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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생성과 진화 |
제1장 행성 과학
우리들은 각자의 현재 나이를 알고 있고 부모가 누구이며,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하였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는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지켜보았기 때문이며 사진이나 학교 성적표 같은 여러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태어나서 그 동안 살아온 이력을 알아보거나 그 사람이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행성 지구의 경우는 어떠할까? 불행히도 지구의 정확한 나이가 몇 살인지, 그리고 탄생 후 어떤 과정으로 진화하였는지에 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지구의 탄생과정을 목격하지 못했으며 지구가 변해 온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약 46억년으로 밝히고 있다.
사람의 나이는 탄생일로 부터 계산하면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구의 나이도 지구탄생시 만들어진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연대를 조사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지구상의 물질 중 가장 오래된 암석의 나이는 그린랜드의 Isua지방에서 발견된 변성퇴적암으로 약 38억년이다. 이 나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 나이 46억년과는 무려 8억년이란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46억년이란 지구의 나이가 틀린 것일까, 아니면 46억년의 나이를 가진 물질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다시 말해서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은 어떻게 지구의 나이를 46억년으로 밝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구가 탄생한 후 어떻게 진화했으며, 바다와 대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면 지구가 진화하면서 남긴 기록을 조사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밝혔다시피 지구상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지구 구성 물질의 나이가 38억년이기 때문에 그 이전의 8억년의 시간은 현재까지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잃어버린 과거"인 것이다.
이와 같이 결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이 어려운 수수께끼들을 푸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들은 지구 탄생의 목격자를 찾아보고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지구의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아야 한다.
과학의 영역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해졌고 또 세분화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여서는 필요에 따라 여러 세분화된 영역을 커다란 하나의 체계로 다시 묶기도 한다. 물질 과학, 생명 과학, 유전 공학, 지구 과학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최근 지구를 연구하는 영역에서 지구를 하나의 독자적인 체계로 다루기보다는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행성으로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 행성들에 대한 이해와 더 나아가 태양을 포함한 태양계 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었다.
지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해 탄생하게 된 것이 행성 지구 과학(planetary science)이란 분야이다. 행정 지구 과학은 기존 지구 과학에서 다루었던 지구 내의 현상들보다는 지구가 어떻게 탄생하였고 진화되었는가에 보다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 행성 과학 분야의 태동은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찾아 왔다.
행성으로서의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성계를 이루고 있는 타 행성들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행성계에 대한 탐사를 수행하여 자료를 획득하거나, 아니면 지구에 떨어지는 행성 물질, 즉 운석들로부터 자료를 획득해야 한다.
첫째, 우선 행성계 탐사로부터 자료와 시료 물질을 획득하게 된 시초가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사건이다.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사실 자체로서도 인류 역사상 기념해야 할 일이겠지만, 과학자들에게는 그것보다도 우주비행사들이 달에서 가져온 암석으로부터 밝혀진 새로운 사실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둘째, 지구에 떨어지는 행성 물질의 자료 획득은 주로 지구에 낙하하는 운석(meteorite)에 대한 연구로부터 이루어진다. 오래 전부터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 관측되어 왔고, 또 다수의 운석이 채집되기도 했다. 그런데 행성계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가져온 운석이 지구상에 떨어졌고, 또 그 때까지 인류가 보유하고 있던 운석 수보다 많은 운석이 발견된 사건이 바로 인류의 달 착륙을 전후로 해서 일어난 것이다. 즉 멕시코 북부에 있는 알덴데(Allende) 마을은 지도상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조그마한 마을이다. 그런 마을이 과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명이 된 것은 1969년 2월 9일 이 마을의 상공에 소나기처럼 쏟아진 운석이 나중에 태양계 생성의 초기 단계를 밝히는데 중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사건은 1969년 11월 일본의 남극 소화(昭和)기지 주변의 야마토 산맥에서 방대한 양의 운석(남극 운석이라 불림)이 발견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운석 보유 수는 2∼3천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발견으로 말미암아 인류는 적어도 만개 이상의 운석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운석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푸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2. 운석
운석(隕石)이란 지구밖 기원의 물질(extraterrestrial material)로써 부서진 소행성의 파편이나 소해성까지 자라지 못하고 우주를 떠다니던 소천체가 지구의 중력권에 붙잡혀 낙하한 것이다. 운석의 기원이 지구 바깥이라고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하는 소행성대(asteroid belt)에서 유래되고 일부 달과 화성에서 온 운석도 있다.
무게가 1톤 정도의 운석은 수년에 한 번 정도로, 더 작은 것은 매일 하나 정도의 비율로 지구상에 떨어지는데 그 양으로 따지면 연간 수백 톤의 운석이 지구를 방문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기 마찰로 인하여 가열되어 타 버리고 지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주 적어서 수십 ㎏밖에 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발견되어 회수되는 것은 연간 서너 개에 불과하다.
