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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the love(사랑의 힘)-마지막회
73.
"으아삐 아우초 신께서는 저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놀라서 아카토 아우초 신님이 우측 옆에 있는 신님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었습니까? 아우초 신인 우리가 말입니다."
"조용히. 놀라지 마시고 생각의 대화를 합시다. 저 두 영혼의 행위 그러니까 사랑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아직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아우초 신에게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들을 돌려 보내려는 생각을 접고 우리의 처음 생각대로 우초 신으로 있게 하여야 합니다. 괜찮다면 헤로스 행성에 있도록 하여도 좋겠군요."
"운명을 혼란하게 해서는 더욱 새로운 질서의 파괴를 결과하게 되니 천지수는 돌려 보내고 지선경이만 천초령 신격이 지도자로 있는 헤로스로 보내는 것이 더욱 좋겠군요."
그들 아우초 신 님들은 지선경의 진실한 바램을 잊고 있듯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아우초 신 님들여. 미천한 저 지선경도 신 님들의 대화를 온 영혼으로 감사하며 받아 드립니다. 천초령이는 헤로스의 지도자입니다. 저는 신보다 사랑이 더 좋습니다. 저를 제가 죽어도 사랑하는 천지수와 함께 있도록 해 주십시요.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는 신보다 사랑이 더 좋습니다.”
“아~ 저게 무슨 행패입니까? 저 푸른구슬 행성의 영혼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받았습니까?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 이 자리에 있기가 힘듦니다. 저 영혼이… 저 미세한 먼지보다 못한 죽은 영혼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보다 사랑이 더 좋습니다’라 고. 우리 신들이 존재를 띄운 후 이런 생각을 가졌거나 받았거나 보거나 안 적이 있었습니까? 신들의 능멸을 넘어 우리의 온 존재를 넘은 생각을 하는 저 영혼은 무엇이란 생각입니까?”
좌우 상하로 이동하며 안절부절 하며 생각을 사방으로 파파팍 날리며 충격으로 신오라를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은 브라윌슨 아우초 신이었다.
그 아우초 신님은 화가 났다 저 두 영혼이 뭐 길래 이 영혼세계. 신들의 세계를 다 흔들어 놓는 단 말인가? 저 영혼이 중간계에 오기 전까진 별 문제가 없었던 신의 세계가 왜 이렇게 흔들린 단 말인가? 도대체 저 별난 영혼은 어떻게 우리와 소통을 하고 우리가 영원히 풀 수 없을 것 같던 숙제의 답을 보여준다는 말인가? 초령검에서 생성되는 힘은?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신들을 곤경에 빠지게 하는 저 두 영혼을 멸절 시킬 수도 없고...
“내, 아우초 신인 브라윌슨이 너희 두 영혼을 아빌라카스의 계곡 가부에카당카에 가두어 영원히 멸절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러나 제가 의견을 드려도 된다면,”
두 영혼을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카토 신이 천천히 전사(아우초 신들의 소통 수단)가 아닌 생각을 보냈다. 물론 그 생각은 아우초 신들 모두가 받을 수 있었다.
“푸른구슬 행성의 인간영혼들을 아름다운 행성계 영혼들과 동급으로 간주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다른 행성의 개체들에게 없는 정과 사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 스스로 진화하면서 각성의 영차원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아우초 신인 우리도 정과 사랑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고 어떻게 상을 띄우는지 우리는 찾고 있습니다. 저, 뷰와슈계의 아우초 신 아카토는 저 두 영혼에게서 특이한 것을 보고 느낄 려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식하고 있는 영휘라는 것입니다. 이번 엘하임 계의 전투에서 저 두 영혼이 가져 온 초령검에서 그것은 생성되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까?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까? 그런데, 저 단순한 것을 이상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브라윌슨 아우초 신님께서는 실행을 잠시 보류해 주시지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천초령 신격께서 가지고 있는 그 초령검에서 무엇이 어떻게 해서 생성되고 그 위력이 어떤 지 보여주십시오."
