간성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다.” 그
러니 차라리 학대 없이 법정을 통해 집행되는 사형이 살인과 응보의 “동종
성(Gleichartigkeit)” 내지 “등가성”을 유일하게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칸
트는 여기서 응보 법을 유일하게 응보의 축어적 의미로만 해석하며, 그럼
에도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않고 있다. 남의 팔을 자른 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그 상해 범죄와 징역이 같은 종류이기 때문인가? 잘린 팔
하나가 불편한 것과 갇힌 몸 전체가 불편한 것은 같은 종류일 수 없다. 그
럼에도 그렇게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현실화될 수 없는 응보를 원리로
만 적용하여 형벌의 질과 양을 실정법적으로 그렇게 분별해 놓았기 때문이
다. 모든 종류의 범죄와 형벌이 다 그렇다. 그런데 왜 유독 살인에 대해서
는 동종적인 응보 원리의 관철을 요구하는가?36)
35) 회페에 따르면 칸트의 응보는 ‘형식적 원리이지 질료적 원리가 아니다.’ 그러
나 ‘칸트 자신이 몇 군데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질료적(문자적) 이해로 대신하
고 있기는 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오트프리트 회페: 임마누엘 칸트, 이상헌 옮김, 282쪽.
36) 헤겔처럼 오히려 반대 이유를 들어 ‘그 질적 본성이 무한히 상이한 생명’은 ‘평
가될 수 없기에’ ‘어떠한 교환도 가능하지 않으며’ 따라서 ‘살인의 처벌은 사형
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형은 죽임당한 무한히 상
136 사회와 철학 제22집
칸트는 이 대목에서 철저한 절대적 형벌이론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
다.37)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악명 높은 그의 섬나라 사
례이다. 한 섬나라의 모든 주민들이 자신들의 시민사회를 해체하여 다른
시민사회로 뿔뿔이 흩어지고자 할 때에도, 감금되어 있는 사형수들은 형법
“정의의 만족을 위해” 모두 “그 전에 처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그
렇게 하지 않으면 그 주민들에겐 “정의의 공적 침해의 참여자로서” “피의
죄(Blutschuld)”가 따라 붙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더 나아가 비
록 살인이 아니라 해도 “국가 범죄”와 같은 경우 “오직 내적 사악함의 비례
하여” 사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사형 부과의 권
한을 “엄격한 응보 법에 따르는” “판사의 인식”에 맡긴다. 예를 들어 판사
는 다양한 명분을 지닌 반란자들에게 사형과 수레를 끄는 노역형 중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를 판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칸트가 보기에 “명예로운 자”
는 기꺼이 비루한 삶보다는 죽음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노역형에 처하기
엔 이 형벌이 너무 가혹할 정도로 높은 명예를 지닌 자와 노역형에 처하기
엔 이 형벌이 너무 온순할 정도로 저급한 비열함을 지닌 자가 함께 모반한
경우라면 모두에 대한 사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38)
이한 생명에 적합한 무한한 형벌일 수 있는가? 가령 연쇄살인범의 사형이 응
보의 축어적 의미를 만족시킬 수 없음은 분명하다. Hegel: Vorlesungen
über Naturrecht und Staatswissenschaft Heidelberg 1817/18, §
113.
37) 칸트의 응보이론 전체를 현대적 의미의 절대적 형벌이론으로 분류하기에는 많
은 어려움이 있다. 칸트의 응보이론은 단지 ‘형벌이 그 도덕적 개념에서 볼 때
단순한 수단이어서는 안 되며, 또한 그리고 우선적으로 목적이어야 한다’는 주
장일 뿐이기에 그렇다. Höffe, Otfried: Kategorische Rechtsprinzipien,
227-228쪽.
38)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98-200.
이 반란자 사례는 칸트에게서 사형과 살인죄가 ‘기계적으로 결부’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명예로운 자와 같은 ‘피고인의 지각 방식에 미치는 효과
를 고려할 때 사형보다 가혹한 형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
으로 이 사례는 결국 피고인이 자기 형벌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범죄자가 자
기 심판관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김 수배는 이렇게 사형과 관련된 칸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37
결국 칸트에게서 사형은 한마디로 범죄와 응보의 비례성이 그 최대치에
서 성립할 때 내려지는 형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례의 최대치는
어떻게 규정되며 또 어떻게 실행될 수 있는가? 죽음에 상응하는 것이 삶
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죽임당한 삶이 현실적으로 다 같은 삶이 아니라는 것 또한 누구에게나 자
명하다. 칸트에 따르면 죽임당한 것은 피해자의 개별적 인격뿐만 아니라
또한 그의 인격 속의 보편적 인간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인간성은 범
죄자의 인간성이기도 하다. 이 범죄자의 인간성을 존중하기 위해 실행되
는 형벌이 그의 개별적 인격에 대한 사형이란 말인가? 이것은 범죄자의
인간성의 실재적 죽음마저 포함하지 않는가? 사형을 규정하는 자는 보편
적 인간성을 대변하는 입법적 주체일 것이다. 이 입법적 주체가 자신의
인간성을 죽이는 형벌이 과연 그 인간성에 대한 존중일 수 있는가? 그리
고 자기 인격 내의 침해된 인간성을 깨달은 범죄자라면 명예롭게 사형을
선택하리라는 것은 모든 살인자에게 일반화 가능한가? 여기서 다시금 칸
트에게 있어서의 법과 자유의 외적 관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
형을 규정하는 법은 자유의 외적 발현 즉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
에 자유의 내적 조건으로서의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범죄자가 깨닫
지 못한 자기 인격 내의 인간성은 그래서 주로 명령권자나 판사 등의
자기 입법적 이성을 지닌 자들이 응보 법을 통해 대변한다. 사형은 그 인
간성을 범죄자에게선 사라지게 하고 단지 자율적 인간들에게만 살아 있게
하는 형벌이다. 이 자율적 인간들의 법적 관점에서 범죄자의 외적 행위
는 쉽게 판단될 수 있겠지만 그 범죄 행위의 준칙이 이해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의 입장에 대해 ‘유연한 해석 가능성’을 모색하면서도 형벌 규정에 있어 사
형 배제의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는 칸트의 입장을 감상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조심스럽게 간주한다. 김수배: 칸트 법철학에서 ‘등
가성의 원리’와 형벌의 균형 사이의 긴장관계 - 사형제도를 중심으로 , 칸트
연구 제19집, 58, 68-72쪽. 그러나 감상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응보이론의
관점에서도 사형제 폐지는 가능할 것이다.
