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전년에 비해 경영환경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유가 기조 지속, 건설 시장 부진, 제품 범용화 가속,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되어 있어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올 한해 동안 우리 기업들이 주의깊게 살펴보고 대응해야 할 경영포인트를 짚어 본다.
Point 1 : 기업을 살리는 킬러 디자인 Point 2 : 중국 비즈니스, 새로운 기회를 찾아라 Point 3 : 저가시장의 재발견 Point 4 : 뉴미디어 시대 신경영 Point 5 : 디지털 성장통을 이겨내라 Point 6 : 복수노조 환경에의 대응 Point 7 : 컨틴전시 경영 구축
Point 1. 기업을 살리는 킬러 디자인 (이영수, yslee@lgeri.com)
제품 본연의 물리적 품질 뿐만 아니라 감성품질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할 수 있는 킬러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배양이 중요해지고 있다.
90년대 말까지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값이 싼’ 자동차 정도로 인식되어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기존의 이미지로는 고부가가치의 자동차를 런칭시킬 수 없다고 판단, 새로운 라인업의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그 결과물이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스포츠 유틸리티 차종의 ‘싼타페’였다. 싼타페는 과거 현대자동차가 가지고 있던 밋밋한 디자인에서 탈피, 근육질의 몸매로 인기를 끌었다. 싼타페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오늘날의 위상을 확보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듯, 잘 만들어진 한두 개 제품의 디자인이 회사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도 한다.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킬러 디자인
제품의 성공에서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단순히 좋은 디자인의 제품이 아니라 ‘킬러 디자인’ 제품이어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킬러 디자인이란 특정 제품군에서 제품 트렌드를 창조하는 것과 동시에 한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소비자가 제품 디자인을 보고 ‘이 제품은 어느 회사 제품 같은데’라고 떠올릴 수 있다면 킬러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팟이나 모토로라의 레이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제품이 되었고 레이저는 휴대폰 슬림화의 첨병이 되었다. 게다가 이 제품들은 전반적인 기업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나아가 기업의 운명까지도 반전시킨다.
국내 제품에도 이러한 경향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LG전자의 초콜릿폰은 LG전자 휴대폰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이나 뱅앤올룹슨과 공동 디자인한 세린(Serene)은 삼성전자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려놓는 데 일조하고 있다.
킬러 디자인 경향은 IT 제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GS건설이 강남에 짓고 있는 ‘부띠끄 모나코’는 빌딩 외부 디자인뿐만 아니라 내부 디자인의 파격으로 새로운 건축 트렌드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GS건설의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재의 경쟁 환경이 킬러 디자인을 요구
그렇다면 기업이 킬러 디자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 측면과 공급자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먼저 소비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지나친 기능이나 성능 경쟁에 지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IT 제품의 경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신제품이 출시된다.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능을 선호했다가도 더 나은 기능의 제품이 나오면 자기가 산 제품에 식상해 버리고 만다. 이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남과 다른 디자인을 가진, 혹은 나를 표현해 주는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성능이 개선된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킬러 디자인 이미지가 후속 제품을 통해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제품은 향후에 ‘클래식’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공급자 측면에서도 기업들은 경쟁사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킬러 디자인을 추구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성능이나 기술로 차별적 우위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오히려 기업들은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그 제품에 고급 이미지를 부여하고, 나아가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패션 제품에서 명품이 추구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명품은 품질 위에 독특한 디자인과 이미지로 다른 패션 제품과 차별화시키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완성시켜 나간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한 기업들이 킬러 디자인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오늘날의 경쟁환경은 킬러 디자인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지 못하면 선도기업이 되기 힘들어졌다. 일단 킬러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게 되면 상당기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우위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 디자인 접근 필요
그렇다면 킬러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것은 디자인 역량의 업그레이드이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품질이 좋은 제품은 많으나, 정말로 ‘보기 좋은’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이제는 제품 본연의 물리적 품질뿐만 아니라 제품의 감성 품질이 더 중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디자인 역량은 단기간에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트렌드 관찰은 기본이다. 기업 내부적으로 디자인 역량이 낮은 수준이라면 장기적인 디자인 역량 육성과 병행하여, 단기적인 디자인 아웃소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 부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킬러 디자인을 발굴하는 것도 방안이다. 킬러 아이디어, 킬러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킬러 디자인을 추구하는 기업은 제품개발-디자인-마케팅(브랜드)-영업 등 가치사슬 전반에 일관된 통합 디자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제품과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이 따로 노는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제품 품질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갔다. 좋은 디자인 만으로도 부족하다. 2006년은 ‘킬러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이다.