운석의 형태는 크게 관측 운석(falls)과 발견 운석(finds)으로 나눈다. 관측 운석은 떨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여 관찰한 후 회수한 운석이며, 발견 운석은 비록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지 못하였지만 나중에 발견하여 운석으로 판명된 것을 말한다. 또한 운석은 조성상 철 운석(irons), 석철 운석(stony-irons) 및 석질 운석(stones)으로 구분한다. <표 1>은 관측 운석과 발견 운석의 회수된 비율을 보여주는 것으로 운석의 한 특성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실제 목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운석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회수량에 있어 발견 운석이 관측 운석보다 훨씬 많다. <표 1>에서 보듯이 철 운석의 경우, 발견 운석이 약 20배 정도 관측 운석보다 많이 회수되고 있으며, 석철 운석의 경우도 관측 운석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발견 운석의 빈도를 보여준다. 이는 거의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이루어진 철 운석이나 철과 석질이 반반인 석철 운석의 경우 쉽게 주변의 돌과 구별이 되어 발견이 용이하게 때문이다. 한편 석질 운석의 경우는 오히려 관측 운석의 양이 발견 운석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석질 운석은 지구상의 암석과 성분이 비슷하여 떨어지는 것이 관찰되어 발견되지 않는 한, 일단 지상에 떨어지면 주변의 돌과 식별이 어려워 발견이 용이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남극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어 비록 석질 운석이라도 발견이 매우 용이하다. 현재 전세계 운석의 ⅔ 이상을 파지하는 많은 양이 남극에서 회수된 것이 켤코 우연이 아니다.
<표 1> 운석 회수의 빈도수(남극 운석 제외)
구분 운석 종류 |
관측 운석(falls) |
발견 운석(finds) | ||
수 |
비율(%) |
수 |
비율(%) | |
석질 운석 |
752 |
95.4 |
576 |
53.4 |
석철 운석 |
10 |
1.3 |
64 |
5.9 |
철 운석 |
26 |
3.3 |
439 |
40.7 |
현존하는 운석중 가장 큰 운석은 1920년에 남서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호바(Hoba)" 철 운석으로 무게가 60톤에 달한다. 이것은 풍화를 받고 난 후의 무게이므로 낙하 당시에는 100톤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낙하가 목격된 것으로서 제일 오래된 운석은 1492년 11월 7일 독일의 알사스 지방 엔시스하임(Ensisheim)에 떨어진 것으로 무게가 약 50㎏ 정도되는 석질 운석이다. 물론 고대의 문헌 속에는 하늘에서 불덩어리(fire ball)가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산전에 놓여 있는 "성스러운 돌"이나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의 신전에 있는 "메카의 검은 돌" 등은 아마도 운석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운석은 고대 중국(은왕조)의 분묘나 미국 미시시피주 인디언의 분묘 등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운석이 지구권 바깥에서 날라 온 태양계 물질이라는 인식은 20세기에 이를 때까지 인정되지 않았다. 19세기 초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코넷티컷주 웨스턴에 낙하한 운석에 대해 예일대학의 실리만 교수와 킹슬리 교수의 보고를 듣고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진 돌이라고 믿기보다는 "두사람의 양키 교수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라고 말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이다.
여러분은 지구 기원의 문제를 밝히는데 왜 운석 이야기를 꺼내는지 궁금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대체 지구 물질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운석이 지구의 암석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운석에는 지구의 암석으로부터 얻어지지 않는 태양계 형성기의 귀중한 정보가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질의 나이를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으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연대 측정이다. 이 방법으로 운석의 연령을 측정하면 다소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운석의 나이가 46억년 정도이고 오차는 겨우 천만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대다수의 운석이 2차적인 변성을 받지 않고 태양계 형성 당시의 정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편,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그린랜드 남서부의 이수아(Isua) 지방에서 발견된 변성 퇴적암으로 그 나이는 약 38억년 정도라고 한바 있다. 보통 암석은 그 성인에 따라 세 종류로 대별된다.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분출, 냉각되어 만들어진 화성암, 그것이 침식되고 퇴적되어 만들어진 퇴적암, 한 번 만들어진 암석이 지구 내부로 들어가 고온·고압 하에서 그 성질이 변한 변성암이 그것이다. 암석의 나이를 말할 때에는 암석이 굳어서 고체로 된 시점의 나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 번 만들어진 암석이라 하더라도 침식이나 용융과 같은 작용을 받아 그 형태를 잃어버리게 되면 그 이전의 나이는 사라지고, 다시 굳어진 시점이 그 암석의 새로운 나이가 된다. 결국 지구상에 38억년 이전의 암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이전의 암석이 전부 어떤 원인으로 녹든지 아니면 지하 밑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나이의 암석으로 재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지구의 표층부가 매우 유동적이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침식작용과 용융작용뿐만 아니라 대륙의 이동, 멘틀의 대류 등에 의해 지구의 표층이 끊임없이 변화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린랜드의 Isua지역에 분포된 암석을 연구하므로 우리는 38억년 전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의 보다 시원(始原)적인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46억년이라고 추정한 지구의 나이와는 8억년의 공백이 생긴다. 이 공백을 지구의 귀중한 방문자, 운석이 메워 주고 있다. 지금까지 운석을 구분하지 않고 통틀러 운석이라 불렀지만 여기서 그 분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운석은 크게 나누어 분화된 운석과 미분화된 운석(시원적 운석)으로 분류한다(<표 2>).
