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 작은 것들도 모이면 엄청난 위력을 가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또복권이다. 로또복권의 당첨률은 814만분의 1정도라고 한다. 길가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낮은 그런 확률에도 불구하고 판매액은 매주 약800억 원 정도나 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와 로또복권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의하면 지난해 복권 판매총액은 3조9,686억 원에 달했고 그 중 당첨금으로 지급된 돈은 1조9,843억 원(50%)이었다고 한다. 그런 당첨금과 판매수수료, 위탁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차액이 순수익금이 되는데 지난해 로또판매로 올린 순수익은 약1조6968억 원(42.75%)이었다고 한다. 로또 판매액 3조9,686억 원은 누가 봐도 천문학적인 거금이다. 그러나 그런 큰돈을 잃고도 낙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로또복권을 매주 빠짐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한 개인이 잃는 돈은 가랑비처럼 옷 젖는 줄 모르는 작은 돈인데 반해 당첨되면 팔자를 고치는 일확천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등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로또명당 가게에는 날마다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그러면 이런 로또행운은 과연 평생 행복으로 이어질까? 미국의 한 언론사가 복권당첨으로 일약 억만장자가 된 70여 명을 대상으로 당첨된 지 5년 후 어떻게 되었는지를 조사했는데 약 80%가 이혼으로 가정이 파탄났거나 감옥에 갇히는 죄인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40대 A씨는 로또당첨금 14억 원을 불과 2년 만에 도박으로 모두 탕진하고 절도 전과범이 되었고, 30대 B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된 몇 년 후 부산과 대구지역의 식당과 주점을 돌며 3,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절도범으로 검거되었고, 변변한 직업 없이 40대까지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C씨는 로또복권으로 242억 원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지만 5년 만에 모든 재산을 날리고 1억4천여만 원을 사기 친 사기범으로 체포되었고,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34억 원을 받은 46세의 D씨는 얼마 후 장물아비가 되어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약도 한꺼번에 너무 과다복용하면 오히려 독이 되듯 빈손이든 자가 일확천금하면 돈독이 번져 망가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사행산업인 복권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긍정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익금이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과 주거지원 같은 사회복지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로또복권에서 생기는 기금의 35%는 지방자치단체, 과학기술진흥기금, 문화재보호기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10개 기관에 법정 배분되고 나머지 65%는 복권위원회가 선정한 서민주거안정, 취약계층지원, 보훈복지, 문화예술 등, 각종 공익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국가가 사행산업(도박산업)에 앞장서야 할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목적도 좋아야 하지만 수단도 좋아야 하지 않을까? 지배층의 수탈정치에 저항하여 몰락한 농민과 백정 및 천민들을 규합하여 일어섰던 임꺽정(林巨正), 홍길동(洪吉童), 장길산(張吉山)같은 도적들은 의적(義賊)으로 불릴만큼 좋은 일을 했던 자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적이라 해도 도적은 분명 도적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도박은 도박이고 사행산업은 사행산업이다. 냉정하게 보면 로또는 국가가 앞장서 저항 없이 서민들을 수탈하는 제2의 세금과도 같다. 그래서 예부터 복권산업은 저항 없는 조세라고 불렸고, 실제로 미국독립선언문을 기초하고 3대 대통령을 지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복권은 희생 없는 조세”라고 했다. 위에서 보듯 로또복권은 긍정적으로 보면 개인에게는 대박을 안기고 국가에는 저항 없는 제2의 조세를 통해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기금을 확보하도록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국가가 사행산업을 통해 국민에게 불행을 안기는 꼴이 된다. 그러면 사회적 약자 지원이라는 국가의 선의적 목적도 달성할 수 있고 80%에 이르는 당첨자의 불행도 없앨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은 없을까? 그런 대안으로 당첨금의 지불방식을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연금복권제로 완전히 바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당첨금이 10억을 넘어설 경우 30%만 일시불로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연금지급방식으로 평생동안 나누어 지급하면 사행심도 크게 약화되고 일확천금이 가져다주는 불행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국가는 갈수록 70%의 기금이 누적되어 상당한 이자 수입이 생길 것이므로 사회적 약자지원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사행심을 자극하고 불행을 양산하는 일에 앞장서서는 안 될 것이다. “공적 도박은 장려해야 할 도박이고, 사적 도박은 처벌해야 할 도박이다?” 이게 정말 말이 될까? 어떤 도박이든 도박은 도박일 뿐이디. 정부는 지금이라도 로또와 주식이 지니고 있는 사행성은 최소화하고 공익성은 최대한 높이는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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