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부산까지 시외버스 요금은 7,300원이고,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새벽 5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있고, 22:30, 23:30시에 심야 버스를 운행한다.
2010년 2월 23일 화요일. 부산광역시 사하구 괴정동에서 6시 30분에 출발하여 지하철을 타고 노포동으로 간다. 부산 지하철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모바일용 후불제 교통카드(신한카드, 홈플러스 패밀리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지하철과 연결된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포항행 버스표를 끊는다. 신용카드로도 결재가 된다. 다행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외버스는 현금으로만 버스표를 사야 했다. 7시 50분 출발하는 차에는 승객이라곤 나를 포함하여 단 둘. 운전기사는 심심한지 제일 앞자리에 앉은 나에게 자꾸 말을 건다. 8시 찬데, 일찍 가라고 해서 출발했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들의 운전 습관에 대해 불만을 토한다. 개인적인 문제를 자꾸 한국인 전체 성격인양 몰아버린다. 내가 크게 대꾸하지 않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9시 10분이었다. 다시 시내버스를 탄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통용되는 후불제 교통카드가 포항에는 소용 없다. 티머니 카드를 사용한다. 107번 버스를 타고 우현동에 도착한 것은 10시 10분. 부산 노포동 근처에 집을 얻는다면 부산-포항은 그렇게 먼 곳은 아니기에 통근도 가능하다.
일을 마치고 흥해에 들어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 똑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같은 코스를 가는 건 좀 무료하다. 흥해 가는 107번 버스를 타고 티머니 카드를 댔더니 잔액부족이라 현금으로 계산을 치룬다. 선불카드는 이런 게 불편하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운전기사가 요금을 안내고 탔다고 날 보고 뭐라 한다. 다행이 승객 중 한 사람이 내가 현금을 넣었다고 증언해준다. 태국 같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차장이 있어 차비를 받고 영수증까지 준다. 우리 나라에도 시내버스에 차장을 부활시키면 어떨까? 아마 적잖은 일자리도 만들고 승객들도 훨씬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오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기차를 왜 타느냐고 반문하였지만, 나는 부산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은 기차로 하기로 결정했다. 포항과 부전 사이 기차는 하루에 두 번 밖에 없다. 선택의 폭이 아주 좁다. 요금은 8,300원으로 버스보다 1,000 원이 비싸다. 인터넷으로 예약 결재하고 휴대폰 SMS로 좌석 배정받았다. 시외버스와 달리 한국철도는 철도회원에 가입하면 포인트가 붙는다. 일부 신용카드 회사에서도 결재 포인트로 승차권을 구입하도록 한다.
흥해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포항역까지 나왔다. 아주 따뜻한 날씨다.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이제 날이 풀려 장갑이 없어도 손이 전혀 시리지 않다.
포항역 앞에 있는 탑마트에서 열차 여행할 동안 먹을 음료와 맥주, 안주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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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마트 앞에 자전거 주차대가 있어 마음에 든다. 탑마트가 생겨 좋긴 한데, 아주 오래전부터 지키고 있던 역전상회, 월성상회, 희망상회에겐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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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항역에서 기차를 탈 때 오징어나 맥주, 막걸리를 종종 사던 집들이다. 이젠 탑마트에도 막걸리를 팔고, 맥주나 다양한 안주도 있다. 결정적 요인으로 가격이 더 싸고, 포인트까지 주기에 상회로 향하던 발길이 탑마트로 저절로 가게 된다. 게다가 상회에서 일하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별로 친절하지 않아 그 어떤 유인도 없다.
자전거는 다시 포항역 자전거 주차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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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주차대 지붕이 없어졌다. 포항역도 이제 하나씩 정리하고 있는 중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포항역 구내에 있는 스토리웨이도 탑마트로 인해 타격이 클 것이다. 탑마트에선 500 밀리 제주삼다수 생수 한 병이 340 원인데, 스토어에서는 600 원을 주어야 하고 포항-부전 무궁화 호 열차 2호차 카페에서는 700 원을 받는다. 열차 카페에서는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로 물 하나도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포항역에서 15:25 출발하는 부전행 무궁화 열차에 탄다. 우진산전에서 개조한 객차다. 포항-동대구 사이를 다니는 무궁화 열차와 같이 네 량 편성이다. 내 자리는 2호차 24석. 대개 포항에서 표를 끊으면 2호차 가운데부터 배정하는 모양이다.
내 자리로 가지 않고 4호차 동반석으로 가서 햇빛이 잘 드는 오른편 자리 창쪽 51번에 앉는다.
