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신학대학교 졸업식
2024년 2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자리 잡은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웨슬리 채플에서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이 있어서 아들(홍바울 전도사)의 석사 학위를 축하하려고 참석했다. 감신대는 1887년 미감리교 아펜젤러(亞篇薛羅) 선교사가 배재학당에서 시작한 신학교육이 모체가 되어 1907년 남자만 입학할 수 있는 ‘감리교협성신학교’로 공식 출범하였다. 1925년에 협성여자신학교와 통합하여 '감리교신학교'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협성여자신학교는 미국 남북감리교회가 각각 운영하다가 1921년 통합된 여자성서학원이다. 일제 강점기 후반인 1940년 감리교신학교는 일제에 반역하였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교 수준의 휴교처분을 받았다. 다행히 1945년 해방 후에 복교된 감리교신학교는 1959년 감리교신학대학으로, 1993년에 감리교신학대학교로 승격되어 한국에서 6번째로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감신대의 신학적 특징은 웨슬리 복음주의전통에서 진보적 신학을 수용한 방식이다. 특히 토착화 신학(土着化神學)은 이 학교만의 독특한 신학 전통이다. 토착화 신학이란 서구 신학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현실에 맞게 적응된 신학을 뜻하며, 처음 최병헌 목사로부터 시작하여 윤성범, 변선환, 유동식, 이정배 교수에 이어 현재는 장왕식 교수가 토착화 신학의 대를 잇고 있다.
양성진 대학원 교무처장의 사회로 시작된 졸업식 1부 감사예배는 총학생회장의 기도, 유경동 총장의 ‘동행’이라는 제하의 권설이 있었다. 이어지는 학위수여식에서 각종 시상식과 함께 학부 171명, 대학원 44명, 신학대학원 101명, 목회신학대학원 34명, 박사원 9명에게 각각 학위가 수여되었다. 조장철 총동문회장의 격려사, 교수 중창팀의 축복찬송 ‘파송의 노래’, 빛의 고백문 교독, 교가 제창에 이어서 이사장 김상현 목사의 축도로 학위 수여식이 마무리되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학문의 과정을 알기에 이 졸업식에서 받는 학위의 가치와 그 무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주인공으로 우뚝 선 그들을 격려하고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앞길에 주의 평강과 형통의 복이 가득하길 마음으로 기도했다. 봄을 시샘하는 녀석이 눈과 비를 섞어서 찾아와 오가는 길이 질척거렸고 하객들의 발걸음이 불편했지만 그들을 향한 축복은 막을 수 없었다. 농촌 목회 힘든 여건 속에서도 아내의 박사학위를 도왔던 지인을 만났다. 학위 가운과 모자에서 빛나는 명예 뒤편에는 수고의 땀을 같이 흘려준 숨은 손길이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렇기에 이들의 학위는 산고 후의 생명을 얻고 기뻐하는 산모의 그것과 비견되리라.
이번 아들의 졸업식에서는 아주 특별한 인연의 끈이 이어지는 일이 있었다. 아들과 동기생 남준혁 전도사와의 인연이다. 남 전도사의 아버지(南根瀅 목사)는 40여 년 전 고등학교 때부터 기독학생연합회에서 알게 된 선배다. 그가 신학대학에 입학한 이후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는 모양새로 인생길을 걸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 장교로 복무하고 결혼, 목회, 목사 안수과정이 똑같았다. 두 딸을 먼저 낳고 몇 년의 텀을 둔 뒤에 아들을 낳은 것까지 동일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었다. 어느날 감신대에 입학한 아들이 학교에서 그의 아들 준혁이와 서로의 아버지 이름을 통성명한 후에 절친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아버지만이 아니라 그 아들들도 그런 관계가 대를 잇는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게다가 두 아들도 입학 이후 걸어가는 삶의 과정이 너무 같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고 학부와 대학원 졸업도 그렇고, 심지어 올해 수련목회자로서의 첫 목회 시작도 같으니 이렇게 대를 이어서 동일한 삶의 굴레 안에서 함께 인생길을 걷는 일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아비들의 마음은 흐뭇하고 각각 아들 하나씩 더 얻은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다.
이번 아들의 대학원 졸업은 당사자만큼이나 우리 내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첫째 딸이 1996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함으로써 부모가 감당해야 할 자녀 의무교육의 첫 발을 뗀 이후 둘째, 셋째까지 이어지는 28년 동안의 공교육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목회 환경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여정이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부모가 감당해야 할 자녀 교육을 성실하게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이 감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신학교 문을 나와 목회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앞으로 그 현장에서 겪어야 할 희비애락의 일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쳤다. 목양의 사명을 안고 이 문을 나서는 아들을 위해서 아비로서 감당해야 할 사명의 무게가 더 묵직하게 어깨에 얹어진 느낌이었다. 진정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 되고 있었다. 부모로서 의무를 다 마쳤으니 홀가분한 게 아니고 이제는 또 하나의 큰 산이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길고 긴 여정이 끝남으로 다시 시작되는 인생의 순환 과정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의 끝 역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작이리라. 육신의 연수가 더해질수록 더욱 하나님 앞에 설 겸손을 배우고 영원을 꿈꿔야 진정 그리스도인이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것은 영원히 있을 것이라 그 위에 더 할 수 없고 그것에서 덜 할 수도 없나니 하나님이 이같이 행하심은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인 줄을 내가 알았도다”(전도서 3:14).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들
권설 유경동 총장
학부 학사 학위 수여자 대표
대학원 석사 학위 수여자 대표
박사학위 수여자들
축도 김상현 이사장
남준혁 전도사의 가족과 함께
남준혁 전도사와 아들 홍바울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