138 사회와 철학 제22집
비교적 말년에 쓰인 법론 이후로 칸트가 사형과 관련된 자신의 절대적
응보이론을 수정한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그는 그 다음 해에 출판된 실
용적 관점에서의 인간학(1798)의 한 주석에서 일관되게 응보적 사형의
필요성을 더 강조한다. 만약 징역형을 선고받은 누군가가 징역형은 죽음보
다 더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차라리 죽기 위해 아이를
살해한 경우 판사는 그를 “미친 것”으로 판정해 사형을 면하도록 해 주어
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모든 범죄자들이 미친 자로 설명”
될 수 있기 때문이다.39) 그 경우 범죄자는 비록 전제는 잘못되었을지언정
아이를 살해하면 차라리 사형으로 죽을 수 있다는 올바른 추론을 한 것이
기에 판사는 사형을 부과해야 한다.
이에 따르자면 범죄자의 처벌은 그의 정신 능력의 정상성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칸트식으로 표현하면 범죄자 또한 이성적 존재자이어야 한다.
이 점은 일관된 응보이론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
떻게 한 인격이 이성적 존재자이면서 동시에 범죄를 의지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칸트의 설명은 그리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눈여겨 볼만한
설명은 법론에 나오는 체사레 벡카리아(Cesare Beccaria, 1738-1794)
에 대한 그의 유일한 비판 대목이다. 벡카리아는 1764년 범죄와 형벌에
서 사회계약론에 의거해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사회계약은 각자가 지닌
자유의 ‘최소한의 몫’을 양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기에 여기에는 각자의 자
유의 최대한을 의미하는 ‘자신의 생명을 빼앗을 권능’이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40) 자유의 최소한의 양도로 형성된 법이 자유의 최대한인 생명에
대한 박탈 권한을 포함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러나 칸트는 이러한 주
장을 “궤변이자 법의 왜곡”으로 평가한다. 칸트에 의하면 누군가 “타인을”
“살해한다면” 자신의 생명도 잃을 것이라는 “동의”가 “근원적 시민 계약에
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벡카리아의 주장은 입법과 형벌을 혼동한 것이다.
칸트가 범죄와 형벌의 어느 판본을 읽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는 자기
39) Kant: Anthropologie in pragmatischer Hinsicht, AB144-145.
40) 체사레 벡카리아: 범죄와 형벌, 한인섭 옮김, 111-112쪽.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39
생명을 잃을 것이라는 - 벡카리아에 따르면 불가능한 - 동의에 타인을 “살
해한다면”이란 조건문을 덧붙여 벡카리아의 주장을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벡카리아의 주장은 누구의 생명도 처분할 수 없는 사회계약
체결자들은 사형과 같은 형벌을 의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벡카리
아의 사회계약은 그 체결자들이 의지하는 형벌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러
한 해석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41) 칸트가 여기서 펼치는 반론은 분명하다.
누군가 “형벌을 의지했기(gewollt)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벌 받아
마땅한 행위(strafbare Handlung)를 의지했기 때문에 처벌받는” 것이다.
형벌은 범죄 행위에 내려지는 것이고 범죄와 형벌 간의 관계를 정하는 입
법은 따로 이루어는 것이다. 이때 따로 법을 정하는 것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법적-입법적 이성”이다. 이 이성을 지닌 인격은 “본체적 인간
(homo noumenon)”으로서 “범죄 능력이 있는” “현상적 인간(homo
phaenomenon)”과 구별된다. 범죄 발생 시에 형 법률(Strafgesetz)이
되어야 할 법을 정하는 인격은 현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벌을 받는 “또
다른” 감성적 “인격”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법의 요청을 의미하는 칸트의 근원적 시민사회계약은 입법
적 이성의 인격이 감성적 인격을 법률 아래에 복종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입법적 이성을 지닌 인격의 “사회계약 속에” 자신의
41) 이러한 오해는 두 사상가의 사회계약이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칸트에게선 사회계약 이전의 자연 상태에서도 법이 사법(私法)으로 존립하지
만, 베카리아에게 법은 ‘고립된’ ‘자유로운 인간들 사이의 계약’을 통해 사회가
형성되면서 비로소 그 사회적 결속 조건으로 마련된다. 따라서 형법보다 상위
에 있는 법 일반에 계약체결자의 생명 처분권이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체
사레 벡카리아: 범죄와 형벌, 한인섭 옮김, 7-12쪽. 다시 말해 벡카리아는
칸트의 해석처럼 ‘개별 법률들에 대한 동의’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성립의 기반인 ‘전체로서의’ 법 ‘체계에 대한 동의’를 문제 삼은 것이다.
Kaufmann, Matthias: Rechtsphilosophie, 327쪽. 왜냐하면 그에게 ‘공
공선을 각 개별자의 선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공리 관념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
이다. Burgio, Alberto: Introduction in Beccaria, Cesare: On Crimes
and Punishments and Other Writings, ⅹⅹⅹⅶ쪽.