Point 2. 중국 비즈니스, 새로운 기회를 찾아라 (배영준, little@lgeri.com)
중국의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기회는 아직 많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야 할 때다.
올해부터 중국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시각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값싼 양질의 노동력, 중국 정부의 우호적인 투자 정책을 이용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거대 시장이다.’ 이런 말들은 이제 과거 속으로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요즘은 중국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런 얘기들을 한다. ‘중국에 또 투자를 하겠다고? 에이,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어. 중국은 리스크 덩어리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건 위험하지. 인도나 러시아로 투자를 분산해야 한다구...’, ‘중국 시장, 사실 거기서 돈을 벌기란 너무 어려워. 위로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이 버티고 있지. 아래서는 중국 기업이 숨가쁘게 좇아오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야. 남는 게 없어…’
리스크가 있으니 회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경쟁이 치열하니 다른 시장을 찾아봐야 한다는 말이나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피하면 얼마나 피할 수 있을까? 도망가면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까? 몇 년 후에 인도나 러시아 시장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다음에는 아프리카 대륙으로 갈 것인가?
중국의 리스크를 언급하기에 앞서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여전히 많이 있다. 또한 비즈니스 기회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고 지고, 시장의 기회를 잡고 못 잡고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책임이다. ‘리스크’ 탓, ‘시장 상황’ 탓만은 아니다. 조금만 시각을 바꿔 중국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로 옆 건물의 기업은 중국에서 매년 고성장을 기록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이 주목하는 시장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발표하는 BER(Business Environment Ranking)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시장 기회’와 ‘경제 발전’ 측면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조세 제도’, ‘정부 정책’, ‘인프라’ 등은 하위권 수준이나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안한 요인들이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Actual Market’이라 보는 견해가 77%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정말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근거는 중국 정부의 이전 가격(Transfer Price) 관리 강화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이 이전 가격을 이용해 회피한 세금 총액이 연간 3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기업의 절반 이상이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향후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의 탈세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실 송금’과 ‘탈세’의 기로의 선 글로벌 기업, 정말 돈을 벌기는 버는 모양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기
그동안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은 주로 가전 제조업과 제조업 하부의 원재료 및 부품 사업에 집중되어 왔다. 이는 초기 중국 시장 진출이 ‘시장’ 보다는 ‘생산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에 집중하다 보면,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한다. WTO 가입 이후 중국의 시장 개방이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 진입의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 시장의 기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단순히 제조업의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 쪽으로 눈을 돌리자는 것만은 아니다.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대외 개방이 늦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시장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다.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선발진입자(First Mover)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뜻이다. 또한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 산업은 사고방식(mentality)과, 서비스 마인드가 관건인 비즈니스다. 하드웨어는 쉽게 바뀌어도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더 걸린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 기업과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갖기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 아이템으로는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고급 유통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프랜차이즈 사업
중국 정부는 서비스 산업의 질적 개선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프랜차이즈 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스타벅스(Starbuck’s)가 서비스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직영점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데 반해, KFC는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중국 전역에 1,30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한 KFC는 내년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375개 점포를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한 중국의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을 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FC(중국어로 肯德基) 가맹 업주가 프랜차이즈 계약을 파기하고 바로 근처에 ‘肯德鷄’라는 패스트푸드점을 개업해도, KFC가 법적인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KFC는 일정 기간 운영한 직영점을 프랜차이즈 점포로 전환하는 ‘특허 가맹 체인점’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볼 만한 사업, 소매 유통 비즈니스
대도시 기준으로 중국 유통업의 외국 기업 대 로컬 기업의 시장 비중은 대략 3대 7로 로컬 기업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통 시장 전면 개방에 따라 글로벌 유통업체의 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05년 상반기에만 245개의 외자계 유통기업 설립이 비준되었다고 한다. 까르푸(Carrefour), 테스코(Tesco) 등 기존 진출 업체들은 로컬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상하이 이마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010년 경에는 글로벌 유통의 비중이 절반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가전 유통의 경우 궈메이(Gome) 등 대형 체인점의 교섭력(Bargaining Power)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기존 제조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자체 유통망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거리(Gree), 메이디(Midea) 등 가전 제조업체들은 컨소시엄 형태의 판매법인을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제조업체의 유통업 진출도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독자 투자가 어렵다면 제조업체 간의 컨소시엄 형태나 베스트바이(Bestbuy) 등 글로벌 유통업체와의 합자 투자를 통한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유통 비즈니스 역시 ‘서비스’가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중국 유통업은 대부분 물량 확대에 의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가격’만을 고려해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적정한 가격에 품격 높은 서비스’를 추구하는 시장이 비어 있다. 이 시장을 공략하면 외국 기업에게도 충분히 승산은 있다.
