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일(첫 쥐의 날)
새해 들어서 첫 번째로 맞는 쥐날.
정초십이지일의 하나로 상자일(上子日 ) 또는 첫 쥐날이라고 부른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신라 때부터 상자일·상해일(上亥日)·상오일(上午日)에는 백사(百事)를 꺼리고 근신하였다고 한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는 쥐가 곡식을 축내므로 상자일에는 모든 일을 쉬고 놀았다고 하였다.
또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이날 궁중에서는 볶은 곡식을 자루에 담아 근시(近侍)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도 상자일에 콩을 볶는다고 하였다.
그때는 주걱으로 솥 안의 콩을 저으면서 “쥐알 볶아라, 콩알 볶아라.”고 외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해에 쥐가 없어져서 쥐가 곡식을 먹는 일이 적다고 믿었다.
볶은 콩은 아이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먹었다.
한편 대궐에서는 주머니를 만들어 각색의 색실로 끈을 만들고 큰 나비같이 두 귀를 싸서 문안 온 근신이나 재상에게 볶은 콩을 넣어서 나누어 주었다.
이 주머니를 ‘자낭(子囊)’이라 부른다.
이렇게 궁중에서 주머니를 준 것은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다.
또 주머니를 첫 쥐날과 첫 돼지날[上亥日]에 만드는데, 그것은 쥐와 돼지가 십이지의 처음과 끝이므로 그해 열두 달 동안의 복록(福祿)을 그 주머니에 담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쥐는 곡식을 축내고 피해를 주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불을 밝히지 않고 어둡게 지내며, 쥐가 많으면 그 피해가 크기 때문에 상자일에 논두렁·밭두렁의 풀을 태워 쥐를 잡았다.
이것을 ‘논두렁태우기’ 또는 ‘쥐불놀이[鼠火戱]’라고 한다.
특히 상자일의 쥐불놀이는 쥐가 없어지고 해충들의 알과 유충 등 잡균을 제거하며 언 땅에 온기를 주니 새싹의 발아도 촉진되어 그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해서 성행하였다.
그때는 자기네 논두렁을 걸어다니며 “쥐불이야, 쥐불이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또 “쥐볶는다, 쥐볶는다.” 혹은 “쥐 주둥이 지진다, 쥐 주둥이 지진다.”라고 외치면서 볶은 쥐눈이콩을 한 움큼씩 먹으면서 “쥐 먹는다, 쥐 먹는다.”고 하는 주언(呪言)을 외치며 쥐를 쫓는다.
쥐불놀이에는 쥐와 해충의 제거뿐만 아니라 일년 동안 무병장수하고 액을 멀리 쫓을 수 있다는 소원이 함께 들어 있다.
요즈음에는 보름날 밤에 횃불놀이[炬火戱]를 겸해서 쥐불놀이를 많이 한다.
아낙네들은 이날 옷을 지어 입으면 쥐가 쏜다고 하여 길쌈이나 바느질을 하지 않았다.
또 상자일 밤 자시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 하여 부인들은 밤에 방아를 찧었다.
찧을 곡식이 없으면 빈 방아라도 찧어 요란한 소리를 내었는데, 그렇게 하면 쥐가 놀래어 달아나므로 쥐의 해를 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쥐가 눈이 밝으면 곡식을 잘 쏠게 된다고 하여 눈을 멀게 하기 위하여 냄새가 심한 목화씨를 불태웠다.
쥐가 곡식을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칼질·낫질·가위질 등 무엇이든 써는 일을 삼갔다.
쥐는 땅을 잘 파기 때문에 사람이 구멍을 뚫는 일을 하면 일년 내내 쥐가 구멍을 파서 피해가 생기므로 구멍 뚫는 일은 하지 않았다.
경기지방에서는 정월 첫 번째 쥐날인 상자일에 아이들이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놓는다.
논둑과 밭둑의 잡초는 논이나 밭에 낸 거름기를 빨아 들여 잘 자란다.
이것이 겨울을 맞아 자연히 말라 있는데, 여기에 불을 놓으면 풀포기나 땅위에 널려 있는 잡균이 불길에 타 소독이 되고, 불탄 재는 거름이 되어 땅을 걸게 한다.
이런 이중 효과를 거두기 위하여 또 풀을 태워 버리듯이 쥐도 없어지라는 뜻에서 불을 놓는다.
전남지방에서는 상자일에 일을 하지 않고 노는 풍속이 있다.
또 시골에서는 이날 저녁에 될 수 있으면 불을 안 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환하게 불을 켜면 쥐 눈구멍이 밝아져서 곡식을 축내며 물건을 쏘는 등 해를 끼치는 일이 많다고 여겼다.
그래서 쥐 눈구멍을 멀게 한다고 하여 면화씨로 불을 지핀다.
그 밖에도 쥐가 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칼질 등 무엇이든 써는 일을 삼간다.
마소의 먹이인 여물을 썰면 쥐가 나락(벼)이나 짚을 쏜다고 해서 미리 썰어 두었다.
그리고 길쌈감을 다루거나 옷을 만들면 쥐가 이것을 쏠아 못쓰게 한다 하여 그러한 일도 삼갔다.
경남지방에서는 상자일에 몸에 좋으라고 밀·보리·콩 같은 곡식을 볶아 먹는다거나 재수가 있으라고 주머니를 만들어 차는 사례가 있다.
또 첫 쥐날에는 바느질을 하지 않는다.
바느질뿐만 아니라 구멍 뚫는 일을 하면 그해에 쥐가 집 안팎에 구멍을 뚫는다고 해서 꺼린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쥐날에는 ‘자불문점(子不問占)’이라 해서 점을 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