나우스 엘하임 계 신이 흰머리 카락과 흰 수염을 날리며 2.5미터정도 크기의 키와 우람한 몸체를 드러내며 엘하임 계의 신들 앞으로 나와 천초령의 앞에 섰다. 그 거리는 대략 50미터는 되었다. 그 신은 안개를 허리에 감고 있었다. 그의 상체는 우람하였으며 미끈하였다. 그는 두 팔을 가슴에 모은 채였다. 천초령이 뒤에 서있는 부모님을 돌아봤다. 천지수는 이럴 때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인간세계에서의 위기대처 방법이 신들의 세계에서 통할지는 몰라도 최소한 대응하여야 했다. 그러나 뭔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천지수는 지선경의 허리로 왼손을 돌려 바짝 잡아 당겨 안았다. 그리고 초령이를 보고 고개를 끄득였다. 위기는 기회인 것이다. 제발 초령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길 바랐다. 그러나 천지수의 그런 절박한 기회에 대한 바램을 깬 것은 꼭 안고만 있는 줄 알았던 지선경이였다.
"엘하임 계의 위대하신 나우스 신님을 존경합니다."
이미 말리기엔 늦었다. 저 연약한 지선경이가 또 무슨 생각을 보내고 있는건지 그만 걱정되고 불안하였다. 초령은 나우스 신에게 뭔가를 생각하여 보내고 있는 멋지고 당당한 어머니를 보고 있었다. 지선경의 생각은 모든 신들이 받고 있었다.
"헤로스 행성의 지도자이자 엘하임 계의 신격이신 천초령이 가진 초령검의 위력은 보고싶다고 해서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초령검의 영휘는 댓가를 요구합니다."
'오~ 지선경. 지금 무슨 느낌으로 그렇게 막 생각을 하는 거야' 천지수는 최악의 불안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지선경이도 더 이상 생각을 연결하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었다. 천지수는 초령을 봤다. 생글 웃고 있었다. 얼른 고개를 돌렸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니었다. 일촉측발의 위기였다. 천지수는 지선경의 손을 다시 꽉 잡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한발 나아갔다. 살아 서나 죽어 서나 급한 성질은 통제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영휘는 저희 두 영혼이 합체하였을 때나 위험에 처했을 때 그리고 초령검이 그 검의 주인에게 있고 그 주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울면서 영휘가 생성되며 저희도 한계를 짐작할 수 없는 괴력이 검에 스며듭니다. 그 영휘에 대한 내력을 말씀드리고 저희를 다시 돌려 보내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무엇이라고? 너희 두 하 잘 것 없는 영혼이 감히 엘하임 계의 우초 신인 나우스에게 흥정을 하다니."
"엘하임 계의 우초 신이신 나우스 신이여. 영휘를 보겠다고 하셨는데 어찌 화만 내십니까? 언제 우리 우초 신들이 화라는 것을 표한 적이 있었습니까?"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엘하임 계 상좌 신격인 브라마라 신이 화급한 분위기를 달랬다.
그 때 천지수는 지선경을 마주보게 하여 가슴으로 당겨 꼭 안았다. 나우스 신의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둘은 곧 이마와 입술과 가슴과 하복부까지 전부가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그러자 초령검이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고 초령은 검을 검집에서 꺼내 듦과 동시에 움직여 어머니와 아버지 앞에 섰다. 그러자 나우스 신의 우렁찬 소리가 주변을 흔들었다.
"너희들은 내 손안에 있을 것이닷!"
그 생각의 소리와 함께 우초 신인 나우스의 손에서 빨간 물방울 모양의 형체가 튀어 나오며 그들을 덮치려고 하였다. 그것을 예측한 천초령이 동시에 초령검을 그 튀어 나오는 물방울을 향하여 던졌다.
"가라. 초령검아! 가서 어머니 아버지를 구하여라!"
초령검은 그 뜻을 알아듣고 반가워 춤추듯 자지러지며 몸체를 흔들면서 비장한 비명을 쏫아내었다.
"끼아아악!"
초령검이 품어내는 절규는 잔인하였다. 주변의 기운을 모조리 흔들고 있었다. 뼈를 깎아 내는 듯한 처절한 비명의 울부짓음은 듣는 개체나 신들의 정신을 혼란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그 내면의 힘은 온화하면서 듣는 모두에게 동정을 받을 애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다시 ‘끼아악, 끼아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천초령의 손을 벗어난 초령검은 자지러질듯한 비명을 계속 지르며 돌진해 오는 물방울의 중간을 꽤 뚫었다. 그 순간 빨간 물방울 형체는 풍선 터지듯 바람 빠지듯 피시식하며 사라졌다. 초령검은 나우스 신 2미터 앞 쯤에서 반원을 그린 후 쏜살같이 날아와 천초령의 목에 걸린 칼집에 꽂혔다.