<표 2> 운석의 분류
운석 |
미분화(시원적)된 운석 콘드라이트 |
탄소질 콘드라이트 |
CI, CM, CV, CO |
보통 콘드라이트 |
LL, L, H | ||
엔스테타이트 콘드라이트 |
EL, EH | ||
분화된 운석 |
에이 콘드라이트 |
(지각)* | |
석철 운석 |
(멘틀) | ||
철 운석 |
Fe, Ni, (핵) |
분화란 간단히 말하면 근원이 되는 물질이 일단 녹은 후 구성 성분이 각각의 밀도에 따라 중력적으로 분리되어 층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무거운 것은 중심부로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표면에 뜨고 그 사이를 중간 것이 메우게 된다. 지구가 그 좋은 예로서 핵을 중심으로 멘틀, 지각의 순으로 무게에 따라 뚜렷한 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분화된 운석은 바로 이 세층의 어떤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인가에 따라 세종류로 나뉠 수가 있다. 먼저 핵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철 운석(iron meteorite 또는 irons)이다. 철 운석은 주로 철(Fe)과 니켈(Ni)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로 이루어져 있다. 니켈의 함량과 미량 원소의 함량에 따라 세분되기도 하지만, 철 운석과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간층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은 암석과 철·니켈 합금이 1:1의 비율로 이루어진 석철 운석(stony-iron meteorite 또는 stony-irons)이다. 암석의 성분은 대부분 규산염이며 이 규산염이 어떠한 광물로 이루어져 있느냐에 따라 다시 세분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표층에 해당하는 운석은 거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이콘드라이트(achondrite)라고 불린다. 에이콘드라이트는 철 운석, 석철 운석과는 달리 지구상의 암석과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힘들고 또한 풍화되기 쉽기 때문에 앞서 지적하였듯이 회수된 수는 적다(<표 1> 참조). 에이콘드라이트는 일종의 석질 운석(stony meteorite 또는 sotnes)이다.
석질 운석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조직에 따라 콘드률(chondrule)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구형의 입자(규산염 입자)를 포함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구분된다. 콘드률은 작은 유리 구슬 같은 것으로, 크기는 수mm에서 그 1/10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지구상의 암석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콘드률을 포함하는 석질 운석은 콘드라이트(chondrite), 포함되지 않는 것을 에이콘드라이트라 한다. 석질 운석의 대부분은 콘드라이트이다.
석질 운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드라이트는 미분화된 운석으로 둥근 콘드률과 그 사이를 메우는 미세한 석기(matrix)로 구성되어 있다. 석기는 휘발성 성분을 포함하는 아주 가는 입자(μ 이하)로 이루어져 있다. 콘드라이트가 미분화의 운석이라는 것은 이 운석이 형성된 이래 지금까지 용융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콘드라이트를 구성하는 광물은 대부분 2차적인 변성을 받지 않았고, 형성될 당시의 시원적인 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에이콘드라이트, 석철 운석, 철 운석 등은 콘드라이트와 같은 것이 일단 녹아서 분화하여 생성된 운석들인 것이다.
콘드라이트는 크게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 보통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 엔스테타이트 콘드라이트(enstatite chondrite)의 세 종류로 나뉜다. 화학 조성에서 보면 이들 세 종류의 콘드라이트는 칼슘(Ca), 알루미늄(Al) 등의 함량에 의해 구별된다(<표 2>). 보통 콘드라이트는 철(Fe)의 함량이 많은 것에서 적은 순으로 H, L, LL로 세분된다. 엔스테타이트 콘드라이트 역시 철의 함량에 EH, EL로 세분되고,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알루미늄의 함량에 따라 CI, CM, CV, CO의 네 종류로 분류된다. 이들 콘드라이트는 분화될 정도로 용융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열변성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열변성 조차도 거의 겪지 않은 콘드라이트가 탄소질 콘드라이트이며, 따라서 탄소질 콘드라이트야말로 가장 시원적(始原的)인 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원적" 이란 의미에는 물질이 2차적인 변성을 거의 겪지 않고 원래의 조성에 아주 가깝다는 의미와 가장 최초에 생성되었다는 의미의 두가지가 있는데,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시원적임을 나타낸다.
물질이 지구상의 암석처럼 굳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지구상의 암석은 마그마와 같은 용융체가 굳어지든지, 지구 내부의 고온·고압 하에서 변질되기도 한다. 퇴적암의 경우에는 물의 작용으로 광물 입자 사이에 여러 물질이 침전하고 입자간의 결합력이 증가하면 굳어지게 된다. 따라서 물질이 굳어지기 위해서는 용융·고온·고압, 혹은 물의 존재가 필요하다. 그러면 운석의 경우는 어떠할 것인가?
분화된 운석은 용융을 경험했기 때문에 굳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미분화된 콘드라이트는 상술한 세가지의 어떠한 조건도 만족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콘드라이트의 모전체는 직경이 100㎞ 정도의 천체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정도의 크기에서는 중심 압력이 겨우 수백 기압 정도이며 또 과거에 겪었던 변성 온도를 측정해 보아도 높은 것의 경우 800℃ 정도, 낮은 것은 10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온·고압이라고 할 수 없다. 물의 존재에 대해서는 일부 탄소질 콘드라이트에는 상당량의 물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개의 경우 물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드라이트는 꽤 상당한 밀도로 굳어져 있다. 아직도 그 원인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원시 태양계 성운으로부터 직접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분화된 운석인 콘드라이트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물과 탄화수소 등의 유기물을 포함하고, 더욱이 많은 휘발성 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태양계의 경우 그 총 질량의 99% 이상은 태양 자신이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계 성운의 조성은 그 자체가 태양의 원소 조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태양의 대기 관측에서 알 수 있는 원소의 비(어떤 원소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존재하는 가라는 상대적인 원소의 양)와 알렌덴 운석의 탄소질 콘드라이트의 원소조성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바꾸어 말하면, 태양의 대기가 냉각, 응축한 물질이 탄소질 콘드라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 가깝다는 것이다.