중국 시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비관적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기업에게는 이런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국 비즈니스를 개척해야 한다.
Point 3. 저가시장의 재발견 (윤여중, ouryu@lgeri.com)
저가시장은 이제 선진 기업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는 저가시장에 대해 기업들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업의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지속적인 성장의 원천을 찾기 위한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제가 성숙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이 가속됨에 따라 기존에 간과하고 있던 저가시장의 부상이 새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가시장의 부상
통상적으로 저가시장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동일 제품군 내에서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시장을, 다른 하나는 경제적으로 선진국과 대비되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저가시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업들이 회피하던 시장이었다. 첫째, 저가시장의 특성상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 둘째, ‘저가 제품’은 ‘좋지 않은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 셋째,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워 경쟁이 심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저가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확장일로에 서 있다. 선진국에서는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변화하였다. 소비시장은 고가의 고성능 제품과 같은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의 단순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위주로 하는 저가시장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특히,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최소한도의 효용을 제공하며 일정 수준의 품질을 보증하는 저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드디스크형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사는 파격적인 가격에 플래시형 MP3 플레이어인 아이포드 셔플(iPOD Shuffle)을 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샤와 더페이스샵이 초저가 화장품으로 화장품 시장의 신기원을 이뤘고, 일본에서는 유니클로가 저가 의류로 돌풍을 일으켰다.
개발도상국의 저가시장 또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성장 위주의 경제를 지향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부의 편중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그러나, 그 동안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이 구매하기 힘든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주로 출시해왔다. 따라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저소득층을 공략할 수 있다면, 폭발적인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브릭스(BRICs)를 위시하여 11개 차기 경제대국 후보(N-11)들의 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가의 경제 성장은 저소득층의 구매력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소외 받던 저소득층이 향후에는 소비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저가시장을 성장 축으로 삼는 기업들
또한, 저가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고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던 화장품 시장에 초저가 화장품이 나타났다.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박리다매 형식으로 폭발적인 매출 확대를 꾀하여 높은 수익을 얻고 있고,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샤의 2004년도 영업이익률은 17.6%로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휴대폰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노키아와 모토롤라도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모토롤라의 경우는 레이저폰과 같은 제품으로 하이테크 브랜드 이미지를 지니고 있음에도, 최근 100달러 이하의 저가시장에 진출하였다. 모토롤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이와 같은 전략이 성공함에 따라 시장점유율 상승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저가시장에서의 성공 포인트
그렇다면, 저가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갖춰야 하는가? 첫째, 시장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즉,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어떠한 니즈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인텔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전력난에 허덕인다는 점에 착안, 불안정한 전압과 정전에 잘 견디는 칩을 저가로 개발하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전략적 가격 설정이 필요하다. 저가시장의 소비자 니즈는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추가적 효용을 위한 비용을 원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크다. 따라서, 제품 가격에 따라 상상도 못했던 비고객층이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MIT 미디어랩 교수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주창한 ‘모든 어린이에게 컴퓨터를(OLPC, One Laptop Per Child)’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 최대의 PC 메이커인 대만의 퀀타사가 100달러 이하의 초저가 노트북을 생산하기로 한 것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셋째, 저비용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저가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평범한 비용절감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비용절감체계가 필요하다. 노키아의 경우는 휴대폰 부품 공용화에 대한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휴대폰에 동일한 부품 사용을 가능하게 하여, 규모의 경제를 넘어 기술에 의한 비용절감을 이룬다. 이를 통해 저가의 휴대폰으로도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넷째, 가격 이외의 차별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저가시장의 핵심은 낮은 가격에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가격에서만 효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저가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 해도, 그들은 추가적인 가치를 원한다. 더페이스샵의 약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초저가 화장품 시장의 후발주자인 더페이스샵은 이미 미샤를 추월하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페이스샵에서 제공하는 자연주의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회 저가시장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들의 약진과 소비자 니즈의 다변화로 인해, 저가시장의 확장은 하나의 큰 트렌드임이 분명해졌다. 아직은 개발도상국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낮은 수준이고, 선진국의 저가시장이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저가시장을 선점한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객평생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 측면에서도, 저가시장의 소비자는 향후 견고한 충성도를 가진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저가시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oint 4. 뉴미디어 시대 신경영 (정재영, jungjy@lgeri.com)
뉴미디어는 이미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업들은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까다롭다고들 한다. 이러한 까다로움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는 휴대폰, 전자제품을 만든 원동력이라고도 한다. 최근 블로그, DMB로 대표되는 이른바 뉴미디어의 부상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요구한다.