140 사회와 철학 제22집
생명을 처분해도 된다는 감성적 인격의 “약속”이나 “동의”가 포함될 리 없
다. 만약 “처벌 권한”에 “처벌받기를 의지하는” 범죄자의 “약속”이 전제되어
야 한다면 “범죄자가 자기 자신의 재판관이 될 것이며,” 이것은 불합리하다
는 것이다.42) 이미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에서부터 도입된43) 인간 이원
론은 여기서 다시금 범죄와 형벌 간의 응보적 입법을 기초 짓는 궁극 원리
가 되고 있다. 그러나 칸트의 인간 이원론은 이성적 인간 따로 있고, 감성
적 인간 따로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히려 동일한 인간의
두 측면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동일한 인간이 감성적으로 충동된 전
제에 봉사하도록 자신의 이성적 능력을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해서 실행된 행위가 모두 범죄가 될 수는 없다는 데에 있
다. 배고픔을 충족시키기 위해 집에서 요리하는 것과 남의 음식을 훔치는
것은 다 같이 이성적 사고와 이에 따른 행위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후
자가 범죄인 것은 그 행위가 범죄 행위인 줄 알면서도 이성적으로 의지했
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범죄자는 법률 위반 자체를 자신의 준칙으로 삼고
행위해야 비로소 범죄자이다. 앞서 아이 살해범의 사례가 바로 그렇다. 그
는 그것이 사형을 초래할 위법 행위인 줄 알았다. 그렇다면 범죄자는 감성
적 인격인가, 또 다른 입법적 이성의 인격인가? 현상적 인간인가, 본체적
인간인가? 만약 후자라면 어떻게 그의 입법적 이성이 법률 위반을 자신의
준칙으로 삼을 수 있는가?
4. 사형제 폐지가능성
칸트가 자신의 응보 법이 지닌 문제들을 모두 해결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그의 응보 법이 절정에 달하는 사형과 관련해서 그렇다. 그렇다고 그
에게 몇몇 주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철학적 논거가 없는 것도 아니
42)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202-203.
43)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A105 이하 참조.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41
다. 이 논거를 잘 활용한다면 그의 응보 법은 형벌 정의의 토대 기능을 잘
유지하면서 사형을 포함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무엇보
다 교정되어야 할 것은 자유의 외적 조건으로 정의된 그의 법 개념이다.
모든 도덕이 법일 수는 없다. 그러나 법을 입법하는 이성이 동시에 자기
입법적인 도덕적 자율성을 지녀야 하는 한, 모든 법은 도덕에 기초해야 한
다. 칸트에게서 도덕이 자율로서의 자유의지의 자기 입법이라면 법은 그
자체가 자유로 정의될 필요가 있다.44) 그러나 칸트는 자유의지의 자기입
법 결과를 주로 도덕적 법칙(Gesetz)이라 표현하고 자유의지의 외적 공존
조건으로서의 법(Recht)과 구별한다. 그러면서도 덕론에서 그는 도덕적
정언 명령에서의 “법칙”과 “법칙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과 “준칙을 규
정하는 의지”를 “법 의무 개념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들”로 본다.45) 그렇지
만 이러한 의존 관계를 따른다 해도 칸트의 응보 법은 사형제 폐지의 충분
한 근거를 갖출 수 있다.
먼저 범죄 주체의 측면에서 보자면, 칸트의 응보 법은 범죄자를 “결코
한갓 수단으로 다루어서는 안 되며”, 그의 “인격 속의 인간성”도 “유(類)”로
서 “존중”할 것을 명시한다.46) 그런데 범죄자를 목적 자체로 대우하고 그
의 인간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대우와 존중은
누구에 의해 행해지는가? 네가 타인에게 행한 범죄가 바로 너 자신에게
행한 범죄라는 것은 감성적 인격으로서의 네가 이성적 인격으로서의 너의
보편적 인간성을 침해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응보 법은 너의 침해된 보편
적 인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감성적 인격으로서의 너에게 응보 원리에 따
44) 헤겔이 법을 ‘자유의지의 현존’ 자체로 정의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무관
하지 않다. Hegel: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29. 칸트
와 헤겔의 법 개념의 비교에 대해서는 임미원: 칸트에 있어서 법치국가성의
의미 , 칸트연구 제16집, 198-200쪽. 임 미원의 지적대로 ‘법에 대한 도덕
의 개입’은 도덕의 입법 영역으로의 제한을 통한 ‘사법(司法)의 자율화’가 되어
서는 안 될 것이다. 210-212쪽.
45)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32.
46)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B170.
142 사회와 철학 제22집
라 형벌을 부과한다. 그러나 범죄자는 자신의 행위를 통해 침해된 자신의
보편적 인간성을 스스로 깨닫고 존중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입법 또는 사
법 주체에 의해 외부로부터 존중받는가? 만약 전자라면 범죄자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재판관일 수 있어야 한다. 범죄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응보
법이 바로 범죄자 자신의 법이어야 한다. 그러나 칸트의 응보이론에는 범
죄자의 이러한 자기인식의 계기가 매우 제한적이다. 범죄자는 입법 자격이
없는 “또 다른 인격”이기 때문이다. 칸트가 법론에서 “현상적 인간”과 같은
말로 쓰고 있는 이 “또 다른 인격”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는 분명치 않
다.47) 법론 자체의 정의에 따르면 “인격이란 그 자신의 행위”에 대해 “귀
책(歸責) 능력이 있는 주체”를 말하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자유의 공존 조
건을 침해하는 자신의 감성적 목적을 자신의 이성적 능력으로써 충분히 억
제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이성적 억제 능력의 결핍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기에 적절한 기준일 수 있는가? 그런 이성 능력이
결핍된 행위는 응보적으로 귀책 가능한가?
칸트가 이런 문제를 몰랐던 것 같지는 않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의지
의 자유에 따라” “책임의 법칙들”을 “사전(事前)에” 알고 행한 행위와 그 결
과만이 주체에게 귀책 가능하다. 그렇기에 범죄는 위반 사실에 대한 “의식
을 수반한” “고의적 위반(vorsätzliche Übertretung)”이다.48) 어떤 법을
고의적으로 위반하기 위해서는 위반 자체가 의식적 행위자의 준칙이 되어
야 한다. “모든 법률 위반은” “이러한 비행(非行)을 자신의 규칙으로 삼는”
“범죄자의 준칙에서 비롯된다고 밖에 달리 설명될 수 없다.” 그 위반이 “감
성적 충동에서 연역”된다면 “자유로운 본질로서의 주체에 의해 행해진 것
이 아니게 되며” 따라서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입법적 이성의 명백한 금지에 반하여 그러한 준칙을 정하는 일이
어떻게 주체에게 가능한지는 단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군주 폐위 가능
문제와 관련된 법론의 비교적 긴 주석에 나오는 칸트의 이 언급은 모두의
47)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203.
