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슬픈 사람 /정호승 봄눈 한송이 떨어져도 낙엽 한장 떨어져도 태풍에 무너져내린 지붕 서까래처럼 어깨가 무너져내려 슬픈 사람이 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잃은 길을 또 잃어버리고 섬진강을 따라 걸어가는 저 젊은 여인의 겨울비에 젖은 앙상한 어깨를 보라 무거운 가방을 밧줄처럼 걸치고 찬비 내리는 가리봉동 남구로역 캄캄한 인력시장 앞을 서성이는 저 늙은 청년의 허기진 새벽 어깨를 보라 노모가 누워 계신 암 전문 요양병원 창가에 서서 백목련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을 바라보는 저 야윈 아들의 눈물의 어깨를 보라 오늘도 너무 무거워 멀리 힘껏 던져버렸으나 어느새 다시 내 어깨 위에 걸쳐진 나의 십자가 위에 작은 새 한마리 앉아 울고 있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中 https://youtu.be/EcC0bAA2p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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