뉴미디어의 정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뉴미디어는 주로 개인성/다양성과 양방향성으로 인한 연결성 강화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뉴미디어에는 미니홈피, 블로그, 포털 등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DMB, CATV와 같은 방송 관련 서비스 등이 있다. 팟캐스팅(Podcasting)과 같이 제품과 블로그가 결합된 형태의 미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에도 새롭게 떠오르는 뉴미디어인 팟캐스팅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 같다. 일종의 블로그이자 라디오 방송인 팟캐스팅은 해외 선진 기업들의 기업 홍보나 맞춤형 광고 등 마케팅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한편 지난 5월과 12월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뉴미디어인 위성/지상파 DMB가 각각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손안의 TV를 표방하는 DMB는 휴대성이 강화된 더욱 개인화된 미디어가 될 것이며,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나라가 표준을 주도하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상용화 원년이다. 이로 인해 휴대성과 개인간/미디어간 연결성이 강화된 새로운 형태의 뉴미디어의 출현이 가속될 것이다. 이처럼 속속 새로운 미디어와 관련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뉴미디어에 대한 대응책을 살펴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뉴미디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뉴미디어와 소비자들의 변화
뉴미디어는 개인화/다양화, 연결성 강화 등의 특징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변화와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다양한 파급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 첫번째 변화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적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RSS(Really Simple Sindication) 기술 등으로 미디어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어떤 제품의 사용후기를 올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조차도 이제는 엄청난 전달력을 지닌 하나의 콘텐츠 생산활동이 되었다. 스스로 정보를 창출하는 프로슈머(Prosumer)화가 미디어 세계에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에 대한 요구가 실용성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없거나, 직접적인 효용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 없다. 소비자들은 나에게 좀 더 특화된, 내가 필요한 정보 만을 전달 받고자 할 것이다. 단발성 경품 이벤트 등은 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소비자가 체험할 수 없는 광고, 즉 광고 자체가 소비자에게 경험의 과정을 제공할 수 없다면 더 이상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마지막으로 윤리성과 진실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로로 풍부한 정보가 전달되고, 정보에 대한 평가를 또 다른 미디어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작년 인터넷에서 회자된 ‘개똥녀’ 사건은 이러한 현상의 한 예이다. 뉴미디어 시대의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부분은 물론이고, 기업의 총수와 가족, 최고경영자에서 일선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해 강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미디어에 대한 정보 관리에도 마찬가지 이다. 블로그에 올려진 제품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 시도 등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안길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특화된 전략이 필요
뉴미디어 시대는 이와 같은 새로운 소비자 가치에 적응할 것을 기업에게 요구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미디어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대응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DMB의 광고는 지상파나 케이블 TV의 광고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복잡한 이미지 광고보다는 실용적이고 눈에 띄는 정보 중심의 광고 등이 이용환경의 특성에 알맞다. 또한 블로그는 발전을 거듭하여 이미 서비스 제공사별로 저마다의 전문 영역을 가지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 쪽에서 강세를 보이는 블로그가 있는가 하면, 전문적인 정보전달과 기술적 측면이 강조되는 블로그도 있다. 또한 대중적으로 넓은 사용자 기반을 가진 블로그가 있는가 하면, 소수이지만 영향력 있는 얼리어답터들이 주로 활동하는 블로그도 있다. 따라서 각 서비스별 특징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성격에 특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점차 전문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 미디어 사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독특하고 구체적이며 특정한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개인간, 미디어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생산되는 정보의 양과 질 또한 크게 향상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소비자들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제 시장의 권력은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이전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의사결정에까지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행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는 블로거들에 의해 운영되는 새로운 기업 형태의 등장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기업의 근본적 체질변화가 수반되어야