태양자체는 이 우주에서 특별하게 다른 별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행성이며, 우주는 무수한 이런 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의 원소 조성을 우주의 대표적인 원소 조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1969년에 낙하한 알렌데 운석에 대해 살펴보자. 알렌데 운석은 탄소질 콘드라이트이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대개 아주 약하고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지상에서 회수된 양은 적지만, 알렌데 운석의 경우 다량의 운석 파편이 회수되었다. 이 운석들이 태양계 기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였다.
콘드라이트가 콘드률과 석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알렌데 운석의 경우에는 그 외에도 백색의 작은 입자가 포유물로서 포함되어 있다. 이 입자야말로 원시 태양계 성운 가스가 응축하여 생긴 최초의 물질이라고 생각된다. 이 포유물은 칼슘과 알루미늄을 포함하여 흰색이라서 "백색 포유물" 혹은 "Ca와 Al 이 풍부한 포유물(CAI)"이라고 불리는데, 이 백색 포유물이 태양계 형성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가져다 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주의 공간, 즉 우주의 별들 사이에는 완전히 텅 빈 진공이 아니라 매우 희박하지만 "성간 물질(interstellar matter)"이라 불리는 것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들이 균일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집중적으로 모여 있으며 이들을 "성간운(interstellar cloud)" 이라 한다. 성간운은 은하계 내에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질량으로는 전 은하계의 수%에 불과하고 조성중 99%는 수소(H)와 헬륨(He), 기타 가스 등의 기체와 얼음이나 먼지(dust) 등의 고체로 이루어져 있다.
성간운은 새로운 별이 태어날 때의 모체가 되는 것으로 어떤 원인으로 수축을 시작한 한 개의 성간운 덩어리부터 태양이 탄생하고, 그 후 그 주위를 원반상으로 회전하던 가스 구름으로부터 태양계가 형성되었다고 생각된다. 이 가스구름이 냉각되면 용융점이 높은 물질이 차례로 응축한다. 태양계 성운(solar nebula)과 같은 원소 조성을 가진 가스의 경우 최초에 응축하는 물질은 Ca와 Al이 풍부한 광물이다. 즉 알렌데 운석에서 발견된 백색 포유물이 원시 태양계 성운 가스에서 최초에 생성된 물질로 생각되고 이것이 알렌데 운석이 제공해 주는 첫 번째의 중요한 정보이다.
또 하나, 백색 포유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중요한 사실은 산소 동위 원소가 일치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은 같으나 원자핵의 질량이 다른 원소 그룹을 의미하는데 산소에는 질량이 다른 세 개의 안정 동위 원소가 있다. 표준적인 무게의 산소(O16)와 원자핵 중의 중성자수가 하나 또는 둘 많은 조금 무거운 산소들(O17, O18)이다. 태양계의 물질 중에서는 지구상의 물질을 포함해 달의 암석과 분화된 운석의 일부에서는 세 가지 산소들의 동위 원소의 비는 매우 안정한 비율을 나타낸다. 이것은 천체를 형성하고 있는 재료 물질이 같은 동위 원소 조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알렌데 운석의 백색 포유물 중에 포함된 광물의 산소 동위 원소 조성을 구해 보면, 태양계의 물질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즉, 무거운 산소와 가벼운 산소의 비율이 태양계의 값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동위 원소 조성이 다른 두가지의 물질이 혼합될 경우에만 나타난다. 결국 원시 태양계 성운 중에는 태양계 본래의 가스와 태양계 외에서 어떤 원인으로 날라 온 성질이 다른 가스가 서로 혼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태양계가 어떤 원인으로 수축을 시작한 성간운 덩어리 하나로부터 탄생했다고 언급했는데, 이 어떤 원인의 하나로 초신성의 폭발에 의한 충격파를 생각할 수 있다. 우주에는 별이 갑자기 100억배 이상 밝게 빛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론적인 연구에 의하면 태양질량의 약6배 이상이 되는 별이 일생을 마칠 때에는 반드시 초신성이 된다고 한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그 충격파가 미치는 영향권은 넓고 이때 물질의 방출이 수반된다.
[가정] 원시 태양계가 탄생하기 바로 이전시기를 생각해보자. 원시 태양계 근처에는 하나의 초신성이 있었으며 그 초신성은 대폭발을 일으켜 별로서의 생애를 마친다. 이때 폭발에 의해 전달된 충격파의 영향으로 성간운이 수축을 시작하게 되고 이것이 태양계 탄생의 시작이다. 이때 태양계 외의 가스도 같이 날라 와서 태양계 성운에 포함될 것이다. 이것이 알렌데 운석의 백색 포유물 중에 함유된 이질 산소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이다. 결국 알렌데 운석은 원시 태양계 성운 가스로부터 최초에 응축한 가장 시원적인 물질임과 동시에, 태양계 탄생의 계기를 만든 초신성의 폭발이라는 사건의 증언자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원시 태양계 성운으로부터 행성 탄생에 이르기까지의 우주 드라마의 서곡에 지나지 않는다.
행성들은 행성 밀도와 태양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태양과 가까이 있는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작고 밀도가 큰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행성은 우리의 지구와 비교해 볼 때 크기나 구성물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구형 행성 또는 육성(내)(terrestrial planet)이라 부른다(Terra는 라틴어의 지구란 뜻).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대가 있는데 소행성대는 수많은 바위덩어리 같이 밀도가 큰 물체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행성이라 부르지 않는다. 태양에서 행성까지의 거리를 보면 화성과 목성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다.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사이의 떨어진 간격에서 궤도를 가지고 돌고 있으며 이들이 행성으로 성장하는데 실패한 암석파편들이다.
