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가 영국판 9월호를 통해 21세기 최고의 건축물 톱10을 선정했다. <GQ>의 선정 리스트를 바탕으로 디자인플럭스가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톱10 중 스페인의 건축물이거나 스페인 건축가의 작업이 4건이나 올라와 있어, 현대 건축계에서의 스페인의 위상을 생각해보게 된다. 아래 리스트의 순서는 건축물의 중요도와는 상관없다.
1. 콘서트홀(Casa da Musica), 포르투갈, 오포르토, 2005 by 렘 콜하스(Rem Koolhaas)
Courtesy flickr.com
포르투갈의 오포르토(Oporto)라는 항구도시에 위치한 ‘카사 다 무시카’. 렘 콜하스의 작품이다. 오포르토 국립 오케스트라(Oporto National Orchestra)의 콘서트홀로 1천 3백석 규모의 메인 홀과 3백 5십석의 작은 홀, 리허설 룸, 레코딩 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있다. 흰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로 조형미가 뛰어나며, 지붕의 경사에 따라 지어진 테라스와 과감한 절단면이 특징이다. 프랭크 게리의 디즈니홀과 한스 샤로운의 베를린필하모닉홀과 더불어 지난 100년간 지어진 콘서트 홀 중 가장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2. 발레아세론 교회(Valleaceron Chapel), 스페인, 시우다드 레알, 2000 by J. C. 산초 & 솔 마드리데호스(J. C. Sancho and Sol Madridejos)
Courtesy Roland Halbe
마치 종이로 접은 것 같은 이 성당은 스페인 건축의 실험정신을 잘 드러낸다. 공간을 접거나 펼치는 효과를 통해 이 건축물이 자아내는 감동은 독특하다. 이 건물의 형태는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공간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건축물은 마감과 장식을 극도로 절제하는 대신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늬와 형태를 디자인의 한 요소로 취하고 있다.
3. 거스리극장(Guthrie Theater), 미국, 미네아폴리스, 2006 by 장 누벨(Jean Nouvel)
Courtesy flickr.com
장 누벨이 디자인한 거스리극장은 올해 6월에 재개관한 창작극 전용 극장이다. 원래 거스리극장은 상업주의에 물든 뉴욕 브로드웨이에 설 자리가 없었던 순수 연극인과 시민들을 위해 영국의 한 극작가가 지은 것이다. 마치 산업시대의 공장 건물 형태를 연상시키지만 금속과 유리 소재를 사용하여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를 풍긴다. 미시시피강 쪽으로 뻗은 53미터에 이르는 캔틸레버(cantilever) 역시 장관이다.
4.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 스페인, 세빌, 2007 by 위르헨 마이어(Jürgen Mayer H)
ⓒ Jürgen Mayer H
스페인 남부 세빌에 위치한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은 2007년 완공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세빌의 중심부에 있는 광장을 현대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개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6개의 버섯모양의 구조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디자인된다. 버섯 모양의 지붕 아래로는 사람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고, 구조물 안에는 레스토랑이나 상가가 들어서게 된다. 역시나 실험적인 스페인 건축의 한 대목을 잘 드러내고 있는 디자인이다.
5. BMW 공장 센트럴 빌딩(BMW Plant/Central Building), 독일, 라이프치히, 2005 by 자하 하디드(Zaha Hadid)
ⓒ Hélène Binet
BMW 공장과 센트럴 빌딩은 생산 프로세스와 인력의 이동동선을 반영한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디자인이다. 하지만 극한까지 밀고 나간 합리성 때문에 오히려 결과물은 파격적이다. 전체 공장단지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센트럴 빌딩을 중심으로 부속 건물과 공장이 분산되거나 다시 수렴되는 역동적인 설계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는 2004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Award)을 수상한 바 있다.
6. 투박 하우스(Tubac House), 애리조나, 투박, 2000 by 릭 로이(Rick Roy)
ⓒ Bill Timmermann
애리조나 투박에 위치한 투박 하우스는 낡은 카우보이 캠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이 건물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특수처리한 강철로 건축되었다. 투박하고 거칠게 디자인된 외관은 흰색 회벽과 단풍나무, 반투명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소재로 세련되게 디자인된 인테리어와 대조를 이루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투박 하우스를 관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강철 프레임 유리창은 광막한 애리조나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되었다.
7. 뉴 뮤지엄 오브 컨템포러리 아트, 뉴욕, 2007 by 카즈요 세지마 + 류에 니시자와(SANAA)
Courtesy the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카즈요 세지마와 류에 니시자와가 디자인한 뉴욕의 현대미술관으로 마치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몇 개의 박스를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듯한 디자인이다. 그 성격이나 규모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전시공간을 켜켜이 쌓아 올린 이 디자인에는 일정한 규칙이 숨어 있다. 즉 서로 다른 크기의 ‘공간 상자’가 어긋나면서 생긴 여백에 바로 테라스를 배치한 것이다. 이 디자인으로 인해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는 독특한 스카이라인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8. 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Scottish Parliament building), 영국, 에딘버러, 2004 by 엔리크 미랄레스(Enric Miralles)
ⓒ Scottish Parliamentary Corporate Body
스페인 건축가 엔리크 미랄레스가 디자인한 스코틀랜드 의사당 건물은 에딘버러의 홀리로드 공원과 샐리스베리 바위산의 장중한 경관을 곁에 두고 위치해 있다. 스페인 특유의 건축철학이 반영된 스코틀랜드 의사당 콤플렉스 빌딩은 오늘날 영국의 가장 혁신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강철과 오크 목재, 화강암으로 건설된 이 건축물은 꽃의 형태 혹은 이물이 올라간 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엔리크 미랄레스는 이를 두고, ‘대지에서 피어 오르는’ 건축물이라고 표현했다. 엔리크 미랄레스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2000년 7월에 4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9.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 스웨덴, 말뫼, 2005 by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
ⓒ Lars Tufvesson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 즉 ‘뒤틀린 상체’라는 뜻의 이 건축물은 말 그대로 상체를 뒤로 뒤틀고 있는 인체 동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 건축계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디자인. 이 건물은 높이 190m에 54층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며, 용도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약간 왜곡된 형태의 입방체 9개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는데, 맨 위의 입방체는 원래의 축에서 90도나 회전되어 있다.
10. 드 영 뮤지엄(De Young Museum), 샌프란시스코, 2005 by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Courtesy flickr.com
헤르초크 앤 드 뫼롱이 디자인한 드 영 뮤지엄은 샌프란시스코 서쪽 골든게이트 공원에 위치해 있다. 먼저 콘크리트와 목재로 건축한 뒤, 구리 스킨으로 건축물을 뒤덮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구리 스킨에는 크기가 다른 동그란 천공이 뚫려 있어, 외부에서 보면 건축물이 마치 베일을 드리운 듯한 느낌이 든다. 현재는 짙은 구리색이지만 세월이 흐르면 산화가 일어나 건축물이 공원의 푸른 실록과도 같은 청록색으로 바뀌게 된다.
ⓒ designflu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