위와 같은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업 전체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뉴미디어는 비용 대비 효과의 문제로 소외되었던 다수의 니치 고객들, 이른바 ‘롱테일(Long tail)’ 고객들을 새로운 유망 고객군으로 끌어들였다. 그 동안 잊혀졌던 비고객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포섭하는 것이 바로 뉴미디어 시대의 성공 전략이 될 것이다. 롱테일 고객에게 그들만의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뉴미디어를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쟁의 핵심은 이제 경험적 가치를 누가 더 잘 제공할 수 있는가로 압축될 것이다. 따라서 맞춤형의 제품,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가 뉴미디어 시대의 경영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뉴미디어는 더 이상 인터넷과 미디어 관련 기업에 국한된 관심사가 아니다. 기업 경영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핵심적인 요소이다. 2006년, 기업들은 뉴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전략을 재점검하고, 게임 룰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Point 5. 디지털 성장통(成長痛)을 이겨내라 (박동욱, dupark@lgeri.com)
디지털 제품의 전반적인 판가 하락으로 인해 IT 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은 혹독한 시련기를 이겨낼 수 있는 체질강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IT 산업은 국내 제조업 생산의 약 20%를, 국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이다. 이 같은 전략적 중요도를 지닌 IT 산업의 저수익성은 국내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올해에도 디지털 가전, 휴대폰 등 디지털 제품의 저수익성이 지속되어 해당 기업들의 수익성은 보다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세계 디지털 가전 분야 상위 6대 기업들의 평균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1% 포인트 감소한 0.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IT 산업을 견인해 왔던 휴대폰 분야의 수익률 또한 하락하고 있다. 2003년 15.8%에 이르던 세계 휴대폰 분야 상위 5대 기업들의 평균영업이익률은 2005년 11.3%로 2년 만에 무려 4.5% 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제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 상당수가 수익성 저하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이 저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먼저 아날로그에 비해 디지털 기술의 경우 쉽게 모방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참여기업의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계기술 역량이 부족한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디지털 제품 판가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또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시장을 창출할 만한 혁신적인 신기술이 소개되지 않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진 점도 저수익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즉, 1990년대의 디지털 혁명 이후 업의 본질을 바꿀만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제품 컨버전스 고도화와 제품 출시주기 단축 등으로 디지털 제품 개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마츠시타, 소니를 포함한 일본 5대 전자기업들의 경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994년 평균 5.7%에서 2005년 7.3%로 꾸준히 상승했다.
디지털 성장통이 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
올해에도 디지털 제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면서 디지털 성장통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서 첫째, 저가 시장이 더 이상 ‘니치 마켓’에 머물지 않고 ‘매스 마켓’으로 성장하면서 저가 제품의 공세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소득 양극화 심화와 신흥 시장의 부상으로 과거 니치 마켓에 불과했던 저가 시장이 대규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저가 시장에 글로벌 선도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저가 제품의 품질도 많이 향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품질 경쟁력을 갖춘 500달러 노트북, 30달러 휴대폰 등이 대거 등장할 태세이다. 따라서 저가 제품과 고가 제품간 차별성이 점점 낮아지게 되어 전반적인 판가 하락이 일어날 전망이다.
