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천지인 여름방학 과제
방학은 스스로 자기의 시간을 활용하여 배움을 이어나가는 시간입니다.
각 과목별 과제들은 여러분이 1학기 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천지인 동무들에게 필요한 배움을 어머니 교사들이 드리는 선물이에요. 각자 자기 시간을 잘 활용하여 즐거운 배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여름 방학 선물
밥상 차리기 - 5분~7분짜리 영상 제작
: 30일 동안 하루 한끼 밥상을 차리고 마무리 합니다. 근사한 요리를 해도 좋고, 있는 반찬으로 차려도 좋습니다. 배움터에서 하듯이 차리고, 치우고, 정리까지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남겨서 개학전에 사랑 어린학교 카페, ‘7-9학년 신난다 가족방’에 5분~7분짜리 동영상으로 올려주세요.
2. 인문학 – 눈물꽃 소년. 박노해. 느린걸음
: 이 책을 읽고, 감명받은 구절이나, 질문이 드는 구절을 선택해서 A4용지 크기 공책 1장에 반듯한 글 씨로 필사를 합니다. 이것도 사진을 찍어서 사랑어린학교 카페, 7-9학년 신난다 가족방에 올려주세 요. 제목은 ‘여름방학 인문학 숙제’ 입니다.
3. 역사
–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 한국사 세트 중 4,5권 2번씩 읽고 요약정리, 1권당 A4 4~5장 워드 작성
- 역사인물 1인 선정, PPT제작, 발표수업 준비
4. 우주이야기 – 별도 복사물
5. 수학과 영어는 개별 과제를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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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가 많습니다.
매일 매일, 천천히, 꾸준히, 즐겁게, 자기 계획에 따라 살아보십시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신난다 카톡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잘 있다 건강하게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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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이야기 에세이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번 학기에 배운 내용, 기억나나요?
빅뱅 이후 38만년, 수소와 헬륨 밖에 없었던 우주에서 별이 탄생하고 죽으면서 새로운 원소들이 탄생하기 시작했어요. 입자들이 무질서하게 떠돌던 우주에는 은하와 별과 같은 새로운 구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그리고 약 50억년 전, 어떤 별이 초신성 폭발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고 그 잔해 속에서 태양계가 탄생했어요. 99.9%의 물질은 모여서 중심의 태양이 되고, 나머지 0.1%의 물질이 나머지 행성들을 이루었지요. 그 중 3번째 행성이 지구예요.
이제 막 탄생한 지구는 살기 아주 어려운 곳이었어요. 하늘에서는 자꾸 불타는 운석이 떨어지고, 땅바닥은 존재하지도 않았죠. 온통 불타오르는 마그마 바다 상태였어요. 그런 지구가 점차 식어서 1000년이 넘는 비 끝에, 하늘과 땅과 바다가 생겨납니다.
아직까지는 생명의 흔적은 눈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어요. 무기물의 세계이죠. 우리가 흔히 ‘죽어 있다’고 말하는 물질들이에요. 하지만 저 바다 깊은 곳에 화산 근처 뜨거운 물이 올라오는 열수분출공이라는 곳에서는 원자들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죠. 열수분출구에서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로 원자들이 점점 모여 유기물을 만들고, 더 복잡한 분자들이 만들어져 마침내 유전물질(RNA)가 세포막 속에 들어 있는 형태의 최초의 생명이 탄생해요. 지금으로부터 38억년 전이죠.
이번 학기의 주인공은 당연 ‘지구’예요.
수업시간 중에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했던 것 생각나나요? 지구라고 하면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지만, 당시 이 사진을 처음 본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을 거예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행위는 아기가 생애 최초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몸 전체를 지각한 것과 비슷한 인지학적 행위였을 거라고 해요. 우리 자신이 개인이나 인간이라는 종을 넘어서 지구라는 전체의 일부임을 깨달은 것이죠. 우리도 우주 이야기를 공부하다보면 이런 느낌이 드는 때가 오겠죠?