화성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명왕성을 제외하고)들은 지구형 행성보다 매우 크고, 밀도가 낮다. 이것들을 목성형 행성 또는 외행성(jovian planet)이라고 하며(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그들의 이름인 Jove는 로마의 신 쥬피터에서 따온 것이다). 태양에 가까이 위치한 육성 행성(4개와 그 위성)들은 행성 응집의 최종 단계에서도 고온상태에서 magma와 같은 용융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이들 행성은 성분과 물성이 다른 여러 층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천·해·명왕성과 같은 외행성은 육성 행성과는 달리 그 표면이 두터운 gas나 구름으로 덮여 있어 이들 외부 행성의 진화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따라서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육성 행성의 진화를 살펴보자.
육성 행성과 지구의 위성인 달은 초기에 magma 상태에서 성분 분리과정을 거치면서도 계속적으로 운석들이 충돌하였는데 대체적으로 대규모 운석의 충돌은 약 40억년전에 종료된 것으로 믿어진다.
<육성 행성의 진화에 따른 결과>
1) 육성 행성은 부분적인 용융상태에 있으면서 내부에서는 방사능 물질의 붕괴로 인해 매우 고온상태에 있었으나 차츰 냉각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행성의 크기는 그 냉각속도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육성 행성중에서는 금성과 지구가 수성이나 화성보다 큰데 이는 금성과 지구가 다른 두 행성에 비해 비교적 서서히 냉각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서 지구는 지금도 지구내부온도가 5000℃이상이며 금성에도 화산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화성의 경우에도 화산활동의 흔적은 있으나 오늘날은 활동이 중지된 상태이다. 이에 비해 크기가 적은 수성이나 달은 이미 수10억년전에 화산활동이 중지되었다.
2) 육성 행성이 진화했다는 사실은 태양과 행성 간의 거리로서도 유추가능하다.
태양과 행성사이의 거리는 행성 표면에 물이 존재하는지, 즉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즉 수성과 금성은 뜨거운 태양과 너무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표면 온도가 매우 높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고(금성 480∼500℃) 이에 비해 화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화성 표면이 매우 춥기 때문에 표면은 대부분 동토와 얼음으로 덮여 있다.
3) 수권과 생태계는 행성 표면을 둘러 싸고 있는 기권의 성분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윤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금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지구 행성처럼 푸른 기권이 존재했을 것이다.
3. 달과 크레이터
3.1. 크레이터
우리들의 기억 속에는 달에 대한 수많은 일화가 있을 것이다. 동요 속의 달, 이태백의 달 등등. 달은 인류의 생존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운명론적으로는 달이 시간을 지배하는 신으로 여겨진 경우가 많았는데, 달이 밤을 쫓아 주기적으로 변하는 사실로부터 이를 시간의 척도로 삼은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의 여러 민족에 공통된 사실이다. 이러한 달이 과학의 논쟁에 등장하게 된 것은 갈릴레이의 달 표면에 대한 관측으로부터 비롯된다.
호기심이 많던 과학자 갈릴레이(Galileo Galilee, 1564-1642)는 자신이 직접 망원경을 제작하여 별 세계를 관찰하였다. 그는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4개의 위성(갈릴레오 위성이라 불림)과, 은하가 무수한 별의 집합체라는 것과, 태양의 흑점, 화성이 차다는 사실 등 많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달 표면에 대한 관측 결과 달의 표면에는 여러 곳에 불가사의한 원형의 움푹 패어진 지형들이 존재함을 알았다. 갈릴레이는 이러한 원형의 지형을 고대 그리스어로 술과 물을 섞는 용기는 의미하는 "크레이터(crater)"라 불렀다. 인류가 크레이터의 존재를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이때부터이다.
달의 표면에 분포하는 크고 작은 무수한 크레이터는 갈릴레이 이래 300년 이상에 걸쳐서 지구상의 과학자들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보다 정밀한 망원경이 만들어져 달 표면의 지형이 보다 상세히 관찰되었지만 왜 크레이터가 생겼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계속되었다.
달에 있는 크레이터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크레이터가 화산의 화구라는 화구설이며, 다른 하나는 운석의 충돌로 생겼다는 운석 충돌설이다. 두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17세기 중반의 후크(R. Hooke, 1635-1703)의 모의 실험을 들 수 있다. 후크는 ① 다량의 물을 포함한 점토 가운데 구슬을 던져 넣으면 달의 크레이터와 유사한 형태를 만들어 운석 충돌설에 대한 하나의 증거를 제시하는가 하면, ② 또 하나는 석고에 물을 섞어 끓이면 역시 크레이터와 유사 형태가 생긴다는 실험도 하였고 이러한 실험은 화구설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의 실험이 행해지던 시절에는 지구 및 달의 외부로부터 운석과 같은 물체가 충돌한다는 인식은 전혀 없었고, 따라서 후크 자신도 운석 충돌설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결국 18세기에 독일의 철학자 칸트(I. Kant, 1724-1804)와 천왕성의 발견자인 영국의 천문학자 허셀경(W.Hershel, 1781년 천왕성 발견)등은 주로 화구설을 주창하였다.