둘째, 최근 디지털 제품의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핵심 세력이 중국 등 후발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선도기업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하이얼, 창홍 등 중국 기업과 델, HP 등 IT 기업 등이 제조나 유통 분야에서의 강점을 활용하여 판가 하락을 주도하였다면 최근에는 한국, 일본, 유럽의 선도기업들이 디지털 제품 가격 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일본 전자기업들은 평판 디지털 TV나 MP3 플레이어 판가를 최고 35%까지 인하했다. 이는 부상하고 있는 저가 시장을 적극 대응한다는 것 이외에도 후발기업들이 저가 시장의 성공을 발판 삼아 자신들의 핵심 사업영역인 고가 시장으로 진입할 여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선도기업의 가격 인하 정책은 후발기업의 판가 하락을 더욱 촉진시킬 수밖에 없어 디지털 제품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은 보다 첨예하게 전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년 중 디지털 제품 공급과잉이 보다 심화되면서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한국, 중국, 대만 기업들의 6,7세대 LCD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생산성 향상과 함께 30인치 이상 대형 TV용 LCD 패널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대형 TV용 LCD 패널의 생산성 향상과 공급과잉은 LCD TV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중요 수출 품목인 D램 반도체의 공급과잉도 지속되어 D램 반도체의 수출성장률도 한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성 DMB와 지상파 DMB, HSDPA와 와이브로 등 대체재 성격을 갖춘 서비스들이 경합을 벌이면서 자기시장 잠식(Cannibalization)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 즉, 현재로서는 어떠한 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체재 제품들이 대거 출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빠른 신제품 대응력과 저가 시장 대응력이 성공 포인트
그렇다면 기업들이 디지털 성장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빠르게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제품 시장에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빠른 신제품 대응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빠른 신제품 대응력은 소비자 니즈를 선 파악하여 신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제품의 네트워크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콘텐츠 솔루션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매우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은 자사 MP3 플레이어의 콘텐츠 제공 솔루션인 iTunes 서비스에 실시간이 아닌 녹음 방식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방송을 들을 수 있는 팟캐스팅(Podcasting)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팟캐스팅 서비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 이용자수가 단 이틀만에 100만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콘텐츠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후발 주자에 대한 진입장벽 구축과 고객 Lock-in 효과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저가 시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저가 시장 대응력은 R&D, 구매, 생산, 마케팅 등 전 부문에서 원가 절감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아무리 저가라지만 브랜드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초저가폰 시장에서 핵심부품 내재화, 글로벌 아웃소싱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구축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가 시장에서 구축한 고객기반과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미래 고부가 제품으로 판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렇듯 IT 산업 내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기업 경영 전반이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신제품 출시주기가 단축된다는 것과 저가 시장이 부상한다는 것은 비단 IT 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 화학 산업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환경변화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 상당수가 당분간 혹독한 시련기를 맞이할 것이며 일부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 조정기 이후 경쟁이 완화되면 수익성 제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물러서지 말고 이에 맞서 이겨낼 수 있는 체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Point 6. 복수노조 환경에의 대응 (김현기, hkkim@lgeri.com)
2007년부터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복수노조 환경은 노사 서로가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상생(相生)의 노사 관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유예되어 왔던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2007년부터는 개별 기업에도 다양한 형태의 노조 설립이 가능하게 된다. 사실 복수노조는 노동3권 중 단결권 보장을 위해 ILO가 권고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이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 노사관계의 경우 시행 초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노사 모두에게 철저한 사전 대비가 요구된다.
새로운 갈등 구도 형성할 가능성 있어
일본의 경우 1940년대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었다. 초기 20년 간은 좌/우파간의 이념적 갈등이 노노간의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졌고, 노노간의 경쟁이 사측과의 갈등으로 번져 노사간의 극단적 대립까지도 초래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경영위기에 빠졌다. 이는 노사간 갈등뿐만 아니라 노노 갈등도 작업 현장의 분위기를 흐려 생산성 하락과 품질 저하를 가져오고, 그간 쌓아온 노사 간의 상생 관계마저 와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의 경우 일본처럼 극단적 이념 대립은 아니겠지만, 향후 견해를 달리하는 제2의, 제3의 노조의 등장으로 인해 노사간뿐만 아니라 노노간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사각지대란 존재하지 않아
또한 복수노조 환경이 되면, 그간 노사관계에서 소홀히 여겨졌던 부문에서도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주류는 블루 칼라였지만, 앞으로는 화이트 칼라나, 비정규직 등에서 더 많은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구조조정이 잦아지면서 고용불안을 느낀 사무직의 노조 결성 사례가 늘고, 일부에서는 현장 생산직 중심의 노사관계를 전개하다 보니 사무직이 역차별이나 소외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相生)의 노사관계를 모색해야
고베 대학의 Kozo Kagawa 교수는 ‘일본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복수노조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들은 주로 노사간의 상생의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조언한다. 지금부터라도 노사 쌍방이 서로의 힘을 모아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복수노조 환경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1. 성과 창출을 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
먼저, 노사는 기업의 성쇠와 생사고락을 같이 한다는 상생의식을 토대로 노사 파트너십 구축에 그 이전 보다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 성과 창출에 적극 동참하여 나눠가질 파이를 키우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노사가 이에 실패할 경우, 회사는 더 이상 이해관계자들(종업원, 고객, 주주 등)의 지지를 얻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앞으로는 기존 노조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더 이상 설 자리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oyota社는 회사가 앞장서 ‘덮밥 활동’을 전개했다. 50년대 노사가 한창 대립하던 시절, 나눠가질 수 있는 파이를 의미하는 ‘겐센(原泉)’의 확보는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인사 부서 직원들이 매일 같이 도시락을 챙겨 현장 조합원을 찾아 나섰다. 성과 창출과 혁신 활동에 노사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의식 형성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었다. 매일 찾아오는 인사 부서 직원들의 성의에 조합원들도 결국은 마음을 열었고, 이를 계기로 시작된 상생의식은 지난 50년간 여러 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사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비롯된 ‘JIT(Just-in-Time)’라는 혁신적 생산 방식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견인차가 되었다.
