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함정에 빠졌다면?
- 매각불허가신청과 즉시항고 적극 활용하라 -
경매는 그 제도의 특성상 물건 자체에 숱한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권리관계는 물론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지 않는 권리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경매다.
또한 임차인과의 문제, 감정평가서와 물건 현황과의 불일치에서 오는 문제, 인도(명도) 등 경매물건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다수의 입찰자가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일반매매의 경우 매매물건 하자에 대한 책임을 매도인이 지는 것(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과 달리 경매는 오로지 낙찰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경매에서의 매도인은 매도 주체가 아니라 경매 과정에서 전혀 의사결정권이 없는 간접 당사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함정에 빠졌다고 해서 매도인(소유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경매함정에 빠졌을 때 그 구제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그러나 경매물건을 낙찰 받는 것만이 승리가 아니라 경매함정에 빠졌을 때 좌절하고 포기하고 있는 것보다 그 함정에서 어떻게 신속하게 빠져나오느냐 역시 승리의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제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경매함정에 빠졌을 때 구제방법으로 민사집행법은 우선적으로 매각불허가신청과 즉시항고를 규정하고 있다. 매각불허가신청이라 함은 경매절차에서의 이해관계인이 매각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소송법상의 진술을 말한다. 이를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라고도 하며, 서면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를 어느 경우에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사집행법(제120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에 대한 이의신청은 매각허가가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각허가가 있을 때까지라 함은 매각 후 7일내, 즉 매각결정기일까지라는 얘기다.
또한 민사집행법 제121조는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 사유를 7가지로 한정해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사유 이외의 사유에 기하여는 이의신청 할 수 없으며,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는 이의진술자인 자신의 권리에 관한 이유에 의하여야 하고 다른 이해관계인의 권리에 관한 이유로 신청하지 못한다는 것도 명문으로 규정(법 제122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유 중 하나만이라도 충족되는 사유(5호 내지 7호 사유가 이해관계인에게 주로 원용됨)가 있을 때 최고가매수인(낙찰자)을 포함한 이해관계인은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이의신청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경우 법원은 매각을 불허한다.
즉시항고는 매각이 허가되었거나 불허가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손해를 보는 이해관계인이 그 매각허부결정에 대한 불복 방법으로서 인정되는 것이다.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기간은 매각에 대한 이의신청과 같이 매각허부결정일로부터 7일이 주어지며, 매각허가 또는 불허가결정에 따라 손해를 보는 이해관계인, 매각허가에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결정에 적은 것 외의 조건으로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수인(낙찰자), 자신에게의 매각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수신고인(입찰자)이 할 수 있다.
다만 매각에 대한 이의신청과 달리 매각허가결정에 대하여 항고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매각대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전 또는 법원이 인정한 유가증권을 공탁하여야 한다.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 시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매각불허가결정에 대하여는 보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만약 채무자 및 소유자가 한 항고가 기각된 때에는 항고보증금이 몰수되고, 채무자 및 소유자 외의 사람이 한 항고가 기각된 때에는 보증금에서 항고를 한 날로부터 항고기각결정이 확정된 날까지의 매각대금에 대한 연 20%를 제하고 돌려준다. 항고가 기각되면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항고를 할 때에는 무작정 항고할 것이 아니라 그 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짙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항고에 대한 무분별한 남용으로 경매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조치이다. 항고심의 재판에 불복하거나 손해를 받는 이해관계인은 재항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경매제도는 경매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간, 즉 하자치유기간을 부여해주고 있다. 따라서 입찰 전에 풀리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음에도 입찰에 응해 낙찰 받았거나, 입찰 결과 단독으로 낙찰을 받은 경우 들뜬 기분에 심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매각기일로부터 7일간 주어진 매각불허가신청기간 동안 재차 현장 탐문을 통해 물건상태나 점유관계 등을 다시금 파악해보고, 법원에 보관된 집행기록 열람을 통해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권리관계나 경매절차상의 하자는 없는지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낙찰자가 매각에 대한 이의사유를 근거로 매각불허가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거나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못하고 그 기간을 지나 버린 경우에는 즉시항고를 하면 된다. 매각불허가신청이 경매함정에 빠졌을 때 구제될 수 있는 1차적인 방안이라면 즉시항고는 2차적인 구제방법인 셈이다.
이 제도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경매함정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매각에 대한 이의신청에 의해 매각이 불허되거나 매각허가에 대한 항고가 인용돼 매각허가결정이 취소된 경우 낙찰자는 제공한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