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붉은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
어김없이
꽃이 진다고 해도 나무는
제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어김없이 어느덧
흐릿한 뒤를 돌아보는 나무
제가 만든 그늘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느덧나무 어느덧나무
제이름을 나즈막하게 불러보는 나무를
떠나간 사람인 듯 가지게 된 저녁이 있었다
출가한 지 오래된 나무여서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은 이름밖에 없었다
심재휘 (1963 ~ )
옛적에 내가 가보지도 않았고 살지도 않았던 시절에 무엇이 살았다
이런 첫 문장은 항상 기대된다
책을 펼친다면 그 시작은 항상 이런 문장 때문이었다
내가 살아보지 인생이 하는 말이 궁금해서 남의 글을 읽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디서 나무를 만났을까
작고 붉은 얼마나 작고 붉은 꽃은 얼마나 작고 얼마나 붉었을까
사실 그 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었을 것 같은데
그는 그것을 어디에 감춰두었을까
잊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불렀다고 했다.
나무 아닌 것이 어느덧 나무가 되었다는 말로도 읽힌다
나도 이란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마음속 나무에게 가장 사랑스런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간절히 부르면 나도 분명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꽃을 피웠다고 혼나지 않고 꽃을 떨궜다고 지난받지 않고
꽃이 피면 피는 대로, 꽃이 지면 또 지는 대로 그저 나무일 수 있을까
그대로 너대로 네 이름대로 살렴
이 더운 날, 더운 지구 위에서 나무의 지지르 받고 싶다. ( 문학평론가 )
첫댓글
https://youtu.be/SmdUbEKAblU?si=TqXGErOeb6zXbn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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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건강하세요
네, 건강하십시요 아~우루사님
https://youtu.be/AIU057o2coM?si=CEbrEvkeCrwdu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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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cipwBy0pWs?si=gLPb7QqzJ3bkd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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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8z96U6KMsw?si=Co9zWnHc-5OvpA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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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Im1_yeoUMg?si=TBih04FTiB6XMdu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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