그 시간은 인간의 눈으로는 불과 눈깜짝할 사이였다. 아우초 신을 비롯한 모든 신들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나우스 신이 놀란 표정의 얼굴로 둘이 한 몸이 되어있는 천지수와 지선경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천초령에게 눈을 돌렸다.
"존경하는 엘하임 계의 우초 신 나우스 신이시여. 저희를 이쁘게 느끼시어 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아량에 엘하임 계의 신격 헤로스의 지도자 천초령이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멋지다. 영어로 하면, 엑슬런트하고 판타스틱이다. 초령의 그 한마디가 상황을 역전시켰다. 나우스 신의 형체가 비틀거렸다.
나우스 신은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천초령의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에 위안을 받는 듯 하였다. 신격의 추락을 도모하지는 않은 천초령 신격의 포용력에 오히려 감탄하였다.
74.
서영은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감을 느꼈다. 이러다 자기도 이곳에서 함께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서영은 이를 악 물었다. 만약의 경우도 이제는 생각해 두어야 했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그리고 다시 한국 까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여차하면 아랫마을의 쟈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이다. 씨드니의 척 변호사에게도 연락하여야 할 것이다. 이 밤이 고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체력을 소모하였음을 스스로 느꼈다. 서영은 밤을 마지막으로 푸른 하늘과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새워야 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먼지도 없는 반석을 원피스 소매로 잘 닦았다. 서영은 주변을 둘러보고 후들거리는 다리에 마지막이듯 힘을 주어 반석위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실 물과 남은 져키(소고기를 얇게 썰어 간을 한 후 훈제하여 말린 것)를 옆에 두고 두 팔을 무릎에 올리고 두 손바닥을 얼굴에 대고 엄지로 두 눈 사이 미간을 힘껏 호흡에 맞춰 세 번을 눌렀다. 머리가 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얼굴을 들고 기척도 없이 누워있는 두 시신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흰 면자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같았다. 마지막에는 소리를 치고 난 후 얼굴의 면 수건을 벗겨 두라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서영은 자기의 실수에 자지러 질듯 놀라 후다닥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가서 타올을 걷어내고 면자락을 얼굴 아래 목 부근이 드러나도록 목 아래로 조심스럽게 제쳐 놓았다. 다시 자리에 돌아와 봤을 때 좋았다. 서영은 크게 한숨 같은 심호흡을 하였다. 그제서야 피곤과 함께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눈이 감겼다. 자면 안된다고 혼자 소리 내어 말했다.
바다위에 커다란 나뭇잎을 타고 누워있었다. 바람 없는 바다는 고요하였다. 떠있는 나뭇잎은 쿳션이 좋았다. 기분은 맑고 상쾌하였다. 누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천지수가 전복을 한 손에 들고 한 손은 어머니의 가슴에 둘러 떠 받친 채 헤엄쳐 오고 있었다. 서영이 돌아앉기도 전에 어머니와 천지수는 나뭇잎에 올라왔다. 그래. 이제 자도 되겠구나 생각하며 부드러운 물결쿳션에 몸을 눕혔다. 참 포근하고 부드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머니. 천지수. 저는 이제 잘게요. 너무 피곤해요. 안녕. 어머니. 천지수 아저씨."
75.
"대단하였습니다. 검이 물방울 감싸기를 깨고 더 진전하지 않은 배려에 감사합니다. 영휘가 담긴 검의 위력이 대단함을 다시 보고 느꼈습니다. 좋은 날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나우스 신은 되돌아 온 초령검을 손에 쥐고 있는 천초령이와 그녀 옆에 이제는 두 손을 잡고 서있는 지선경과 천지수에게 생각을 보내고 뒤쪽 상부의 곳을 향하여 머리를 조금 끄덕이고는 상을 거두었다. 나우스 신이 상을 거두자 위급한 상황은 가라앉았으며 모든 신들은 뷰와슈 계 신들의 생각을 듣길 바라고 있었다.
"천지수와 지선경. 두 영혼에게 제의하겠 오."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있게 하고 없게 하는 뷰와슈 계 아우초 신들의 신꼭대기 신인 슈바샤 신님께서 생각을 조용히 보내기 시작하였다. 그 생각은 힘의 여울이 되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게 울려 퍼졌다. 지선경과 천지수는 마침내 심판의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선경은 천지수의 잡은 손을 더욱 힘주어 꼭 잡았다. 초령이 두 영혼의 곁에 가까이 와서 섰다.
