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진양조로 불고
빗방울은 팔분음표로 듣는
어둑한 계면조의 아침.
처마로 비 가리고 커피로 입 맞추며 느끼는 봄.
산수유 꽃망울에 노란 좁쌀 눈물이 돋으니
산기슭에는 생강나무 노랑으로 터졌으리.
어머니는 내게 부끄럽게 살지 말라고 하셨지만
철들면서 나는 언제나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어른이 되어서 그게 ‘봄 병’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이맘때쯤이면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길고 검은 머리카락의 젊은 동물이 지나가면
얼굴이 붉어지고 무언지 모를 부끄러움에
행여 남에게 들킬까 봐 몰래 숨어야했으니,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나부끼면 어떠했겠는가.
그래서 나는 늘 숨어 지냈고 홀로였다.
스무 해가 넘는 기나긴 나의 사춘기는
정상적으로 거치는 단계가 아니라 심각한 병이었지만
누구도 내게 가볍게 넘어갈 백신주사를 권하지 않았다.
심장박동수가 조금 느려진 늦은 나이에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다가,
늙어가는 지금은 외간 여인네와 수다도 떨게 되었지만
봄날만큼은 다시 외롭고 다시 붉어지고 다시 부끄럽다.
내가 대금을 부는 까닭은
까닭모를 그런 애틋하면서도 부끄러운 정서를
부끄럽지 않은 듯 펼쳐내려는 무의식이 우려낸 ‘오랜 봄 병의 상흔’인지도 모르겠다.
봄의 빗방울 따라 맥이 뛰고
봄의 바람 따라 숨결이 흘러
내가 봄비 되고 봄바람 되는
오늘, 나는 봄이다, 부끄럼이다.
첫댓글 제가 요즘 글을 자주 올렸던 까닭은
일주일은 운동과 술을 쉬라는 명령으로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이었습니다.
몸 정비했으니 다시 뛰어야하고
오래 망설였던 나 자신과의 약속,
비움을 향해 조금씩 가려합니다.
글은 이제 버리고, 소리로 모레 뵙겠습니다.
빠달님의 글은 열혈 애독자가 많으니 버리지 말아주셔요...^^
좋은건 좋아하고 싫은건 싫어하세요. 봄바람은 따뜻하잖아요. ^^* (길고 검은 머리의 젊은이를...present for you ㅡㅡ ㅋㅋㅋ맘에 드시길 빌며...)
봄에는좀그래도되요봄이니까~~봄에도안그런다면넘인간적이지않은듯~~
봄타는 이 여기 한명더요 ~
스카이님 말씀대로 봄은 봄이니까요~~
추워도 마음은 설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