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전광용, 「꺼삐딴 리」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 일신의 안위만을 위해 시류에 편승한 의사 이인국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인국은 일제 강점기에는 철저하게 친일파(親日派)로 살고 해방 직후에는 재빨리 소련에 빌붙어 친소파(親蘇派)로 변모하며 한국 전쟁의 1·4 후퇴 이후에는 월남하여 친미파(親美派)로 돌변한다. 작가는 이인국의 삶을 통해 권력에 빌붙어 출세에 연연하며 개인적 영화에만 몰두한 기회주의자의 속물성과 노예근성을 폭로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일면을 고발한다.
■주제 시류에 타협하며 출세 지향적 삶을 사는 영악한 기회주의자에 대한 비판
■전체 줄거리
이인국은 일제 강점기에 제국 대학을 졸업하고 평양에서 개업한 의사이다. 그는 의술 실력과 함께 가정과 직장에서 철저하게 일본어만을 사용하는 등 친일적인 행동으로 일제 강점기 내내 안정된 삶을 누린다. 하지만 해방과 함께 소련군이 평양에 진군하면서 이인국은 친일의 죄목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이인국은 러시아어를 익히고 소련군 장교의 혹을 수술하면서 그의 환심을 얻고 풀려나며 그의 배려로 아들을 소련으로 유학까지 보내게 된다. 이후 1·4 후퇴를 계기로 월남하면서 친미파로 거듭난 이인국은 의사로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자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하며 이를 위해 미국 대사관의 브라운에게 값비싼 고려청자를 선물하며 환심을 얻고자 한다.
(나) 이강백, 「결혼」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빈털터리인 남자가 부자인 척 자신을 꾸민 후 여자와 결혼하려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단막의 희곡이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실험적 기법인데,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는 점, 배우가 객석의 관객에게 말을 걸고 물건을 빌리는 등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은 점, 무대의 시간과 상연 시간이 일치하도록 설정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남자가 부자인 척 소유한 물건이 모두 빌린 물건이며 시간이 되면 돌려주어야 한다는 설정,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으나 더 커진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면서 결혼이 이뤄지는 결말 등을 통해 삶의 본질과 사랑의 가치 등을 생각하게 한다.
■주제 : 잠시 빌렸다가 되돌려 주는 과정으로서 삶의 본질과 사랑의 가치
■전체 줄거리
남자는 외로움을 느끼고 결혼을 생각한다. 하지만 빈털터리라는 자신의 조건으로는 누구도 자신을 결혼 상대자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돌려주어야 하는 시간이 정해진 여러 물건을 빌려 부자인 척 꾸미고 여자와 맞선을 본다. 여자는 맞선을 보는 남자가 부자라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하인이 그의 물건을 빼앗자 당황한다. 남자는 부자인 척 꾸민 물건들이 사실 빌린 것들이라고 고백하고, 떠나가려는 여자를 향해 삶의 본질과 사랑의 진심을 전하면서 청혼한다. 마음이 움직인 여자는 고심 끝에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하인의 구둣발을 피해 서둘러 결혼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