아, 새로운 발견! 동반석 테이블 밑으로 220볼트 콘센트가 두 개씩 보인다. 예전에는 미처 이걸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게 되다니. 노트북을 열었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한다. 5분이 안되어 효자(孝子) 역에 선다. 맞은편 열차를 보내기 위해 좀더 머문다. 맥주를 따서 마시는데, 객차 안에서 갑자기 무선 인터넷이 잡힌다. 왠일이지? 다음에 연결한다. 15:39 새마을호가 지나간다. 이윽고 열차가 출발한다. 무선 인터넷이 끊어졌다. 아마 주변 아파트나 상가 등의 무선인터넷 신호가 잡힌 것 같다.
철도 노선 변경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 동해남부선을 일부 바꾸는 중이다. 양동마을에서는 유물전시장이 공사 중이다.
너른 안강 들판엔 철새들만 날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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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 군데 비료를 뿌리기 위해 포대를 흩어놓았다. 논에는 지난번 눈이 녹은 물들이 언듯 언듯 보인다.
15:50 안강(安康) 역에 도착한다.
형산강을 건너 경주 시내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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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발굴 현장과 공동묘지 옆에 바로 아파트 단지가 나타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파트와 경주는 어울리지 않는 사이다. 핵폐기장도 마찬가지다. 경주역은 참 오랜만이다. 포항 동대구 가는 기차가 경주역에 서지 않고 서경주역(옛날 금장역)을 통해 바로 가기 때문에 일부러 이 기차를 타지 않으면 거의 들르지 않게 되었다.
생각하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다 현실화된다. 아직 구현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영천과 포항 사이를 바로 연결하는 철길이다. 대구 지하철을 연장하여 영천과 안강, 포항까지 운행한다면 경상북도 동부 해안 지역이 훨씬 활기차게 되리라고 본다. 수도권처럼 승용차에 의존하지 않고 철도에 의한 수송 분담율이 커지기를 바란다.
16:08 경주역이다. 통로 건너편에 앉았던 가족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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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16:11 출발한다.
16:20 불국사 역에 도착한다. 노인 두 분이 내렸다.
내가 컴퓨터를 켜놓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인터넷이 되느냐고 묻는다. 물론 안되지요.
16:35 호계 역 도착. 주로 젊은 사람들로 10여 명이 내린다.
16:44 울산 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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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포항과 울산 사이 기차로 1시간 10분 거리다. 그리 멀지 않은데, 사실 자주 오가는 사이는 아니다. 소요 시간이 아니라 꼭 필요한 시간대에 두 도시를 오가는 기차가 없다는 게 거리를 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16:55 덕하 역 정차. 두 명이 타고 세 명이 내린다. 마주 오는 무궁화 열차를 기다린다. 조금 오래 머무른다. 17:05 부전에서 영주까지 가는 무궁화 기차가 지나간다. 해가 산 위 숲에 걸리기 시작한다. 나무들이 마지막 햇살을 부서뜨린다.
터널을 지난다.
17:15 남창 역 도착한다. 동반석에 주인들이 왔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2호차로 건너간다. 객차엔 거의 빈자리가 없이 승객이 가득 찼다. 내 자리인 2호차 24석에는 노인이 앉아 있다. 그리곤 창쪽인 23석에 앉으라고 한다.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살펴보니 의자 조절이 되지 않는다. 손잡이가 아예 없다. 노인은 자기 자리 의자 조절 손잡이가 고장난 걸 알고 옆자리로 옮긴 것이다.
17:25 월내 역.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옆자리 노인은 신발을 벗어 발에서 나는 냄새다.
17:29 좌천 역.
주변에 공사장이다. 일광 컨트리 클럽 공사장과 부산에서 일광까지 동해남부선 복선 공사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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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 기장 역에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내 옆자리에 있던 노인은 건너편 빈좌석으로 가서 이제는 아예 침대처럼 눕는다. 신발을 벗은 채 유리창으로 향해 앞자리 사람 머리에 거의 닿을 지경이다.
17:48 송정 역. 송정역을 지나면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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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에도 바다가 보였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다는 나무들과 건물에 자주 가려진다. 바다를 잘 조망할 수 있도록 철길 옆 나무는 키가 작은 것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석양에 광안대교가 보이고 드디어 해운대 해수욕장도 나타난다. 
하지만 지저분한 건물들과 아파트들에 의해 시야는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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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 해운대 역.
18:00 수영 역에서는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 기차가 서 있다가 우리 기차가 들어선 이후에 출발했다.
또 다른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5분 정도 더 서 있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서울에서 해운대로 가는 무궁화 기차를 보낸 다음에 출발한다.
18:11 동래에 도착.
18:17 종착지인 부전 역에 도착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2분 정도 늦었다. 아주 준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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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동해남부선 기차 여행을 마친다. 해는 서산을 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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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 시장은 불을 밝히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