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화사한 벚꽃이 피어 많은 시민들을 꽃을 찾게 하지만, 우리 산의 생태계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흔히 ’아카시아나무‘라고 부르는 ’아까시나무‘다.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눈송이처럼 생긴 하얀꽃이 피면 산들바람에 실려 달콤하고 향긋한 꽃 냄새로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나무다. 어릴적 아까시나무는 땔감은 물론 꽃은 간식으로, 잎은 놀이기구로, 어느 때는 가축먹이로도 사랑을 받았다. 특히 가지에는 양분이 많아 가지째 잘라 말려서 사료로 사용했다. 이를 위해 가시가 없는 나무를 개발해서 보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축사료를 사서 쓰고, 꽃을 잘 피우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어 이마저도 흐지부지 되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무들 중에는 소나무나 전나무와 같이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사랑받는 나무가 있는 반면에 과거에는 사랑받던 나무였으나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나무들이 몇 있다. 그중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다. 6~70년대 전국의 민둥산을 푸르게 푸르게 가꾸기 위해 꼭 필요했던 나무였다. 이렇게 사랑을 받았던 나무가 오해와 편견으로 천대를 받고 있다. 우선 이웃의 다른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고, 조상의 묘소로 뿌리가 내려 망가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제강점기에 도입되어 우리나라를 망치려고 몹쓸 나무만 심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무를 베어버리고, 한때 다른 나무로 교체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단지 벌거숭이던 산을 녹화하거나 꿀을 생산하는 밀월식물로만 보았다. 반면 헝가리는 일찍이 나무의 효용성을 깨닫고 조림에 힘쓴 결과 지금은 중요한 임산자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나무를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건조술인데 헝가리에서는 적절한 건조법을 개발하여 목재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목재로 포도주통을 만들기도 하고, 가구로 제작되어 유럽시장에서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또 재배법을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하고 있으며 전국토의 1/4이 아까시나무로 덮여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아까시나무의 중요성을 알게되었고 수년전부터 헝가리와 협조하에 재배요령 등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제천시 백운면에 재배지를 만들어 시험운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최근 남북회담에서 북한의 민둥산을 녹화하기 위해 아까시나무를 심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아까시나무'인가? 이름에서 보듯이 ‘아까시나무’는 가시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학명은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의 ‘pseudoacacia.’. 영어로는 ‘False Acacia’라 부른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처음 도입하면서 가짜라는 의미의 ‘니세‘를 넣어 '니세아카시아'라고 불렀지만, 세월이 가면서 일본어인 '니세'를 빼고 그냥 '아카시아'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로 '아카시아(Acacia) 나무'는 열대지방에 사는 늘푸른나무로 우리나라 기후에선 살지 못한다.
아까시나무는 1890년 경인선 철도를 부설하면서 도입되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빨리 자라고 나무에 가시가 있어 자연스럽게 입산통제를 할 수 있어 황폐해진 우리 산야를 푸르게하기 위해 심었다.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뿌리다. 뿌리는 대단히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있어 산사태 위험이 있는 있는 곳이라면 없으면 안될만큼 인정을 받는 나무다. 워낙 생장이 왕성하여 많은 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과 나눠 쓰지 못하도록 독성을 보낸다고 한다.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다양성을 해치는 교란식물이다. 하지만 공중의 질소를 뿌리혹박테리아로 고정하여 토질을 개선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질소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아까시나무는 꿀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1등 밀원수종이다.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매우 귀중한 나무다. 세계에서 꿀값이 제일 비싼 나라에서 매년 일천억원의 수익을 가져다 주는 나무다. 참고로 20년생 한그루에서 2kg을 채취한다고 한다. 1kg에 2~4만원이므로 아까시나무 한그루에서 5만원 안팎의 수익을 얻는 셈이다. 그래서 양봉업자들은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꽃은 남부부터 개화해 초여름까지 피우기 때문에 한 곳에 자리잡고 5일~2주간 꿀을 모은 뒤 새벽에 더 높은 지방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오죽 했으면 꿀 유목민이란 신조어가 생겼났을 정도다.
아까시나무는 빛을 많이 쬐어야하는 수종으로 양지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극양수 나무다. 그래서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루어 살고 있는 곳은 침범하지 못한다. 산림녹화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수종으로 꾸준히 심고 가꾼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키를 키우면서 아까시나무는 햇볕을 보기 힘들어졌고 도태되기 시작했다. 안산도 메타세쿼이아, 벚나무, 느티나무류 등 큰 나무들에 밀려 아까시나무는 햇볕을 쬘 수 있는 산꼭대기 부근에만 모여 살고 있다. 이처럼 숲을 풍요롭게 만든 다음 다른 수종에게 자리를 내주는 고마운 나무다.
아까시나무는 빠르게 성장하는 속성수다. 약 40~50년 성장을 멈추는데 두께는 약 30cm 정도이고 높이는 약 22m정도다, 100년이 되면 수명을 다한다. 대략 50년이 되면 심재(줄기의 가운데 부분)가 썩게 된다. 그러므로 목재로 사용하려면 성장이 왕성한 약 25~30년 정도에 벌채해서 사용한다. 아까시나무는 1년에 대략 0.8cm씩 자라므로 주변 나무의 흉고를 측정하면 대략 나무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온실가스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져 나무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광릉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100년된 아까시나무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그루 당 평균 12kg, 최고 31kg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아까시나무 숲 1ha(10,000㎡)가 5.5대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것으로 상수리나무와 비슷한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주변 환경수로도 적합하다. 실제로 헝가리에서는 많은 품종을 개발해서 개화기를 늘리고, 가로수로 조성해서 도시오염을 많이 경감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