달의 크레이터가 화산의 분화에 의한 것이 아니고 운석의 충돌로 생긴 것이라는 주장이 비로소 19세기말에 이르러서 과학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의 지질학자 길버트(G.K. Gilbert)는 달의 크레이터의 형태와 규모가 지구상의 화산이 크레이터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근거로 화구설을 강력히 부정하는 동시에 정밀한 달 표면 관측과 여러 실험을 통해 크레이터가 운석의 충돌로 생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길버트의 학설은 발표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고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1950년대 말,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 우주 탐사선의 발사가 활발해 짐에 따라 지상의 과학자들은 탐사선이 보내 오는 우주 공간에 관한 여러 자료를 입수하게 되었는데, ①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것은 1965년 7월 미국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 마리너 4호가 보내 온 22장의 사진이었다. 화성에 분명히 크레이터의 모습이 찍혀 있었으며. 이로써 인류는 달 이외의 천체에도 크레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② 화성 다음으로 크레이터가 발견된 천체는 수성이다. 1974년 마리너 10호는 수성에 접근하여 무려 2,000여장에 이르는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는데 수성의 지표가 달에서 관측된 것과 같은 크레이터로 덮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결국 크레이터는 달에만 국한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과 수성, 그리고 그들의 위성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심지어 멀리 떨어진 ③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와 ④ 천왕성의 위성인 티타니아에서도 발견되었다. 즉 지구밖 행성과 그들의 위성 전부에서 크레이터가 발견되었다. ⑤ 그렇다면 지구에도 크레이터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지구에서도 많은 크레이터가 발견되고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을 살펴보면, 먼저 미국 아리조나주에 있는 ① "베링어 크레이터"로 알려진 아리조나 운석공(arizona meteor crater)이다. 이 크레이터는 약 25,000년전 직경 50m 정도되는 철 운석이 충돌하여 형성된 것으로, 형성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그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이 운석공은 직경이 약 1.2km인 밥공기 모양을 하고 있다. ② 다음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복동부에 있는 "매니쿠아간 크레이터(manicouagan crater)"로 직경이 약 65km에 달하는데 워낙 규모가 커 인공위성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이 크레이터는 상당히 풍화를 받아 그 규모가 작아졌는데, 당초의 크기는 아마도 100km 정도였을 것이며 지구상 최대 규모의 크레이터 중의 하나이다. 매니쿠아간 크레이터는 약 2억 천만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링 형태의 호수를 이루고 있다. ③ 그 외 미국 오레곤주 크레이터 호수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으로 운석 충돌에 의해 생긴 크레이터이다.
현재 지구에서 확인되는 크레이터는 200여 개가 넘는다. 그 직경은 10m 정도의 것에서 100km 이상이 되는 것까지 있고, 지역적으로도 남·북 아메리카, 호주, 구소련,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다만 특징적인 것은 이들 크레이터가 북아메라카의 동북부, 동유럽 일부와 북유럽, 그리고 호주에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또한 이들 운석공들은 대부분이 생성 시기가 모두 2억년 이상 오래된 특징이 있다. 그 원인으로는 일차적으로 크레이터의 크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크면 클수록 오랜 시간이 지나 침식이나 변형을 받더라도 흔적이 남게 된다. 한편, 오래 전에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지각운동을 받지 않는 안정 대륙일수록 충돌 흔적이 잘 보존될 것이다.
이들 지역들은 모두 판구조 운동의 영향에 의한 지각 운동의 영향이 별로 미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크레이터의 발견 빈도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크레이터들은 크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커다란 크레이터들은 바닥의 중심부가 툭 튀어나온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는데, 그 해석을 둘러싸고 과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현상은 운석이 추락하자마자 엄청난 운석이 충돌 압력으로 짓눌렸던 암석이 즉시 탄성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효과는 운석이 크면 클수록, 또한 충돌시의 속도가 크면 클수록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반경이 100km의 광대한 메니쿠아간 크레이터의 중심 부분은 이러한 운석의 충격 작용으로 10km나 솟아 올라 있다. 가장 정확히 조사된 독일의 뇌르트링어리스 운석공을 근거로 어떻게 운석 충돌이 단 몇 분 사이에 그와 같이 큰 운석 공을 만드는지 재구성해 보았다.
뇌르트링어리스 운석공의 지름은 약 25km이며 이 정도의 충격을 에너지로 계산할 경우, ① 180억 톤의 다이나마이트 또는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의 25만개 정도의 파괴력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만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직경이 1km 조금 넘는 운석이 시속 7만km 이상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여 2초만에 대기권을 통과하여 불덩어리로 지표에 도달한다. ② 약 0.03초 후에 이 운석도 고도로 응축된 가스형태로 약 1km 깊이에서 정지하였다가 폭발했을 것이며 그 사이 운석공 깊은 곳에서도 시속 약 7만 km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곧이어 용융되고 부서진 암편들은 하늘로 비산되기 시작하였고, 5백만 기압과 수만 도에 이르는 고온에서 생겨난 암석 증기도 동시에 폭발하듯 하늘로 퍼져 나갔다. ③ 0.4초 후에는 운석공은 지름 4km, 깊이 2km 정도로 커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 갔다. ④ 20초가 지난 후에는 지름 15km, 깊이 4.5km의 운석공이 생겨났다. 운석공 주변에는 낙하한 분출물들이 수백 m 두께로 쌓였다. 동시에 운석공 바닥에서는 수축에 대한 강렬한 반작용으로 상승작용이 일어났다. ⑤ 다음 1∼2분에는 그때까지도 공중에 떠돌고 있던 암편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사방 50km에 이르는 지역에 암편으로 구성된 층을 형성했으며, 중심부의 열로 인해 타고 있던 혼합물들이 일부는 운석공 속으로, 또는 운석공 주변에 쌓여 있는 분출물 위로 떨어졌다. ⑥ 운석공 가장자리에는 단층 작용에 의해 커다란 암석들이 안쪽으로 미끄러져 내렸고 이로써 운석공은 지름이 25km까지 넓어졌다. 그 사이에 운석공의 바닥은 탄성으로 솟아올라 3km 정도 더 솟아올랐다.