"천지수 영혼은 다시 건너 보내겠 오. 그리고 지선경 영혼은 헤라스 행성에서 지도자이며 우초 신인 천초령과 함께 존재하도록 하시 오."
간단하였다. 또한, 천초령에게 신격을 주신 신들의 신꼭대기 신인 슈바샤 신님께서 우초 신인 천초령과 함께 존재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신들의 세계에서 이러한 일은 처음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우초 신들은 영휘에 대하여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미 초령검이 천초령 우초신에게 주어졌기에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천지수는 초조하였다. 영혼이 신들의 세계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불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선경은 초령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선경과 초령이를 느끼자 눈물이 두 뺨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입술을 꽉 다물며 참았다. 더 이상 바라서도 안된다는 것을 천지수는 느꼈다. 지선경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리고 남은 한손으로는 초령이의 손을 찾아 잡았다. 남는 자와 떠나야 할 자가 이제 정해진 것이다. 착잡하였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 다시 나쁜 쪽으로 번복되지나 않을까 해서다. 천지수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지만 혼자 새겨야 했다. 천지수는 마지막 같은 순간에 딸 천초령을 꼭 안았다.
"초령아- 사랑한다. 내 딸 초령아."
"네. 아빠. 저도 엄마만큼 아빠를 사랑해요."
"초령아. 엄마를 부탁한다."
"예. 아버지.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초령이 미소 지으며 천지수에게 말하였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한없이 이쁘고 아름다운 미소이지만, 지금은 섭섭하였다. 그래. 너가 어떻게 내 마음을 다 헤아리겠니. 내가 넘겨야지. 스스로 그렇게 느꼈다. 이제 지선경과 이별을 해야 한다. 그는 지선경을 다시 안았다. 그러나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느낌도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에 안겨 있던 지선경이 고개를 들고 천지수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천지수는 기가 막혔다. 이 여자들은 영원한 이별 앞에서 우는 거야 정말 좋아서 웃는 거야 묻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지선경이 딸 초령이에게로 가려고 안겼던 몸을 뺐다. 천지수는 그 순간도 아쉬웠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지선경은 신들 앞으로 한발짝 나서며 생각을 보냈다.
"뷰와슈 계의 신꼭대기 신 님이신 슈바샤 신님에게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지선경은 이제 멸절 되어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슈바샤 신님께서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저를 저희의 딸인 헤로스 행성의 지도자 천초령 우초 신님과 함께 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슈바샤 아우초 신님이시어. 간절히 도움을 부탁합니다. 도와 주소서. 슈바샤 아우초 신님. 저를 천지수와 함께 다시 넘어가게 해 주시옵소서. 저는, 저는 신보다 사랑이 더 좋습니다."
지선경은 온 힘을 다하여 멸절 되어 다시 죽을 각오로 원하는 바를 생각하여 보냈다. 이제 신격이 될 수도 있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초령이와 함께 존재하여 살 수도 있는 것을 포기하였다. 오직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다. 죽은 영혼이 영원히 존재하도록 하였음에도 그것을 거부하였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느 누구 앞이라고 번복할 것인가? 그녀는 절대 절호의 기회를 거절한 것이다. 그녀가 살았던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이 영생을 위한 것이잖는가?
사실 이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신들의 세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천초령의 경우는 의도된 것이었지만, 지선경은 돌발적인 사건이었다. 푸른구슬 행성의 개체들이 어떤 무엇을 바쳐서 라도 그렇게 갈구하고 원하는 것을 지선경은 사랑. 그것 하나의 이유로 거절하였다. 지선경이 생각 보내기를 마치자 그 주변은 조용하였다. 지선경은 생각 보내기를 마치자 천지수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침묵의 정적이 일순간 모든 것을 마비시킨 것 같았다. 야머 우초 신이 그 침묵을 깼다.
"모두들 저 영혼의 발칙한 생각을 받으셨지요? 저 영혼은 아우초 신의 신꼭대기 신이신 슈바샤 신님의 호의를 거절하였습니다. 이것이 우리 신들의 세계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나, 우초 신인 야머는 그들 두 영혼에게 한없는 호의를 주고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끈으로 그들을 묶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우초 신들 중 신꼭대기 신이신 슈바샤 신님의 호의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저 하잘것없는 영혼이 신들의 호의를 단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거절하였습니다. 당장 멸절 시켜야 할 것입니다."