48)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22-23.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43
입법적 이성에 반하는 준칙을 자신의 보편적 규칙으로 입법하는 범죄자의
이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 수 없다는 고백으로 들린다.49) 칸트에게 이
성은 언제나 그만큼 너무 건전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적인 범죄는
범죄자가 “보편적으로 타당하다고” “가정한 객관적 규칙의 준칙에 따라”
기존 법률의 권위를 무시하고 행한 비행이다. 그럼에도 범죄자는 법률의
“타당성을 자신의” 건전한 “이성 앞에서 거부할 수 없으며” “법률에 반해
행위하는 것을 자신의 규칙으로 삼은” 자일뿐이다.50) 응보 법은 바로 범
죄자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건전한 입법적 이성을 대신해 범죄자에게서
발동한 불법적 준칙 실행을 처벌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불법적 준칙을
정하고 행하는 것 또한 이성의 능력 아닌가? 칸트는 범죄자의 이러한 불
법적이고 악한 이성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응보 법은 다만
손상된 모두의 입법적 이성과 이 이성이 의미하는 보편적 인간성의 회복
을 위해 감성적 범죄 행위를 처벌할 뿐이다. 그래서 타인에 살인을 저지
49) 칸트는 단순한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1793)에서 “인간 본성의 사악함
(Bösartigkeit)”을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인간 규정의” 타고난 “요소”로서의
“소질(Anlage)”에서가 아니라, 타고났지만 인간이 선하게도 악하게도 발전시
킬 수 있는 “습관적 욕망”으로서의 “성벽(Hang)”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악에
대한 성벽은 세 단계로, 즉 첫째, “준칙 준수”에 있어서의 “인간 본성의 무기
력함” 내지 “유약함”, 둘째, “비도덕적 충동과 도덕적 충동”을 “혼합”시키는 “인
간 마음의 불순성”, 그리고 셋째, “악한 준칙들”을 “가정”하는 “인간 마음의 사
악함 내지 타락함”으로 나누어진다. 칸트에 따르면 이 마지막 성벽만이 “도덕
적 충동”보다 “이기심” 등의 “비도덕적 충동”을 우선시하는 “마음의 전도(顚倒)”
또는 준칙들의 전도에 존립하기에 “인간에게 귀책” 가능한 “근본적 악”이다. 그
러나 이러한 “악에의 성벽”의 “이성 근원”은 “우리에게 탐구 불가능하다.”
Kant: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ssen Vernunft,
A18-33, 43. 이러한 문제는 사실 역으로 정언명령이 어떻게 ‘도덕적 행위자
의 의지를 규정하는 추동력’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발생한다. 이에 대해 마
이어는 차라리 ‘정언명령의 과제’를 ‘행위자의 도덕적 성격 형성의 지침’으로
읽고자 한다. Mayer, Verena: Das Paradox des Regelfolgens in
Kants Moralphilosophie in Kant-Studien 97/3, 358-3561쪽 참조.
50)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78-179.
144 사회와 철학 제22집
른 자는 자기 안의 보편적 인간성을 죽인 자이기도 하다. 응보 법은 이
보편적 인간성을 존중해 감성적 인간을 사형에 처한다. 범죄자의 인격 내
인간성은 이렇게 외부로부터 존중받는다. 그렇기에 칸트에게 입법적 이성
의 대변자로 설정된 “명령권자”, “국가 최고권자”, “입법가” 등이 감성적 행
위자로 이해된 “신민”, “민족”, “시민” 등에 대해 외적으로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 법(Recht)이 형법으로 정의된다. 전자는 “그래서 처벌받을 수
없으며” 후자는 법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단지 그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51)
이제 범죄자의 불법적인 악한 이성을 칸트의 도덕 명령에 따라 그대로
존중해 보자. 그의 이성이 악한 이유는 그 이성이 모두의 이성으로 객관
적으로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악한 이성이 있을 수 있는 이유
는 적어도 이성적 능력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다 자신의 선하거나 악한
자신의 준칙을 일반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응보 법은 한편으
로 그 악한 이성의 준칙을 그대로 자신의 내용으로 하는 법이라 할 수
있다. 응보 법은 악한 이성을 악한 이성으로 되갚는 법이다. 강제로 벌금
을 거두고 감옥에 가두고 노역을 시키는 것은 피해자의 자유의지에 반해
돈을 빼앗고 상해를 입히고 일을 시키는 것과 내용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응보 법은 내용적으로 범죄자 자신의 법이다. 범죄는 모두의
자유의 공존 조건으로 실현될 수 없기에 응보 법은 단지 범죄자 자신에
게만 적용되는 법이다. 다시 말해 응보 법은 범죄자의 자유의지의 법으
로서 그 자신에게만 실현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응보 법은 자신의 내용
과 범죄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범죄자로부터 진술 받을 필요가 있다. 자
백은 범죄자가 응보 법을 자신의 법으로 인식하는 자기인식의 계기이자
범죄 성립의 기본 조건이다. 다른 한편으로 응보 법은 범죄자의 악한 이
성의 자기 침해 또는 자기 무화(無化)로 실행됨으로써 범죄를 통해 손상
된 인간성 일반의 법을 형식적으로 복원시킨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
은 응보 법 내지 형법이 내용적으로 모두의 공존 조건으로서의 법 일반
51)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95.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45
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응보 법은 내용적으로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통해 범죄 의지의 보편적 실현 불가능성을 범죄자 자신에게 현시하고 형
식적으로 응보 법 외부에 공존하는 모두의 법을 회복한다. 그런데 범죄
자가 자신의 이성을 행위하는 족족 철두철미 악하게 사용하는 경우란 없
다. 그의 의지와 행위의 전 범위를 수반하는 악한 이성이 있다면 그 이
성의 주체는 범죄자가 아니라 악마일 것이다. 범죄자마다 그의 의지와
행위에 수반되는 악한 이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범죄가 있는 것
이다. 범죄자에겐 특정 범죄에 수반되는 악한 이성 이외에 그의 사회적
존립을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선한 이성도 있다.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
면 이른바 범죄자의 인격 내의 인간성이 바로 그것이다. 범죄자 내에도
있는 이 보편적 인간성에 기초한 이성이 바로 자신의 악한 이성의 범죄
적 실현 불가능성을 깨달아야 할 주체이다. 응보 법은 단지 범죄자의 특
정한 악한 이성의 행위에 대해서만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범죄자의 자기
침해된 인간성의 반성 기회를 마련해 준다. 이렇게 응보 법이 범죄자 자
신의 보편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법으로 현시됨으로써 범죄자는 자신의
악한 이성을 반성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응보 법이 범죄자의 자기
반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단지 자유의 외적 침해가 아니라
바로 그 침해를 유발한 악한 이성 자체인 것이다. 칸트의 형벌은 이러한
의미에서 자신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자기에 대한 자기 처벌’이어야 한
다.52) 이를 위해서는 범죄자의 보편적 인간성에 기초한 기존의 비범죄적
이성이 존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응보의 원리에 따른다면 사형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둘째로 형벌 주체의 측면에서 보자면, 입법적 이성은 단지 “도덕
적 정치가”53)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인격 내에 그의 보편적 인
간성으로도 있다. 보편적 인간성은 “어떠한 등가가치도 허용하지 않는” “존엄
52) 김석수: 칸트에 있어서 죄와 벌의 관계 , 철학 55집, 169쪽. 156-158쪽
과 비교. 여기서 회페는 칸트의 응보 법이 함축하는 ‘재사회화’의 계기를 본
다. Höffe, Otfried: Kategorische Rechtsprinzipien, 247쪽.
