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정권교체를 넘어 자본가정권 타도!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향한 계급전쟁으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모순과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1.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동원해 정치인 등을 체포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지만,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친위 쿠데타 시도는 150분 만에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12월 7일 계엄령의 배후와 실체가 밝혀지는 가운데 진행된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되었다. 탄핵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 여론과 전국적으로 벌어진 탄핵 촉구 집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방어에 나섰고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의 모범’이라는 한국 부르주아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의 현재 모습이다. 물론 이것은 대중 투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지배계급 사이 권력투쟁이 보여주는 무능하고 부패한 모습이기도 하다.
2. 윤석열 집권 2년 반은 자본주의 위기 심화 속에서 자본가 독재의 폭력성과 총체적 무능을 보여주었다. 윤석열 정권은 시작부터 노동계급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노조 탄압, 부자 감세, 대기업 규제 완화, 민영화 추진, 복지 축소 등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그뿐인가. 물가 폭등, 실질임금 하락,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생활 수준은 계속 악화하고, 사회적 참사에 대한 책임 회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옹호,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의정 대란 등으로 일상적인 삶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미, 일 제국주의 세력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조장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 지원에 이어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살상 무기까지 보내려 했다.
이렇게 노골적인 반(反)노동, 친(親)자본, 친(親)제국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정권이 임기 절반을 남겨두고 가족과 본인에 대한 끝없는 의혹과 폭로로 궁지에 몰리고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들어섰다. 더는 선택지가 없었던 윤석열은 결국 친위 쿠데타를 선택했고,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모순과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것은 이른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쇠퇴하는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정치 현상이기도 하다.
윤석열 탄핵-퇴진 투쟁은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투쟁과 자기 권력의 전망이 없다는 점에서는 박근혜 때와 다르지 않다.
3.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는 45년 전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민중항쟁으로 이어진 전두환의 계엄령과는 성격과 준비 정도가 다르지만, 불평등과 모순으로 가득한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통치 도구인 부르주아 민주주의마저 군대를 이용해 짓밟았다는 점에서 성격이 같다. 이는 70~80년대 군홧발과 총검의 공포와 폭력을 민주주의를 통해 극복했다는 이 체제가 그동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국가폭력으로 잔인하게 짓밟아 온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계엄령 사태에 따른 탄핵-퇴진 투쟁은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과는 달리 대대적인 촛불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몰락의 길을 택한 윤석열의 폭주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투쟁과 자기 권력의 전망이 없다는 점에서는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노동자 운동은 계속 후퇴하여 윤석열 정권의 전방위적 공격에 맞서 방어 투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노동자 운동의 다수파는 노동자의 자리(계급의 영역)에서 생존권 투쟁을 전면화하여 반격의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선언적인 윤석열 퇴진만을 외치면서 부르주아 야당의 투쟁 일정에 맞춰 집회를 배치하고 행동을 제한했다. 하지만, 탄핵의 무산과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동안 억눌렸던 분노를 폭발시켜 아래로부터의 실질적인 총파업과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번에도 탄핵 투쟁에 매몰되어 탄핵이 가결될 때까지 윤석열의 공범인 한동훈의 입을 바라보며 탄핵 가결을 압박하고, 탄핵 후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바라보며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4. 현재의 탄핵 절차는 선출한 사람들이 잘못된 선출을 바로잡기 위해 선출자를 직접 끌어내릴 수 없다. 윤석열이 이렇게 뻔뻔하게 버티는 것도 바로 탄핵이라는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탄핵은 또한, 윤석열의 공범과 부역자들에게도 의결권을 주기 때문에 이번처럼 공범들이 탄핵을 막을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탄핵을 가결한다면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국회의 탄핵 가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라는 선출되지 않은 옥상옥 기관에서 상당한 시간을 갖고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에 따라 판결한다. 결국, 대중들의 실질적인 요구는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무력화되어 현 체제 안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본질을 갖는 탄핵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는 필요에 따라 윤석열과 같은 집행자를 합법적으로 갈아치울 수 있다. 