야머 신의 생각이 다 끝나기 전에 파토 신이 생각을 큰 소리로 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결자해지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끄러운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여 우리 신들의 세계를 우리의 것으로 보전하여야 함을 다시 느끼도록 합시다. 제가 저 영혼을 멸절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신들의 세계를 원상회복 하도록 할 것입니다."
파토 신이 그렇게 일어나자 몇몇 신들이 동조하는 생각을 보냈다.
"아마자~"
"아마자~"
"아마자~"
‘아멘’과 같은 의미인 동의의 끝맺음 말들이 튀어나오며 좀 어수선 하였다. 그 속을 뚫고, 먼저 말했던 야머 신이 다시 생각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아직 제 생각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신들의 세계에 이런 일도 처음입니다. 진정하시고 제 생각을 다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 야머 신은 약간 당혹스러운 생각을 보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정리된 생각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지금 우리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현재의 문제를 찾아내길 바랍니다. 그것은 저 두 영혼이 멸절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다이아몬드사랑에 대하여 입니다. 그들은 두 영혼의 합체로 우리가 전혀 몰랐던 영휘라는 힘을 우리 신 님들이 보는 앞에서 생성시켰습니다. 그들은 푸른구슬 행성의 시간으로 수 만년 전에 표식을 남겨둔 죽삐시누대를 기축으로 하여 초령검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특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만들도록 ‘천기누설(天機漏洩)’한 신께서 왜 그렇게 하였는지? 도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어쩧든, 이렇게 생각을 받은 우초 신들 중에는 당연히 기득권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계시는 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초령검을 죽은 영혼들의 휴식처인 쏘울나들목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엘하임 계의 우초 신 헤라스 행성의 지도자인 천초령 우초 신도 그 때 탄생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우리 신들의 세계에서 소통되는 가스펠라어를 그들은 생각하여 우리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몰랐던 다이아몬드사랑에 대한 실체를 보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사랑은 지금까지의 우리가 수집하여 알고 있는 사랑과 다릅니다. 우리 신들은 그것이 없습니다. 왜. 없어야 합니까? 이것이 앞으로 우리 엘하임 계 신들이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 화두를 저 두 영혼이 우리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다시 건너 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신들입니다. 저, 야머 우초 신은 두 손 모아 아우초 신 님들에게 간원합니다. 저 두 영혼을 건너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허락하여 주십시요."
뭔가? 이 생각은? 금방 멸절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야머 우초 신이 아닌가? 그러나 역시 그랬다. 야머 신은 자우딩간 아우초 신님과 같은 때에 에버타가 되어 푸른구슬 행성에 존재했었다. 그 야머 신이 가장 다이아몬드사랑에 대한 이해에 가까워져 있었다. 마지막에 당연한 생각을 보낸 것이다. 아우초 신들도 충격을 받았다. 놀랄 일이었다. 이미 의논한 방안과는 전혀 다른 요구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행성계를 포함한 모든 존재하고 있는 것들은 이것 즉 영생을 위하여 권모술수를 사용하고 배반하고 바름을 저버리고 욕망하고 또는 믿고 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 죽은 영혼은 단지 사랑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존재하기를 거부하고 다시 돌려 보내주길 바라고 있지 않은가?
지선경의 예상치 못한 부탁에 천지수 보다는 엘하임 계 신들이 놀랐고 그 중 야머 신이 더 놀랐고 자우딩간 아우초 신님이 더 놀랐고 마침내 뷰와슈계 아우초 신 님들이 더 놀랐다. 이제는 닫지도 열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두 영혼은 온 것이다. 지선경은 천지수의 손을 꼭 잡고 초령이를 보고 다시 생각을 보냈다.
"초령아. 사랑하는 내 딸 초령아. 이 엄마를 용서해다오. 엄마는 아빠하고 같이 있어야 해. 멸절도 같이 되어야 하고, 넘어 돌아가는 것도 같이 해야 돼. 이게 엄마의 사랑이란 다. 도와다오. 초령아."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 사이 초령이가 엄마 아빠 곁으로 왔다.