지구와는 달리 대기가 없는 달, 또는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는 그 충돌양상이 다소 달라진다. 특히 충돌하는 소행성이나 운석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지구와는 달리 원래 크기 그대로 충돌하기 때문에 운석공의 크기는 지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것이 많다.
크레이터들은 크기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하다. 직경이 10km 보다 작은 경우를 밥공기형, 20∼30km 정도의 것을 평저형, 40∼150km의 것을 중앙 봉우리형 그리고 150km보다 큰 경우를 동심원 링형이라 부른다.
3.2. 달의 구성 물질
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발표할 즈음에 과학자들은 달의 표층이 분화작용을 받지 않은 탄소질 콘드라이트와 같은 시원적인 물질로 덮여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온 돌은 시원적인 물질이 아닌 지구상의 암석의 분류에 따르면 전부가 화성암으로 용융분화를 경험한 것들이었다.
달의 표면을 지구에서 바라다보면 밝게 보이는 부분과 어둡게 보이는 부분에 있는데, 어두운 부분은 마치 계수나무 아래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 어두운 부분은 주로 저지대를 이루는데 지구의 바다에 해당된다고 하여 보통 바다(mare 혹은 maria)라고 부르고, 밝게 보이는 부분은 지구의 평야나 산에 해당하는 평지(upland) 및 고지(highland)라 부른다. 다만 바다라 하더라도 물은 있을 턱이 없다. 달의 암석들은 이 바다와 고지에서 그 성질이 다르다.
바다를 덮고 있는 것은 지구에서 말하는 현무암(basalt)에 해당되는 조성의 암석이다. 물론 그 조성이 지구의 것과는 다르지만,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맨틀을 구성하는 물질이 부분적으로 녹아서 만들어진 것으로 바다가 검게 보이는 것은 이 현무암이 검기 때문이다.
한편, 고지에서 채집된 암석은 장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백색의 회장암(anorthosite)들이다. 그런데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인류 최초의 발자취를 남긴 곳은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ies)"라 불리는 저지대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가져온 암석의 대부분은 현무암이지만 그 중에는 Ca장석 반려암이라는 돌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장석 반려암은 지구에서는 발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암석이다. 이 암석은 원래 "고요의 바다"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그 보다 50km 남쪽의 고지에서 운반된 것으로 추측되었다. 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이어졌고 이 계획에 의해 지구에 가져온 달의 암석과 토사의 총량은 약 380kg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었다.
달 암석의 채집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폴로 11호가 아페닌 산맥의 산록(Apenine front)에서 채집해 온 사장석의 결정질로 된 백색의 회장암인데, 이 암석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연대 측정 결과, 46억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암의 존재는 달의 탄생기에 그 표면이 용융되었음을 의미한다. 용융된다는 것은 냉각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표면에 떠오르는 것을 의미한다(운석은 아래로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표면에 떠오르는 것을 의미한다(운석의 분화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과정에서 떠오르면서 분화하여 결정화된 것이 바로 회장암인 것이다. 이 회장암의 나이가 46억년이라는 사실은 태양계의 구성원이 따로 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가설에 대한 증거가 되었다.
태양계가 일시에 만들어졌다고 하면 성경의 창세기의 기술과 일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암석을 "창세기의 돌(genesis rock)"이라 부르며 현재 휴스턴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달에서 발견되는 46억년 전의 암석은 이 하나만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있다. 달의 표면에 존재하는 무수한 크레이터가 화산 기원인지, 운석 충돌 기원인지의 논쟁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 종착점이 된 것이 바로 아폴로 탐사선이 지구에 가져온 암석과 토사로부터이다.
달에는 물도 없고 또한 대기도 없어 침식이나 풍화작용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지구와는 달리 침식, 풍화의 산물인 흙이 달에서는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N.Amstrong) 선장에 의한 인류의 위대한 첫 발이 먼지에 쌓인 달의 표면에 남겨진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많다. 그 가루의 물질은 레골리스(reolith)라 불리는 흙의 일종이다. 이는 달 표면의 암석층이 운석의 충돌에 의해 분쇄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암스트롱의 달에 남긴 발자국은 그 동안 수백 년간 계속되어 온 크레이터의 기원에 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달의 크레이터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크레이터의 수가 달의 바다의 부분에는 아주 적고 고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운석이 바다를 피해 고지만 노리고 충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달의 탄생으로부터 10억년 정도까지 달이 걸어온 진화의 발자취를 더듬어야 할 것 같다.