2. 작은 배려의 지속적 축적
최근 어려운 경영 환경을 반영하듯 구성원들의 노동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업무 스트레스/피로 누적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친 직원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작은 배려를 축적할 수 있는 소프트한 관리가 절실하다. 왜냐하면 피로도 누적은 여타 불만을 확대/재생산하여 상호 불신의 골을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수노조 시대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간 노사관계 관리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해 소홀히 여겨진 측면이 있는 화이트 칼라 직원들의 피로도 누적이 불씨가 되어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스턴 대학의 Foulkes 교수는 ‘훌륭한 노경관계의 핵심은 노사간의 신뢰와 확신의 풍토를 조성하는 데에 있다. 이는 높은 급여와 복지 정책보다는 구성원에 대한 작은 배려가 축적될 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Toyota社의 관리자들이 부하사원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가? 내가 도울 일은 없는가?’를 항상 묻고, 활력을 잃고 지쳐있는 직원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권유하며 긴밀한 상호 작용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의 경영층과 일선 관리자들도 이제 지친 구성원들을 애정과 배려로 감싸 안을 수 있는 감성 리더십이 요구된다. 더하여, 노사가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갖추고, 구성원들이 제시한 의견이 아무리 사소해도 성실히 응답해 줄 수 있는 ‘피드백 메커니즘’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진정한 성과주의 HR의 정착
강도 높은 성과주의, 핵심 인재 관리, 상시 인력 구조조정 등은 향후에도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요한 HR 트렌드이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 이러한 제도 시행 시 투명하지 않은 절차, 공정하지 않은 기준 등 제도 미흡으로 인해 노사 갈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예컨대, Outflow 관리만 해도 단순한 고용 조정의 도구로 활용하지 말고, 퇴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과정을 관리하는 등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구성원들은 적지 않은 불공정성/불합리성, 차별 의식, 상대적 박탈감/소외감, 그리고 불필요한 고용불안 심리를 표출하게 된다. 따라서, HR 전반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진정한 성과주의 HR이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제도 시행 시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4. 위기 대응 능력 강화
복수노조 환경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초기에 파장을 최소화하고 고객, 사회와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노동법 동향 등 노사관계 정보를 빠르게 수집/분석해 대응책을 세울 수 있는 전문가의 확보/육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가들은 현장을 발로 뛰며 구성원들의 애로점과 정서를 파악하는 현장 감각이 특히 중요하다.
Point 7. 컨틴전시(Contingency) 경영 구축 (홍석빈, thomashong@lgeri.com)
조류 인플루엔자(AI), 태풍, 테러 등 각종 재난들이 급격히 증가·확산되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재난 위험에 대비한 우리 기업들의 컨틴전시 경영 체제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모로우, 딥 임팩트, 아마겟돈, 볼케이노 등은 대표적인 재난 영화들이다. 이처럼 생각만해도 끔찍한 영화 속 재난들이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테러와 같은 인재(人災)까지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형태를 막론하고 재난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경영 리스크다. 그 이유는 재난 발생의 확률이 점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이 입는 타격이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차원의 손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사전 예방, 더 나아가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컨틴전시 경영’체계를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할 때다.