우리가 지구라는 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명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여러분은 언제 살아 있다고 느끼나요? 그리고, 여러분이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두 가지 질문은 똑같이 살아 있다는 것, 즉 생명에 대한 질문이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서로 많이 다를 수 있어요.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과 살아 있음을 정의하는 특징은 많이 다르니까요.
수업 시간에 배운 것처럼 생명은 물질의 흐름이에요. 물질이 끊임없이 들고 나고, 그 과정에서 잠시 어떤 ‘현상’으로서 존재하는 게 생명이죠. 해변에 파도가 몰려와 끊임없이 모래가 흩어졌다 쌓였다를 반복하는 와중에 굳건히 서있는 모래성에 비유할 수 있어요. 모래성을 이루는 모래 입자는 계속 바뀌지만, 모래성이라는 형태, 즉 현상은 유지되죠. 내가 먹고 싸고 먹고 싸고를 반복하면 내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계속해서 교체되지만 나라는 사람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과 같아요. 한 해가 지나고 나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의 98퍼센트가 교체된다고 해요. 그럼 한 해 전과 지금의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인 걸까요? 답은 ‘그렇다’예요. 생명의 본질은 물질을 이루는 구성요소 그 자체가 아니라 물질이 만드는 ‘현상’에 있거든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생명인 이유는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싸고 움직이고 호흡하기 때문이에요. 물질이 계속 우리를 통과했다가 나가야 우리는 살아 있을 수 있어요. 이러한 물질 대사는 부단히 일어나죠. 한순간도 멈출 수 없어요. 물질 대사가 멈추는 순간 우리는 죽는 거죠. 마치 무가 땅 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는 생명이라고 말하지만, 뽑은 순간 죽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물론 그 무를 다시 내년에 심으면 꽃이 피고 씨앗이 맺히니 엄밀히 말해 ‘완전’ 죽은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땅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고 미생물에게 당을 제공하는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뽑힌 상태로는 죽은 거나 다름없죠.
우리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물질대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참 찰나에 불과해요. 보통 극적인 순간을 떠올리죠. 저는 클라이밍을 할 때 살아있다고 느껴요. 높은데 올라가서 아슬아슬 홀드를 붙잡고 있으면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뛰면서 ‘아 잘못하면 끝이다’ 하며 생존본능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보통의 경우, 우리는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과정들을 거의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요. 심장이 뛰는 것, 들숨 날숨 정도는 잠시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세포 단위에서 수없이 많은 분자들이 들고 나는 것까지 느끼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이렇게 인식하기도 어려운, 그렇지만 부단히 일어나는 이러한 과정들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해요. 우리가 살아 있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겠네요.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쓸 에세이의 주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요. 이제 여러분의 언어로 생명을 정의내려 보는 거예요. 물론 이건 많은 과학자들이 대답하기 어려워한 질문이니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내 주변의 생명에서부터 시작해봅시다. 특히 가장 잘 아는 나부터 생각해봐요. 나는 살아 있나? 살아 있는 거 맞나? 나는 언제 살아 있다고 느끼지? 죽은 거랑은 뭐가 다를까? 나를 넘어서 내 주변의 생명들이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을 써 봐도 좋아요. 혹시 통상적으로 무생물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이 살아 있다고 느낀 적도 있나요? 지난 학기에 별의 진화를 배우며 별은 살아 있나? 이야기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지구의 표면을 이루는 바위나 흙은 어떨까요? 긴 방학동안 한 번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막상 글을 쓰려니 막연하지요. 그래서 힌트를 줄만한 책을 마련했어요.
아래 두 권의 책을 읽고 에세이를 써오는 것이 이번 여름방학 숙제입니다. 그럼 파이팅!
김성호, <살아 있다는 것>, 너머학교, 2025
김보영, <종의 기원담>, 아작,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