46억년전, 달의 탄생 직후부터 무수한 운석들이 격렬하게 달 표면에 충돌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의 충돌 에너지는 열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달 표면은 상당한 고온이 되었을 것이며, 따라서 표면이 용융하게 되었다. 표층부는 "마그마의 바다(magma ocean)"라는 용융층을 이루고 그 깊이가 표면으로부터 약 400km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마그마가 차츰 냉각하면서 먼저 사장석이 결정되고 이 사장석은 마그마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표면에 떠올라 원시지각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고지이며 그 후로 계속된 운석의 격렬한 충돌에 의해 자취가 남게 되었다.
충돌은 40∼38억년까지 계속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로 인해 지각에 많은 균열대가 생겼다. 이 균열대를 통해 맨틀로부터 유래된 용암이 유출하게 된다. 점성이 낮아 흐르기 쉬운 이 현무암질의 용암은 저지대로 흘러들어 넓은 범위에 이르는 평탄한 지형, 즉 바다를 형성하였다. 달에 바다가 만들어진 시기가 38∼32억년전 정도로 추정되는데, 바다에서 발견된 크레이터의 수는 고지의 1/10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바다가 형성된 이후 운석의 충돌이 급격히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정은 달의 크레이터와 암석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로부터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의 바다에서 발견된 현무암의 나이는 제일 오래된 것이 약 38억년 정도이며, 더욱이 31억년보다 젊은 나이를 가진 암석은 달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이 사실이 바다의 형성 시기가 38억년에서 32억년 전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이고, 또한 바다가 형성된 후 달은 냉각되어 내부 활동이 종식됨과 동시에 마그마의 분출도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물도 대기도 없는 달에서 그 내부활동이 끝나 버리면, 그 이후 새로운 암석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한편 고지의 회장암중 가장 젊은 나이를 보이는 것은 약 38.5억년 정도로 이보다 젊은 고지의 암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고지는 바다보다 오래 되고, 거기에 남겨진 많은 크레이터를 생각할 때 적어도 38억년전까지는 격렬한 운석의 충돌이 계속되어 마그마의 바다가 유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위에서 달의 탄생이 당연한 자연 법칙의 귀결로 가정하고 여러 수수께끼를 풀어 보았다. 그러면 달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를 설명하는 네 가지의 설이 있다. ① 첫째는 지구의 일부분이 분열되어 달이 되었다고 하는 분열설로서, 지구와 달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있다하여 친자설이라고도 한다. ② 둘째로는 지구의 둘레에서 달도 지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하는 집적설 혹은 형제설이다. ③ 셋째는 완전히 다른 천체가 우연히 지구에 접근하여 포획되었다는 포획설 혹은 타인설이다. ④ 마지막으로는 충돌설이라 불리는 것으로 원시 지구에 화성 정도의 크기의 미행성이 충돌하면서 지구의 맨틀이 파괴되어 날아간 파편이 다시 집적되어 달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하나 하나의 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① 우선 아폴로 계획에 위한 달 탐사로부터 지구와 달은 거의 같은 조성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포획설은 부정되어야 한다. ② 지구와 달의 유사점으로부터 분열설이 가지는 유리한 점도 있지만, 원시 지구의 핵이 형성될 때에 지구의 자전이 불안정하게 되어 표면 물질이 분리했다는 이론에는 무리가 있다. 지구가 아무리 빨리 자전했다 하더라도 표면 물질이 날아가 버리는 현상은 물리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③ 그 다음 집적설은 최근까지 상당히 유력한 설이었다. 그러나 달이 지구와 마찬가지로 미행성을 집적하여 같이 성장한다는 이론의 문제점은 지구-달 시스템의 각 운동량이 다른 태양계 천체의 각 운동량과 미묘하게 다른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태양계 중 여러 천체의 각 운동량은 질량의 크기에 비례하여 규칙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지구-달 시스템만이 다른 천체보다 약간 높은 값을 보인다. ④ 여기에 가장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충돌설이다. 이것은 소위 분열설과 집적설을 조합한 것인데, 실제 원시 지구에 화성 크기의 행성을 충돌시키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 보아도 아주 그럴듯하게 달이 만들어지고, 또 달이 지닌 특징도 잘 설명된다고 한다. 집적설이 가지는 각 운동량의 난점 역시 충돌의 충격으로 말미암아 각 운동량이 증가하게 된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충돌설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이것이 완전한 정답인지 어떤지는 아직 모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태양계의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다 자세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3.3. 행성계의 형성
원시 태양계 성운으로부터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1970년대 초반까지 유력했던 이론은 ① 먼지 주체설(dust actor)이다. 이에 따르면 원시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던 무수한 먼지 입자들이 집적되어 행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주 공간의 작은 먼지가 점점 쌓이면 행성이 된다는 것이다. 행성 자체가 어느 정도의 크기까지 성장하게 되면 중력에 의해 끌려드는 먼지는 점점 많아지고, 특히 먼 곳에서 낙하하는 먼지는 고속으로 행성에 충돌하여 그 순간 방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방출되어 이 에너지는 행성 표면의 여러 현상을 유발시킬 것이다.
② 다음으로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한 이론이 미행성설이다. 이 이론은 행성이 먼지가 집적되어 형성된 것만이 아니라, 직경 10km 정도의 소천체(이를 미행성이라 함)가 서로 충돌을 반복하여 합쳐지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성장한 것이 원시 행성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 미행성설은 행성 과학의 근간이 되고 있지만, 발표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미행성은 어디까지나 가상된 천체로서 그 존재를 시사하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폴로 계획의 결과 달의 크레이터가 충돌에 의해 형성되었음이 밝혀지면서 이 이론은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행성 기원론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