이 체제의 실질적인 지배계급은 위기 때마다 (이번과 같은 혼란 속에서도)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정권을 교체해 왔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사람을 직접 선출하고 탄핵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자랑하지만, 이번 탄핵 사태는 그 모두가 거짓이고 환상이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노동계급이 투쟁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면 지배계급의 일부인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8년 전 박근혜가 파면되고 들어선 문재인 정권의 노동개악과 반(反)노동 정책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박근혜도, 문재인도, 윤석열도, (미래의) 이재명도 자본가정권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5. 과거 박근혜 탄핵에서부터 지금의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보듯이 선출자가 직접 권력을 끌어내리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노동계급의 민주주의는 선출된 권력을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어 선출한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고, 모든 대표자의 특권을 폐지하여 위임받지 않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조건으로 향하며, 선출되지 않은 관료제는 점진적으로 폐지한다. 이것이 노동자가 직접 정치와 행정에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이며, 이러한 민주주의만이 노동자의 생산과 일상을 스스로 조절하고, 다수가 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 노동자민주주의는 계급투쟁 속에서 다수 노동자 대중이 참여하는 정치 광장에서 탄생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토론과 결정, 직접행동, 계급적 연대로 확장된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분노한 노동자 투쟁이 나아갈 길은 탄핵을 통한 정권교체 환상을 깨고 자신들의 권력과 민주주의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부르주아 정치와 단절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싸우는 진정한 계급투쟁이다.
쇠퇴하는 자본주의는 윤석열,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토대이다.
6.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역사상 가장 긴 불황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속하는 경제위기, 기후 위기, 팬데믹, 제국주의 전쟁을 겪는 동안 극소수의 부유층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다수 인류는 가난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 자본주의는 경제, 사회, 환경, 건강까지 모든 영역에서 엄청나게 복잡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고, 이 체제는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이미 오랜 기간 깊은 위기에 빠져 있었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평화로운 선택지가 바닥난 세계의 지배계급은 노동계급에 더할 수 없는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며 위기를 전가해 왔고, 대외적으로는 경쟁국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점점 더 일반화된 제국주의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가 전쟁과 야만으로 질주하는 것은 이윤추구 체제 자체가 작동한 결과이다. 몰락하는 윤석열 정권도 이러한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의 필요로 탄생했고, 다른 나라의 지도자도 마찬가지이고, 한국의 다음 정권도 노동계급에 위기를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이제 노동계급은 탄핵이나 정권교체가 아니라 '노동자 권력이냐, 자본가 독재냐', '혁명이냐, 전쟁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은 비록 세계 노동계급의 투쟁이 방어적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 남미에서 아시아까지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노동계급이 서서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 자신감을 되찾고, 오랜 기간 잃어버린 계급 정체성을 회복할 가능성을 열었다.
부르주아 정치세력과의 야권연대를 철저히 끊어내고, 자본가정권 타도를 위한 계급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7. 이제 한국의 노동자들도 깨어나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계엄령 선포로 실질적인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노동계급의 대대적인 반격 없이는 '탄핵-퇴진' 이후에도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 그동안 자본가정권이 강요한 모든 굴욕과 희생을 거부하고, 생존권 투쟁을 전면화하여,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야 한다.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그동안 노동자 투쟁을 교란하고 후퇴시켰던 부르주아 정치세력과의 야권연대를 철저히 끊어내고, 조합주의, 선거주의를 넘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확산하고 자본가정권 타도를 위한 계급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계급은 스스로 투쟁을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파업위원회, 대중 집회, 노동자평의회를 구성해 반격해야 한다.
부르주아 정권이 아무리 자주 바뀌고 덜 나쁜 정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경제위기, 전쟁 위기, 노동자 희생이라는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오로지 전쟁과 야만의 자본주의 체제를 혁명적으로 전복하고, 생산수단이 더는 자본가나 국가의 손에 있지 않고 사회화된 사회, 생산과 분배가 인류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전한 코뮤니즘으로 대체하는 것뿐이다.
형식적인 총파업을 실질적인 총파업으로!
생존권 투쟁 전면화! 아래로부터의 파업위원회 건설!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자본가정권 타도 투쟁으로!
노동계급의 모든 투쟁은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향한 ‘계급전쟁’으로!
2024년 12월 8일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으로(NWBCW) 한국위원회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