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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인천교구 단식기도회 - 1일째
모든 교구가 연대할 수는 없는가?
강론: 김영욱
신부
*
시작하면서
“메르스로 인해 나라가 어수선한데 이 시점에 기도회를 해야 햐냐?” “누가
관심이나 갖겠냐?” “연기하자!”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대처하는 정부
모습이 비슷하다.”
“타 교구 사제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관심을 안 가질수록 우리가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한다”
이런 토의 끝에 기도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누가 철부지라고 손가락질하고 조롱하던, 누가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아파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기 위해, 서로 연대하며
희망을 끈을 이어가기 위해 기도회를 시작합니다.
* 회상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월호 참사. 1년하고도 74일이 지났습니다.
439일째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진상규명을 못하고 있습니다.
희생된 304분은 아직도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으며
유가족들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길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 왜 이리 멀기만 합니까?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 목숨을
건 단식과 순례,
특히 지난 2.23일 진도 팽복항을 출발한 세월호
삼보일배 순례단이 110일 동안 1300리 길을 걸어
광화문에
왔건만....아직도 정성이 모자라단 말입니까?
무슨 희생이 더 필요한지 주님께 묻고 싶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정부의 방해로 활동도 못하고
있고,
국무총리가 임명된 다음날 사단법인 416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아니 대통령이 세월호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 / 정부의 안전 불감증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며 이 나라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다시한번 확인
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메르스 전염 확산은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늦장 초등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점, 피해자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특히 대통령은 13일이 지나도록 환자가 몇 명인지도
모르고),
컨트롤타워의 안이한 판단과 비전문가로 구성된 컨트롤타워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모습,
부족한 시설과 인력, 임종도 못지키고 비닐팩에 담겨
화장장으로 가는 가족을 볼 수 조차 없는 가족의 고통 등
모든 것이
세월호와 닮았습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최근 메르스 사태는 ‘제2의
세월호 사태’라고 할수 있다.
지금 같은 국정운영 시스템으로는
제3,제4의 세월호 사태마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일부에서는
(국정운영)시스템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부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청와대만 보인다”라고 비판했겠습니까? (한겨레6.23기사... 정두언
의원)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일어나서도 안되지만 만일 전쟁이라도
나면
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지 의문이
갑니다.
전시 작전권도 없으며, 현대전의 특성상 국가의 운명은 길게
잡아야 서너시간 이내에 결정이 나는데
과연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보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탓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대통령선거에 국가가 개입하는 불법선거를
저질렀으며,
대통령 권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제거하고,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제왕적인 모습으로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나서고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시행령,
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법 위의 시행령’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인데,
적반하장으로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
운운하며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는 국회를 길들이고 장악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입니다.
‘지도자의 무능은 독약’이다는 칼럼을 읽었습니다(15.6.25.목 한겨레
김종구 칼럼)
미국 잡지 기자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대통령 이야기도 했는데 공감이
갔습니다.
한편으로 저를 포함해 교회의 지도자들 사제, 주교는 어떤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코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독약으로 죽어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 한국천주교회와 세월호
누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한국천주교회가 나서면 해결된다.
작년 교황님이 오셨을 때 광화문 시복식에 전국에서 약 100만명의 신자가 모였는데 지금 다 어디
있는가?
교황님은 짧은 일정동안 매일 매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만나 위로와
용기 주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교회의 지도자들, 한국의 주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세월호 아픔을 외면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위선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평신도와 수도자와 사제들이 광화문에서 매일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데
왜 전체 신자들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것일까?
자기 교구를 떠나 모든 교구가 연대할 수는 없는가?
작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받아 단지 반나절이 지나자
“중립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떼라”고 조언한 사람에게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미사를 봉헌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촉구하지만
한국 가톨릭 주교님들이 교황님의 모범을 따라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주교단이 공동발의하여 8.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전국
신자들이
성당이 아닌 광화문 거리에 다시 모여 124위 1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으면 합니다.
124위 시복식은 국사범으로 처형된 이들을 사면복권하여 명예회복한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124위 1주년 기념미사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며,
제대로 된 진실규명을 통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시기를 꿈꿔봅니다.
주교님들이 결정하시면 양 떼인 우리는 모두 따라갑니다.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축일입니다.
교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복음을 전한 사도들의 모범을 따라 스스로
가난하게 살며,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고통이 있는 곳에 위로와
용기를 온 몸으로 전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성명서-----------------------------------------------------------------------------
진실의 인양은 좌초된 민주주의의 인양이며 '내일'의 인양이다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마르코 5:23)
1. 지난 일 년, 무고한 목숨들이 가라앉은 그 자리 위로 숱한 말들이
떠올랐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국가 실현이라는 상식적인 말부터,
‘국가 개조'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들을 법한 말까지, 모두 어제와는 다른
나라를 염원했다. 그래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바다
밑 진창에 묻혀있는 선체처럼 진상은 묘연하고 상처는 더 깊어졌다.
깨닫는
것은 불행스럽게도 그 많은 말들 모두 순진한 바람이었거나, 기만의 허언이었다는 사실뿐이다.
피붙이 잃은 이들의 둘 곳 없는 시선처럼 모두 부유할 뿐이다.
2.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참사의 처음부터 터져 나온 국가는 왜 그날 아이들을
건져내지 않았으며,
그렇다면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절망적 물음에
여전히 답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 일 년 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의 열망을 국론분열로 호도하고
그 모든
시도들을 조롱하고 겁박한 권력자들의 행태는 참사로 드러난 것이
비단
국가의 초라한 민낯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임을 깨닫게 한다.