53) Kant: Zum ewigen Frieden, A71.
146 사회와 철학 제22집
(Würde)”을 지니는 것이다.54) 그렇기에 보편적 인간성은 결코 사형의 응
보적 형벌을 통해 희생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범죄자의 도덕적 자기반성
을 위해 유지되어야 한다. 살인자의 인격 속의 보편적 인간성을 존중하기
위해 그를 사형에 처한다는 것은 보편적 인간성마저 실재적으로 죽이는 것
이다. 그리고 이 인간성을 단지 타인들의 입법적 이성으로 관념적으로 유지
하는 것일 뿐이다. 이때 응보는 죽임당한 외적 피해만 되갚는 복수와 별반
다를 것이 없게 된다.55) 그러나 보편자의 실현은 그것에 불완전하게나마
지속적으로 접근해 가는 개별자의 현존으로만 담보될 수 있다. 이에 좋은
논거가 될 수 있는 것이 칸트가 덕론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살의 범죄성이
다. 칸트는 덕론의 “윤리적 요소론”에서 “의도적 육체이탈(willkürliche
Entleibung)”을 크게 고상한 것과 범죄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이 자신의 생명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육체를 내거는 것은 고상한
54)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A77-78. 칸트의 인
간 존엄 사상은 사형제 폐지의 신학적 논증에서도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좋은 예로는 김정우: “Todesstrafe und Menschenwürde”, 288-292쪽.
55)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피히테는 사형제에 반대한
다. ‘의도적’ ‘살인’을 저지른 자는 국가시민계약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기에 국가
편에서도 그에게 동일한 계약파기 선언을 판결한다. 계약이 해체되어 ‘법 관계’
가 양편 모두에게 ‘아무것도 아닌(gar nichts mehr)’ 상태에서 사형은 결코
‘국가의’ 법적 ‘보복’일 수 없다. ‘사형은 결코 형벌이 아니며 단지 안전보장 수
단일 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가는 오히려 ‘사인(私人)’과 마찬가지로 ‘살인
을 중단’해야 한다. 국가는 ‘의도적 살인’을 ‘금지’하는 도덕법칙에 따라 모든 인
간을 ‘이성목적의 촉진을 위해’ 대우해야 한다. ‘어느 누구든 타인이 아무리 현
재 타락했다 해도 그가 여전히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할 수는 없다.’ 따
라서 피히테에게 개선 불가능한 자의 사형이나 추방은 국가의 형벌이 아니라
공안(Polizei)의 보호조치일 뿐이다. 국가의 과제는 오히려 이러한 ‘필요’ ‘악’을
가능한 한 ‘불필요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사형 대신
‘개선시설(Besserungsanstalten)’에서의 ‘영구 감금(ewige Gefangenschaft)’
을 제안한다. Fichte: Grundlage des Naturrechts nach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6), 268-278쪽.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47
행위이다. 반면에 삶의 역경이나 고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
신의 육체를 이탈하는 것은 “범죄”로까지 “입증될 수 있는” “자살”이다. 왜
냐하면 자살은 “타인들에 대한 자신의 의무의 위반”일 뿐만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의무에 관한 한
“인간은 인격성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한 포기는 “자기 자신의 인격 내
에 있는 도덕성의 주체를 파괴하는 것”이며, “그 실존 상 자신에게 있는
만큼의 도덕성 자체를 세계에서 말살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완전하게
나마 실존하는 도덕성은 결코 역경이나 고난으로부터의 회피 등의 감성적
인 목적으로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임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한갓된 수단으로 처분하는 것은” “본체적 인간”으로서의 “그의 인
격 내의 인간성을 폄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상적 인간은 그것을 보존
할” 삶의 의무가 있다.56) 이러한 인간성 존중의 사상은 그대로 응보 법에
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응보 법은 범죄자의 인격 속에 남아 있는
인간성을 위해 현상적 범죄자의 삶을 보존할 의무가 있다. 참된 응보는
범죄자가 자신에 대해서만 보편화한 그의 준칙의 개별적 입법 이성을 극
복하고 그의 침해된 보편적 인간성을 도덕적 의무의 대상으로 복귀시키는
데에 있다.