"엄마. 아빠. 두 분의 다이아몬드사랑이 부러워요. 아우초 신 님들과 우초 신들께서 두 분의 다이아몬드사랑을 받아들였어요. 영휘는 이 검에서 생성되고 이 검은 엘하임 계에 있어요. 신들은 필요하면 푸른구슬 행성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행성계 어디라도 에버타로 있을 수가 있어요. 부모님의 딸 천초령이도 이제는 우초 신이예요. 어머니가 자랑스러워요. 어느 개체도 할 수 없는 결정을 하셨고 멸절을 각오하고 부탁하였어요. 신들과 신 님들이 받아들였고 야머 신과 지우딩간 신님이 뷰와슈 계 신님 들에게 '아마자'를 하였어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해요."
천지수는 두 팔을 뻗어 초령이의 두 손을 잡았다. 비단결같이 부드럽고 따뜻하였다. 그는 초령에게 생각을 보냈다.
"초령아. 아버지가 좀 안아보자."
"예. 아빠."
초령이는 착한 딸이었다.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아빠 천지수에게 안겼다. 그사이 키를 줄였다. 천지수 가슴에 안긴 초령이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들고 아빠 천지수를 맑은 눈으로 쳐다 보았다.
"초령아-"
"네. 아빠."
"너가 언젠가 좋은 때가 되어 푸른구슬 행성에 에버타로 오게 되면, 쏘울나들목의 서영이를 만나라. 너의 언니란다. 수 많은 서영이가 있지만 오직 쏘울나들목 장서영을 찾으면 돼."
초령이에게 그렇게 말한 천지수는 초령이 얼굴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뚫어져라 보았다. 초령이가 손바닥으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때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지선경이 초령이 곁에 와서 두 부녀를 애처러운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선경은 그 크고 호수같이 맑고 까만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그렁 그렁한 채 다시 초령이를 찾아 안고는 끝내 흐느끼었다. 공중은 푸른구슬 행성의 하늘같이 맑고 푸르렀다. 천지수가 놀라서 지선경을 불렀다.
76.
"선경아. 우린 이상한 곳에 와있는 것 같다. 저기 초록 들판과 깨끗한 조약돌사이로 맑은 냇물이 흐르고 봄날같이 냇가에 피어 있는 꽃들과 맑은 바람들. 우리가 지구에 온 것 같아."
"어머나. 정말 그렇군요.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원은 지구에서도 보기 어려워요. 초령아. 우리 냇가로 가서 물에 발 담궈보자. 얼굴도 좀 씻고.응."
그랬다. 그들 주변은 더 넓은 들판이었고 언덕아래 흐르는 냇물은 바닥이 다 보였으며 작은 돌멩이들이 깔려 있었다. 냇가엔 조약돌이 즐비하게 늘렸고 개울 건너편에는 하얀 모래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모래밭 끝에는 포플라가 냇물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서 초록색 잎들을 바람에 팔랑거리며 날리고 있었다. 천지수는 그 곳이 어렸을 때 가 본 곳이었다. 외가 집 앞 맑은 개천이 흐르던 그곳이었다. 지선경의 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천지수. 이리 와서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 저쪽 모래밭으로 가요! 초령아. 너도 같이 가자."
지선경의 맑고 싱싱한 목소리가 온화한 공기를 흔들었다. 어느 새 초령은 차돌 반석에 앉아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있었고 그 옆에는 지선경이가 딸 초령의 옥같이 맑고 투명한 두 다리를 쓰다듬으며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 냇가 중간은 깊어 보였다. 물살이 살아 있었고 짙은 푸른색이었다. 모녀가 앉아 있는 곳은 깊지가 않았다. 징검다리는 햇볕에 잘 말라 있어 보였다. 9개였다. 그 넘어 모래밭과 포플라 나무 그늘도 있었다. 천지수는 되 돌아봤다. 뒤쪽은 뿌연 안개만 보였다.
"그렇게 하자. 지선경 그리고 초령아. 우리 저 징검다리를 밟고 건너서 저쪽 편 모래사장으로 가자. 초령아. 내가 엄마 손을 잡고 앞에서 건너 갈 테니 조심해서 뒤 따라와. 알았지. 초령아?"
천지수는 초령이와 지선경의 손을 잡았다.
"네. 그래요. 모래밭에서 편히 좀 눕고 싶어요."
"예. 아버지. 어서 어머니 모시고 조심해 건너가세요."
"아니? 초령아. 넌 왜?"
손을 놓고 서서 미사 지으며 비로 보고 있는 초령에게 천지수가 놀라며 물었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행복하게 잘 사세요. 저는 신이잖아요. 여기서 두 분과 작별하여야 해요."
초령의 작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천지수와 지선경은 여덟 번째 징검다리위에 있었다. 그리고 깨 달았다.