재난은 기업에게 이중고(二重苦)를 안긴다
9·11 테러, 쓰나미(Tsunami), 카트리나(Katrina) 등은 해당 지역의 경제 파탄과 기업 활동 마비 사태를 불러오는 등 가공할 재난의 공포를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기업에게 있어 재난 발생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공급 능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이를 팔 시장 또한 상실케 하는 이중고를 안겨 준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해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현대 기업 경영활동의 경우 그 충격의 연쇄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지구 저편의 재난 발생은 싫든 좋든, 크고 작든 우리 기업들의 경영 성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 가금류에서 인간에게로 바이러스 변이가 이뤄지면서 UN, WHO 등에서 잇따라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람간 감염이 본격화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최소 1,500만 명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 9만여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인명 피해와 더불어 기업 경영과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피해를 준다는 데 있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국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약 6.3%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해외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시 발병국 경제 위축으로 해외 매출과 현지 생산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북한에서 창궐할 경우 남북 경협에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체제 불안 심화로 인한 난민 발생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 강도가 심할 경우에는 한반도 경제·사회 혼란을 야기시켜 한국 채권에 대한 가산 금리가 급등하고 수출 주문이 급감하는 등 국내 기업에 대해 직접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또, 천재지변이 아니더라도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 석화(石化)공장의 벤젠폭발로 인한 공장폐쇄, 뉴욕시 지하철과 버스 노조 파업으로 인한 교통 및 물류 마비 사태 등 인재(人災)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실로 심각하다. 이처럼 재난위험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철저히 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컨틴전시 경영’을 준비할 때다
앞으로는 점증하는 재난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고 제때 대응책을 준비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재난위험에 대한 예방 및 대응 방안을 잘 준비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 하고,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재난피해를 입은 경쟁자를 제치거나 재난관련 연관사업에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가질 수도 있다. 컨틴전시 경영은 사업에 과학과 IT기술, 재무분석기법, 상품과 서비스의 개념을 도입하여 재난을 과학적으로 측정, 평가, 관리하는 위기관리 경영을 말한다.
● 전사적 컨틴전시 플랜 수립
컨틴전시 경영의 첫걸음은 전사적 재난예방체제 구축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의 유형과 지속 기간, 영향도 등을 감안한 ‘재난관리 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 표준 운영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먼저 재난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예상 지속기간과 영향도 등을 분석해 각 경영 프로세스와 조직 및 인적 자원에 미칠 예상 피해 규모를 산출한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로 들면, 기획 및 재난관리 전담부서는 질병확산이 미칠 사업별 영향도를 측정하고 사태 발생시 위험 수준별, 국내외 사업장별 대응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일을 한다. 인사부서의 경우 교육 및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재경부서는 국내외 매출 감소에 따른 사업계획 조정과 현금 유동성 확보 등 재무 안정성 등을 점검토록 한다. 또한, 재난 유형별 보험과 재보험 등에 정통한 전문인력 확보도 병행한다. 더 나아가 원자재 확보 등 일상적 경영활동 유지를 위한 대책마련과 해외 사업장이 있는 경우, 관련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마련도 컨틴전시 플랜의 주요 내용이다.
● 재난의 포트폴리오 관리
또한, 형태와 내용이 제각기 다른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의 포트폴리오 관리’ 가 요구된다. 이는 사업에 직간접적 피해를 주는 재난들을 위험속성에 따라 미리 설정·분류하고(Risk Rate Filing), 재난 발생 확률 및 빈도, 발생시 조직 부문별 내성의 정도를 미리 측정해 놓음으로써 재난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필요하면 미국의 EQECAT, Air Worldwide, Risk Management Solutions Inc. 등 선진 재난관리 전문기업들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등을 구입해 예상 피해액 규모나 발생 빈도 등에 대한 계량분석을 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경우, 날씨보험 상품과 재난채권(Catastrophe Bond), 보험연계 증권(Insurance-linked Securities) 등이 자본시장에서 상품의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그 중 날씨보험은 기상 변동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한 보험상품으로 국내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내년 중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보험상품 가입도 적극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 기업들의 재난위험 관리는 사후복구 개념이 아닌 사전예방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재난은 일단 발생하면 그 피해가 엄청나며 기업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경우 재난에 대한 대비가 매우 불충분한 실정이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재난정보 수집에 적극적으로 재원을 할당하고, 과학적 재난관리 기법들을 경영 프로세스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