어떠한 역경에도 자살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의무는 법론이 구체화되
기 훨씬 전부터 칸트를 사로잡았던 주제이다. 이미 도덕 형이상학의 기
초에서 자살은 “생의 촉진”을 법칙으로 하는 자연에 “생 자체의 파괴” 법
칙을 실행하는 모순적인 행위로 비판되고 있다.57) 실천이성비판의 반대
논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58)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기록된 그의 도덕철학
강의필기문(1784/85)은 인격 보존이 더 이상 불가능한 삶을 스스로 마감
하는 것조차도 인격 보존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여기서
칸트가 드는 대표적인 사례는 카이사르의 억압적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로마 정치가 카토(Cato)이다. “육체는 삶의 전
56)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71-73.
57)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A53-54.
58)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A75-76.
148 사회와 철학 제22집
적인 조건”으로서 “우리의 자유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살기 위해
서는 육체뿐만 아니라 이 육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자유도 필요하
다. “만약 자유가 삶의 조건이라면” 그리고 육체를 통해서만 자유롭게 사용
될 수 있다면, 육체를 파괴하고 “삶을 지양하기 위해 자유가 쓰일 수는 없
다.” 우리는 자유로운 “인격의 보존을 위해 우리 육체에 대한 처분권을 지
니는” 것이지 인격 보존을 불가능하게 하는 육체 처분권을 지니는 것이 아
니다. 살아 있는 한에서만 인격은 보존되며 인격에 대한 의무가 수행될 수
있다. 물론 불의에 저항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고 자신의 삶
을 희생하는 것은 자살이 아니다.” 이때 희생되는 삶이 정말 죽음에 이르
게 될지는 “운명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야 하며 억압적인 상황이라면 그 삶 자체마저 내거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언제나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인격 내의 인간성
에 대한 의무 충족’은 먼저 자살하지 않고도 ‘가능’한 것이다.59) 그래서 만
약 카토가 카이사르의 “온갖 고문에도” 굽히지 않는 확고한 “결단을” 자신
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면 “숭고한 일이었겠지만”, 사실 그가 자살한 것은
“숭고하지 않다.” 이러한 불굴의 의지는 자신의 육체적 형벌을 통해 보편적
인간성을 회복해야 하는 범죄자에게도 도덕적 의무로서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의무에 기초해 입법해야 하는 “법률가는 삶의 보존
을 최고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60)
법론이 아무리 “외적 자유의 형식적 조건”만을 다룬다 해도, 자유의 “질
료”인 “순수 이성의” “객관적-필연적 목적”을 논하는 덕론에 기초해야 하는
이상, 따라서 “순수 실천이성”의 “내적 자유”를 통해 설정된 “목적들”로부터
“법이 추상”되어야 하는 이상, 응보 법 또한 위의 논거를 따라야 할 것이
다.61) 응보 법에 따른 사형은 범죄 피해의 되갚음 내지 극복이라는 감성
59) Löwith, Karl: Töten, Mord und Selbstmord in Die Frage der
Todesstrafe Zwölf Antworten, 184쪽.
60) Kant: Moralphilosophie Collins, 369-378쪽. 또한 Metaphysik der
Sitten Vigilantius, 628쪽 이하 참조.
61)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4, 31-32.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49
적 목적을 위해 범죄자의 인격 내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살이 개인
의 자기 인격성에 대한 살인이라면, 사형은 개인들의 시민사회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형법 기관의 자기 인격성에 대한 살인이다. 응보 법이 범죄 피
해 극복이라는 감성적 목적이 아니라 손상된 인간성을 목적 자체로 회복하
기 위한 것이라면 범죄자의 “시민적 인격성”을 박탈할지언정 그의 “타고난
인격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형은 그 ‘가능성에 있어’ ‘언제나’ 범죄자
에게 ‘도덕성의 원천’으로 남아 있는 그의 ‘내적인 자율적 삶마저 근절시키
는’ 것이다.62)
마지막으로 응보 법 자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진정한 응보는 그래서 자
유의 외적 조건의 침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침해를 야기한 범죄자의 악
한 내적 의지 내지 이성을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외적 침해와만 관계하는
칸트의 법 개념이 언제나 실천적 ‘이성 법칙에 의한 행위의 직접적 규정을 배
제하는 관점으로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법에 의한 행위 규제가
‘자유를 제한’할 위험 때문이지, 실정법이 ‘실천적 이성 법칙을 규범화’할 가능
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Von der Pfordten, Dietmar: Kants
Rechtsbegriff in Kant-Studien 98/4, 437-440쪽. ‘칸트는 법의 의무와
덕의 의무를 분리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전자에서 후자로의 의무의 발전적
완성 단계로 고찰하고 있다. 따라서 법과 도덕의 구별에 대한 그의 언급은
‘법이 윤리와 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김석수: 칸트 법철학
의 형성 과정에 대한 반성적 고찰 , 칸트연구 제5집 제1호, 381-385쪽.
오히려 ‘현실적인 법의 법정’은 ‘양심의 법정’에 ‘근거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법의 성립 기초는 자유에 근거하며, 자유는 도덕법에 근거하므로 결국 법은
도덕에 기초하게 된다.’ 칸트의 <법론>에서 이율배반의 문제 , 철학연구
제42권, 138쪽.
62) 칸트의 ‘자살의 비이성성’에 근거한 그의 사형제에 대한 논박은 아틸라 아타너
에 의해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타너는 ‘형법의 공동 입법
자와 형법이 적용되는 범죄자를 분리하려는 칸트의 노력’이 ‘시민의 자율적 의
지’의 ‘근절’을 포함하는 ‘사형’ 규정으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보고, 벡카리아
를 따라 칸트의 ‘근원적 계약’을 수정하여 ‘강제 주체의 근절’을 포함하지 않는
강제로서의 법을 재구성하려 한다. Ataner, Attila: Kant on Capital
Punishment and Suicide in Kant-Studien 97/4, 457-480쪽, 특히
475쪽.