국가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결국 민주주의라는 더욱 절박한 질문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참사의 진상 규명이 진실의 인양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인양인 이유다.
3. 정부의 부실대처와 은폐로 야기된 금번의 메르스 사태는 지난 해 봄의
참사와 함께
다시 한 번 광복 이래 70년간 이 땅의 민중들을 대접하던
권력자들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을 지킬 수도 또 상황을 통제할
수도 없는 무능, 그도 모자라 군대를 앞세워
제 나라 국민을 도륙하던
35년 전 광주와, 저 하나 살고자 피난행렬이 가득했던 다리를
폭파한
반세기 전의 권력자들의 잔영 말이다. 끊겨진 다리 위 망연하게 펼쳐진 한강의 겨울이,
피로 물든 금남로의 봄이, 피붙이 잃은 통곡의 바다로 다시 휘돌아 넘실거리는 끔찍한
잔영이다.
4. 최악의 가뭄, 보에 막혀 녹조덩어리로 변해버린 4대강, 미군의 탄저균
불법 실험, 진정될 기색 없는 전염병,
하나같이 위중하고 시급한
일들이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총리의 자리는 이례적 신속함과 함께 공안검사
출신으로 채워졌고 그와 동시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던 시민단체에는 압수수색이
단행되었다.
그뿐인가. 독단적 시행령으로 그나마 마련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조차 못했고 진상의 규명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 와중에도 결국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평범한 삶들의 파탄으로
귀결될 자본의 노동시장
개악은 국가의 엄호 아래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얼마나 더 형편없어져야 하는가?
가족들의 마지막 인사마저
금지된 채 비닐 팩에 담겨 곧장 화장터로 옮겨진다는 전염병이 앗아간
목숨들의 안타까운 뒷모습은 앞으로 모두에게 닥칠 "각자도생(各自圖生)", 파국의
단면이다.
5. 오늘부터 이어지는 우리의 단식기도는 지난달
5월18일,
광주민중항쟁 35주년을 맞아 저 남녘 팽목항으로부터
시작해
북상 중인 동료 사제들의 기도 행렬과 다르지
않다.
느리지만, 고되지만, 끊어진 인간의 길을 잇고 깊이 패인 시대의
상처를 메우자는 성심의 행렬이다.
세월호가 열어젖힌 오늘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묵상하며 우리가 찾고자하는 것은
지난 70년간 이 땅에서 반복된
서글픈 잔영들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많은 무명씨들이 목숨을
던져서라도 되찾고자했던 그 나라,
깨지고 무너지면서도 지키고자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숭고함이며 내일을 위한 절박함이다.
6. 오늘은 믿음의 밑돌로 자신을 봉헌한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죽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 죽음이 순교였으니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한 축제이다.
목숨을 얻는 것보다
어떻게 잃는지를 축제로 기념하는 교회의 이 역설적
셈법은 그 자체로 믿는 이들의 훌륭한 모범이다.
순교, 곧
자기부정(不定)은 비움의 가장 완성된 표현이다. 스승 예수가 소진한 삶이다.
때문에 속을 비워내고 마음을 비워낸 자리에 우리가 채워야할 것은
어느 것에도 연루됨 없는 결백함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과 얽혀있는
부정(不淨)함이다.
죄이고 눈물이며 상처다.
배와 함께 진창에 처박힌 민주주의, 피붙이 잃은 어버이들의 눈물, 밑동부터
흔들려
지상 그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는 고공의 노동자들, 헐값에
아무렇게나 팔려 다니는 청춘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4대강, 자본가가
되어버린 교회, 이 모든 부정함이 우리가 봉헌할 기도다.
모든 평신도와
수도자, 사제들께 절박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자 부탁드린다.
2015년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진실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며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단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제연대, 정의구현인천교구사제단)
유가족 발언----------------------------------------------------------------------
일어서서 행동해주시길 믿습니다
박성호 어머니
정혜숙 세실리아
[요약]
세월호 참사가 1년이
넘었습니다.
이미 밝혀지고 해결됐어야하는 문제인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은 어처구니없이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고,
힘없는 가족들은 위정자들에게 휘둘리고 진실은 왜곡되어
버렸습니다.
단식, 삭발을 하고 길거리에서 1년 넘게
서있습니다.
진실을 알리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사회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전국적으로 청주, 안동, 전주, 광주, 수원, 안산에서 열린
단식기도회에서
수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많은 신자들이 찾아오고
기도했습니다.
지금은 인천교구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행동하겠다고 하셨던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작년 8월 광화문을 매웠던
사람들처럼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위해 많은 분들이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주시길 바랍니다.
가만히 있으면 메르스처럼 누구에게나 번질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일어서서 행동해주시길 믿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우리가 민주주의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그것을 넘어서 평생 민주주의가 우리 삶 안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위대한 시민이 되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연대 발언-------------------------------------------------------------------------
어려운 시기에 기도의 끈을 놓치 않으셨으면 합니다
김인국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요약]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나라,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나라,
그래서 우리나라는 확실히 망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대로 살아가도 좋습니까? 반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귀한 공감능력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라가 이렇게 망조가 드는데 이런
신부님들이 좀 있으면 어떻습니까?
인천 신부님들 고생 많이 하시고,
단식기도회 내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은총
많이 받으시도록 저희도
멀리서 기도드리겠습니다.
같이 걱정하시는 교우님들, 늘 십자가에서
동행하시는 수녀님들도 계신데 힘내시고
모쪼록 어려운 시기에 기도의 끈을
놓치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