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따뜻한가요, 밥은 먹었나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습니다. 반면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좋았던 관계가 깨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또 우리는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까요.
저와 남편은 종종 말다툼을 합니다.
서로의 성향이나 생각, 그리고 말투와 언어
표현법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부부간
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보통 대화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는 대상이 바로 가족이랍니다. 늘 함께 지내다보니 밖에서는 안 그런데 가족에겐
함부로 하게 된다는 거죠. 편안한
마음에 이물 없이 한 말이라는데 결국엔 상처가 되어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저는 가끔 남편에게 이런 요구를 합니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당신 생각을 말하기 전에 먼저 내 말의
끝을 물어서 질문을 해줘. 예를 들면 ”당신 밥 먹었어?” 하고 물으면,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밥을 안
먹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지 말고,
“동료들이랑 같이 갈치조림 맛있게 먹었어. 당신은? 이렇게 부드럽게 말해줘.”라고 말이죠. 이왕이면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적 대화를 하자는 프로포즈입니다. 남편이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해줘서 저는 그 다음 대화를 기대했습니다. 남편은 과연 제가 원하는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을까요. 절대 아니랍니다. 이처럼 건강한 대화를 위한 저희 부부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말도 습관이라는데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서 미운 말만 배워온 것처럼 못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로 사람을 무시하고 화나게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하고, 누가
거슬리는 말을 하면 못견뎌합니다. 그렇다보니
위로하는 말 한마디조차 쉽게 할 수 없습니다.
경찰사목위원회에서 선교사와 표현예술상담사
자격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방문을 했었습니다.
유치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해주는 봉사였습니다. 입실하기 전에 먼저 기도를
한 다음, 오늘은 어떤 말로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남성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얼굴은 사색이
되고 온 몸이 굳은 듯 힘겨워 보였습니다. 잠시 고심을 하다가 손을 넣어 방바닥을 짚으며 말을 꺼냈습니다. “형제님, 앉은 자리는 따뜻하세요?” 그 순간
그분의 긴장된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커피를 한 잔 건네면서, “식사는 하셨는지요.
밥이 잘 넘어가지가 않죠? 왜 안 그러시겠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혼자 말도 못하고
억눌러놓은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건드려졌나
봅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려주었습니다. 맘껏 울어도 괜찮다고,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함께 있어주었습니다.
많은 말이 있어야 위로가 될까요. 뭔가 거창하고
특별한 말을 해야만 의미가 있을까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에게 필요했던 건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 그리고 두려운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짧은한마디,
‘방은 따뜻하냐, 밥은 먹었냐’라는 말에 우리는 마음의 짐을 덜고 위로받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근사하고 멋진 말을 해야 한다고 착각하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필요한 말은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작은 한 마디 말일 텐데요.
첫댓글 박지현 요셉피나 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