150 사회와 철학 제22집
응보는 복수와 내용적으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참된 응보 법은
악한 이성의 법을 범죄자 자신의 법으로 존중하고 그 자신에게 실현시켜
주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해 악은 응보 법에 의한 자기 순환적 실현을 통해
무화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인격 내의 보편적 인간성이 모두에게서 뿐만
아니라 범죄자에게서도 회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응보 법은 범죄자
의 자기 반성적 삶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응보적 형벌을 받는 자신의
개별적 의지에 대한 참된 보편적 반성이 요구된다. 만약 그렇다면 응보 법
은 원리상 또한 비록 ‘부차적’일지라도63) 범죄자의 자기 개선 요소를 포함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선이나 예방만을 목적으로 하는 상대적 형벌이론이
응보적 형벌 정의를 실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칸트 또한 응보 법만이 유일하게 실행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1784/85년 강의에서 이미 그는 “군주와 정부당국의 모든
형벌이 교정하거나” “경고하기” 위한 “실용적” 형벌이기에 “응보적 형벌
(poenae vindicativae)”의 “도덕성”에 기초해야 함을 분명히 강조하면서
도 그러한 실용적 형벌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한 형벌은
“도덕적 훈육”의 “간접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64) 1793/
94년 강의에서는 더 나아가 모든 형벌이 응보적 “형벌 정의(justitia
poenitiva)”에 기초해야 하지만, “언제나” “도덕성을 촉진하는” 종류여야
한다고 말해진다.65) 도덕성 촉진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자신이 예컨대 본
63) Höffe, Otfried: Kategorische Rechtsprinzipien, 244쪽. 또한 ‘범죄 이
후에’ 가해지는 ‘처벌’이 ‘사전에’ ‘법’으로 확정되어야 한다(nulla poena sine
lege)는 측면에서 칸트의 응보 법은 예방적 기능을 포함한다. 222, 245-
246쪽.
64) Kant: Moralphilosophie Collins, 286-287쪽. 또한 Praktische Philosophie
Powalski, 150-152쪽 참조.
65) Kant: Metaphysik der Sitten Vigilantius, 550-551쪽. 톰 브룩스는 칸
트를 순수 응보론자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올바로 이의 제기를 하면서도 칸트
의 법론 텍스트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많다. 그에 따르면 칸트는 ‘도덕
법칙의 위반’에 대해서는 응보론자요, ‘실정’ ‘법의 위반’에 대해서는 ‘우선적으
로’ 범죄 ‘억지’론자라는 것이다. 전자의 측면에서 브룩스는 “죄책의 법적 결과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51
보기를 보이기 위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악한 행위를 하였기에 처
벌받는 것이라는 범죄자 자신의 자기반성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응보 법은 불법과 화해하는 법이 된다. 불법과의 화해는 형벌의 면제를 함
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응보적 형벌에 의한 불법의 자기극복 내지 자기반
성을 의미한다. 응보 법은 그래서 “효과”를 고려해야66) 한다. 위반을 준칙
으로 삼는 악한 의지에 대한 응보적 효과뿐만 아니라 이 의지의 자기지양
을 통해 손상된 보편적 삶의 법, 인간성의 법을 다시 건강하게 회복하는
효과 말이다. 칸트의 응보 법이 이렇게 해석된다면 사형은 오히려 응보 원
리에 반하는 형벌이 된다. 자신의 악을 반성하는 삶만이 진정한 응보일 것
이기 때문이다.
(Der rechtliche Effekt einer Verschuldung)가 형벌”이라는 법론의 정의
를 ‘도덕법의 위반에서 귀결되는 올바른(rightful) 결과가 형벌’이라고 잘못
읽는다. 후자의 측면에서 그는 미혼모의 유아살해와 군인들의 결투에서의 전
우살해가 처벌 불가능하다는 칸트의 예시를 형벌이 이 경우 억제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잘못 해석한다. 그러나 칸트가 제시하는 이유는 미혼모의 아이나
결투 중의 군인이 입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없는, 따라서 도덕적인 “명예”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자연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칸트가 제시한 두 난파당한
자들의 사례는 브룩스도 올바로 보고 있듯이 실정법이 주로 예방 효과에 근거
해 제정되지만 위급한 경우엔 생명권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B29, A204
-206, AB41-42. Brooks, Thom, ‘Corlett on Kant, Hegel, and
Retribution’, Philosophy Vol.76, No.298, 567-570쪽. 다소 지나치게
자유주의적으로 칸트를 해석하는 샤론 버드는 이 난파자 사례를 ‘형벌의 위협
과 형벌의 집행을 구별하는’ 대표적인 예시로 해석하면서 칸트가 ‘형법 규정’에
있어서는 일반 예방론자요, ‘응보는 형벌의 목적이나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국
가의 형벌 부과 권리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는 것으로만 본다. 이에 따르면 형
벌 규정은 위협을 위해, 형벌 결정과 집행은 응보에 의거해 이루어진다.
Byrd, Sharon: Kant’s Theory of Punishment: Deterrence in Its
Threat, Retribution in Its Execution in Law and Philosophy Vol.8,
No.2, 152-153, 183-184, 188-191쪽.
66)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 A198.
152 사회와 철학 제22집
5. 맺음말
도덕 형이상학의 완결성에도 불구하고 칸트의 형벌이론은 어느 정도
교정과 보충이 필요하다. 여기서 아직 상론할 수는 없었지만 악한 이성 내
지 의지의 가능성도 그렇고, 이미 주목해 본 응보의 대상 또한 그렇다. 그
러나 무엇보다도 자유 외적인 법 개념은 법철학적이라기보다 실정법적인
특성이 너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이 칸트 이후 철학자들의 주요 고민거리
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물론 칸트 자신도 자기 이론의 몇 가지 난제들
을 고백하고는 있다. 이 난제들은 인간의 자유 그 자체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념에 기초하게 될 때 새로운 해결 전망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대표적
인 사례가 바로 그의 응보 법이 엄격하게 주장하는 사형의 폐지가능성
이다.