"초령아~ 초령아~ 내 딸 초령아~"
지선경이 더 이상 부르지 못하고 목이 메었다.
"초령아. 고맙다. 내 딸 초령아. 너를 한없이 사랑한다."
더 이상 천지수도 할 말이 없었다.
"어서 모래밭에 내려 서세요. 아버지! 어머니! 영원히 사랑합니다."
그들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채 아홉 번째 징검다리를 건너 모래밭에 내려서며 돌아보니 헤로스 행성의 지도자이자 우초 신인 늠름하고 표현키 어려운 아름다운 초령의 마지막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77.
천지수는 가슴이 답답하였다. 지선경의 손을 찾아 더듬었다. 있었다. 숨을 쉬고 싶었다. 분명 모래밭에 내려 섰는데... 발에 닿는 감촉도 느낌도 없었다. 지선경을 돌아 봤으나 형체가 희미하였다. 뭔가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절대 지선경을 놓지 않으려 그녀의 팔을 힘주어 꽉 껴 안았다. 숨을 쉬고 싶었다. 참기 힘든 자연 욕구였다. 그는 오른손을 크게 들고 힘껏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때 지선경은 오른 팔이 조여 들듯 아파서 못 견디겠음을 느꼈다. 분명 천지수 팔인데 너무 세게 잡아서 통증이 온 것이다. 소리를 쳐야 했다. 너무 아파서.
"으~ 푸하학~"
천지수는 커다란 호흡과 함께 눈을 떴다. 희미하게 쏘울나들목의 천정이 보였다. 다시 심호흡을 하자 시원 공기가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그 때 지선경의 외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아아악~ 천지수! 아파요! 너무 아파요! 팔 좀 놓아주세요."
천지수는 너무 놀라서 비스듬히 누운 채 지선경을 안았다.
"푸~ 하하하학~ 푸우~ 천지수!"
"지선경. 나 여기 있어. 눈 뜨고 크게 숨 쉬어 봐!"
천지수는 긴장이 되어 안은 지선경을 흔들었다.
"여보! 천지수. 왜 이렇게 막 흔들어요. 숨 막히겠어요"
지선경이 눈을 떴다. 천지수는 손바닥으로 젖가슴을 문질렀다. 따뜻하였다. 다시 손바닥으로 지선경의 오지를 덮었다. 뜨거웠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천지수는 터져 나오는 폭발하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돌아왔구나. 살았구나! 살았어! 지선경! 눈 뜨고 날 봐. 이곳이 쏘울나들목이야. 지선경!"
천지수는 충격적인 놀라움에 지선경을 다시 힘껏 끌어안았다.
"으- 아- 푸아 학. 천지수. 또 숨막혀요. 제발."
지선경이 천지수 품을 밀치려 하자 천지수가 지선경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일으켜 세웠다. 지선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바퀴 돈 뒤 갑자기 천지수의 뺨을 힘껏 쳤다.
"아얏. 지선경!"
지선경은 그 비명을 듣자 그만 천지수의 품속으로 다시 안겨 들어갔다.
"아- 천지수. 당신의 비명을 들으니 꿈은 아닌가 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병실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쏘울나들목에 당신과 있다니. 여보! 어서 키스해줘요."
지선경은 천지수의 말을 듣기 전에 벌써 까치발로 키를 높혀 천지수 입술에 입술을 가져갔다.
"아~아아아~ 천지수. 당신 입술이 따뜻해요. 어서 제 입술을 느껴보세요. 네. 어서."
지선경은 초조한듯 불안한듯 급히 입술을 떼고 천지수 눈을 바라보며 졸랐다. 그들의 뜨거운 키스와 애무는 서영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겨우 눈을 떴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엄마! 천지수!"
서영이는 뭔가 주변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 겨우 눈을 떠 보니 눈 앞에 하얀 가운을 입은 두 사람이 서로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 지쳐 헛 것이 보이는가 생각하였다. 그 때 어머니의 비명 소리와 천지수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듣자 힘이 벌떡 나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서영아-"
천지수가 지선경을 서영이 앞으로 데려갔다. 서영은 일어나질 못했다.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너무 지쳐버렸다. 그러나 말똥 말똥 뜬 눈은 빛이 났다. 천지수가 얼른 서영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서영은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 온 천지수의 팔을 느꼈다. 차지 않았다.
"선생님! 팔이 차지 않아요! 따뜻해요. 돌아오신 것 맞아요?"
서영이 놀라서 먼저 소리치며 두 팔로 어머니의 얼굴을 감쌌다. 역시 따뜻하였다. 두 손바닥으로 어머니의 뺨을 어루만졌다.
"어머니! 엄마! 으아아아앙- 앙앙앙-"
서영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어머니를 얼싸안고 기다린 조바심과 의구심과 안타까움들이 다 터져 나오듯 울고 또 울었다. 그런 서영을 지선경은 안고 또 안았다.
"자.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 우리 모두 허기를 좀 가라앉게 해야 돼."
천지수는 우측 벽 아래 마댓자루에서 져키와 물이 든 호리병을 가져왔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셋 다 너무 기력이 없었다. 쏘울나들목을 빠져나갈지도 걱정되었다. 쏘울나들목 밖은 어두웠다. 입구 쪽의 위에 뚫려진 구멍으로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이 보였다. 서영이가 먼저 지선경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그럴 만하였다. 이제는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어가도 좋았다. 그 서영이를 안고 지선경이가 잠들었다. 쌔근 쌔근 숨을 쉬며 잠들었다. 천지수는 먼저 서영이를 안아서 지선경이가 누웠던 좌측편에 살며시 눕혔다. 그것을 졸려 있는 눈으로 보는 듯 하며 앉아있는 지선경을 안아 서영이 옆에 뉘였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어 지선경의 오른쪽 곁에 누웠다. 자고 있는 지선경의 왼손이 서영이의 오른 손에 잡혀 있었다. 천지수는 마대 끈을 찾아와서 두 사람의 손목을 묶었다. 그리고 다시 천지수는 지선경의 오른 손목과 자신의 왼 손목을 마대 끈으로 묶었다. 이제 그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먼 듯 가까운 듯 딸이자 우초 신이 된 천초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라졌다.
78.
푸른 코발트색 하늘은 한없이 높고 눈부시도록 맑았다. 태양은 좌측편에서 막 어둠을 넘어 밝은 곳으로 나와 솟았다. 동쪽은 눈부신 햇살이 밤새 숨죽이고 자던 숲의 정기들을 깨웠다. 그들의 기지개에 의하여 대지마저 뿌연 운무로 깔렸다. 초원의 아침이었다. 발 아래 푸른 숲과 초원도 이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였다. 싱그러운 초원의 자연 냄새가 쏘울나들목까지 이미 올라왔다. 눈 아래 숲 사이로 울루불루 추장이 살았던 케나와뚜르읍 마을이 보였다.
"여보. 천지수. 여기가 호주 맞아요? 우리가 초령이를 있게 했던 그 쏘울나들목이 맞아요? 여보. 천지수. 살아있는 아침이 이렇게 황홀하도록 아름답고 좋을 수가 없어요."
옆에 서서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던 지선경이 천지수의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환희의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선경의 목소리가 맑고 청명함을 들은 천지수는 지선경의 건강도 회복되었음을 느꼈다. 지선경이 고마웠다. 쏘울나들목이 고마웠다. 울루불루 추장이 고마웠다. 초령이가 고마웠다.
"아항~ 어머니. 선생님. 벌써 일어나 여기 계셨군요. 전 아직 믿기지 않아요."
서영이가 잠에서 깨어 놀란 채 쏘울나들목을 나오며 인사를 하였다.
"어머! 엄마! 왜 팔목을 묶은 채 그러고 있어요? 으아~ 제 팔목에도 마대 끈이 묶여 있네요."
서영이 쏘울나들목 입구의 공터에 서서 먼 초원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곁으로 오면서 또 다시 놀라 물었다. 그제서야 지선경은 오른 손목이 천지수의 왼 손목에 끈으로 묶여져 있음을 알았다.
"서영아. 이리와. 엄마 곁에. 아마도 천지수가 다시 혼자 있기 싫어서 묶어 두었는가 보다."
"으하하하-"
서영이는 그제서야 웃었다. 남자 웃음소리같이 호탕하게 웃었다. 웃음소리가 맑았다. 세상의 어떤 때도 묻지 않은 자연의 웃음이었다. 서영은 어머니 옆이 아닌 천지수의 옆에 가 서서 아직 오른 손목에 매어져 있는 마대 끈을 풀어 천지수의 오른 손목과 자기의 왼 손목을 묶었다.
"저도 이제 다시는 혼자 있지 않을 거예요."
천지수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은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