누구보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한 칸트는 인류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1795/96) 도덕과 정치의 양립을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도덕적인
정치가”는 “도덕과 양립할 수 있는” 정치의 “원리들”을 철학적 “법 개념”으
로부터 배워야 한다. 이 법 개념은 무엇보다 실천이성의 “도덕적 과제”에
기초한다.67) 그러나 살인과 같은 극도의 피해를 입힌 자는 그와 똑같은
죽음으로 되갚아져야 한다는 준칙은 보편적 법칙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덕론에 따른다면 “단순히 복수심에서 타인들의 적대성을 증오로 갚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재판관”인 신에게조차 “복수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
이야말로 덕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죄를 지은 인간은 용서 자체
를 매우 필요로 할 정도로 충분히 자신에 대해” 재판관 역할을 할 수 있
다.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던 간에 어떠한 형벌도 증오심으로 부과되어서
는 안 되며” “화해”가 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때의 화해는 형벌 없는 인
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권리를 타인의 발아래 내던져
버리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68) 오히려 형벌은 이성적 응보 원리에
67) Kant: Zum ewigen Frieden, A70-72, 82-84.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53
따라 불법과도 화해할 수 있는 법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 이러한 응보 법
은 외적 침해만을 고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침해를 야기한 악한 이성의
자기극복을 지향해야 한다. 칸트가 진정 목표로 삼은 영원한 평화의 시민
상태는 바로 이러한 성격의 응보 법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응보 법으로써 엄격한 사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면, 이것은 평화로
운 시민상태로 향해 가는 과도기 사회를 염두에 두고 언급한 것일지도 모
른다. “악마들의 민족(Volk von Teufeln)”조차 “이성의” “법적 지시”에 따
라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국가들”조차도 “법의
이념”에 “이미 상당히 접근해” 가고 있는69) 오늘날 칸트의 응보 법은 본연
의 도덕성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사형이 더 이상 응보의 내용이 되지 않
는 도덕적인 응보 법이 필요한 것이다.
사형을 포함하는 응보 법은 응보의 참된 의미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
68) Kant: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Tugendlehre, A137. 최근
들어 루크 훌스만이 주장하는 ‘형벌제도의 폐지’와 당사자들의 ‘직접 대면’이나
‘중재재판’ 또는 ‘커뮤니티 위원회’ 등으로의 대체는 범죄와 형벌의 사회적 의
미 차원을 개인들의 사적 차원으로 환원시킬 위험이 있다. 루크 훌스만: 사
형제 부활이냐 형벌제도 폐지냐, 101-107, 233-244쪽 참조.
69) Kant: Zum ewigen Frieden, A60-61.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 고려도 필요
하다. 과거 ‘18세기 중엽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가가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사형을 종신자유형으로 대체하거나 교정 시설의 확대, 도주 범죄자의
복수가능성을 차단할 만한 수사력 보강 등을 마련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매우
부족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정도의 경제력이 없는 국가는 거의 없다. 허 일
태: 형벌과 인간의 존엄, 24-28쪽. 그렇다고 ‘체포’와 ‘처벌’ 등의 ‘형벌 정
의’에 할당되어야 할 사회적 ‘자원 분배’에 대한 설명이 결여되었다고 아비오처
럼 칸트의 응보이론을 비판하는 것은 그 근본 의의를 빗나가는 해석이다.
Avio, K. L.: Economic, Retributive and Contractarian Conceptions
of Punishment in Law and Philosophy Vol.12, No.3, 262-268쪽, 특
히 263-264쪽. 법론은 ‘엄격히 말하면’ ‘이성을 통해 선험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외적 법칙 일반’을 ‘법의 이념’으로 다루는 ‘법철학이지 법률학이 아니다.’
김석수: 칸트 법철학의 형성 과정에 대한 반성적 고찰 , 칸트연구 제5집
제1호, 370쪽.
154 사회와 철학 제22집
라 그 법이 통용되는 사회 구성원들을 악마로 전제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법을 재해석하고 사형 시설을 정비하는 것은 도덕적인 정치가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복수와 증오를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주 매체에 비난조로 등장하는 흉악범의 신상과 이야기는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고 이성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 삶이 어려울수록 증
오심도 커지고 증오의 대상에 더욱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망
이 잘 구비된 사회일수록 악마적 본성이 말할 기회는 더욱 적어질 것이다.
평화로운 사회일수록 죽임을 상상하기보다 삶에 기반을 둔 문제 해결을 모
색할 것이다. 사형은 단지 입법적 정치체가 자신만의 보편성을 위해 이 보
편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자신의 개별적 신체를 죽이는 것이다. ‘사형은
형벌의 파시스트적 극단이다.’70) 그러나 모두의 보편성을 아는 입법적 정
신은 다른 말을 한다. 얼마 전 노르웨이의 극우 학살 범(2011년 7월 22
일)에 대해 오슬로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관용으로 복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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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칸트의 형벌이론에서의 사형제 폐지가능성(남기호) 159
The Possibility to Abrogate the Capital
Punishment in Kant’s Theory of Punishment
Nahm, Ki-Ho
【Abstract】
Kant conceptualized a theory of punishment on basis of the principle
of retribution. His retributive law(Wiedervergeltungsrecht) imposes
punishment not as a means to any deterrence or betterment but to
principle of equality with injury of a crime, that only were committed.
According to this principle the capital punishment is inevitable.
This article on the contrary tries to grope for grounds of possibility
to abolish capital punishment in Kant’s Retributivism. To this end it
is necessary to reform some standpoints about his concept of law. At
first, if his concept of law is understood as interior to human freedom,
the retributive law becomes such as realizes the free will of criminal
with respect of him in form of universal law-making will. Then the
retributive law comes to aim not at revenge of external infringement
but ultimately at the self-sublimation of the evil will itself in criminal.
But it is necessary for the recovery of universal humanity in criminals’s
person to guarantee him the moment of self-reflection, that is only
possible under the condition of life. Then the capital punishment
contradicts also the principle of retribution in itself.
To judge capital punishment is to give up the humanity in criminals’s
person only to the sensible end of repaying the external injury. On
the other side the moral retributive law seeks to recover the law of
160 사회와 철학 제22집
the damaged universal humanity soundly through the self-sublimation
of the evil will. The authentic Retribution cannot entail the capital
punishment but rather supposes the life reflecting on its evil.
Key words: Kant’s Philosophy of Law, Theory of Punishment,
Retributive Law, Freedom, Morality,
Possibility to abrogate the Capital Punishment
논문접수일: 2011년 8월 17일 논문심사일: 2011년 9월 15일 게재확정일: 2011년 10월 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